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454)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454화(454/466)
454 181. 배우 (1)
강한민에게 답장이 왔다.
익명6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미안! 요즘 추진하고 있는 계획이 있어서 말이야. 답신이 늦었네! 조금만 더 하면 마무리가 되거든? 조금만 더 기다려 줘! 준비되면 사람을 보낼게!
익명68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추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줘. 뭐든 좋아. 안 되는 거 빼고!
먹고 싶은 거야 많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연락이 닿았다는 거겠지.
요즘 서울 돌아가는 꼬락서니는 정말이지 전쟁 전 사람들이 앓던 정치적 무관심이라는 질병이 왜 만연했는지를 실감 나게 한다.
모든 것이 개판이고 아비규환이다.
인터넷으로 세상 이치를 깨친 천영재 선생의 말씀에 따르면 후진국에서는 정치인들이 그런 추한 짓을 집단으로 저질러 국민으로부터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하게 하는 것도 장기 집권을 위한 전략이라고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난 그저 강한민의 진의를 듣고 빠르게 이 도시를 나오고 싶을 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내가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도울 것이고.
디펜더 남매라든지, 우민희라든지, 그리고 나의 옛 팀원들이라든지.
아무튼, 내가 요즘 주목하는 건 현실이 아닌 게시판이다.
제주에서 서울로 돌아온 사람 중엔 과거 연예인이라 불리던 특수한 계층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서울에 남겨진 비주류와 다르게 제주 정부에서도 인정받은 1류의 연예인으로 비행기를 타고 제주라는 낙원에 가는 영광에 누린 사람들이다.
하지만 당장 내일을 보장하기 어려운 현재 시점에 그들에게 관심 쏟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모든 직종이 그렇지만 연예인이라는 필연적으로 인기를 먹고 살아야 하는 존재들에겐 유통기한이 있다.
인기가 없는 연예인은 일반인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여기 과거 탑스타라 불리던 한 사내가 있었다.
제주에서 데리고 갈 정도로 유명세와 인기가 있었고 제주에서도 홍보 영상을 여러 편 찍었다고 한다.
서울로 돌아온 후 그는 다른 연예인과 마찬가지로 제주 정부에게 버림받았고 평범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살아가는 운명을 강요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운명이 무정하게 돌아가는 공장 기계나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구슬땀이나 흘리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살기 위해, 그는 자신만의 방식을 모색했다.
네크로폴리스 기반의 비바! 아포칼립스!, 그에 수반하는 잡다한 서비스는 그가 찾은 활로 중 하나였다.
아래는 그 사람이 게시글을 올린 흔적이다.
신상진_the_actor : 왕년의 탑스타 신상진! 퍼세식 똥퍼기에 도전하다!
신상진_the_actor : “파르티잔”의 주연 배우 신상진! 바퀴벌레 요리 먹기에 도전하다!
신상진_the_actor : 세계구급 걸그룹 귀리즈의 정예진과 염문을 뿌렸던 배우 신상진,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
기시감이 느껴지는 풍경.
아마 그 모습은 함께 모니터를 지켜보던 홍다정이 가장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말을 들어보도록 하자.
“옛날에 잘 나갔던 퇴물들이 떼 지어 유튜브에 기어 오던 장면이 떠오르네.”
그녀가 피식 웃었다.
“그런데 예전처럼은 잘 안될 거야. 알다시피 우리 게시판은 수익 창출도 안 되고 광고를 받을 수도 없어. 알량한 인기, 조회 수야 얻을 수 있겠지만 이제 저 사람 누가 기억이나 할까? 게다가 사십 대 중반이잖아? 관리를 아무리 열심해도 티가 나지.”
홍다정이 내게 다른 게시글을 보여주었다.
“이건.”
제목을 보자.
블루체리 : 오늘 좀 덥네
단순한 인터넷 일기장이다.
클릭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무가치한 글이다.
자매품으로 지듣노(지금 듣는 노래) 따위가 있겠다.
하지만 그 글엔 댓글이 많이 달렸고 추천 수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글을 클릭하면 답이 나온다.
“······흠.”
여자다.
눈 아랫부분만을 드러냈지만 얼굴 형태를 보아 부정할 수 없는 미녀일뿐더러 그 아래 살짝 가슴골을 드러낸 복장은 노골적인 섹스 어필을 하고 있었다.
“인터넷 창녀잖아.”
천영재가 퉁명스레 말했다.
그와 디펜더 남매는 아직 완벽하게 화해한 건 아니다.
다만 여기가 우리의 사무실인 803호고 상당한 시간이 지났으며 나라는 매개가 있으면 그럭저럭 한자리에 있어도 될 정도로 관계가 “자연회복”됐다.
예전처럼 돌아가려면 당사자끼리 합의를 해야겠지만 당분간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천영재의 거친 말을 들은 다정이가 디펜더를 보며 인상을 쓰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을 보였다.
확실히 천영재가 인터넷 하수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터넷으로 세상을 배웠다지만 편견으로 가득 찬 배움에 무슨 탐구나 본질이 있을까.
“아니. 왜? 맞잖아? 그 뭐냐? 별창? 그런 거 아니냐?”
똑똑한 친구지만 인터넷을 보고 내뱉는 말을 듣고 있노라면 나조차 한숨이 절로 나온다.
홍다정은 천영재를 완벽하게 무시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 여자,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글쎄.”
나는 TV와 영화를 비롯한 대중 매체를 전혀 접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즐겨보던 것은 비트박스 영상 정도.
뭐, 전쟁 후에는 이거저거 섭렵했지만 여전히 내가 관심 없는 부분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많다.
그런데 내가 모르는 걸 천영재는 알고 있다.
“어? 현서라아니야?”
그가 홍다정을 보았지만 홍다정은 그의 시선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천영재가 날 보았다.
“현서라 맞지?”
“잘 모르겠는데.”
“아니, 그. 뭐야. 그 천만 관객 찍은 우중가 주연이잖아.”
“그래?”
홍다정을 보았다.
그제야 그녀가 얕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영화 나온 여자 맞아. 저기 눈가 옆에 점 보이지? 민소매 티 안에 보란듯이 드러낸 가슴골에 나온 점도 그렇고.”
잘은 모르겠지만 왕년에 잘 나갔던 스타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하고 있는 짓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천영재가 내뱉은 망언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저런 걸로 경제적 이득을 얻는 모양이지?”
홍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멜론 마스크. 그 자식이 계정 풀어버리면서 개나소나 계정 갖게 됐잖아?”
홍다정이 천영재를 불쑥 노려봤다.
천영재가 시선을 느끼고 항의하는 표정으로 마주 보자 그녀는 빠르게 시선을 돌려버렸다.
여담이지만 천영재도 계정을 팠다.
[ 훈남영재(여친모집중) ]이 투명할 정도로 의도가 비치는 닉네임이 천영재의 계정이다.
홍다정이 얼마나 뒷담화를 했는지 모른다.
아무튼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홍다정은 멜론 마스크가 풀어 놓은 인터넷의 어둠에 관해 이야기했다.
“······개나 소나 계정을 판 결과, 개나 소나 메시지 보낼 수 있게 됐잖아? 그게 뭘 의미하겠어?”
“······.”
뭘 하는지 알 것 같다.
그러니까 홍다정이 하려는 말은 우리의 성스러운 게시판이 이제는 매춘의 수단이 됐다는 이야기다.
메시지라는 은밀한 통신 수단이 생긴 이상, 추악한 거래를 하는 건 예전보다 훨씬 더 편리해졌다는 이야기니까.
통탄을 금할 수 없지만 홍다정은 담담하게 더 짙은 어둠을 보여줬다.
처음에 우리가 지켜본 바로 그 배우다.
“보다시피 현서라 같은 예쁜 애들은 몸 조금만 까도 저렇게 관심을 받는데 저 신상진이라는 사람은 갖가지 이상한 짓을 해도 댓글 하나 안 달리잖아? 예전에 누구 떠오르지 않아?”
잠자코 있던 디펜더가 아! 하는 탄성을 내뱉었다.
“흠.”
그런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탑스타는 아니고 어중간한 코미디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먹고 살 방법이 어려워지자 페일넷을 통해 게시판에 접속,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보려 했지만 그의 결말이 어땠던가.
“좀 하다 말겠지.”
그 불운한 사내가 죽었던 때와 다르게 한파가 덮치지도 않았고 정치가 혼란해도 최소한의 배급 체계는 돌아가고 있다.
살 의지만 있다면 그 불운한 코미디언처럼 죽음을 통해 웃기려는 짓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
게다가 죽을 용기라는 건 엄밀히 말하자면 주변에 존재한 위험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주변 상황이 지랄 맞을수록 죽을 용기가 강해지지만 주변이 평온하고 무탈하면 죽을 용기라는 게 좀처럼 쉽게 우러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신상진이라는 배우를 우습게 본 모양이다.
우리가 잡다한 이야기를 하는 와중 신상진이 새 글을 올렸다.
신상진_the_actor : 헐리우드 제작 “헌터 VS 몬스터”의 비중 있는 조연 신상진! 몬스터 캡슐 개봉에 도전하다!
서둘러 글을 보았다.
“······.”
이 친구. 캡슐을 까려 한다.
*
네메시스 전 이후 서울 주변의 몬스터는 일소했고 몬스터 장악 지대도 점진적으로 제거하고 있다.
현재는 회백색으로 물들었던 강북 전역에 총천연색이 돌아올 정도로 상황이 호전됐다.
김병철의 뒤를 이어 군대를 지휘하는 곽상훈 중장의 말에 의하면 그는 서울 외곽 전체를 탈환한 후, 대 침식 방어선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아무튼, 이렇게 침식의 위협에서 벗어난 현재 상태에서 도시에 캡슐이 발견됐다는 건 상당한 비상사태다.
우리가 캡슐이라고 부르는 소형종 몬스터 전이 장치 – 아마 이쪽이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 는 아무 맥락없이 나타나지 않는다.
캡슐은 주변에 소형종 – 침투형이 장악한 침식 지대가 있거나 아니면 주변 지역이 침식됐거나, 그것도 아니면 최근에 주변에서 대량의 몬스터가 섬멸당해 빛의 입자로 화했는가 등의 조건 하에서 나타난다.
침식 지대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후방에 캡슐이 나타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당장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멜론 마스크의 우주 방공호 안에도 캡슐이 나타나야겠지.
나타났으면 한다.
아무튼 모든 일엔 예외가 있다.
상기 열거한 사유 이외에도 캡슐이 느닷없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건 바로 인간이 직접 옮기는 것이다.
과거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긴 하지만 캡슐 옮기기라는 건 정말로 운의 영역이라 운만 맞아 떨어진다면 헌터 출신이 아닌 사람도 죽을 용기만 있다면 충분히 옮길 수 있는 물건이다.
내가 볼 때 신상진이 게시글에 공개한 캡슐도 그렇게 가져온 게 아닐까 추측된다.
그 신상진을 찾아간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디펜더의 도움을 얻어 신상진의 자택을 알아냈고 문을 두드렸다.
왕년의 탑스타는 13평형짜리 국민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신상진 기준으로는 좁은 집일 수도 있겠지만 13평형 사이즈 국민주택은 최소 부부 이상 가족 구성원을 가진 사람들에게나 지급되는 물건이다.
홍다정이 파악하기로 신상진은 독신이었으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름의 특혜를 받았다는 소리다.
“계십니까?”
험상궂은 디펜더의 팀원들이 문을 두드렸다.
마다했지만 디펜더가 고집해서 데리고 갔다.
실제로 그들과 함께 다니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피하는 게 느껴졌다.
알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내가 할 수 있지만 하기 싫은 일을 기꺼이 해준다는 걸.
“계시냐고요!”
쾅! 쾅! 쾅!
그들이 거칠게 문을 개방했다.
문이 열리고 수척한, 그러나 여전히 준수한 외모의 사내가 문 너머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누구세요?”
“알 거 없으시고.”
디펜더의 부하들이 신상진을 밀쳤다.
“아니 사람을 왜 밀어요?”
신상진이 대들자,
철컥
사내들이 권총을 들이댄다.
신상진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굳은 얼굴로 비켜섰다.
디펜더의 표정을 보았다.
무표정.
아마도 이러한 장면이 그에겐 일상이겠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건 아마도 이런 것이리라.
“팀장. 여기 캡슐 없는뎁쇼?”
집안을 수색한 디펜더의 팀원들이 말했다.
디펜더가 날 보았다.
고개를 끄덕이고 신상진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신상진이 날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잘 모른다는 얼굴.
모를 수밖에 없겠지.
내 신상정보는 나와 제주 정부가 아마 유일무이하게 뜻이 합치한 정보니까.
“정부 소속 헌터입니다.”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신상진의 얼굴에 불쾌감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인터넷을 보니 캡슐을 가지고 계시던데.”
“맞아요.”
신상진이 순순히 수긍했다.
이 상황에 겁을 집어먹긴 했지만 공포에 질려서 한 실토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궁색하지만 나름의 자존심이 준수한 얼굴 저변에 흐르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그에게 물었다.
“캡슐이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아시죠?”
신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압니다. 알아요.”
“그런데 왜 그런 걸 가지고 위험한 일을 하십니까?”
옆에 있던 디펜더의 팀원들이 빈정거린다.
“나이도 사십 줄이신 양반이.”
“먹고 살게 없나 보지. 이제는 아무도 안 불러 주잖아?”
“저래서 처자식을 가져야 하는 거야. 지킬 게 없는 남자는 딱히 삶에 미련을 두지 않거든.”
디펜더에게 눈치를 줘서 모두를 내보내게 했다.
신상진의 집안엔 이제 나와 신상진만이 남았다.
디펜더는 남을 수도 있었지만 내 인터넷 친구답게 내 마음을 알고 자기까지 자리를 비켜주었다.
신상진이 자리에 앉았다.
집에 의자가 없기에 구들장 같은 곳에 엉덩이를 걸쳐 앉을 뿐이었다.
그가 담배를 찾는 듯 안주머니를 뒤적거려 보지만 나온 건 먼지가 전부였다.
한숨을 내쉬며 그가 날 보았다.
사십대 중반 남성의 눈동자가 저렇게까지 충혈이나 변색된 흔적 없이 하얀색의 수정체를 유지하는 건 본 적이 없다.
얼굴은 비록 고초와 고생의 흔적으로 삭은 흔적이 있지만 배우의 혼을 내비친다는 거울인 눈동자는 여전히 전성기의 맑음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퍽이나 잘 관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는 것과 별개로 우리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러한 관리가 생활의 일부가 되었을 것이다.
“······인터넷 보고 오셨다고 했죠?”
비바! 아포칼립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 게시판을 인터넷이라고 부른다.
자부심 높은 올드비라면 그 자리에서 잘못된 생각을 고쳐줘야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진 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올린 글, 다 보셨겠네요?”
“네.”
“어떤가요?”
그가 물었다.
소감을 묻는 것처럼 보인다.
최대한 기분이 나쁘지 않을 표현을 골라서 답했다.
“참 열심히 사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신상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요. 열심히 살죠. 진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전성기 스케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전력으로 부딪친다는 점에서는 초년기보다 더 열성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시계를 보았다.
이야기를 들어주는데 3분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 이후 캡슐의 위치를 물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죠. 그쪽과 그쪽이 데리고 온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뭔가 물질적인 게 필요해서 이러는 건 아니에요.”
“인기······ 말씀입니까?”
신상진의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갔다.
“인기라······.”
그가 음미하듯 그 단어를 속으로 되뇌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느낌입니다.”
말할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신상진 본인도 자신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 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내가 일방적으로 마음 속으로 그은 3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얕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캡슐 같은 위험한 걸로 장난치는 건 그다지 현명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캡슐이 잘못되면 주변에 피해를 끼칠 수도 있죠.”
신상진의 눈이 반짝였다.
그 눈을 본 순간 나는 그가 내 말을 듣지 않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무대에 남는 거죠.”
묘한 희열이 느껴지는 눈동자로 허공을 노려보며 신상진이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