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07)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07화(107/240)
107화 팍스 건설(1)
후두두둑!
세찬 모래 알갱이가 포탈 표면을 때렸다.
병마용의 토병들은 물론, 주변을 이루고 있던 지반 전체가 송두리째 날아갔다.
따끔따끔한 발뒤꿈치.
운동화 뒤꿈치가 새카맣게 그을려 있었다.
휘이이이이······.
투둑! 툭!
폭발의 충격은 포탈을 뚫고 들어오지 못했다.
하지만, 마치 두꺼운 유리창을 사이에 둔 것처럼 그 위력만큼은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핵무기야 뭐야······.”
절로 소름이 돋았다.
급격하게 부풀어 오른 8자 모양의 흑마력.
선명한 빛이 그 경로를 따라 빠르게 회전했고, 그 결과 강력한 폭발로 이어졌다.
어쩌면 영화에서나 보던 버섯구름을 목격했을지도 모를 상황이었지만······.
“······아슬아슬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폭발이 더 커지지 않아 다행이고요.”
핵 위로 씌워놓은 포탈 덕분에, 막대한 증기와 먼지만 하늘 위로 솟구쳤을 뿐이었다.
아공간 포탈이 무한에 가까운 방어력으로 흑마력의 폭발을 감당했고, 높이 또한 제한된 덕에 폭발 반경이 병마용 주변으로 국한됐다.
“미안하다. 조금만 더 빨랐으면 좋았을걸.”
“아닙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병마용을 둥글게 감싸고 있었던 탓이다.
안타깝게도, 란슬롯의 고향인 아발론 또한 피해를 보게 되었으니.
설치된 포탈을 통해, 박살 나고 있는 아발론의 풍경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어둑어둑한 물류센터의 복도.
연이은 돌풍과 부딪히는 돌먼지 소리 덕에, 거대한 태풍의 핵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나저나······ 대체 뭐야 저거?”
“흑마법사들이 사념을 끌어모아 폭발을 일으킨 겁니다. 지니고 있던 모든 사념을 털어 넣었었으니······.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었겠죠.”
사념(邪念).
인간의 비틀린 마음이 특별한 힘을 갖고 있다는 건 짐작하고 있었다.
카멜롯의 기사들은 물론, 아발론의 백성들까지.
언데드를 일으키고, 움직이도록 하는 동력이 바로 그 사념에서 비롯한 것이었으니까.
다만 단번에 이렇게나 거대한 위력을 낼 수 있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흔한 일은 아닙니다. 죽고 사는 문제를 떠나서······ 흑마법사들이 마지막 남은 사념을 내려놓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무덤에서 벌떡 일으킬 만큼 강한 욕망이다.
그런 욕망을 포기하면서까지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려 했다는 것.
아발론을 내어줄 수 없다는 바르나울의 의지가 여실히 전해지는 대목이었다.
일단은 놈들의 소원대로 되었다.
거대한 폭발의 여파가 아발론을 집어삼켜 버렸으니까.
그래도······.
“아발론 사람들은 멀쩡하다는 거지?”
다행히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예, 베론으로부터 소식을 들었습니다. 비석이 모두 왕실 묘역에 놓여있던 덕분에······.”
아발론이 파괴된다면 그들의 원혼까지 위험할 수 있었다.
혹여나 귀속된 아이템이 파괴된다면 그와 함께 소멸하게 될 테니까.
하지만 다행히, 그들이 귀속된 비석은 아발론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에 놓여 있었다.
“바르나울이 가장 튼튼하게 보강해둔 곳이라고 하더군요. 좋은 목적은 아니었겠지만······.”
인생사 새옹지마였다.
아발론의 노동력을 안전하게 온존하려 했던 바르나울.
그 노림수가 되레 지구에 아발론의 불씨를 남겨둔 셈이 되었으니.
“왜 그렇게까지 아발론에 집착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아직 아발론의 사람들이 남아있었다.
지난 80년간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또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를 차차 알아가면 될 터.
지금으로서는 바르나울의 시도를 저지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후두두두두······.
투명한 포탈을 때리는 모래 먼지는 여전했다.
어두운 잿빛으로 뒤덮인 하늘.
우리는 천천히 이 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
폭풍이 잦아든 이튿날 오후.
대기를 채운 먼지들이 충분히 가라앉은 다음에야 우리는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살벌하네.”
병마용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 자리에는 커다란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거대한 크레이터가 덩그러니 드러나 있을 뿐이었다.
“고맙습니다. 정겸 대협만 아니었다면······.”
운양이 내게 감사를 전했다.
포탈을 덮어 핵의 폭발 반경을 최대한으로 줄였던 참.
병마용의 서쪽으로는 시안이, 그리고 동쪽으로는 웨이난 시가 있었고, 두 도시 모두 폭발의 사정권으로부터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형국이었다.
“다행입니다. 정말로요.”
핵이 그대로 상공으로 치솟았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을지, 가늠조차 가질 않았다.
이제는 공처럼 비어버린 텅 빈 무덤.
우리는 곧장 다른 흔적으로 이동했다.
왕실 묘역에 모여 있는 비석들.
이제 아발론의 백성들을 되살릴 때가 되었으니까.
.
.
.
묘역을 가득 메운 아발론의 언데드들.
나는 그로부터 한 가지 흥미로운 해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하께서······ 전하께서 우리를 지켜주셨어!”
아발론의 왕족들을 위해 만들어진 묘역이었다.
하지만 바르나울은 사람들의 원혼을 귀속시킨 묘비를 보관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아발론 왕실 묘역이 장소가 되었다.
돌탑처럼 쌓인 아발론의 공동묘지.
덕분에 언데드들은 무사할 수 있었다.
정작 아서의 시체는 이곳에 남아 있지 않았지만.
“그래 뭐, 그 양반이 지켜줬다고 치고······.”
이제 다음은 내 일이었다.
언데드가 된 아발론의 백성들.
무한히 복사한 세계수를 자원으로 그들 모두를 되살려주어야 할 테니까.
성기사들이 수북이 쌓인 묘비를 하나하나 건져 올렸고······.
“다곤! 다곤이라는 사람 있습니까?”
“저, 접니다!”
호명된 해골 하나가 황급히 달려 나갔다.
묘비를 집어 든 드루이드들이 세계수의 가지를 흔들며 죽은 원혼을 위로했다.
그러곤 사물에 깃든 원혼을 조금씩 분리하는 한편, 세계수를 이용해 죽은 뼈에 천천히 조막만 한 살을 입혀갔다.
“으으으으윽!”
“참으시오. 더럽게 아프겠지만.”
아발론의 백성들은 환희했다.
저승사자의 명부와 달리, 핀드릭의 호명은 생명을 가져다주고 있었으니.
언제 불릴지 모를 자신의 이름을 기다리며, 아발론의 백성들은 저마다 손을 붙잡고 춤을 췄다.
달그락!
달그라락!
아서의 생사에 얽매여, 영원한 굴레에 빠져있던 아발론.
이제는 텅 빈 무덤 앞에, 그들 모두가 자유를 되찾았다.
그리고, 그때였다,
“······베론?”
양 볼이 조금 수척하게 파여 있기는 했지만, 인간으로 되살아난 그는 준수한 소싯적의 얼굴을 뽐내고 있었다.
다가온 아발론의 경비단장이 내게 먼저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감사를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기뻐하고 있어요.”
그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되살아난 아발론의 소년이 폴짝 뛰어 인파 속으로 돌아왔다.
아직은 해골인 그의 어머니가 까르르 웃으며 소년의 볼을 꼬집었고, 다시 돌아올 어머니의 부드러운 살결을 기다리며, 80년의 세월을 지나온 어린아이가 더없이 환한 미소를 피워냈다.
척!
내게 무릎을 꿇은 베론.
“아서 님이 저희를 지켜주셨다면······ 당신은 우리를 구원해주셨군요.”
충성의 서약에 앞서, 무한한 감사에 가까운 것이었다.
상당한 전투력을 보여주던 아발론의 경비단과 기사단.
나로서는 든든한 전력을 새로이 얻은 셈이었다.
“뭘, 앞으로 잘 부탁해.”
“물론입니다.”
손을 뻗어 앉은 그를 일으켜주었고, 인사를 마친 베론이 그제야 란슬롯과 해후를 나눴다.
“······란슬롯 경.”
“돌아온 걸 축하한다. 베론.”
“이렇게 다시 만나 뵐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꿈에도······.”
카멜롯의 다른 기사들도 분주히 쏘다녔다.
수십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 친척, 동료, 친구들을 만나러 다녔고, 육성의 웃음과 딱딱거리는 턱뼈의 울림이 묘역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란슬롯이 베론에게 물었다.
“허기가 지나? 배에서 소리가 나는데.”
“아, 그런 거였군요. 수십 년을 언데드로 있어서 그랬는지······ 이게 배고픈 건 줄도 몰랐네요.”
움푹 들어간 자신의 배를 매만지던 베론.
문득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생각해보니 그 문제를 생각을 못 했습니다. 저 많은 수를 먹이려면 어마어마한 식량이 필요할 텐데······ 아발론에 건량이 남아 있을 턱도 없고요. 다들 언데드인 채로 머물러 있었어야 했던 건 아닐지······.”
발을 동동 구르는 베론.
한편, 란슬롯 또한 그에 못지않게 심각한 표정이었다.
“베론. 건량이라고 했나?”
“예, 무슨 문제라도······?”
“정말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베론이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란슬롯을 마주 봤다.
나 또한 갑자기 무게를 잡는 란슬롯이 의아할 따름.
천천히 숨을 몰아쉰 란슬롯이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되살아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오러의 근간은 건강한 신체에서 나오는 법. 체계화된 영양 섭취 훈련을 통해 그 이상의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법이다. 무엇보다······ 주군의 아공간에는 식량이 무한하게 쌓여 있으니까.”
“무한이요······?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잘 기억해둬라. 식사는 훈련이다.”
‘······.’
내가 했던 이야기를 고스란히 써먹는 란슬롯.
한편, 베론은 그런 그의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어 있었다.
“지구에는 한우라는 생물이 존재한다. 포르쿠 고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맛과 영양을 가지고 있지. 이 한우라는 생물을 불에 구우면 붉은색 살결이 노릇노릇한 갈색을 띠기 시작해. 두툼한 조각을 잘라내면 안에는 여전히 핏기가 서려있지만······.”
“핏기요? 덜 익은 게 아닙니까?”
“허튼소리! 거기에 모든 영양이 담겨 있어. 씹자마자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육즙이 입안 가득 터져 나오고, 정작 고기는 눈 녹듯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게 된다. 종국에는 입가에 자르르 번져 있는 기름기와 깊은 풍미만 남아 있을 뿐이지.”
“아니, 무슨 마법도 아니고······ 세상에 그런 음식이 있단 말입니까?”
쩍 하니 입을 벌리는 베론.
꼬르륵. 꼬르르륵.
그의 배꼽시계가 미친 듯이 울리고 있었다.
다음으로 냉면을 비롯한 각종 면류에 대한 묘사가 이어졌고, 간장게장이니 양념게장을 비롯한 해산물을 지나, 뜨거운 물 하나로 완성되는 즉석식품들에 대한 찬미로 이어졌다.
아무리 봐도 조언이나 훈계가 아니었다.
저건······.
‘······자랑?’
이제는 물류센터의 풍요에 완전히 적응해버린 그였다.
어느새 란슬롯이 양팔에 허리를 둔 채, 코를 드높이고 있었다.
그를 품은 팍스FC를 자랑스러워하며.
그때였다.
“······주인님. 그게 정말입니까?”
아발론에서 만났던 란슬롯의 종자였다.
아서의 죽음을 한사코 믿지 않으며, 종국에는 란슬롯의 존재마저 부정했던 루크.
그가 우물쭈물하며 조심스레 걸어오고 있었다.
“루크······.”
루크는 여전히 죽은 해골의 상태였다.
하지만 란슬롯의 생생한 이야기가 그의 관념을 자극하며, 텅 비어있던 그의 사념에 새로운 욕구와 욕심을 채워 넣은 모양이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그때는 도무지······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서······.”
“······.”
꼬옥.
란슬롯은 말없이 뼈만 남은 루크를 안아주었다.
녀석은 바르나울이 부여한 사념에 휘둘렸던 것뿐이었으니까.
울음조차 허락되지 않은 가련한 해골은, 그저 갈비뼈를 떨며 눈물을 대신하고 있었다.
란슬롯이 루크에게 물었다.
“정말이냐고 물었느냐?”
“······예, 주인님. 정말 그런 게 존재한단 말입니까?”
그가 되물었지만······.
후욱!
란슬롯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주인님?”
란슬롯은 어느덧 망령으로 변해있었다.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구름 같은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란슬롯.
유령이 된 그가 히죽히죽 웃으며 루크의 주변을 맴돌았다.
“당연히 허상이지. 자네 말대로 말이야. 허허.”
“아앗······!”
보기보다 뒤끝이 있는 그였다.
웃음이 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좋았지만.
.
.
.
소생한 아발론의 백성들은 곧장 엘븐하임으로 보내졌다.
폭발에 휩쓸린 아발론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으니.
이미 유럽에서 건너온 수천 명의 인파가 기거하고 있는 엘븐하임이었지만,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엘븐하임 대륙은 수십만 명은 거뜬히 수용할 만큼 거대한 땅이었으니까.
정작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뭔 노숙자들도 아니고······.”
갈라돈 의회와 엘프들의 움막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건물이 없는 엘븐하임이었다.
유럽에서 건너온 환자들 또한 대부분 군용 텐트에서 머무르고 있는 실정.
헐벗은 아발론의 백성들 모두가 대자연에 내동댕이쳐진 상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발론에서 넘어온 두 명의 청년이 환경의 열악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으으······.”
“왜 그래? 어디 아파?”
“화장실. 화장실을 가야 하는데······.”
하지만 숲 한복판에 화장실 같은 게 있을 턱이 없었다.
80년 만에 찾아온 생리현상을 참다못한 아발론의 청년.
그가 후다닥 수풀 사이로 들어갔다.
“······거기서 해결하려고?”
“괘, 괜찮겠지?”
당연하지만 될 리가 없었다.
낌새를 챈 엘븐하임의 장로, 윌그라임이 후다닥 달려왔고······.
“지금 뭐 하는 겐가! 거기서 볼일을 보면 어떡해?”
“히익! 죄송합니다! 너무 급해서 그만······!”
서둘러 허리춤을 고쳐 매는 청년.
윌그라임이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이이익! 그 아까운 거름을! 그럴 땐 빨리 밭에 가서 싸야 할 것이 아닌가! 자! 저쪽 밭에 똥 모아 놓은 곳이 있으니 얼른 가서 해결하게!”
“아아! 그렇군요! 너무 오랜만이라 잊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후다다닥!
청년이 밭 한가운데 놓인 거뭇거뭇한 똥 산 아래로 다가갔다.
“휘우! 살았다!”
그가 찬란한 햇빛 아래로, 흰 복숭아를 내밀었고······.
‘아······.’
그 광경을 마지막으로 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문명화가 시급해.’
아발론을 탓하기에 앞서, 엘븐하임 또한 처지가 도긴개긴인 상황.
엘븐하임에 올 때마다 맡았던 진한 시골 소똥 냄새의 정체를 알고 나니,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방법은 주거 환경의 개선이었다.
써봐야 편한 걸 안다고, 상하수도 시설만 깔아줘도 상황이 백배는 나아질 테니까.
그래서였다.
팍스FC의 새 사업 분야를 떠올린 것은.
한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 미국과 유럽, 그리고 엘븐하임과 아발론까지.
땅과 사람들이 팍스FC를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었으니까.
“······팍스 건설.”
그런 이름이면 될 것 같았다.
팍스 건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