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06)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06화(106/240)
106화 공동 묘지의 공집합 (8)
콰앙!
타아앙!
흰색, 그리고 은색이 벌이는 치열한 전투.
달그락거리는 뼈 소리가 지축을 울렸고, 토병들을 뒤덮은 수은이 줄줄 흘러넘쳤다.
“으아아아아아!”
“개새끼들아!”
마주한 상대가 다름 아닌 바르나울이니만큼, 아발론의 사기는 대단했다.
평화롭던 아발론을 침략한 것도 모자라, 그들이 사랑하던 왕 아서를 죽인 장본인들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오늘날의 대통령이나 정치인을 생각하면 안 됐다.
아발론의 백성들에게 있어 아서는 일종의 아이돌, 또는 정신적인 지주에 가까웠으니까.
예컨대 이런 식이다.
시청 앞 과장에서 대국민 아이돌의 장례식이 열린 상황.
수십만 인파가 대성통곡을 하던 중, 여전히 칼을 든 살인 용의자를 던져놓는다면?
‘미쳐 날뛰어야 보통이니까.’
죽은 왕을 향한 사념으로 벼려진 뼈 무덤, 아발론.
백성들은 물론 휘하의 경비단, 기사단까지 모두가 하나같이 맹렬한 충동에 사로잡혀 있었다.
“죽여!”
“다 죽여어어어!”
아쉽지만 그 소원을 이룰 순 없었다.
바르나울의 토병들은 흑마력의 보충을 받아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아발론에는 바르나울이 남겨둔 흑마력이 잔존하고 있었고, 덕분에 아발론의 언데드들 또한 무너진 뼈 골격을 재생하며 끝없는 소생을 반복하고 있었다.
살의로 사무쳤으나, 결코 죽일 수 없는 죽은 자들의 카니발.
진짜로 죽은 존재는 단 하나, 나는 잘 알지 못하는 아서라는 이름의 어린 왕이었다.
달그락!
콰아아앙!
카앙!
먼지처럼 쌓인 슬픔이 분노라는 희열의 장작이 되었다.
살인자와 조문객이 벌이는 무덤 속의 드잡이는 커다란 축제와도 같았다.
수은으로 강화된 진시황의 토병들.
조금은 밀리는 듯 보였던 아발론이었지만, 베론을 비롯한 경비단과 기사단의 활약에 서서히 완벽에 가까운 균형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계속 저렇게 둘 수는 없지.’
자그마치 80년간 똑같은 굴레에 빠져있던 아발론.
그들에게 더 이상의 루프를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었고, 그 균형을 깨는 것이 내 역할이기도 했다.
꽈아아앙!
파삭!
사방으로 튀어 나가는 은빛 물방울.
그리고 모래 먼지처럼 흩어지는 바르나울의 토병들.
나는 수십 자루의 드워프제 전투 망치를 묠니르처럼 집어던졌고, 그건 시황제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콰아앙!
상반신이 통째로 사라져버린 옛 중국의 황제.
하지만 곧 모래폭풍과 수은 알갱이들이 모여들었고, 이내 원래의 형상을 되찾았다.
“······너도냐?”
죽여도 죽지 않는 걸 보면, 생전의 꿈을 죽어서 이룬 게 분명했다.
그 소원이 구천을 떠돌다 외계 침략자들의 하수인이 되는 건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효과가 없지는 않았다.
놈이 재생되는 동안 토병들을 감싸고 있던 수은이 주르륵 바닥으로 흘러내렸으니까.
비록 찰나에 불과하긴 했지만,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이니만큼 작은 차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됐습니다! 우리도 움직이죠!”
“오! 답답해 뒤질 뻔!”
아발론의 백성들의 지원 덕에, 비로소 팍스맨들과 무림인들 또한 발이 풀렸다.
휘오오오오······.
지이이잉······.
어딘가에서는 푸른색으로, 또 어딘가에서는 황금색으로 은은한 빛이 피어올랐다.
내내 오러와 내공을 아껴두고 있던 팍스FC의 일원들.
사방으로 뻗어나간 빛이 흑마법사들의 실선을 선명하게 비췄다.
거미줄처럼 병마용 곳곳으로 뻗어있는 흑마력의 끈.
카멜롯의 기사들, 그리고 백민우와 운양을 비롯한 팍스맨 검사들이 합동 검무를 펼쳤다.
팽그르르······.
숨겨져 있던 실선이 토병들에 연결되어 있던 흑마력의 선과 절묘하게 교차했고, 검사들은 토병들을 베어 넘기며, 마치 사다리 게임을 하듯 숨은 흑마법사들의 위치를 탐색해나가기 시작했다.
곳곳으로 뻗어나간 실선들.
그중에는 줄이 꼬이거나, 단단한 매듭이 지어져 그 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곳도 있었다.
이번에는 김솔과 권룡을 비롯한 무림인들이 나섰고,
“이게 진짜 매듭이지! 하이브리드 흑염룡!”
“······쌍룡권!? 김소저! 태극권을 응용한 쌍룡권이라니요!”
호쾌한 주먹질과 함께 흑마력의 매듭을 올올이 풀어버렸다.
김솔이 동시에 피워낸 내공과 오러가 두 마리의 용처럼 서로를 감쌌다.
무림인들 또한 놀라 까무러치면서도 주먹을 내질러가며 함께 흑마력의 매듭을 넓게 펼쳐 보였다.
저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벌이는 난장.
하지만 그 모두를 아우르는 거대한 수식은 소름 끼치도록 명료했다.
그 모두를 황량한 아발론이 감싸고 있었고, 또 그 내부를 탐욕스러운 바르나울의 무덤이 감싸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거기 있었구나?”
매듭이 풀려버린 탓이다.
물결처럼 퍼져나간 흑마력의 실선이 십여 개의 등고선을 그렸고, 그 안쪽마다 두손을 하늘로 뻗은 채 삐질 땀을 흘리는 흑마법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겹겹이 둘러싸인, 찌그러진 원들의 중심부.
그 비어있는 중심을 향해, ‘악마 포식자’를 날려 보냈다.
쐐애애애애액!
“커허어어어억!”
피를 토하며 자리에 쓰러지는 흑마법사.
뾰족한 성창이 놈의 심장을 관통했고, 스위치를 누른 듯 십분의 일에 해당하는 실선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쉬이이이익!
빠아악!
수십 자루의 검끝이 기다란 선율을 그렸다면, 격투가들의 주먹은 그 사이사이로 커다란 박자를 때려 넣었다.
“어억!”
“허으으으윽!”
하나씩 발견되기 시작한 바르나울의 흑마법사들.
그렇게, 두 명의 흑마법사들을 추가로 처치했을 즈음이었다.
“······뭐지?”
훅.
훅.
토병들을 꼭두각시처럼 매달고 있던 실선들이 하나둘 촛붗처럼 꺼져 들어갔다.
지금까지 처리한 흑마법사들은 세 명이 고작.
하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벌써 절반 이상의 술식이 걷어진 상태였다.
“이렇게 끝난다고?”
그에 따른 결과도 분명했다.
우수수 탑처럼 무너지는 토병들.
한창 죽음의 무도회를 벌이고 있던 아발론의 백골들이 신데렐라를 잃은 왕자처럼 우두커니 멈추어 섰다.
눈 깜짝할 사이, 대부분의 상대가 저절로 사라지고 있는 상황.
검무와 진법을 펼치며 흑마법사들의 환각을 추적하던 일행들 또한 가만히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쉬이이이······.
토병들을 감싸던 수은이 눈처럼 녹아 사라졌다.
위풍당당하던 중국의 옛 황제 또한, 찢어진 용포를 남겨둔 채 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얘네 왜 다 죽어버리는 거야?”
김솔이 아연실색하여 물었다.
놈들이 처리되는 건 좋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이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예상하던 방식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으니.
그때였다.
“주군!”
검무를 중단한 란슬롯이 황급하게 내게 다가왔다.
“당장 피하셔야 합니다!”
“뭐?”
소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였지만······. 이런 표정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눈동자에는 선명한 공포가 서려 있었으니까.
“갑자기 무슨 소리야? 피하라니?”
“위! 위를 보십시오!”
란슬롯이 휘적휘적 손을 올려세웠다.
그렇게,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을 때······.
“미친······.”
나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파지지지지지직!
······까드드득!
십여 미터 상공에 부유한 채, 보랏빛 광채를 뿜어내고 있는 흑마력 덩어리.
토병들을 재생시키던 8자 모양의 흑마력이 당장에라도 터질 듯 크게 부풀어 있었다.
후욱!
후우욱!
몇 개의 실선이 추가로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
수직으로 내려오는 단 한 가닥의 실선뿐이었다.
그 아래로, 홀로 남은 한 명의 흑마법사가 서 있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유연하고 화려한 궤적을 보여주던 흑마법사들의 선.
정작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수직으로 떨어진 단 하나의 매듭이었으니.
교수대를 나타내듯, 그 끝에는 선명한 올가미가 둥글게 묶여 있었다.
꽈악.
올가미를 양손에 쥔 흑마법사.
이 거대한 무덤을 자신의 죽음으로 채우려는 듯, 놈이 자신의 묘비를 적어 내려갔다.
“내 이름은 플로리안이다. 대 바르나울의 흑마법사이자, <밤의 형제들>의 단장이었지.”
녀석은 나를 마주 보고 있었다.
주변 곳곳으로 열린 게이트 포탈.
아발론을 끌고 들어온 장본인은 누가 보더라도 나였으니까.
무거운 체면을 순식간에 걷어낸 플로리안이, 울긋불긋한 안색으로 내게 물었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놈은 고개를 들어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욱한 먼지 주변으로 아른거리는 아발론의 도심.
지구와 한 몸이 된 아발론을 바라보는 녀석의 표정에는 당혹이 어려있었다.
“대 바르나울이 고작 개척 차원 따위에 휘둘린 것. 세계수가 버젓이 살아 있는 것. 버러지 같은 드루이드 놈들이 세계수와 한 공간에 있는 것. 모두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쥐어뜯긴 바르나울의 코털 한 가닥 한 가닥을 거론하며, 파르르 목소리를 떤 플로리안.
하지만 이내 날아든 창백한 음성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저것만큼은 안 된다. 저건 여기 있어선 안 될 물건이야.”
“······그걸 왜 니들 맘대로 정해?”
내가 대답했지만, 플로리안은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없애버려야 한다. 돌려놓을 방법이 없다면 아예 지워버려야······. 기왕에 너희도 다 죽어버려. 죽어버려라.”
흑마력으로 된 올가미를 움켜쥔 채, 횡설수설하는 녀석.
지체하지 않고 성창을 쏘아 보냈지만······.
슈우우우욱!
플로리안의 몸을 그대로 통과해버렸다.
정직하게 내려온 실선에는 단 하나의 거짓만이 남아있었다.
플로리안은 이미 떠난 지 오래였다는 것.
하지만 그의 유령과도 같은 잔상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기어코 교수대의 올가미를 제 목에 걸기까지 했다.
슈우우우웅!
8자 모양의 흑마력 핵이 성큼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끄륵!”
쐐애애애애액!
마지막 남은 실선이 빠른 속도로 빨려들었고, 목이 졸린 플로리안의 잔영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공연히 바라볼 시간이 없었다.
거대한 보랏빛 광채를 등진 란슬롯이 내 어깨를 부여잡았으니까.
“주군! 이럴 때가 아닙니다!”
그 표정을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건 위계고 나발이고 아무짝에 소용이 없는 공격이라는 걸.
당장에라도 포탈에 몸을 숨겨야 할 판이었지만······.
“······잠깐 기다려 봐. 저거 자꾸 위로 올라가잖아.”
흑마력의 핵은 서서히 하늘로 부유하고 있었다.
십수 미터 위에 있던 것이 어느덧, 30미터 높이까지 치솟은 상황.
위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폭발의 사정거리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갈 게 분명했다.
한편, 길 잃은 팍스맨들과 무림인들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그 밖에 아발론에서 끌고 온 수천 명의 언데드들 또한 자리한 상황.
아무리 죽어도 되살아나는 언데드들이라지만, 주위를 감싼 아발론조차 무사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상품회수.”
슈와아아아아악!
논의할 틈도 없었다.
사방에 깔아두었던 아공간 포탈을 다시 가동했고, 병마용 곳곳에 흩어져있던 일행들과 언데드들을 포탈로 순식간에 빨아들였다.
터엉!
그러곤 수십 개의 H빔을 빠르게 출하해 흑마력의 핵으로 향하는 계단을 만들었다.
안절부절 나를 지켜보고 있던 란슬롯이 그제야 알겠다는 듯, 내게 등을 낮췄다.
“가시죠, 주군. 모시겠습니다.”
곧바로 그의 등에 업혔다.
란슬롯이 보법을 이용해 H형강을 빠르게 타고 올랐고,
탁!
타닥!
“일단 이쯤이면 됐어.”
오래지 않아 흑마력의 핵보다 높은 위치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지상으로부터 대략 30미터쯤 될까?
어쩌면 그보다는 적을지도 몰랐다.
바로 아래에는 거대한 구덩이라 할 수 있는 병마용이 있었으니.
내가 한 일은 두둥실 떠오르는 흑마력의 핵 위로 넓적한 아공간 포탈을 전개하는 것이었다.
넓은 접시처럼 생겨난 포탈이, 풍선처럼 떠오르던 흑마력의 핵을 하늘에서 떠받쳤다.
“그래봤자 하나뿐이지만······.”
물론, 마석만 지불한다면 더 많은 포탈을 설치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쓸모 있는 것은 딱 하나뿐이었다.
각성 첫날 나를 오크로부터 지켜주었던 포탈.
물리력을 가지고 있는 건 그것 하나뿐이었으니까.
쿠구구구······.
나름 최대로 크기를 키웠음에도, 핵에 비해 크기가 너무 작았다.
감싸서 덮는 것은커녕, 위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막는 것이 고작.
무게 중심을 잡는 것조차 어려웠기에, 갸우뚱 솟아오르는 핵을 따라 십여 미터가량을 더 올라가야만 했다.
다행히, 발아래 놓인 무덤은 텅텅 비어 있었다.
토병들의 부서진 조각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을 뿐.
“······이제 한계입니다!”
“알았어! 다 끝나가!”
란슬롯의 재촉을 들으며, 몇 번의 시행착오를 추가로 거친 끝에,
“됐다!”
마침내 흑마력 핵의 상승을 멈춰 세울 수 있었다.
보랏빛 태양과 함께 올라온 50미터 상공.
“상품회수!”
슈화아아아아악!
란슬롯과 함께 몸을 던졌고, 아공간 포탈 또한 우리를 집어삼켰다.
얇디얇은 포탈의 경계면을 지나는 동안, 그새 곳곳이 부풀어 오른 흑마력의 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번쩍!
섬광이 빠르게 우리의 눈가를 스쳤다.
그러고 난 다음······.
“······.”
귀를 찢을 듯한 폭음이 뒤늦게 찾아왔다.
팍스 건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