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0화(10/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10편
(소영주의 꿈 (2))
[대상이 지정되었습니다. 저장하시겠습니까?]‘그래.’
[저장을 시작합니다.]이번에도 역시 속이 메스꺼워졌다.
면적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일까, 풀필먼트 센터를 넣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욱!”
깡패 사령관은 조금 놀란 눈치였다.
멀쩡하던 내가 갑자기 헛구역질을 하며 쓰러졌으니.
“···?”
하지만 그가 놀라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내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도 마찬가지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뭐야 시발···?”
우리가 선 곳은 거대한 연병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정확히 이곳 군부대의 구역 전체를 도려낸 것인지, 케익조각처럼 잘려 나간 산의 단면이 보였다.
쿠구구구···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흙과 바위, 그리고 나무가 산사태처럼 쏟아졌다.
메시지가 떠올랐다.
[저장을 완료했습니다.]이곳 군부대를 송두리째 집어삼켰다.
다른 말로는, 사령관의 영지를.
사태의 원인이 나라는 것을 간파한 놈이 붉으락푸르락 성을 갈았다.
“너 이새끼 내 땅에 무슨 짓을 한 거야!”
내 땅이라니.
과연 소유욕이 대단한 놈이었다.
물론 그럴 일은 없었겠지만··· 혹여 놈에게 잡혀 있었다면 각종 자원은 물론 마석까지 얻는 족족 갖다 바쳐야 했으리라.
영노가 자신의 소작을 영주에게 바치듯이.
하지만 놈은 이 땅의 주인이 아니었다.
법적으로도 그랬고, 스스로 자랑하던 힘의 논리에서도 그러했다.
위잉-
나는 아무런 대답 없이 아공간으로 향하는 포탈을 열었다.
와이번들의 무리가 어느덧 하늘을 새카맣게 물들이고 있었으니.
“그럼 이만.”
냉큼 포탈로 들어가 버렸다.
텅 비어버린 공터에는 사령관과 그의 연대장, 대대장 및 졸개들이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었다.
놈들이 사령관을 향해 쪼르르 달려왔다.
“형님!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시팔··· 야, 총 들고 다 이리로 모여! 숲 쪽으로 대피한다!”
그가 리더십을 발휘했다.
물류단지 터널에서 맞닥뜨렸던 와이번들의 습성이 떠올랐다.
숲속 같은 그늘진 장소라면 놈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것도 능력이 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뽀글머리 대대장이 우물쭈물 대답했다.
“그게··· 총이 다 사라져버렸습니다. 군용 차량까지···”
“그게 왜 사라져 씹새끼야!”
사령관이 애꿎은 대대장을 갈궈댔다.
총이건 차량이건 본래 이곳 부대의 물건이었을 터.
아공간이 그 속에 속한 물건으로 인지하여 함께 흡수한 모양이었다.
살길이 묘연해졌다 느꼈는지, 사령관이 대뜸 포탈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외부의 존재가 입장을 시도합니다] [조광식의 입장을 허가하시겠습니까?]“···아뇨?”
터엉!
투명한 벽에 가로막혔다.
그가 재차 문을 두드렸다.
“문 열어 개새끼야! 죽여버리기 전에!”
텅텅!
그는 끝까지 힘의 논리를 내세웠다.
힘의 논리라 그런지 그 자체가 모순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뒤로···
펄럭.
더 큰 힘의 소유자가 바람을 일으키며 땅에 내려앉았다.
검은 머리의 드래곤.
사령관 조광식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강자였다.
크르르르···
콧김에 바닥의 먼지바람이 일었고, 놈은 흥미롭다는 듯 내가 숨은 아공간을 들여다보았다.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다른 괴물들을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지성이 있는 건가?’
내심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드래곤은 이내 내게 관심을 거두었다.
그의 눈앞에는 싱싱한 먹잇감들이 벌판에 놓여 있었으니까.
수천 마리의 와이번들이 퍼드득 놈들을 향해 날아들 찰나.
“팍스야, 문 닫아.”
[알겠습니다.]포탈을 꺼뜨렸다.
구태여 보고 싶은 광경은 아니었으니까.
“저게 다 뭡니까···?”
몸을 돌려보니, 입을 쩍하니 벌린 이용수가 그의 가족들을 데리고 서 있었다.
그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
포탈 너머로 보이던 와이번들의 수는 가히 압도적이라 할만했으니.
더욱이 와이번의 무서움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이용수였다.
내가 대답했다.
“당장은 여기서 머물러야 할 것 같습니다. 놈들이 자리를 벗어날 때까지요.”
깡패들이 이야기하던 ‘시간’.
그건 짐작하건대 바로 저 드래곤+와이번 무리의 이동 스케줄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놈들의 순찰이 무슨 목적인지까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같은 곳에 계속 머무르지는 않을 터.
이용수가 긴장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주변으로 몇 가지 물건들이 널어져 있었다.
매트리스, 의자, 식탁 같은 가구들이었다.
그렇다.
이놈의 풀필먼트 센터에는 가구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이용수의 아내, 오지수가 쭈뼛거리며 말했다.
“휴게실을 꾸며두고 있었어요. 쉬실 때 침대 같은 게 있으면 편하실 것 같아서 준비하다 보니··· 하나 둘 일이 커졌네요.”
나름 이곳에서 자신이 할 일은 없을까 고심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남의 집에 얹혀 있다는 느낌이 들긴 했을 테니.
일이 커졌다는 것도 이해할 만했다.
무한 재고의 무료 쇼핑몰.
거기서 마음대로 골라잡아 방을 꾸밀 수 있는데 신이 날 수밖에.
“물건이 좀 많죠···? 하하···”
이용수가 멋쩍게 웃었다.
가구들의 무게가 제법이다 보니 그도 한 발 거들고 있던 모양.
나로서도 나쁠 게 없었다.
앞으로 이곳에서 지내게 될 시간이 많을 거다.
그런 공간을 알아서 고치고 꾸며준다니, 고마울 수밖에.
이용수가 말을 이었다.
“피곤하실 텐데 한숨 주무시겠어요? 휴게실에 침대 한 세트는 완성해둔 참이거든요.”
확실히 그의 말대로 잠이 부족하긴 했다.
더욱이 지금은 꼼짝없이 이곳 아공간에 머물러야 할 상황이었으니.
하지만···
“먼저 쉬고 계세요. 저는 확인해야 할 게 있어서.”
가만히 물류센터의 창문을 내다보았다.
여전히 흰 공백과도 같은 풍경이지만, 거기에는 새로운 무언가가 더해져 있었다.
방금 저장한 군부대.
국군지휘통신사령부의 전경이 창문 밖으로 내다보였다.
이용수가 말했다.
“그런데 저건 뭡니까? 갑자기 떡하고 군부대 시설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새로 흡수한 공간입니다. 말씀대로 실제 군부대고요.”
“아니 무슨 군부대를 통째로···?”
놀라운 것을 넘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물류센터에 이어 군부대까지.
내가 봐도 가공할 만한 능력이었다.
“어떻게 활용할지는 차차 생각해보죠.”
.
.
.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밖으로 나왔다.
저벅저벅.
물류센터의 옆문을 통해 나가니, 마당과 부대 위병소의 정문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그렇게 안쪽 막사로 향하는 오르막을 걸었다.
군부대 지형 전부를 들여온 탓일까?
이곳이 안인지 밖인지조차 구분이 잘 가질 않았다.
흰 도화지 같은 하늘을 보며, 이곳이 아공간 내부겠거니 어렴풋이 짐작할 뿐.
“확실히··· 꽤나 넓긴 하네.”
[그렇습니다.]팍스가 맞장구를 쳤다.
군부대의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총기, 탄약이나 폭약, 군용 차량부터 유사시에 대비할 수 있는 방독면과 같은 전략 물자까지.
조광필이 머리 좋게 선점한 것처럼, 아포칼립스를 대비하기에 이만큼 좋은 장소도 드물었다.
다만···
“활용하기는 좀 번거롭겠어.”
기존 물류센터에서는 손에 닿듯이 원하는 물건을 받아볼 수 있었다.
심지어 ‘출하’ 스킬을 이용하면 물건이 밖으로까지 배달되곤 했으니.
그것 자체가 내 장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군부대는 물류센터가 아니다.
총기는 무기고에서, 탄약과 폭약은 탄약고에서, 차는 예하의 수송대대에서 직접 가져와야 했다.
모두 위병소와 썩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간단히 말해···
“소총 한 정 출하, 이런 식으로 받아볼 수는 없다는 거네.”
나는 그렇게 정리했다.
하지만, 팍스의 의견은 달랐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곳 아공간은 저 AI 팍스에 의해 물류 시스템을 포맷으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새로 편입된 이곳 섹터 2 또한, 물류창고의 일종으로 취급됩니다.]이건 또 무슨 소릴까.
설마···
[현재 전산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섹터2에 존재하는 모든 개체에 대한 상품 코드 분류가 끝나는대로, 기존에 등록되어 있던 상품들처럼 출하 스킬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잠깐, 그럼 소총도 복사가 된다는 거야···? 물류센터에 있던 상품들처럼? 출하 스킬로도 내보낼 수 있고?”
[그렇습니다.]“개사기잖아?”
[그렇습니다.] [단,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는 전산 작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용이 불가합니다.] [현재 작업 진행률은 0.81%입니다.]“다 되려면 얼마나 걸릴 것 같아?”
[항목별로 소요 시간이 다르기에 정확한 예측이 어렵습니다.] [단, 원하시는 품목을 말씀해주시면 우선해서 상품 코드를 배정할 수 있습니다.] [원하시는 상품이 있으실까요?]“총기류랑 탄약류, 폭약 같은 것 먼저 등록해줘. 아, 차량이랑 기름도.”
[말씀하신 품목들은 6분 내로 우선해서 상품 코드를 배정하겠습니다.] [총기와 탄약, 폭약은 픽킹스테이션에서도 수령이 가능합니다.]“아, 그래. 대신 다른 사람들은 주문할 수 없게 막아줘.”
[알겠습니다.] [해당 품목들에 대해서는 주문 권한을 제한해두겠습니다.]필요한 조치였다.
이제 이 아공간에 있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니.
이용수와 그의 가족들이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나중에 누가 아공간 안에서 총질이라도 해댄다면 꽤나 곤란할 터였다.
“이런 건 미리미리 조심해둬야지.”
[그렇습니다.]알파고 쌈 싸 먹는 고성능 AI 께서도 내 의견에 동의를 표하셨다.
아무튼 팍스가 매끄럽게 처리를 해준 덕에, 불필요하게 이곳 군부대를 해집을 필요가 없어졌다.
총이건, 방탄이건, 탄약이건, 편하게 배달로 받아보면 될 터.
나는 곧장 몸을 돌려 물류센터 건물로 향했다.
돌아와 보니, 이용수와 그의 아내는 연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고 있었다.
뭘 하고 있었나 했는데, 그새 휴게실을 살기 좋게 꾸미려 구슬땀을 흘리고 있던 모양이다.
이용수와 그의 아내, 오지수가 나를 휴게실로 안내했다.
“한번 보세요. 맘에 드실 거예요.”
“아니 이게···”
수십 센티 높이에 달하는 호텔식 매트리스.
그 주변으로 고급스런 원목 탁자와 스탠드를 배치해두었다.
심지어 그 위로 깨끗한 유리병과 잔까지 비치되어 있는 게 아닌가?
바닥과 판넬 벽만 없었다면 호텔이라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오지수가 말했다.
“여기 남자 휴게실을 정겸 씨 전용 공간으로 꾸며봤어요. 여기 물류센터에 정말 없는 물건이 없더라고요.”
분명 고생이 많았을 텐데, 이상하게 그녀는 신이 난 표정이었다.
그새 피골이 상접해진 이용수는 별로 안 그래 보였지만.
내가 오지수에게 답했다.
“이것 참, 고맙네요. 눈 깜짝할 사이에 새집이 됐네···”
집 꾸미는 센스가 보통이 아니었다.
이용수가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괜찮으시다면 저희는 여자 휴게실에 있는 큰 방에 지내도 괜찮을까요? 불편하시면 다른 공간을 내어주셔도 좋고요.”
이런, 그러고 보니 이들 가족을 들인 뒤 제대로 거처를 지정해주질 않았었다.
나도 서둘러 대답해주었다.
“제가 깜빡했네요. 그러지 말고 여자 휴게실 통째로 쓰셔도 될 것 같은데···”
“그래도 되겠습니까···? 나중에 가족분들도 들이셔야 할 텐데요.”
“괜찮습니다. 저기 군부대 생활관도 있고··· 보아하니 간부 숙소까지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러니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게다가 용수 씨는 워낙 저랑 같이 움직이실 일이 많으니까요. 가까이 계시는 게 편할 듯합니다.”
어차피 공간은 넉넉했다.
여차하면 나중에 5성급 호텔을 통째로 넣어와도 좋으리라.
이용수가 대답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전력으로 돕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일단은···”
위잉-
밖으로 나가는 포탈을 열어보았다.
퍼드득.
퍼득.
여전히 태풍처럼 밖을 휩쓸고 있는 와이번들의 모습.
반면 사령관, 조광식과 그의 부하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아직 나갈 수는 없었다.
“한숨 자고 출발할까요?”
이곳 아공간은 평화로운 폭풍의 눈이다.
완전히 안전한 장소지만, 아쉽게도 밖으로 나갈 수는 없다.
와이번들이 사라지고 난 뒤에 다시 서울로 움직여볼 생각이었다.
강남까지 가는 게 이렇게나 고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제 전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으리라.
이제 내게는 군부대에서 얻은 소총이 있으니까.
심지어···
탄약도 무제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