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459)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459화(459/466)
459 184. 조우 (1)
최근 개나 소나 게시판에 가입함에 따라 말도 안 되는 글들이 올라오고 그런 것들이 공감을 얻는 걸 본다.
현재 인기 글 상단을 차지한 이른바, 커뮤니티 회의론만 하더라도 그렇다.
당장 글 몇 개를 살펴보도록 하자.
쭈꾸미붉닭의추억 : 학창시절 커뮤로 인생 배우면 불행해지는 이유
– 애당초 거기 모인 애들이 다 삐뚤어진 애들이고 삐뚤어진 애들이 삐뚤어진 의견만 내니 그게 맞는 말처럼 들리는데 그런 곳에 있다 보면 평범하게 살면서 느낄 수 있는 행복 다 자기 발로 걷어차게 돼서 나 빼고 다 바보처럼 보이고 사회에 대한 불신만 생긴 채 인생 한 방만 노리다 나이만 먹고 불러주는 곳도 없어서 백수 됨.
“······.”
정말 아무 알맹이도 없는, 단 한 번도 전력으로 뭔가를 해본 적이 없는 나약한 인간의 웅얼거림이다.
하지만 이 인기 글은 글 내용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게시판에 올리는 글은 본문에 더하여 댓글, 추천, 그리고 그러한 댓글의 온도, 내용을 두루 평가해야 한다.
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엔 이상할 정도로 많은 옹호글과 추천이 달렸다.
굼벵이만쥬 : ㅁㅈㅁㅈ
Criopod8 : ㄹㅇ 커뮤가 히키코모리 대량 양산했지
8사단-김영한중사 : 세상은 랜선으로 연결될 때부터 불행해졌어.
ㅋㅌㅊ : 전쟁이 안 났어도 커뮤 때문에 이 나라는 망했을 거야.
헤르메스클럽 : 전쟁 전만 하더라도 커뮤하는 새끼들 인간으로 안 봤는데 말이야. 내가 이딴 거 할 거라고 5년 전엔 꿈에나 꿨겠어?
…
…
이러한 흐름에 나를 비롯한 게시판 유저들이 상처받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심지어.
Iamjesus : ?
심지어 전설의 광인 아이엠지저스마저도 발작 버튼을 눌렸다.
하지만 현재 게시판에서 아이엠지저스는 듣보잡이다.
아무도 그를 기억해주지 않는다.
일부 게시판 유저가 그를 기억하고 아는 체를 하지만 찻잔 속의 태풍이다.
멜론 마스크발 유입 종자들에겐 선배들에 대한 일말의 존경심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들도 그들을 돕지 않는다.
피팅모델희야 : 당장의 만남을 원해요
게시판 올드비들이 이런 글을 본다면 우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심지어 치매나 침식 지대에서 미쳐버린 친구들도 “선비”라는 닉네임을 떠올릴 것이다.
너무 뻔하고 또 투명한 글이다.
아마 글 본문엔 여성임을 암시하는 사진과 도움을 바라는 글이 적혀 있을 것이고 그 도움을 바라는 주소엔 각목을 가다듬고 있을 험상궂은 사내들이 흉악한 범죄 모의를 하고 있을 것이다.
서울 시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살인까진 가지 않겠지만 글쎄다.
외곽까지 간다면 사람 하나둘 사라지고 죽는 건 일도 아니다.
실제로 멜론 마스크가 비바! 아포칼립스! 전면 개방이라는 희대의 똥볼을 찬 이후 비바! 아포칼립스!는 매춘 알선과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냐면 관리자 자격을 가진 나마저 손을 놔버릴 정도로 말이다.
무한으로 아이디를 만들 수 있는 이 빌어먹을 시스템에서 우리 같은 자원 봉사자가 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게시판은 서울만큼이나 혼란으로 가득 차고 있다.
뭐, 여기서는 게시판 올드비로서의 소임을 다해야겠지.
“······.”
타닥타닥
umchang : (엄창이) 설마 이 사기꾼한테 속는 호구는 없겠지?
후임들에게 바른 인터넷 매너와 에티켓을 알려주는 것이 올드비의 소임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
뭔가 있다.
그것도 내가 아주 잘 아는,
아니,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놈이 말이다.
익명68 : 희야씨 어디예요?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어요?
강한민이다.
글에서 “발정기” 냄새를 풀풀 풍기며 이 말도 안 되는 글에 댓글을 달고 있다.
아니, 이 자식.
나보다 인터넷 고수 아니었냐고.
피팅모델희야 : 어머 익명68님~
피팅모델희야: 메시지 쓰실 줄 아시죠~ 우리 메시지로 이야기해요~♡
익명68 : 네! 지금 메시지 보낼게요♤
“······.”
일부러 이러는 건가, 아니면 정신이 나가버린 건가.
오버 10레벨 어웨이큰이라고 해서 균열 특유의 정신병이 안 도진다는 보장은 없다.
어쩌면 과중한 의무감과 책무에 한때의 방황을 하는 수도 있겠지.
잘 나가던 연예인이나 정치인도 한 번의 충동이나 방심으로 몰락하곤 한다.
학교 시절부터 돌아보면 빈틈투성이였던 강한민이라면 어쩌면 과거의 느슨함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겠지.
이런 뻘짓할 시간에 나를 안 부른 게 심히 괘씸하긴 하지만 이런 상황을 본 이상 가만있어서는 안 되겠지.
“······.”
타닥타닥
umchang : (엄창이 발정기) ㅇㄷ?
나도 간다.
*
서울 대부분이 폐허가 됐다.
강 남쪽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들어차긴 하지만 사람들이 밀집된 곳은 정부가 만든 거주시설과 그 경계 안이 대부분이고 그 이외 나머지 지역은 폐허로 남은 상태다.
하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그런 폐허 한두 군데에 아지트를 차리는 것도 쉬운 시대다.
예전처럼 좀비나 몬스터가 돌아다니지도 않고 광신도나 약탈자의 위협도 덜하니.
물론 개인이나 소규모 단위 항쟁은 각오해야겠지만 이런 외곽에 아지트를 차리는 놈 중 아무 준비도 없이 오는 놈은 드물다.
“······건물 안에 여자가 있긴 해. 하지만 뒤편에 둘, 3층 깨진 창 너머에 하나 더 있네. 총기를 든 건 하나, 둘은 석궁과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어.”
“피팅모델희야” 패거리도 그런 널리고 널린 범죄 집단 중 하나였다.
나랑 천영재가 이들을 쓸어버리는 건 그리 어렵진 않다.
문제는 역시 강한민의 소재겠지.
어쩌면 바람을 맞힐 수도 있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주체는 같은 인간이라고 하지만 전자기기와 인터넷망이라는 여과막을 한 차례 거치므로 현실보다 쉽게 약속을 어길 수가 있다.
일단은 기다리는 게 우선이겠지.
“그나저나 진짜야? 이런 곳에 강한민 선배가 온다는 게?”
천영재는 최근 게시판에서 어떤 “여성 유저”와 인터넷 교제를 하고 있다.
내가 볼 때는 “남자”로 보이지만 본인이 좋다는데 뭐 어쩌겠나.
“강한민 선배가 진짜 이런 조잡한 낚시에 걸린다고? 아니, 머리가 약간 모자란 사람도 이런 우범지대까진 오라고 하면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겠어?”
제 코가 석 자면서 남이 하는 일엔 쓸데없이 비판적이다.
그 날카로운 비판력 십분의 일만 자기한테만 썼더라도 인터넷 교제 중인 그 “마음 잘 통하는 여성 유저”가 털이 숭숭 난 남자라는 걸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일단 여기서는 상황을 관망해야겠지.
천영재와 함께 으슥한 건물 뒤편에서 피팅모델희야 패거리를 관찰했다.
굳이 부연해서 설명할 필요도 없다.
전형적인 사람을 등쳐먹는 인간 말종들이다.
새로운 서울의 주축을 이루는 게 피난소 출신과 제주 출신인 건 맞지만 약탈자 출신도 적지 않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사람이 많아진 이후에는 사람을 가려 받았지만 우민희가 도시를 맡을 때만 하더라도 대놓고 적대 행위를 하거나 범죄자라는 걸 드러내지 않으면 받아줬다.
그런 인간들이 공장이나 농장, 기타 나라에서 배정하는 노동을 제대로 할 리 만무하다.
“음. 잠깐만.”
천영재가 코를 킁킁거렸다.
그가 날 보았다.
“선배. 선배도 이상한 냄새 맡았지?”
고개를 끄덕였다.
공기 중에 은은한 악취가 난다.
아마 사람의 시체가 썩는 냄새일 것이다.
“한 번 돌아볼까?”
전쟁 전에도 살인죄는 중죄였지만 지금도 살인죄가 중죄라는 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살인을 하는가, 하지 않는가 여부는 어떤 사람의 행위를 평가할 때 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살인이라는 행위 그 자체가 선을 넘느냐, 넘지 않느냐의 판단 요소라는 이야기다.
적당히 두들겨 패고 물건만 뺏는 건 용서받을 수 있겠지만 잔혹한 상해를 가하거나 목숨을 뺏는 일은 피로서 갚아야 한다.
시체는 도랑에 처박혀 있었다.
옷이 발가벗겨진 남성 하나가 하수구로 흘러가는 도랑 안에 처박힌 채 썩어가고 있었다.
등짝에 있는 문신으로 보아 생전에도 평범한 일을 하면서 살았던 것 같진 않지만 잔혹한 고문을 당해 죽은 건 확실해 보인다.
휴대폰을 확인했다.
피팅모델희야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어디쯤이세요?
“······.”
타닥타닥
umchang : 지금 검문에 걸려서요. 조사를 받는 중인데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피팅모델희야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기다릴게요~
잠시 생각했다.
이대로 강한민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도 좋겠지만 강한민은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다.
인터넷의 약속이란 건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니까.
“제압할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나랑 천영재라면 5분 안에 전부 제압할 수 있다.
천영재가 주먹을 꺾으며 목을 풀었다.
“죽여도 돼?”
“필요하다면.”
각자 무장을 점검했다.
철컥-
천영재가 들고 있던 소총을 넘겼다.
약실을 점검하고 탄창을 끼웠다.
총을 쓰는 일은 최소한으로 하겠지만 저쪽에서 총기를 들고 반격한다면 어쩔 수 없이 사살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정의의 사도가 아니다.
그렇다고 악인도 아니겠지만 목적 앞에서는 충분히 사람을 죽이고 냉정해질 수 있는 사람들이다.
도끼를 점검하고 접근로를 계산하려 무너진 돌담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손을 들었다.
정지 명령.
천영재가 소리 없이 내 옆에 서서 나와 같은 방향을 응시했다.
“누구야 저건.”
“강한민.”
“뭐······? 저게 강한민이라고······?”
그렇다.
강한민이 기어이 이 얄궂은, 어이없는 현장에 후줄근한 트레이닝 복을 걸치고 나타났다.
*
“아니, 뭐야. 대체. 이건.”
천영재가 느낀 혼란은 나보다 더 클 것이다.
다섯 기수 선배인 강한민과는 당연히 학교에서도 전장에서 마주칠 군번도 아닐뿐더러 그가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강한민은 어웨이큰이라는 신지평을 열고 구원자로 등극했다.
그 이후 벌어진 국가적 프로파간다에 관해서는 설명을 아끼겠다.
구원자 강한민이라는 신화적인 존재의 이미지는 대부분 국가에서 만들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외모도 실제보다 수 배는 업그레이드 됐다.
화장과 조명이란 게 여성만을 마술처럼 변하게 하진 않는다.
남자 또한 적절한 화장과 조명으로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매스컴에 비친 강한민은 거기에 더해 – 아마 그가 의도한 것이겠지만 – 성스러운 혹은 신비스러운 기운마저 풍기고 있었다.
그런데 저렇게 후줄근한,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타났으니 천영재가 못 알아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좌우지간 시대의 구원자 강한민이 피팅모델희야 같은 삼류 악당한테 속아 이런 곳에 쫄래쫄래 나타난다는 건 천영재로서는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만큼이나 큰 충격을 안겨다 줬을 것이다.
“아니. 이거 실화야?! 아니, 그 사람은 균열에 있어야 하는데······.”
“일단, 지켜보자.”
반면 나는 천영재보다는 인간 강한민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는 적어도 나보다 뜨거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가 나혜인을 남몰래 연모했다는 걸 알고 있다.
나혜인 이외에도 여러 여자에게 손을 뻗쳤고 그때마다 거절당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어쩌면 그러한 접촉이 내가 그의 기숙사에서 보았던 폐허와 같은 내면을 구원받기 위한 행위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친구가 나보다 여성에게 적극적이었던 건 기록된 사실이다.
그가 숙소를 나와 중국인들이 사는 곳으로 거처를 옮겼을 땐 그를 좋아하지 않던 동료들이 강한민이 중국인 현지처를 바꿔가며 문란하게 산다는 험담을 떠들기도 했었다.
“그 새끼는 첫 경험도 창녀하고 했을걸?”
강한민을 유독 싫어했던 친구가 한 말은 아직도 기억 한구석에 깨진 유리조각처럼 박혀 있다.
“어떻게 할까?”
천영재가 날카로운 눈으로 건물을 노려보며 묻는다.
뭐, 큰 문제는 안 되겠지.
일개 깡패들이 강한민을 어찌할 순 없다.
강한민은 오버 10레벨 어웨이큰 중에서도 어나더 레벨이라고 불린다.
깡패들은 강한민이 일으키는 충격파만으로 정신 충격을 받고 미쳐버리거나 실신할 것이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약물이다.
그들이 강한민에게 수면제가 섞인 강력한 마취 성분이 든 약을 먹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실제로 저런 장소는 그런 수상한 음료를 자주 취급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그 강한민이 깡패의 소개를 받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네. 가지고 왔어요. 뭐 가지고 왔냐고요? 네. 통조림요. 네.”
실실 웃는 강한민의 얼굴은 전형적인 거미줄에 걸려든 가련한 남성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었다.
“······.”
강한민의 의도가 도대체가 알 수가 없다.
왜 이런 곳에 와서 이런 멍청한 짓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아무튼 지금 강한민은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그거 죽거나 다칠 단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행동하는 게 옳다.
“제압하자.”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천영재가 뒤를 따랐다.
건물 입구에 설치한 적외선 감지 장비 이외에 특별한 감시장비는 보이지 않는다.
여자와 둔기를 둔 남성이 숨어 있는 3층 건물의 입구는 두 갠데 하나는 폐허와 폐차로 막혀 있고 나머지 하나는 무전기를 든 험상궂은 남성이 지키고 서 있었으니.
지키는 사람이 하나라고 해서 우습게 볼 건 아니다.
그가 서 있는 위치는 건물에 숨어 있는 남성들이 관측하기 용이한 곳에 있다.
잠깐이라도 연락이 끊긴다면 건물 안의 친구들이 이상 상황을 눈치챌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물 앞 사내는 무전기를 켜두고 수시로 동료들과 교신하고 있었다.
나름의 경험이 있다는 건 인정해줘야겠다.
하지만 오늘은 상대를 잘못 만났다.
건물을 보았다.
뒤편에 있는 녹이 슨 가스관과 우수관이 건물 외벽을 타고 아래로 향하고 있다.
이미 수명을 다한 파이프겠지만,
“어때?”
“괜찮아. 버틸 수 있겠어.”
사람 한둘 정도 타고 오르기엔 충분히 쓸 수 있겠지.
먼저 파이프를 타고 건물 위로 올랐다.
옥상으로 향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뒤이어 천영재가 표범처럼 파이프를 타고 옥상으로 도약했다.
손을 잡아 그를 보조한 후 옥상 주위를 살폈다.
무방비하다.
그리고 듣는다.
“잠깐, 갑자기 왜 이러세요? 아니, 저는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강한민의 당혹스러운 목소리를.
“······.”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