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05)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05화(105/240)
105화 공동 묘지의 공집합 (7)
“큰일입니다!”
병마용으로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던 팍스FC의 일원들.
그런 그들 앞으로 진법을 살펴보고 있던 드루이드, 핀드릭이 달려왔다.
“왜 그래요?”
“기문진이 뚫렸어요. 새로 나타난 놈들이 있습니다.”
줄곧 활약하던 기관진식이었다.
실시간으로 토병들을 처리해준 덕에 병마용으로의 진입도 계획할 수 있었던 터.
하지만 당장의 방어선이 무너진 마당에, 공격을 강행할 수는 없었다.
핀드릭이 기문진이 파훼 된 남동쪽으로 그들을 안내했고, 도착하자마자 곧장 사태의 원흉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슴츠레 눈을 뜬 김솔이 물었다.
“······생긴 게 왜 저래?”
지금껏 마주했던 토병들과는 달랐다.
길쭉한 몸을 갖고 있기도, 뚱뚱한 몸을 갖고 있기도 한 변칙적인 외양.
옆구리에 둥그스름한 항아리를 끼고 빙빙 돌리는 놈이 있는가 하면, 또 콧등에 기다란 창대를 올려놓고 묘기를 부리는 놈도 있었다.
큼지막한 달항아리를 껴안은 토병이 옆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곤 김솔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길쭉한 눈을 반달로 접으며 비적비적 걸어오기 시작했다.
병사라기보다는 서커스단원에 가까운 모습.
하지만 그들이 자아내는 유희에는 틀림없는 살의가 깃들어 있었다.
앞에는 건축 자재로 쌓아놓은 거대한 벽이 가로막혀 있지만, 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기예꾼’들의 행보를 눈여겨보던 핀드릭.
그가 기가 찬다는 듯 덧붙였다.
“분명 벽으로 가로막힌 공간입니다. 숨기는 걸 넘어 아예 공간을 왜곡해둔 곳인데······ 어떻게······.”
스르륵.
기예꾼이 마법처럼 벽을 통과했다.
애초에 그곳은 벽이 아니었기 때문에.
“움직임에 원칙이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저놈 입장에선 그냥 재미로 벽으로 걸어간 걸 수도 있는 거죠······.”
기예꾼들의 자유분방한 행동양식, 그것이 원인이었다.
거대한 구덩이나 다름없는 병마용은 사실, 사방이 뚫려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었고, 드루이드의 공간 왜곡을 통해 사방으로 뚫린 공간을 고작 몇 개의 길로 좁혀둔 터였다.
“다행히 아직 뚫린 건 남동쪽뿐이지만······. ”
북쪽, 서쪽, 아니, 그 어디든 터져 나올 수 있었다.
저 핀볼 같은 ‘기예꾼’들의 움직임이라면 머지않아 새로운 출구가 만들어질 테니까.
운양이 한숨을 꺼뜨렸다.
“······다른 방법이 없겠군요.”
토병들의 움직임을 사실상 봉쇄했다고 여겼다.
아무리 죽지 않는 토병들이라지만, 미로처럼 꾸며진 기문진, 그리고 막강한 화력의 기관진식 앞에서는 산산이 흩어지는 모래 알갱이에 불과했으니까.
나선으로 흩어진 진법의 미로가 호리병처럼 토병들을 집어삼키고 있었고, 이제 남은 일은 병마용으로 진입해 바르나울의 본체라 할 수 있는 흑마법사들을 처리하는 일이었다.
“일단은 막아야 합니다.”
“······그냥 들어가서 슥 해버리면 안 돼요?”
김솔이 제 목 주변으로 손날을 휘휘 저었다.
김솔과 운양은 충분한 경지에 올라 있었고, 다른 인원들 또한 오러와 내공 운용의 초입에 다다른 상태였으니까.
기사들의 <합동검무>, 그리고 무림인들의 <인술진>을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흑마법사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 됩니다. 놈들이 밖으로 빠져나가면 곤란해요.”
그건 어디까지나 바르나울의 전력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막은 다음의 일이었다.
운양이 심각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지금 중국에는 널리고 널린 게 시체니까요.”
멸망으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은 중국이었다.
병마용만큼은 아니어도, 도심이나 민가에는 사람들의 시체가 발에 채듯 널려 있었으니까.
환각을 이용하는 바르나울의 능력을 떠올려본다면, 봉쇄에 실패했을 때 전장이 얼마나 더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질지 차마 가늠할 수 없었다.
“가시죠.”
“에잉······.”
팍스FC의 일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튀어 나갔다.
검을 사용하는 운양과 백민우가 한 축을 이루었고, 김솔과 송현구, 그리고 권룡을 비롯한 무투계열 무림인들이 또 다른 한 축을 구성했다.
슈와아아아악!
카아앙!
번갯불처럼 피어오른 불씨.
운양이 휘두른 검을 창술사 기예꾼이 막아냈다.
“······.”
창술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쐐애액!
운양을 향해 재빠르게 장창을 내질렀고, 도포 자락을 휘날린 운양이 가볍게 공격을 흘려냈지만······.
파각!
창술사는 묘기를 부리듯 창대를 부러뜨리더니, 왼손으로 잡아든 장창을 운양의 어깻죽지로 빠르게 찔러넣었다.
타아아앙!
서둘러 보법을 밟은 백민우가 공격을 쳐냈다.
팽그르르!
단창이 빠르게 하늘로 솟구쳤지만······.
“······.”
히죽히죽 입꼬리를 올린 창술사는 유유히 날아간 단창을 회수해 또다시 기다란 장창을 빚어낼 뿐이었다.
“······무기까지 제 몸이라 이거네요.”
백민우가 덧붙였다.
놈들은 애당초 시체가 아니었다.
왕의 무덤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특수하게 제작된 공예품들.
거기에 흑마법사들의 사념을 덧씌운 것이니, 몸과 마찬가지로 무기가 재생된다 한들 이상할 것은 없었다.
변칙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바르나울의 새로운 토병들.
하지만 이번에는 운양이 눈을 빛내며 백민우에게 말했다.
“준비했던 대로 갑시다. 변칙은 놈들만 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한 달 내내 검무와 검법을 함께 수련했던 그들이었다.
운양과 백민우가 나란히 양옆으로 자리를 잡았고, 칼끝에 은은한 검기를 덧씌우며 중구난방이던 기예꾼들의 움직임에 새로운 규칙성을 강제하기 시작했다.
카앙!
타아아앙!
끝없는 계단처럼 이어지는 참격.
물처럼 흐르듯 움직이던 창술사가 한 발 한 발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
.
.
한편, 김솔과 권룡, 그리고 송현구 또한 한창 싸움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마주한 것은 몸통만 한 달항아리를 든 두 명의 기예꾼.
놈들은 항아리를 던지거나, 세차게 굴린 항아리 위를 밟고 튀어 올랐고, 기상천외한 방향과 속도로 주먹과 발을 내질렀다.
시시각각 날아드는 항아리.
파창!
김솔의 주먹에 두 개의 항아리가 연달아 터져나갔지만, 바닥을 구른 기예꾼이 순식간에 깨진 조각을 청소기처럼 빨아들였다.
파다다다닥!
파리처럼 두 손을 놀려 다시 빚어낸 항아리.
그 항아리를 또 다른 기예꾼에게 전달했고, 곧장 주먹에 항아리를 접붙인 놈이 송현구의 얼굴을 강타했다.
챙그랑!
“커헉!”
그 자리에서 터져나가는 도자기.
안에 담겨 있는 흑마력이 모래알처럼 비산했고, 송현구가 불처럼 달라붙는 보랏빛 연기를 마른세수로 애써 걷어냈다.
“······.”
낄낄 웃음 짓는 토병들.
흙으로 빚은 허파로는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먼지 섞인 기분 나쁜 바람만이 쉭쉭 소리를 내며 흘러나올 뿐.
즐겁다는 듯, 놈들이 또다시 달항아리를 빚어냈지만······.
“뭘 또 처 웃고 앉았어?”
파창!
김솔이 항아리와 함께 토병의 머리를 박살 냈다.
절묘한 시간차로 주먹에 실리는 겹겹의 배리어.
까드드득!
토병이 두 손을 들어 주먹을 받아냈지만, 파도처럼 겹겹이 중첩되는 충격이 토병의 손을 물결처럼 깎아나갔다.
타앙!
콰아앙!
권룡, 그리고 정신을 차린 송현구 또한 토병들과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단순한 공방을 넘어 점점 우위를 점해가고 있었지만······.
“아! 언제까지 해야 해?”
문제는 기예꾼들 또한 결코 죽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창술사의 몸을 꿰뚫고, 항아리를 굴리는 묘기꾼의 머리를 박살 내고, 성기사들이 밀려드는 토병들을 가루로 만든 것이 벌서 수십 번째.
밀려드는 경로를 막아내고 있었지만, 놈들은 흑마법에 의해 실시간으로 되살아나고 있었으니까.
운양이 말했다.
“일단은 방어에 전념합시다. 아발론이 오든 안 오든······. 곧 있으면 정겸 대협이 합류할 테니까요.”
그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토병들이 꾸준히 되살아나고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막아내고는 있었으니까.
앞으로 나갈 수도, 적진을 파고들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이었지만, 당장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물류센터에 기반한 무한한 화력.
정겸만 있다면 지금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산산이 깨뜨릴 수 있을 테니.
“그때라면 직접 흑마법사들을 노려볼 수 있을 겁니다.”
정겸의 화력이라면 토병들의 발을 묶고도 남았다.
팍스맨들과 무림인들의 발이 풀리기만 한다면, 검무와 진법을 펼쳐 병마용에 숨은 흑마법사들을 찾아낼 수 있을 터.
흑마법사들만 처치할 수 있다면 병마용의 토병들을 다시 흙으로 돌려보낸 채, 바르나울의 침략을 지구상으로부터 지워버릴 수 있었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였다.
발이 묶인 건 바르나울 또한 마찬가지.
기관진식을 통해 자동사냥하던 흙 인형들을 직접 손으로 때려 부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렇게, 파훼된 기문진 남동쪽 구역을 중심으로 토병들이 부서졌다 재생되기를 수십수백 차례 반복하고 있었을 즈음······.
“······저게 뭐지?”
토병들의 몸에는 저마다 흐릿한 흑마법의 실이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유난히 두꺼운, 밧줄에 가까운 선 하나가 서서히 끌어올려지는 것이 보였다.
병마용을 이루는 구덩이의 지평선.
그 지하 세계로부터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마차?”
네 마리의 말, 그리고 말들이 이끄는 화려한 장식의 마차였다.
모두가 흙으로 빚어져 있었지만, 한 가지는 달랐다.
다른 토병들이 희끄무레한 반죽과 같았다면, 말과 마차는 영롱한 은색으로 뒤덮여 있었으니까.
척!
푸르르!
마차가 지면에 올라서자마자, 벌컥 문이 열렸다.
그로부터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시황제?”
이번엔 흙이 아닌, 완연한 백골이었다.
구슬이 줄줄이 매달린 커다란 면류관과 황금색 자수가 박힌 용포.
누가 봐도 바르나울이 중국의 그 역사적인 인물을 되살린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쉬지 않고 기예꾼의 머리를 박살 내고 있던 김솔.
그녀가 게슴츠레 뜬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소재가 좀 다른데?”
해골의 얼굴 뼈가 슬라임처럼 꿈틀거렸다.
물결처럼 일렁이지만, 동시에 단단하게 농축된 액체.
찬란한 은빛 물체가 그의 창백한 시체를 감싸고 있었으니까.
이번에는 운양이 혀를 찼다.
“수은이라······ 과연 진시황답군요.”
영생에 대한 과도한 집착.
그리고 수은에 대한 엇나간 믿음까지.
바르나울의 흑마력이 그의 두 가지 몽상을 동시에 실현해주고 있었으니.
하지만 흑마력의 성격을 띤 이상, 그런 시황제의 몽상은 명백한 위력을 갖고 있었다.
“······.”
텅 빈 눈자위를 드러낸 그가 한쪽 팔을 치켜들었고······.
슈와아아아아악!
콰과과과과과!
그의 양옆에서 쏟아진 수만 리터의 은빛 물결이 토병들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꾸물꾸물.
은으로 둘러싸인 토병들이 거울처럼 빛나는 동시에,
“······어?”
팍스맨들의 공격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타아앙!
티잉!
주먹질에도, 망치질에도 깨지지 않는 거울.
아예 부술 수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내구력을 갖게 된 토병들이었다.
그리고, 그 영향에 따른 결과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거기 비잖아!”
“마, 막을 수가 없습니다!”
비명을 지르는 팍스맨들.
수은으로 만들어진 두꺼운 파도가 난반사를 일으키며 진법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그러곤 무너진 댐처럼, 토병들을 넘어 아예 바깥으로까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무거운 급류가 팍스FC의 일행들을 덮쳤다.
김솔이 방어막을 전개했지만, 충분하지는 않았다.
수천 마리의 토병과 폭포수가 된 수은에 고무 오리처럼 휩쓸리려던 찰나······.
“······왔다! 왔어요!”
누군가, 하늘을 가리켰다.
이제는 팍스FC의 상징이 되다시피한 아공간 포탈.
세로로 길쭉한 푸른색 타원이 또 다른 물결을 자아내고 있었다.
대앵- 대앵-
안으로부터는 낯선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죽은 자의 마음을 울리는 청명한 종소리.
저승에서 기어 나온 시황제는 물론, 무덤을 지키던 토병들마저 공연히 소리가 흘러나오는 포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바로 그 포탈에서 나타난 것은······.
“······음?”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내민 정겸의 얼굴이었다.
그가 병마용 위로 우뚝 선, 진시황의 해골을 마주 보았고······.
“······눈치 없게 니가 일어나고 그러면 어떡해? 남의 장례식에.”
지이잉.
주변 곳곳에 새로운 아공간 포탈을 전개했다.
병마용을 사방으로 둘러싼 포탈.
그로부터 쏟아진 것은······.
와르르르르르!
달그라라락!
병장기로 무장한 수천 명의 해골.
그리고 그런 그들로 이루어진 백색의 폭포였다.
쏴아아아아아아!
병마용의 구덩이가 빠르게 메워졌다.
바르나울의 흑마법사들을 고스란히 무덤으로 되돌려보내는 것.
그것이 정겸이 의도한 장례식의 참된 취지였으니까.
공동 묘지의 공집합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