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460)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460화(460/466)
460 184. 조우 (2)
한 가지 확실하게 해두어야 할 건 강한민도 중국 전장 경험자라는 것이다.
사람을 무던히도 죽였다.
그중엔 우리에게 적대 행위를 한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예방”을 위해 죽인 숫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강한민은 현지인을 카드 게임의 패처럼 쓰고 버린 전적이 있다.
어린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던 그의 얼굴엔 어떠한 양심의 가책이나 주저함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목적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잔혹해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강한민이 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려는 걸까.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마음만 먹으면 군홧발에 밟힌 시궁쥐 마냥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그가 이런 곳에서 왜 어리숙한 청년을 연기할까.
“새끼가. 이게 죄송하다고 될 일이야? 남의 마누라 건드려놓고 죄송하다고 하면 그게 끝이냐고? 어?!”
“말로 하지 말고 일단은 좀 패자. 일단 곤죽을 만들어놓고 이야기하자.”
“잡아! 이 새끼 잡아!”
그런데도 강한민은 무얼 하려는 걸까.
이런 식으로 가장 저열한 인간들에게 스스로 붙잡힌 후 막강한 권능으로 쓸어버리는 일이라도 벌일 작정인가.
그가 즐겨보던 소설에 나오던 “유희” 같은 거라도 하려는 작정일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때리지 마세요! 제발 때리지 마세요!”
“닥쳐 새끼야!”
“아아아악!”
둔탁한 타격음이 들려 온다.
깡패들이 강한민을 구타하고 있다.
천영재의 시선이 날 향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탕! 탕! 탕!
제압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곧 숨이 끊어질 사내들이 쓰러지는 가운데 노끈에 묶인 채 구타당하고 있던 강한민의 얼굴을 보았다.
눈가가 부어오르고 곳곳에 피멍이 들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는 웃고 있었다.
그 눈동자엔 어떠한 공포도 두려움도 찾아볼 수 없었고 여유와는 또 다른, 오싹한 무언가를 담고 있었다.
*
“정말 고마워요. 박규 헌터님.”
유양서는 강한민을 신봉하는 무리의 리더다.
강한민이 신이라면 그 신을 신봉하는 사이비 교단의 교주라고 할까.
볼 때마다 느끼지만 외모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타고난 미모도 미모지만 입고 있는 옷과 스타일이 항상 고급스러운 느낌이 났고 만날 때마다 다른 향수를 쓴다.
“덕분에 위험에 빠진 강한민 구원자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강한민을 태운 차가 출발한다.
유양서를 태우고 온 차량에도 눈에 은은한 광휘가 서린 어웨이큰들이 이쪽을 바라보며 유양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세요. 저희도 그리 넉넉한 건 아니지만 박규 헌터님한테 신세를 졌으니 박규 헌터님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구해드릴게요. 할 수 있으면 조력도 할 예정이고요.”
강한민 패거리가 하나가 아니라는 생각은 전부터 들긴 했다.
그러니까 제주 엘리트라는 같은 카테고리에 섞인 건 맞겠지만 이 제주 엘리트들도 강한민을 광신적으로 모시는 강한민 친위대와, 강한민을 존경하긴 하나 독자적인 엘리트 노선을 걷는 전시훈 같은 친구가 주축이 된 또 다른 패가 있는 느낌이다.
갈기갈기.
새로운 서울의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일 것이다.
떠나가려는 유양서를 향해 짤막하게 물었다.
“필요한 건 없고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유양서의 눈동자에 이채가 떠올랐다.
“저랑요?”
“네.”
그녀가 돌아섰다.
눈동자엔 개인적인 흥미가 진하게 묻어 나왔다.
“저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나름의 통찰력은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교주 역할을 맡은 것이겠지.
“잠깐, 자리를 옮기죠.”
천영재에게 양해를 구하고 폐허 안으로 들어갔다.
의자나 탁자 같은 건 없지만 적당하게 엉덩이를 깔고 앉을 정도의 파편이 두어 개 정도 있었다.
먼저 좌석을 점한 후 좀 더 나아 보이는 좌석을 권했다.
유양서는 흐릿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자리에 앉지 않았다.
좋은 옷을 입고 있으니 저런 곳에 엉덩이를 깔고 앉기 싫다는 건가.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강한민의 발견과 구출,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느낀 의문이 있다.
“······평소에도 이런 일을 자주 합니까?”
어떠한 정황이나 증거, 데이터에 입각하지 않은 말이다.
즉, 100% 심증이다.
근거라고 한다면 학교 시절부터 함께 했던 시간 정도겠지.
강한민은 기행(奇行)과 친숙한 남자다.
그것이 성격 탓인지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의 부정적인 분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봐온 강한민은 항상 이상한 행동을 일삼았다.
구원자가 된 이후 그의 흔적은 철저히 베일에 잠겼지만 내게 아주 약간만을 드러낸 현실 속의 강한민은 여전히 내가 알던 그 강한민이라는 걸 가리켰다.
오늘의 발견은 어쩌면 과거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그런 충동과 같은 생각에서 불쑥 질문을 던지고 만 것이다.
유양서는 상당한 포커페이스지만 이번만큼은 정곡을 찔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은은한 광휘를 머금은 눈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꾸며낸 눈웃음으로 바뀌었다.
“역시 강한민 구원자의 동료답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왜 순순히 인정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칭찬이 이어지겠지.
무슨 칭찬일지는 알 수 없겠지만 저 실쭉거리며 꿈틀거리는 보조개를 보고 있으면 곧 들을 수 있겠지.
“강한민 구원자는 보기와 다르게 정말이지 마음이 약하신 분이에요.”
나는 수십 명을 교문 밖으로 쫓아냈던 장기영의 악랄한 괴롭힘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던 강한민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분은 너무나 맑으시죠. 너무나 순진무구하세요. 때 묻지 않았죠.”
강한민의 중국 숙소에 간 적은 없다.
하지만 나는 그의 숙소가 사창가라는 혼란스러운 틈바구니 중심에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분은 또 정말로 정이 많으시지요. 그분과 무관한 사람 한 명, 한 명이 죽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신답니다.”
나는 그가 헌신짝처럼 쓰고 버렸던, 죽음으로 몰아 넣었던 중국인 소년들을 떠올렸다.
말과 반대되는 심상만을 떠올리면서 무표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학교 시절부터 몸에 자연스럽게 익힌 프로페서의 특징 중 하나겠지.
다음에 이어질 말을 기다린다.
“정을 떼기 위해서랍니다.”
유양서가 말했다.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라는 주박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 강한민 구원자는 가장 비천하고 비열한 인간들이 모인 틈바구니에 직접 들어가 그들의 더러움을 직접 그 순결한 몸에 뒤집어 쓰신답니다.”
“······.”
강한민 추종자를 사이비 교단 같다고 평가한 걸 수정해야겠다.
교단 같은 게 아니다.
“그래서 피팅모델희야를 찾아간 겁니까?”
“네. 그렇죠. 그렇게 된 거예요.”
이미 교단 그 자체다.
“우선 박 헌터님의 순수한 도움을 모욕하거나 폄하하려는 의도는 하나도 없다는 걸 알려드릴게요. 박 헌터님께서 돕지 않았더라도 강한민 구원자는 제 발로 그곳을 걸어 나왔을 거예요.”
그렇겠지.
이견은 없다.
“이전에도 비슷한 곳을 몇 번이나 갔으니까요. 오늘 들른 장소는 애교일 정도로 끔찍한 곳들을 많이 다녀갔답니다.”
“어떤 곳을 들렀습니까?”
“현장에서 장기를 적출해 매매하는 시술장이나 성노예 소굴, 결투장도 있었고 산 사람으로 데스게임을 벌이는 도박장이 기억에 남네요. 무고한 사람을 붙잡아 묶어놓고 매 차례마다 매질을 가해 누구 차례에 숨이 끊어지는지를 겨루는 게임이었어요.”
게시판에서조차 보지 못한 끔찍한 장소들을 이야기하는 유양서의 혼탁한 눈동자엔 오로지 강한민만이 떠올라 있었다.
“이 모든 추악한 것들이 순결하고 유약한 강한민 헌터의 몸에 균열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흉터를 새겨주지요.”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무엇인지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광신도와는 대화할 필요가 없다.
오랜 신조다.
어차피 그 대화의 끝은 영원한 평행선일 테니까.
“······그나저나 박규 헌터님은 아직 자제분이 없으시죠?”
유양서의 마지막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
믿음이 의심으로 의심이 불안으로, 또 그 불안이 절망으로 변하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
강한민에 대한 믿음은 처음부터 그리 확고한 건 아니다.
나는 장기영의 수제자다.
어웨이큰으로서의 강한민은 나와 다른 존재로 평가하지만 인간 강한민은 적어도 내 시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그런 인간이다.
그는 그 짧은 만남 속에서 이미 몇 번이나 자신의 광기를 드러냈다.
“아니키!”
어떤 의미로 그는 나의 신앙이었다.
하지만 유양서의 신앙과는 다르겠지.
유양서의 신앙이 영원토록 흔들리지 않는 신실한 신앙인 반면 내 것은 의심하고 회의하는 자의 신앙과 닮아있으니까.
우리가 재회한 장소는 역시나 균열 너머를 모방한 기묘한 방이었다.
“어서 와.”
얼굴 곳곳이 부어있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았는지 전날보다는 단정한 모습이었다.
어쩌면 피부 위에 덧바른 짙은 크림과 이 회백색 세계를 병적인 색채로 물들이는 조명이 그의 혈색을 일부분 가렸는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가 진심으로 웃고 있다는 것 정도?
“설마하니 거기서 아니키가 날 도와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진짜 감동이야. 아니, 어떻게 알고 도우러 온 거야? 아니키가 인터넷 많이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요즘 통 모습을 안 보여서 이제는 좀 잠잠한 줄 알았거든?!”
굳이 내 부계정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고 그런 이야기를 하기엔 쌓인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이를테면,
“우민희는 그냥 내버려 뒀으면 한다.”
내 후배에 관한 이야기라거나.
“이미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억지로 버티고 있지만 슬슬 은퇴해도 괜찮은 시점이라 생각한다. 과도 있지만 공도 있고 부족함이 있다면 내가 보충하겠다.”
강한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내 말을 들었다.
하지만 진정한 물음은 지금부터다.
먼 곳을 주시하고 있는 강한민을 노려보며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짧고 추상적인 물음이지만 여기에 모든 게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다음이다.
네메시스 전으로부터 3개월이 지났다.
그 다음을 알기 위해 혼란으로 물들어 가는 도시 안에 억지로 남았다.
장밋빛 미래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나름의 희망은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희망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퇴색되어가고 있다.
변하는 것들이 많을 수록 그 변화가 내가 바라던 것과 달라질수록 나는 도시를 떠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글쎄.”
강한민이 비로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광휘를 머금은 눈동자에 깃든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읽기가 어렵다.
“생각 중이야. 하지만 쉽진 않겠지.”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돕겠다.”
“우민희 이야기를 했었지?”
강한민이 날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우민희는 필요해. 나혜인도 마찬가지. 전시훈도 있었으면 하고 그 아이엠지저스라는 친구도 불러올 수 있다면 불러오길 바래.”
이해할 수 없는 말.
그렇기에 핵심이 있으리라 본다.
침묵 속에서 이야기는 이어진다.
“너도 봤겠지만 균열은 너무나 거대하고 강력해. 행성적인 규모의 적이지. 지구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에 불과한 우리 인간이 균열에 대항한다는 건 넌센스라고 생각해.”
강한민이 짙은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았다.
“솔직히 말할게. 어웨이큰이고 나발이고 균열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 잠깐 늦출 수는 있겠지. 위원회 애들의 바람처럼 항구적인 교착 상태를 만들 수도 있겠지. 어쩌면 한 세대를 버틸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다음은?”
“······.”
“알다시피 어웨이큰은 인류 총인구수에 확률로 비례하여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나 같은 알파 각성자의 출현 확률은 훨씬 더 낮지. 자 그럼 산수를 해보자. 아주 간단한 산수야. 80억에 0.000000003을 곱해보자. 24라는 숫자가 나올 거야. 3억에 같은 숫자를 곱해보자. 어떤 숫자가 나올까?”
아마도 강한민은 자신과 같은 오버 10레벨 어웨이큰, 이른바 알파 각성자의 숫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인류가 아직 그 숫자를 유지하고 있었을 때 출현했던 알파 각성자의 숫자와 인구가 1/10보다 더 줄어든 현재 시점에서 발생할 알파 각성자의 숫자가 같지 않다는.
“알겠지만 어웨이큰들은 높은 확률로 균열의 부름을 받아. 나도 예외는 아니야.”
“너 같은 오버 10레벨 어웨이큰이 필요하다는 건가?”
강한민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 같은 사람이 필요해. 많이 필요해.”
“이유를 물어봐도 되나?”
“아담과 이브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
“응.”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해. 퍼뜨리는 거야.”
“그것이 오버 10레벨 이상 어웨이큰에게만 가능한 일이냐?”
차가운 물음.
강한민 또한 차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확신어린 어조로.
“미안하지만 그건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우리가 잘나서 그런 게 아니야. 단지 우리가 균열에 더 닮아있기에 가능한 일이지.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균열 너머에 밭을 갈고 씨를 심는 거지.”
“······.”
이것이 강한민의 계획인가.
닮아있다.
내가 네메시스 타입을 격파했을 때 강제로 주입받았던 불가해한 지식에서 유추할 수 있는 흐릿한 생각들과.
하지만 아주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지는 나조차 알 수 없지만 차이가 있다.
우리는 다르다.
소용돌이치는 생각 속에서 강한민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그게 가능한 게 우리들 알파 각성자밖에 없어. 정규 어웨이큰도 시험해봤지만 균열을 감당해 내지 못했어. 오히려 먹혀버렸지. 그런 이유로 우민희를 넘겨줄 순 없어. 그녀는 인류의 영구적인 생존을 위해 필요한 존재야.”
“······.”
잠시 고민했다.
어떤 답을 해야 할지.
강한민은 비록 구체적이진 않지만 자신의 계획을 내게 말해주었다.
그건 우리 둘 사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선결 문제였다.
응당 거기에 대한 답을 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요구는 글쎄다.
적어도 이 국면에서는 스켈톤이 프로페서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다.
대답이 갈릴 것이다.
프로페서라면 예스라고 했겠지.
하지만 스켈톤은 다르고 지금 나는 프로페서보다는 스켈톤에 가깝다.
“미안하지만 그건 어렵겠다.”
정확히 말하자면 엄창이가 내 현재의 자아겠지만 말이다.
냉담해진 시선으로 날 노려보는 강한민을 보며 덧붙였다.
“내 후배를 희생시키고 싶진 않아.”
“그럼 다른 사람을 구해줄 수 있겠어?”
강한민이 즉시 물었다.
어떠한 낙담도 실망도 드러내지 않는 얼굴로 미루어보아 이미 그는 내 생각을 어느 정도 읽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물음에 답한다.
“아이엠지저스도, 나혜인도 어려워.”
나혜인이라는 말에 강한민의 눈가에 약간의 경련이 일어났다.
순간 생각했다.
이 친구, 여전히 미련이 남은 게 아닌가 하는.
그것과 별개로 강한민은 이미 완성된 구원자다.
“······경남 쪽에 새로운 알파각성자가 발견됐어.”
그에겐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계획이 있다.
그 모든 계획에 동참하진 않겠지만 내 쪽에서 돕겠다고 했으며 무엇보다 나는 그의 계획이 무엇인지 보고 싶다.
같은 증오의 불꽃을 내면에 지닌 남자로서 말이다.
“내 말은 죽어도 안 듣겠지만 글쎄. 전설적인 스켈톤의 말이라면 들을지도 모르겠지.”
“그 친구를 데려오면 되는 건가?”
“응. 그럼 아까 양서에게 부탁했다던 우민희의 클론을 데리고 오는 것도 힘 써볼게. 오래는 못 살겠지만 본인이 원한다면야.”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민이 내 표정을 살피며 조금은 비릿한 말씨로 묻는다.
“그런데 말이야. 박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말해 봐.”
“민희랑 네가 아는 사람은 안 되고, 네가 모르는 그 사람은 되는 거야?”
이중적인 모습을 지적하려는 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소중한 걸 지킬 수 있다면 기꺼이 이중적인 인간이 되겠다.
확고한 대답에 강한민이 휘파람을 불었다.
회백색의 방을 나서기 직전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딱히 크리티컬한 질문은 아니고 그도 내게 사적인 질문을 던졌다.
“왜 그런 이상한 짓을 하고 다니는 거지?”
그래서 기탄없이 물었다.
이에 방금 전까지 같은 사람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해맑은 미소를 머금으며 강한민이 답했다.
“사람들이 전부 다 죽어 없어지면 그런 것도 못 볼 거 아니야?”
입을 다물고 균열을 닮은 방을 조용히 나섰다.
“······.”
그가 아직 내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