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445)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445화(445/466)
445 177. 숭배 (2)
“?”
이게 나라고?
SKELTON(A.I) : (스켈톤 안부) 당신의 어머니는 평안하십니까?
이게 정녕 나라고?
“아니, 이게 뭐지? 설마 이게 인사?”
천영재의 푸념을 무시하고 기다려 보았다.
옛날 매크로식 엉터리 인공지능이라면 모를까, 최신 인공지능 학습형 A.I라면 어떤 식으로든지 대화를 이어 나갈 것이다.
내 예상이 맞았다.
A.I가 곧 새로운 메시지를 보내왔다.
SKELTON(A.I) : (스켈톤 비트박스) 북치기박치기 능금!
“?”
SKELTON(A.I) : (스켈톤) ?
“아니. 뭐야. 시작부터 고장?”
천영재가 다시 경악했다.
필크럼을 보았다.
“이거, 그쪽이 할 때도 이러던가요?”
필크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몇 번을 시도해 봤는데 항상 이런 식이었죠.”
“흠. 그런가요?”
이 가짜 스켈톤이 엉터리라는 건 이미 파악했지만 그래도 내 닉네임을 건 녀석이다.
뭐라도 대화를 해보는 게 좋겠지.
“······.”
타닥타닥
미니(20세) : 와~ 진짜 스켈톤님이세요?!
SKELTON(A.I) : (스켈톤 긍정)
미니(20세) : 스켈톤님 지금 뭐하세요?
SKELTON(A.I) : (스켈톤의 비트박스)
“아니, 이 새끼 왜 사람 말을 안 해.”
보고 있던 천영재가 한마디를 했다.
“영재야.”
“왜?”
“아무리 A.I라고 해도 내 닉네임 걸었잖아.”
“오케이.”
천영재를 진정시키고 필크럼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건 절대 제 모습이 아닙니다.”
필크럼 뒤에 팔짱을 끼고 서 있던 우민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으며 날 흘겨보지만 무시하고 다시 컴퓨터로 시선을 옮겼다.
단순하게 대화를 해보자.
폭스게임이 만든 엉터리 대화 알고리즘도 반응할 수 있는 말로.
뭐가 좋을까.
아, 이게 좋겠군.
미니(20세) : 스켈톤님 진짜 너무 멋있어요!
SKELTON(A.I) : (스켈톤 의기양양)
미니(20세) : 스켈톤님 지금 뭐하세요?
SKELTON(A.I) : (스켈톤 야동검색 중)
“?”
SKELTON(A.I) : (스켈톤 눈 번쩍) 오우 미니~
미니(20세) : ?
SKELTON(A.I) : 미니 여자야? 스무 살?
SKELTON(A.I) : 내가 낳냐? 네가 낫냐?
미니(20세) : ?
SKELTON(A.I) : (스켈톤 탈의)
SKELTON(A.I) : (스켈톤 탁탁)
SKELTON(A.I) : 오우~ 예~
SKELTON(A.I) : 내가낳!
[ 스켈톤 A.I와의 채팅을 종료하시겠습니까? ]급하게 대화를 종료한 후 대화방 화면 상단 구석에 선명하게 새겨진 “Foxgames presents”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보란 듯이 폭스게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거 만든 사람이 저와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그, 그런가요?”
필크럼이 충격을 받은 얼굴로 묻는다.
“저도 워낙 이 채팅 프로그램이 이상해서 폭스게임님을 검색해 봤는데 꽤 평판이 좋은 거 같던데요? 게임 하나 억지로 문 닫은 거 빼면 말이죠.”
“아닙니다. 아주 나쁜 놈입니다.”
일말의 흔들림도 없이 말했다.
“애들 코 묻은 돈도 아니고 아저씨들 인생이 묻은 돈을 강탈하며 먹고 산 게임 회사 중역입니다.”
“그렇습니까?”
“네. 저 친구가 인터넷에는 갖은 성인군자 짓 하며 착한 놈 코스프레 하는데 제가 직접 만나봤는데 정말로 표리부동한 인간이죠.”
우민희를 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우민희라기보다는 기자양반을 기대하며 한 몸짓이다.
기자양반은 내 기대에 부응했다.
“폭스게임. 좀 그런 게 있긴 해. 사람이 간사하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 높은 자리에 올랐겠지?”
고개를 끄덕이며 보충했다.
“그 친구가 저한테 부탁한 게 많죠. 제가 이번 라이브로 유명세를 얻은 이후에 메시지를 잔뜩 보냈죠. 하나 같이 청탁을 요구하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방공호에 혼자 사는데 슬슬 한계에 이르렀죠.”
“아, 그거 때문에 앙심을 품어서 저런 프로그램을?”
“그렇습니다.”
틀림없다.
폭스게임은 그런 놈이다.
틀림없이 저 채팅 프로그램도 나를 음해하기 위해 만든 것이겠지.
존내논도 이런 기분이었겠지.
남들보다 좀 더 인기가 많고 잘나갔을 뿐인데 같이 지내던 녀석들은 그런 걸 참지 못한다.
“음, 그럼 어떻게 해야 인터넷 상의 스켈톤님을 구현할 수 있을지. 아시다시피 캡틴 엠구라는 분이 올린······.”
“그 친구도 저한테 질투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원래는 안 그랬는데 제가 그 친구보다 더 유명해지니 질투심에 눈이 멀어 음해를 시작한 거죠.”
“그렇군요.”
“네. 그렇습니다.”
필크럼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곧 그의 얼굴에 난색이 떠올랐다.
“아.”
“문제라도 있나요?”
“스켈톤님. 그러고 보니 참 인터넷에서 음해를 많이 당하는 거 같아서요.”
“온갖 음해에 시달렸습니다.”
“그렇겠죠.”
“또 누가 저를 음해했습니까?”
“동탄맘이라는 네임드······.”
“동탄맘!”
백승현 이 새끼가?!
“스켈톤님?!”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흥분을 했나 보군요.”
옆에 있던 우민희가 깔깔 웃으며 한마디 한다.
“선배 이렇게 흥분하는 거 나 살면서 처음 봐.”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
내가 리빙 레전드, 게시판의 태양이 된 건 좋지만 그만큼 나를 음해하는 세력 또한 활개 치고 있다.
정신적 데미지를 받지 않기 위해 최근은 스켈톤에 관한 검색을 자제했었다.
실제로 검색도 안 된다.
스켈톤이라는 고유 명사 자체가 현재 시점으로는 검색 불가 단어다.
“아무튼, 현시점에서 스켈톤님에 관한 정보를 찾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상한 밈까지 붙어서······.”
“밈?”
“인터넷 유행어 같은 겁니다.”
“어떤 밈입니까?”
“아, 그건 나중에 직접 보시는 게 나을 거 같네요.”
어째 필크럼이 시선을 피한다.
좋은 밈은 아니겠지.
크게 중요한 건 아니다.
게다가 실존인물을 묘사하는 작품엔 이례적인 생략과 개변이 있기 마련이다.
실제 나를 그대로 대입하는 것도 좋지만 필크럼이 하려는 건 전기적인 작품이다.
조금은 스테레오 타입 같은 것도 희망이라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필크럼이 창조할 “스켈톤”의 성격을 주문했다.
“선량하고 정의롭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상식인 포지션입니다. 적절하게 농담도 하고 인터넷 친구도 많죠. 그런데 조금은 엉뚱한 점도 있는? 아, 그리고 비트박스에 일가견이 있죠.”
우민희가 옆에서 뭔가 구시렁거리지만 나 정도 되는 사람은 듣기 싫은 말을 자체 음소거 하는 능력이 있다.
그렇게 요구사항을 말한 후 필크럼과 최종적으로 신작 “스켈톤 사가(가제)”의 제작에 합의했다.
계약서도 없는, 오로지 서로에 대한 신뢰만으로 합의한 그런 계약이다.
로마 시대 이후 시민의 불만을 무마하는데 빵과 서커스가 쓰였다.
당연히 필크럼 같은 실력파 작가가 스켈톤이라는 가장 뜨거운 소재를 써서 만들려는 작품은 인기 없는 제주 정부가 시민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서커스가 되겠지.
필크럼이 요구한 지원 사항을 제출할 때 나는 이 귀찮은 서류 작업이 큰 의미가 없는 요식행위라고 생각했었다.
전혀 아니었다.
*
–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박규 대장님이 요청하신 “컨텐츠 제작(가제)의 건”은 심의 결과 실행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되어 반려를 하려 합니다.
“스켈톤 사가” 제작 계획이 보기 좋게 반려 당했다.
담당자를 찾아보았다.
김이근 과장이라는 사람이 담당자였다.
“박규입니다.”
전화를 해서 이 문제에 관해 논의해보았다.
개인적으로는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게좋게 넘어가고 있지만 지금 내가 제주 쪽의 견제를 받는 건 엄연한 사실이고 아무 직무도 직책도 없이 꿔다놓은 보릿자루 마냥 사무실 뒤편에 자리 잡은 노인네 취급을 받는 것도 사실이니까.
필요에 의해 참았을 뿐이다.
내가 일선에 설 마음이 있었다면 이미 정부 쪽과 몇번이고 싸움박질을 하고 어쩌면 조직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정이 있는데도 내 작은 부탁 하나도 이렇게 쉽게 반려하는 건 비단 웹툰 제작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있어 내 처우에 관해 심대한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정치질은 좋아하지 않지만 감각은 있다.
강하게 나가야 한다.
“누가 지시했어요?”
담당자라는 사람에게 냉담하게 물었다.
“제가 담당자입니다.”
“그쪽이 결정했습니까?”
“네.”
쉽게 말하는 거 보니, 이런 일개 행정 관료조차 나를 우습게 보는 것 같다.
“알겠습니다.”
인간, 특히 관료 조직과 싸우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들과 대립에서 물러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건 장기영에게 물려받은 몇 안 되는 기질 중 하나다.
“세상에 잘나가던 조직이나 회사들은 결국 펜대만 굴리는 놈들이 망치는 경우가 잦지. 펜대 굴리는 놈이 과거에 일선에 있었다고 해도 현재 시점에서 사무실 출퇴근하는 놈이라면 똑같은 놈이야. 현장과 펜대는 달라. 절대 사무실의 펜대가 마음대로 하게 해서는 안 돼.”
당장 문화창작과라는 부서를 찾아갔다.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부터 곳곳에 설치 된 카메라와 곳곳에 심어 둔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다.
그렇다.
나는 감시받고 있다.
이러한 감시는 오히려 내게 자신감을 준다.
감시망이 촘촘할수록 제주 쪽에서 나를 의식한다는 이야기니.
그 말은 나에게 충분한 협상력이 있다는 말과 통한다.
“누가 김이근 과장이라는 사람입니까?”
그다지 내세울 만한 사항은 아니지만 우리 헌터들은 일반인보다 뛰어난 신체 조건, 특히 전투력을 가진다.
복싱 룰이나 격투기 룰, 맨손 격투 같은 경우에는 우리보다 강한 사람도 있겠지만 무기를 들고 싸우는 곳에서 우리를 이길 사람은 훈련된 군인 정도가 아니면 찾기 어렵다.
물론 일반인 같은 경우는 우리의 적수가 될 수 없다.
세상이 아무리 전문화되고 문명화되었다고 하지만 눈앞의 주먹은 여전히 설득력을 가진다.
상황은 간단하다.
어떤 사안에 잡음이 생겼고 그 결과 자기 앞에 자신을 물리적으로 가볍게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화를 낸 채, 아니면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바로 앞에 떡 버티고 섰다고 가정해 보자.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것도 나름의 명성과 상층부의 견제를 받는 자라면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직접 찾아가서 김이근 과장이라는 사람을 보았다.
나와 비슷한 나이에 크게 고생이란 걸 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 남자가 책상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제가 김이근 과장입니다만?”
그런데 이 친구.
관상을 보니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리 나이대 특유의 세상 전부 굴러가는 거 다 알고 무서울 게 없다는 무지한 얼굴을 하고 있다.
저급 프린터 용지로 뽑은 반려 문서를 그 사람에게 내밀었다.
“아까 통화한 박규라는 사람입니다.”
“아까 분명히 통화로 안 된다고 통보하지 않았습니까?”
역시, 관상대로다.
대뜸 불쾌감을 표하며 언성을 높인다.
아마 기 싸움에서 지지않으려는 포석이겠지.
“설명이 불충분하니까 찾아온 게 아닙니까?”
“설명이라면 충분히 드린 것 같습니다.”
“왜 안 되는지 다시 한번 설명해 주세요.”
“설명요?”
“제가 납득할 만한 사유를 대줬으면 합니다.”
“그게 예산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서······.”
확실히 이 친구 만만치 않다.
뺀질뺀질한 관상은 둘째치고서라도 바로 앞에 헌터가 있는데도 여유는 물론이고 아예 이쪽을 얕잡아 보고 있다.
어쩌면 어웨이큰 나리들을 하도 상대해서 우리 올드스쿨 헌터들이 우습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감정이 서서히 날카롭게 갈리는 걸 느끼며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 말씀은 예산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저도 지금 있는 803호에서 방을 빼서 쫓겨날 수도 있다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그 건과 이 건은 별개죠.”
“상급자가 누굽니까?”
“상급자는 왜 찾으시죠?”
“그쪽하고 이야기해 봐야 결론이 안 날 거 같아서요.”
“제가 결정권자입니다만?”
사내가 뻔뻔하게 말했다.
담담하게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예산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래서 그 사람에게 말해서 예산을 늘려보려고요.”
“하하······.그쪽이 예산을 받는다고 해서 제가 그쪽 안에 그 예산을 투입한다는 보장이 없잖습니까?”
장기영은 펜대와 싸울 때 무력행사를 쓰지 말 걸 주문했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다.
그가 말했다.
“사무실 애들이 선을 넘으면 그때는 너희들도 선을 넘어라. 명심해라. 선 넘는 건 너희들이 훨씬 쉽고 또 잘할 수 있다.”
실실 웃으면서 말하는 본새를 보니 실력행사를 할 수밖에 없겠다.
“······.”
대화는 무의미하다.
뭐랄까, 이 상황을 예견하고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친구가 예상하지 못한 수를 써주는 수밖에.
사내의 멱살을 잡았다.
꽈악-
사무실에 앉아 있던 사내가 순무처럼 뽑히며 끌려 나왔다.
우리 헌터가 일반인이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웨이큰과의 비교.
한때 우리 헌터는 인간 중에서 가장 강한 분류군에 속한 존재였다.
억센 손에 잡힌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날 쳐다보는 사내를 향해 똑바로 말했다.
“말, 가려 가면서 하세요.”
사내가 부릅뜬 눈으로 날 쳐다본다.
다시 말했다.
“이해가 안 돼요?”
대답 여하에 따라 더 큰 물리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 친구 대답에 달렸다.
눈치가 없지는 않은 모양인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내팽개치듯이 밀어버린 후 주위를 둘러보았다.
영양 상태 좋은, 허여멀건한 얼굴들이 날 쳐다본다.
한반도에 남겨진 사람들이 저마다 비참하고 끔찍한 운명 속에서 고통받고 죽어가는 가운데 이놈들은 제주에서 안락하고 편안하게 하루하루를 보냈겠지.
놈들을 노려보며 똑똑히 말했다.
“······여러분이 저를 개좆으로 보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한 번 뿌릴 똥은 갖고 있습니다.”
다시 힘주어 말했다.
“어떻게 할까요? 여기다 뿌릴까요?”
찬물을 끼얹은 듯 장내가 숙연해졌다.
대체로 나이대가 젊지만 그나마 나이가 있는 쪽이 김이근 쪽에게 무언으로 눈치를 줬다.
그제야 김이근이라는 사내가 눈치를 보며 주섬주섬 휴대폰을 꺼냈다.
잠시 후.
삐이이이이—
휴대폰이 울린다.
모르는 번호다.
전화를 받았다.
“박규 대장님 안녕하세요?”
처음 듣는, 아니 들은 적이 있는 여자 목소리.
그래, 그 자궁인지 뭔지 흉내 낸 강한민의 기괴한 방으로 날 안내한 이상한 여자의 목소리다.
“저, 기억하시죠?”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강한민의 궁전에 흐르던 기괴하고 기묘한 분위기가 꿈에서 본 것처럼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한 풍경들은 이윽고 종교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수렴했다.
“······네.”
어렴풋이나마 이유를 알 것 같다.
왜 이 친구들이 필크럼의 웹툰 제작을 반려했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