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437)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437화(437/466)
7 174. 변신 (1)
제주에선 지금도 배를 타고 한 번에 수만 명의 사람이 바다를 건너 본토로 건너오고 있다.
예전 인프라가 남아 있었다면 그들 모두를 수용했겠지만 정부가 인천을 버리면서 인천에 살던 사람들이 각자도생하면서 힘들게 마련한 인프라가 모두 뜯겨 나갔다.
이제 그들도 새로운 서울로 보내야 한다.
난방의 필요성이 줄었다고 하나 발전소가 공급하는 전력은 백만 명에 육박하고 또 증가 중인 사람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 필수적인 요소니까.
물론 본토에 남겨진 사람들이 제주 사람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
제주 정부도 그 사실을 잘 아는지라 그들은 본토 사람에게 나름의 방안을 제시했다.
바로 선거다.
제7 공화국.
어쩌면 전혀 새로운 국가의 탄생을 위해 정부에서는 이 과업을 달성한 100명의 신 시민 위원을 뽑는 선거를 실시한다고 한다.
이게 왜 본토 사람에 대한 선물이냐면 100명의 시민 위원 중 무려 80명이 본토 사람 출마자에 할당됐기 때문이다.
100석 중 무려 80석이 본토 사람이니 사실상 새로운 정부는 본토 사람의 뜻대로 움직인다는 이야기다.
정부 기구를 두고 이원집정부제니 내각제니 변형된 대통령제니 갖가지 논의가 떠돌고 있지만 이미 본토 사람 중 나름 세력을 형성한 사람들은 벌써부터 시민 위원이 되기 위해 갖가지 작업을 해대고 있다.
허구한 날 날 찾아오는 시민 위원 후보라는 작자들이 바로 이 부류다.
문제는 이러한 선거 사전 작업이 실시되는 와중에 제주 쪽에서 모종의 작업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건 그거네.”
인터넷 전문가지만 동시에 시사에도 조예가 깊다는 홍다정이 의견을 말했다.
“담그기.”
자칭 시사 전문가 홍다정의 말에 의하면 한국 정치계엔 정적 담그기라는 게 있다고 한다.
주로 같은 당내에서 유력한 자리를 놓고 싸우는 중에 일어나는 일인데 대중적인 인기가 높고 실적도 좋아 이대로는 그 사람이 당내 패권을 잡을 거 같을 때 그 사람의 치부나 범죄 사실을 드러내고 그 사람과 경쟁하기 전에 묻어버리는 전략이다.
확실히 우민희는 제주에서 온 위원회 운운하는 모리배들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것이다.
대부분 시대를 잘 타고난 저레벨 어웨이큰으로 구성된 어중이떠중이들과 달리 우민희는 이른바 알파 각성자로 오버 10레벨 어웨이큰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강한민, 나혜인에 이른 세 번째 강자로 수많은 전공을 쌓았다.
어웨이큰 발견 전, 학교 출신이라는 순혈 계보를 가진 것도 그들의 열등감에 불을 지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가장 구분되는 점은 다른 제주도 인간과 달리 본토에 남았다는 것이다.
본토에 남아서 뚜렷한 활약을 한 적이 없지만 본토에 남은 사람에겐 함께 본토에 남은 사람이 좋게 보일 수밖에 없고 결정적으로 우민희는 새로운 서울의 수장을 맡아 가장 어려운 시기에 도시를 지켜냈다.
정치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말이다.
그런 그녀가 곧 구성될 새로운 정부에서 중요한 자리를 맡게 되는 건 정해진 순서로 보였다.
그런데 오늘 새벽을 기해 비바! 아포칼립스!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 게시판, 대자보, 정부 TV – 라디오 방송, 신문 등에서는 우민희의 근황과 범죄 사실에 관한 대대적인 폭로 기사가 일제히 떠올랐다.
– 우민희, 소아, 청소년 불법 생체 실험 책임자였나?
– 인천 연구소의 실체 – 우민희는 누구인가?
– 21세기 731부대 – 우민희의 그늘
– 우민희는 어떻게 우리 아이들을 부모에게서 뺏어 몰모트로 만들었나?
…
…
한두 명이 아니고 또 전문적인 인력에 의해 작성된 게 분명한 기사들이 약속한 듯이 매체 전체를 물들였다.
심지어 우리 게시판에서는 매크로 사용의 정황마저 보일 정도였다.
우민희가 그 인천 연구소의 소장이라는 건 맞는 사실이다.
그녀의 연구소에서 어웨이큰 적성을 받은 많은 아이가 죽은 것도 사실이다.
거기서 죽은 아이들의 시신이 연구용으로 조사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그녀의 행동을 비난할 수 있는 걸까?
그녀가 제주로 보낸 어웨이큰이 균열을 닫는 데 공헌한 건 사실이다.
멸망이 예정된 인류가 그나마 최후의 몸부림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우민희의 편이라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죄가 없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녀도 죄가 있지만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세상에는 침범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인류라는 종 자체가 다 죽게 생겼는데, 거기서 획일화된 “절대적 가치”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게 과연 타당한 일일까.
어려운 일이다.
가장 위대한 철학자와 현인을 데리고 와도 쉬이 결론 내릴 수 없는 일이다.
“그나저나 이건 아무리 기자양반이라고 해도 쉽게 빠져나가기 어렵겠는데? 우소장이 막판에 몬스터 처리해서 인기를 얻은 건 맞지만, 솔직히 우소장이 여기 대장 노릇 하던 때엔 딱히 나서지도 않고 아무것도 안 했잖아? 김병철이 군대식으로 사람들 부리며 불만 키울 때도 딱히 나서지도 않았고.”
홍다정은 헤드폰을 벗으며 의자를 돌려 나와 디펜더, 그리고 천영재를 응시했다.
“쉽지 않다는 거지.”
천영재를 여기에 데리고 온 건 순전히 내 뜻이다.
사이 안 좋은 고양이를 사이좋게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인 건 다 알지만 그대로 학교 출신 아닌가.
우민희가 “아작”나는 걸 보고 있자니 한 명이라도 뭉칠 사람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깊은 사고를 거치지 않은 거친 발상이 그를 이 자리에 데리고 왔다.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니 한 명이라도 많은 게 좋을 수도 있겠지.
천영재는 보기보다 훨씬 똑똑한 친구기도 하고.
아니나 다를까, 불편한 자리지만 천영재는 딱히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고 자기 소신을 말했다.
“일단 여론부터 만든 다음 곧 벌어질 재판에서 제대로 끝장낼 생각이겠지.”
“동감이야. 재판은 형식에 불과하겠지.”
내 영역 이래 천영재와 사실상 절교를 하긴 했지만 디펜더도 딱히 그 골을 드러내진 않았다.
“대한민국은 늘 헌법 위에 떼법이 있었으니까. 지금은 떼법을 만드는 과정이고.”
딱히 그 말에 동의하진 않지만 지금 같은 시대엔 맞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여론인가.”
홍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저쪽에서 여론으로 우소장을 묻으려고 나왔으니, 재판이 잘 돼도 저런 이미지가 만들어지면 재기하기 어렵겠지.”
나는 그 말에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들을 보며 물었다.
“다 아는 이야기 아니었냐?”
서울에 남겨진 사람 중 연구소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아이를 가진 사람이라면 죄다 그 연구소에 목을 맸다.
왜?
제주로 가고 싶으니까.
자기들이 안달이 나서 제주에 가려고 했고 또 죽을지도 모른다는 서약서를 썼다.
나도 그 정신감응 테스트를 받아본 적이 있지만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죽을 수도 있다.
MRI 같은 완전 밀폐된 좁은 공간에 갇힌 채 뇌에 감당 불가능한 부하를 가해서 어웨이큰 능력을 계측하는 장치에 3시간이나 있다 보면 나 같은 건장한 성인도 황천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그런데 말이 안 나왔을 뿐이지 거기 가서 애들 죽어 나간다는 거 다들 아는 이야기 아니었나.
왜 이제 와서 이게 문제가 되는지 나는 모르겠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어디가? 스켈톤?”
홍다정이 묻는다.
겉옷을 걸치면서 그녀에게 답했다.
“나혜인.”
*
나혜인이 있는 곳은 인천이다.
수많은 사람으로 득실거리는 부두를 내려보는 낮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컨테이너 박스 여러 개를 겹쳐서 지은 임시 숙소가 현재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이다.
승용차 안에서 본 거리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누군가 연설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보나 마나 시민 위원 후보겠지.
아무런 관심도 없었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차창을 내리고 말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백승현! 백승현! 백승현!”
“기적과 함께 온 남자! 백승현!”
“우유피부 백승현!”
내가 아는 이름이 불리고 있었다.
잠깐 차를 세워 연설회장을 보았다.
있다.
동탄맘이.
어느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자란 아이의 손을 쥔 아내와 함께 동탄맘이 연단에 서서 자기들의 지지자와 함께 연설을 하고 있었다.
“저는! 헌터였습니다! 헌터였지만 어웨이큰이 아니라는 이유로! 옷을 벗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옷을 벗은 진정한 이유는! 제가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기 때문일 겁니다!”
요즘 인터넷서 잘 안 보인다 했더니 이런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건가.
하긴 동탄맘에겐 파벌이 있다.
그는 희망호를 타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한국인은 물론이고 일본인, 태국인, 심지어 중국인까지 확보하여 그를 중국에 귀양 보낸 거대한 배를 타고 돌아왔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 그 귀하다는 학연, 지연, 혈연을 넘어서는 끈끈한 인맥을 무려 천 명 단위로 확보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뭐, 개나 소나 뛰어드는 정치판에 발을 담그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겠지.
백승현 말마따나 그는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은 산증인이기도 하니.
“······.”
뭐, 정치 같은 게 그 양반 성미에 맞을지도 모르겠다.
양심이 없는 놈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직종이기도 하니까.
다시 차를 타고 나혜인의 숙소로 향했다.
나혜인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3층 옥탑방을 자신의 방으로 쓰고 있었다.
늘 그렇지만 나혜인은 나와는 전혀 다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감수성과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다지 여건이 좋지 않음에도 방 전체에 화이트톤의 페이트를 바르고 조화를 만들어 여기저기 장식한 감성은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가질 수 없는 것이겠지.
“그래.”
내가 누워 있을 때 그녀가 몇 번 문병을 왔었다.
그리 긴 이야기는 말하지 못했다.
허심탄회한 이야기도 할 수 없었고.
특별한 직이 없다고 하더라도 나혜인 또한 강한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구원자고 따라서 많은 사람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실 그리 평탄한 만남은 아니다.
내가 나혜인의 거처에 향했고 그녀와 대화를 가졌다는 건 지금, 이 순간 제주 위원회 쪽에 훤히 알려졌을 것이다.
이로 인해 나, 어쩌면 나혜인에게도 불이익이 갈 수 있다는 건 알지만 그럼에도 나는 우민희를 지키고 싶다.
우민희는 나의 소중한 후배이기도 하지만, 나혜인에겐 더욱 더 소중한 후배일 테니.
“민, 민희를?”
대뜸 이야기를 꺼내자 나혜인은 적잖이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납득한 듯 조금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 그거 때문에 왔구나······.”
“그게 가장 급하잖아.”
“그렇긴 한데.”
뭔가 다른 걸 기대한 건가.
그런 느낌이 물씬 들지만 지금 중요한 건 우민희다.
“이대로 우민희는 콩밥을 먹게 될 거야. 콩밥 먹으면 다행이지. 험한 꼴을 보게 될 거야.”
“험한 꼴?”
모르면서 묻는 건가.
굳이 입 밖에 낼 이야기는 아니지만 경각심을 심어주는 차원에서 내 생각의 일부를 그녀에게 전했다.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교수형 같은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겠지.”
“그건 아닐꺼야.”
나혜인이 쓸쓸히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아니라니?”
살짝 언성이 높아졌다.
그럴 리가 없지만 나혜인이 제주 위원회와 한 패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부쩍 들었기 때문이다.
불안한 침묵 속에서 나혜인이 바다를 응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한민. 그 인간은 민희를 전장에 보내고 싶어 할 거야.”
“······강한민이?”
사람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려는 습성이 있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평범한 사람의 정신을 갖고 있다는 건 나이를 먹으면서 여실히 느끼는 바다.
처음 내가 의심한 건 강한민이었다.
그의 술수가 이 배경에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고의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믿고 싶었다.
강한민이 내게 보여준, 그 증오의 불꽃이 진짜라고 믿고 싶었다.
어쩔 수가 없다.
현재 우리 인류, 적어도 한반도 안에서 균열을 끝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힘과 능력, 의지를 가진 건 강한민 뿐이니까.
하지만 나는 또한 알고 있다.
같은 불꽃을 지녔다고 해도 그 색깔은 결코 같지 않다는 걸.
마그네슘이 불꽃에 반응해 하얀색의 불꽃을 내는 반면, 수은은 빨간색의 붉은 불꽃을 방출한다.
강한민의 불꽃은 내 것과 달리 어둡고 더러는 소름 끼치는 빛을 갖고 있을 것이다.
“······.”
그가 말한 아담과 이브는 무엇일까.
입자라는 정보가 모여드는 곳에서 그는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구상의 측면에서 그가 나보다 한 발 더 앞선 건 사실이다.
내가 서울에 남아 보려는 것도 그가 내디딜 일보를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일보가 처음부터 이렇게 추악하고 어두운 것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나혜인을 보았다.
그녀는 제주에서 보였던 만연한 체념 같은 걸 얼굴 전체에 드리우고 있었다.
그녀가 지쳤다는 건 알고 있다.
어떤 일을 겪었는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도 있다.
“민희, 안 도와 줄거냐?”
그녀에게 물었다.
나혜인이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렸다.
마치 왜냐고 묻는 듯한 표정마저 짓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내게 질문을 던졌다.
“박규. 네가 왜 그렇게 민희를 챙겨? 네 직속 후배도 아니잖아? 그리 사이가 좋았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로 사귄 적도······.”
피식 웃었다.
“인터넷 친구니까.”
나혜인의 눈동자에 의문 부호가 떠오르는 게 보인다.
“······인터넷 친구?”
고개를 끄덕였다.
“미니 괄호 열고 20세 괄호 닫고와 꿈많은 소년 엄창이는 환상의 짝꿍이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서는 더는 얻을 게 없다.
나혜인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나서기엔 이미 그녀는 몸도 마음도 한계에 놓여 있다.
오히려 그녀에게 사과를 해야 할 지경이다.
“미안.”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네 덕분에 도시를 지켰는데도 감사 인사가 늦었지?”
“······프로페서.”
“누가 뭐래도 나는 네가 강한민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엄지를 세워 보이며 그녀의 콜사인을 말했다.
“알파 원.”
나혜인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미 그녀는 역할을 다했다.
그녀는 내게 영감을 주었다.
“······.”
타닥타닥
[ 닉네임을 Dr.Emiless에서 UmChang으로 변경하겠습니까? ]딸깍
[ 닉네임 변경이 완료됐습니다. ]슬슬 시작해 볼까?
“······.”
타닥타닥
UmChang : 민희 공주를 석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