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Hous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466)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466화(466/466)
186. 침묵의 어웨이큰 (3)
침묵의 어웨이큰이라고 불리는 프로펫은 전설적 네임드 스켈톤이 남부 행을 선언한 이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공격적인 영상 공개는 스켈톤을 저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는 자신을 견제하는 엄창이에게 스켈톤이 아니냐고 묻는 도발적인 언행과 함께 자신이 스켈톤을 얼마나 의식하는지 간접적으로 드러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영상에서 프로펫은 자신이 스켈톤이라 의심하는 엄창이를 “리스펙”했다.
이상의 조건을 두루 검토한 결과, 프로펫과 직접 접촉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
[ 비바! 아포칼립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오랜만에 전설적 네임드 스켈톤 계정으로 접속했다.
뒤에서 지켜보는 평범한 유저들의 탄성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아마 그 친구들 눈엔 화면이 너무 눈부셔서 보이지 않는 게 아닐까?
공개적으로 스켈톤으로 접속, 프로펫과 대화를 시도하는 건 이것이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스켈톤을 저격하려는 듯한 실력 있는 어웨이큰.
이 정도 인재는 새로운 서울에 있어서도 1급의 자원이고 그러한 프로펫이 스켈톤을 저격하려고 시도한 건 아마 스켈톤과 접촉하고 싶은 의사의 간접적인 표현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저 정도 실력자는 나조차 본 적이 없다.
내가 아는 어웨이큰은 권능 자체에 의존했지, 프로펫처럼 권능과 전투 기술을 유연하게 조합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
현재 서울에 남은 어웨이큰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인재라는 이야기다.
“······.”
타닥타닥
SKELTON : (스켈톤)
메시지를 보냈다.
그야말로 옥음(玉音) 메시지.
그런데 뒤에서 지켜보던 천영재가 한마디 한다.
“아니, 이거 AI 채팅하고 똑같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한마디 더 보탰다.
SKELTON : (스켈톤) ······.
“아니 이게 방금 전에 보낸 거와 다른 게 뭐냐고?”
SKELTON : (스켈톤) 네가 프로펫이냐?
천영재 때문에 3번이나 메시지를 보냈다.
아무리 옥음 메시지라고 해도 3번이나 보내는 건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나도 모르게 천영재의 페이스에 휘말렸다.
우민희에게 눈짓을 보냈다.
천영재를 쫓아내라는 마음을 담아서.
하지만 우민희와는 역시 뜻이 통하지 않는 건가.
야릇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불온한 상황을 정리한 건 다름아닌 프로펫이었다.
PROPHET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스켈톤?
역시 옥음 메시지를 보니 몸이 달아오르는 모양이군.
PROPHET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진짜 스켈톤이냐?
SKELTON : (스켈톤 긍정) 그렇다.
PROPHET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진짜 장애인처럼 말하네······
SKELTON : ?
PROPHET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네가 남쪽으로 오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PROPHET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오지 마라. 남쪽은 죽음의 땅이다.
PROPHET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제주 놈들이 철갑 둘둘 두른 열차 내려보냈다고 소문이 떠돌던데 그걸 타고 있으면 당장 내리는 게 좋아.
PROPHET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안 그래도 2편 정도가 남은 분량이었는데 그때 너에게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알리려고 했거든?
PROPHET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돌아가라. 내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이다.
PROPHET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이미 이곳엔 생존 경쟁이 시작됐다.
이야기는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자주 있는 일이다.
*
남쪽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알고만 있을 뿐이다.
우리 같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들은 대충 아는 것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누가 신경이나 썼을까.
내가 사는 곳도 아니고 살 곳도 아닌데.
당장 우리가 남쪽에 대해 알고 있는 위협 요인은 군벌, 뮤테이션, 대규모 침식 정도다.
마지막 업데이트로부터 상당히 지난 정보라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겠다.
현실을 마주할 때가 됐다.
“상상 이상으로 좋지 않습니다.”
표원상을 우습게 봤었다.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제대로 평가하려 들지도 않았다.
그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주 위원회 멤버고 따라서 언젠가는 없어져야 할 인간으로 내심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이번 프로젝트에서 그가 보이고 있는 열정과 열의는 진짜다.
“······지방마다 달라요. 상황이 안 좋은 건 호남 쪽이죠. 좀 더 빠르게 버려졌으니까요. 장부상으로는 3년 전까지 관리됐다고 하지만 사실은 전쟁 이후 2년 차가 들어서기도 전에 관리를 포기했어요. 즉, 4년 전부터 내팽개친 거죠. 그래서 호남 쪽에 출현하는 몬스터 종과 영남 쪽에서 출현하는 몬스터 종에 차이가 있어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비교적 최근에 침식된 영남 쪽은 전통적인 종형이 대다수를 이루지만 관할 영토의 80% 이상 침식 즉, 완전 침식된 호남 쪽에서는 절멸형이 자주 목격되죠.”
표원상이 자료를 보여줬다.
거기엔 내가 아는 것과 내가 알지 못하는 것, 얼핏 지나치거나 흐릿하게 본 것들이 다양한 형태로 사진의 프레임 속을 음울하게 차지하고 있었다.
“······.”
피가 싸늘하게 식어가는 걸 느끼며 표원상에게 물었다.
“······이 정도입니까?”
표원상이 뭔가를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씹는 담배였다.
시커먼 침을 전용 용기에 뱉은 후 표원상은 니코틴 향내가 진하게 품기는 숨을 내쉰 후 말을 이었다.
“물론 여기 보이는 친구들이 균열 주변부에서 관측된 것이라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균열 주변부에 관찰된 건 높은 확률로 그 균열의 영향권 안에도 관측되기 마련이죠.”
자료상에 기록된 여러 형태의 절멸형을 보았다.
“이건 뭡니까?”
내가 잘 알지 못하고 그러면서도 가장 많은 장수를 차지한 새로운 타입을 가리켰다.
표원상이 씹는 담배 하나를 더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그의 행동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의 얼굴에 떠오른 스트레스 강도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수준이었으니.
“돌, 그러니까 인형 타입입니다.”
말 그대로다.
화면 속에 떠오른 새로운 절멸형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눈도, 코도, 입도 없고 따라서 감정도 알 수 없는 조잡한 인형에 가까운 생김새지만 인간의 특징적인 긴 다리와 팔, 직립한 이족 보행 구조는 우리 인류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그것의 모습은 우리 인류에게 있어 충분히 악의적이다.
고간 사이에 칼날 같은 날카로운 것이 튀어나왔다는 점에서.
“가장 최근에 발견된 절멸형입니다. 두 팔로 인간을 잡은 후 허리를 움직여 저 날카로운 것을 사람에게 쑤셔 박습니다. 일각에선 레이퍼라고도 부르지요.”
“······.”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일관성 같은 게 느껴진다.
균열은 항상 우리 자연에서 무언가를 카피할 때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악의를 가진 채 그것을 왜곡한다.
네메시스 전에서 보았던 무너지는 거인만 하더라도 이미 충분한 악의를 보여줬다고 생각했지만 현재 출현한 새로운 절멸형은 인간의 생식행위 그 자체를 살인 행위로 둔갑시켰다는 점에서 한층 더 악의적이다.
“전투력은 하찮습니다. 좀비 이하로 취급받죠. 아무런 권능도 없고 능력도 없습니다. 하지만 놈들은 숫자가 많아요. 마치 균열이 생산 코스트를 최저로 낮추고 대량으로 찍어내기라도 결심한 것처럼 말이죠. 놈들의 숫자를 보니 연상되는 게 없나요?”
표원상이 새로운 화면을 보여줬다.
거기엔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절멸형이 수십 기나 떼지어 몰려 있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좀비의 카피군요.”
“그렇습니다.”
표원상이 씹는담배를 한 움큼이나 집어 다시 씹어댔다.
“문제는 우리가 가려는 영남 쪽에서도 절멸형이 속속 발견된다는 점입니다.”
아마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겠지.
표원상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생존 경쟁이 벌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아주 잠깐이지만 항상 열의에 찼던 표원상이 내 시선을 피했다.
확실히 이번 여정은 보이는 것보다 쉽지 않은 구석이 있다.
표원상이나 되는 실권과 정보력을 갖춘 차가 장갑 열차 같은 값비싼 장난감을 괜히 만든 게 아니다.
이번 여정은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위험할지도 모른다.
표원상이 시커먼 침을 재떨이에 뱉어낸다.
그가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며 전보다는 확실히 침통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침식이 고속화되면서 샹그릴라 후보지가 서서히 정해지고 있죠. 그 샹그릴라 후보지를 두고 생존자 집단, 군벌, 약탈자들이 다투는 모양샙니다.”
어두운 표정으로 떠들던 표원상은 곧 지나치게 분위기가 무거워진 걸 느꼈는지 억지 미소를 머금으며 분위기를 전환하려 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판옥선 호엔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럴 리는 없겠지만 우리 판옥선 호엔 네메시스 타입의 최초 격파자 박규 대장님은 물론이고 한때 강한민과 쌍벽을 이루던 우소장님도 타고 계시지 않습니까?”
어쩌면 제주 위원회에게 껄끄러운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나와 우민희의 동승을 허락한 것도 이 열차 여행을 둘러싼 위험한 상황에 대비한 보험일지도 모르겠지.
“어이. 스선생. 잠깐만 괜찮겠어?”
나의 충직한 벗 엠구가 날 불러냈다.
엠구가 게시판에서는 가벼운 남자지만 나는 이 친구가 결코 만만한 남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눈빛만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사이라고 할까.
그가 내게 귀띔했다.
“······헬기가 있더라고. 출입이 통제된 13번 차량 안에 말이지.”
중요한 정보다.
표원상은 이번 작전의 실패를 염두에 두고 있다.
아마 출입이 통제된 차량에 은닉된 헬기는 모든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고 열차가 자력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한 보험이겠지.
엠구의 발견은 이미 충분히 암울하게 변한 이번 작전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하지만 전망이 어둡다고 해서 작전을 중단하게 할 방법도 없고 자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일단 내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았고 현재 지방 상황과 향후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내 암울한 브리핑을 듣고 두려움을 느끼거나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가? 예상은 했지만.”
“늘 있는 일이지.”
“이거, 지방에서 새집 찾기는 물 건너간 건가. 생존 경쟁이라니. 디에스이라에나 할 법한 발상을. 쓰벌.”
다들 마지막까지 함께 할 생각이다.
소소한 만족감이 영혼을 채우는 걸 느끼는 가운데 시선을 문가로 돌렸다.
“들어와라.”
아까부터 엿듣고 있는 친구가 있다.
문양경이다.
우민희와 천영재도 눈치챘지만 무시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제 그 문양경이 우리 객실 안으로 들어왔다.
평소처럼 작은 흐트러짐 하나 찾기 어려운 모습이지만 그 눈빛엔 명백한 흔들림의 여진이 남아 있었다.
그녀에게 물었다.
“질문이라도 있나?”
제주 엘리트의 장점이나 단점은 지나치게 높은 자의식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도움이 된다고 봐야 한다.
문양경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현황에 대해 물었다.
“대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현재 지방 상황이 제가 상부에서 들은 것과는 제법 차이가 나는 거 같아서요.”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이야기해 줬다.
균열 주변부의 전멸, 절멸형의 활동 및 그 범위의 연장, 그리고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인간 간의 생존 경쟁.
그 안에서 버티지 못하고 현재진행 중인 인구수의 급감은 굳이 거론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말했다.
“어쩌면 우리는 서울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망치라도 맞은 듯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문양경이 고개를 가볍게 흔들며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싫어요!”
그 유아기적인 부정의 대상이 누구에 대한 것인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자신에 대한 부정도 포함됐을지도 모를 일이지.
진실을 아는 건 소수다.
강한민은 진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버려진 땅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었고 알고 있었음에도 날 보냈을 것이다.
“······.”
유일한 희망을 의심하는 것만큼 허무한 일이 있을까.
그 희망을 의심의 불길로 지워버리는 건 넓은 의미의 자살이겠지만 그렇다고 점점 불온해지는 희망의 실현을 무턱대고 기다리는 것은 자살보다 더 어리석은 일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SKELTON : 할 말이 있다.
게시판에 감사한다.
게시판에 네임드가 되고자 했던 과거의 나에게도 감사한다.
PROPHET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는데 또 뭘 묻겠다는 거지?
프로펫 같은 어웨이큰조차 기꺼이 내 부름에 응답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PROPHET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솔직하게 말해서 자부심 높은 순혈 어웨이큰으로서 널 좋아할 순 없지만 널 좋아하는 사람은 많아. 당장 내 동생만 해도 너, 스켈톤을 의지하고 있어. 네가 여기서 죽는다면 많은 사람이 희망을 잃겠지. 그래서 내가 그 지랄까지 떨며 너를 불러낸 거야.
SKELTON : 그래서 물으려 한다.
프로펫에게 물었다.
우리가 가려는 곳의 정확한 상황을.
프로펫이 답했다.
PROPHET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네가 아는 터널 도시는 이미 3대 세력에 의해 갈라 먹혔어. 다들 개자식이지.
PROPHET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너희들이 오는 걸 알고 있을 거야. 어떤 놈은 협상을 하려고 할 것이고 어떤 놈은 기습을 준비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명심해. 그들이 원하는 건 오직 샹그릴라뿐이야.
SKELTON : 프린세스에 대해 아나?
PROPHET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설마 프린세스를 만나는 게 네 목적이었나?
SKELTON : 그렇다.
PROPHET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죽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진심이냐?
SKELTON : ?
PROPHET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몰라?
SKELTON : (스켈톤 아리송)
PROPHET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정대경 준장.
내가 아는 정대경도 군인이다.
마침 계급도 준장으로 알고 있다.
그 정대경은 제주로 갔고 거기서 소식이 끊겼다.
그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어웨이큰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뒤에서 우민희가 뭔가 말하려 한다.
“정대경······?!”
손을 들어 제지했다.
SKELTON :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두 번째 정대경이라는 인물에 대해 내가 아는 건 오버 10레벨 어웨이큰이고 제주에서 실종됐다는 것 정도다.
다른 유력 헌터와 달리 프로파간다에 동원된 적도 없고 비교적 조기에 사라졌기에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다.
하지만 그에 얽힌 불온한 소문 하나 정도는 알고 있다.
화면을 본다.
PROPHET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그 잘난 구원자 강한민에게 죽을 뻔했던 사람이지.
소문은 현실에 부합했다.
그리고.
PROPHET님으로부터 온 메시지 : 그래서 미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