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09)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09화(109/240)
109화 팍스 건설 (3)
팍스 건설에서 주택을 분양한다는 소문.
그리고 인부들에게 우선하여 분배된다는 소문이 사람들 사이를 휩쓸었다.
신기루가 아니었다.
서울, 부산, 도쿄, 뉴욕, 시카고 등등.
팍스맨들은 세계 각지에 마련된 팍스FC의 모델하우스를 방문했고, 그곳이 꿈에 그리던 진짜 ‘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똑똑이 목격했으니까.
“에이······ 그게 말이 돼?”
“옛날에 살던 집이랑 똑같더라니까? 거기 세탁기도 있었어. 옷가지 가져간 거 싹 다 새로 빨아왔다고.”
“어, 진짜네? 섬유 린스 냄새잖아?”
생생한 경험담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생존자들 사이에서 팍스건설의 아파트는 일종의 실존하는 유토피아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선착순이라고?”
“말이 안 되긴. 아무리 팍스라고 해도, 그런 집이 무한정 있겠어?”
하지만 그것은 한정된 유토피아였다.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아찔한 감각이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고, 그 결과 너나 할 것 없이 수천 명의 사람이 팍스 건설의 인부로 지원했다.
인력 문제는 해결을 넘어, 아예 사람을 선발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잘 골라주셔요. 아버지.”
“오냐. 걱정 붙들어 매거라.”
아버지를 비롯한 아공간의 기술자들이 인부들을 선별했고, 충원된 인력을 토대로 상하수도관을 놓기 위한 기초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간단히 말해, 땅을 파는 작업.
하지만 아직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아버지가 내게 물었다.
“정겸아. 땅 밑으로 파이프 몇 개 파묻는 거야 일도 아니다만, 하수 처리는 어떡하냐? 그대로 강에다 버릴 수도 없고, 바다로 내보내자니 거리가 너무 멀어.”
그게 문제였다.
아무리 각종 전문가를 모아냈다고 한들,
하수처리장 같은 복잡한 시설을 뚝딱 만들어 낼 수는 없었으니까.
“그거야 간단하죠.”
그래도 방법은 있었다.
내게는 아공간 포탈이라는 능력이 있었고,
이를 토대로 오물의 특급 배송 체계를 설계할 수 있었으니까.
“마을 하수관마다 포탈을 하나씩 설치해 줄 거예요. <포탈 운송>이면 아공간을 들리지 않고 바로 다른 장소로 옮겨놓을 수 있을 테니까.”
방법은 간단했다.
하수관을 통해 흘러든 오물을 마을 단위로 모으는 것.
그리고 그렇게 모인 오물을 포탈을 이용해 또다시 외곽에 있는 오물 탱크에 저장하는 것.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렇다면 파이프를 연결하지 않더라도 바로 바다로 내보낼 수 있겠구나.”
“에이, 그러면 환경 오염이 되잖아요.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오케이?”
“······그럼 어쩌려고?”
하수처리장과 같은 하이테크는 없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로우테크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었다.
엘븐하임의 엘프들은 모두 하나같이 ‘정화’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니까.
“엘프들이 정기적으로 오물탱크를 정화하게 할 거예요.”
처음 해변에서 엘프들을 마주했을 때가 떠올랐다.
웃는 얼굴로 오염된 바다를 정화하던 엘프들.
그 대상이 오물 탱크라 해서 달라질 건 없었으니.
***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했다.
엘븐하임의 땅을 헤집으며, 에메스 창고에서 꺼낸 파이프관을 곳곳에 파묻기 시작했을 즈음.
“······저건 왜 저래?”
고작 반나절 만에 문제가 발생했다.
기왕 땅을 갈아엎는 겸이다.
상하수도관의 매설과 주거시설의 기초공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고, 시멘트로 굳힌 평평한 바닥에는 이미 하수관으로 연결되는 작은 배수구가 뚫려 있었다.
푸시이이이이익!
물을 빨아들이기는커녕, 분수처럼 내뿜는 배수구.
갑작스러운 역류 현상에 당황을 금치 못하려던 찰나······.
“제가 설명드리죠.”
드루이드 족장, 핀드릭이 수염을 쓸어내리며 다가왔다.
한참 동안 엘븐하임을 둘러싼 공간 왜곡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그.
결국, 간단한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지하의 일부 공간이 왜곡돼 있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때 하도 장난질을 쳐놓은 탓에······.”
바르나울의 흑마법사들을 혼쭐내 주었던 드루이드들.
당시 엘븐하임 등지에 갖은 공간 왜곡을 설치했던 터였다.
지하의 일부 구역에 그들이 펼친 왜곡이 남아 있었고, 그 결과물의 흐름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소리.
원래대로라면 드루이드들이 도로 공간 왜곡을 걷어내면 될 일이었지만······.
“그게 어딜 어떻게 비틀었었는지는 기억이 잘······ 허허.”
“······.”
그 위치가 드루이드들의 머릿속에서 말끔하게 지워져 있었다.
“곤란하구나. 명색이 하수관인데 지상에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걱정스레 도면을 들여다보는 아버지.
내가 아버지와 핀드릭에게 말했다.
“어쨌든 그 왜곡된 위치만 찾아내면 된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지라······.”
나는 잠시 핀드릭의 말을 멈춰 세웠고, 물류센터의 AI, 팍스를 불러냈다.
“이번에 아직 개방 안 한 능력들 있었지? 그중에 쓸만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목록을 띄워드리겠습니다.]띠링!
—-[개방 가능 항목]—-
[비용 50,000]◈ 아공간 실험실 (4) (New!)
-홀로그램을 아공간 밖의 대상으로도 투사할 수 있습니다.
-홀로그램을 통해 외부 환경에 기반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 단, 대상에 대해 확인된 정보만 시뮬레이션에 반영됩니다.
◈ 카테고리 파티션 (New!)
-아공간을 여러 개의 섹터로 분할할 수 있습니다.
-섹터마다 별개의 입장 권한을 부여할 수 있으며, 시설이나 사물을 임의로 배치할 수 있습니다.
————————-
“어디 보자······.”
아공간 7레벨을 달성하며 주어진 두 개의 능력.
하나는 실험실의 홀로그램 능력을 아공간 밖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능력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공간 내부를 정리할 수 있는 일종의 관리 능력에 가까웠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역시 실험실이지.”
그야말로 건축에 찰떡같은 능력이었다.
홀로그램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기능.
직접 수고하지 않더라도 시설이나 건물의 성능을 미리 확인해 볼 수 있었으니까.
하수관 또한 예외는 아닐 터였다.
[알겠습니다.] [마석 100,000개를 받았습니다.] [남은 마석은 362,115개입니다.]“일단 파이프 관부터.”
곧장 실험실 능력을 사용했다.
지이이잉.
붉은색 홀로그램으로 된 에메스 차원의 I자 파이프를 모습을 드러냈고,
눈앞의 선명한 광경에, 모두가 하나같이 탄성을 자아냈다.
“오오······!”
물이 터져 나오는 배수구 아래에 파이프를 달았다.
엘보를 달아 이웃한 파이프와 연결했고, 최대한 직선구간을 유지하면서 오수를 흘려보낼 적당한 기울기를 유지했다.
복잡한 수학 공식처럼 얽히는 붉은색 홀로그램 파이프들.
거기에 수천 리터에 달하는 가상의 물을 쏟아부었고······.
“찾았다! 저기였어!”
오래된 주택의 숨은 누수를 잡아내듯, 물이 팽글팽글 맴도는 구간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아공간 실험실의 기능은 그 이후로도 알차게 써먹었다.
새롭게 건설될 아발론 사람들의 주거시설.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둥에 가해지는 하중과 지반이 버틸 수 있는 무게를 가늠했고, 실제 시공이 진행되는 중에는 붉은색 홀로그램을 띄워 일종의 가이드 역할로 활용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 건설 속도.
덕분에 불과 며칠 만에 아발론 사람들을 위한 공동주택 한 동을 완성할 수 있었다.
“······정겸 대표님.”
아발론의 경비단장, 베론.
그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번듯하게 들어선 건물을 둘러보았다.
“일단 시범 삼아 지어본 거니까······ 둘러보고 아쉬운 점이 있으면 이야기 해줘. 반영해서 쭉쭉 더 지어 줄 거니까.”
“아쉬운 점이 있을 리가요. 이것 참······.”
층고 3층짜리의 조립식 건물이었다.
노숙자처럼 엘븐하임의 숲 이곳저곳에 넝마처럼 널려 있던 아발론 사람들.
집의 퀄리티보다는 한 채라도 더 빨리 만드는 게 중요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대충 만든 건 절대 아니었다.
전기, 수도, 가스가 원활하게 공급됐고, 공들인 상하수도시설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었으니까.
사람이 많은 탓에 함께 먹고 자는 공용 주택의 형태로 만들 수밖에 없었지만, 요지경 세상에 이만하면 호텔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끼이익.
부드럽게 문을 열고 들어간 베론.
그가 벅찬 얼굴로 공동주택의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풋풋하네.’
쏴아아······.
촤아아아악!
수돗물을 틀어보고, 변기물 내려보는 모습.
이제 막 자취방을 구하기 시작한 사회초년생과 같은 모습이었다.
때마침 화장실을 둘러보던 그는······.
“죄송합니다. 배가 아파서 잠시······.”
벌컥!
아발론 공동주택 화장실 첫 개시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가 나오길 기다리며, 나는 란슬롯과 함께 공동주택의 이모저모를 둘러보았다.
“뭐······ 이걸로 부족함을 다 채울 순 없겠지만.”
한순간에 고향을 잃어버리게 된 그들이었다.
어쩌면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말뿐이라도 지구가 그들의 고향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문명의 이기 속에서나마 위안과 만족을 누렸으면 했다.
집이 없어 나무 아래로 비를 피하고, 잘 곳이 없어 덤불을 이불 삼아 흙바닥에 몸을 뉘던 아발론 사람들.
그것이 엘븐하임에서의 공사를 우선한 이유였다.
폐허와 빈집이라도 주어진 우리와 달리, 아발론 사람들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채우고말고요. 주군께서 이리 마음을 써 주셨는데요.”
내 말을 십분 이해하겠다는 듯, 란슬롯이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때였다.
화장실 안쪽으로부터 베론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란슬롯 경, 그······ 혹시 닦을 만한 게······.”
“아, 채워 놓는다는 걸 깜빡했네.”
집만 완성되었을 뿐, 아직 이런저런 생필품을 채워 넣지 않은 상태.
휴지를 출하해 주려던 나는, 문득 화장실에 그보다 더 좋은 물건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베론, 오른손이 닿는 부분에 버튼이 보이나?”
“예? 예, 보입니다. 이런저런 것들이······.”
“파란색 물줄기가 그려진 버튼을 눌러. 그거면 될 거야.”
“알겠습니다······!”
삑.
위이이잉.
버튼 누르는 소리와 함께, 작게 울리는 진동 소리.
나는 가만히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휴지도 뭐 나쁘지 않지만······. 아무렴 비데와 비교할 순 없지.’
화장실마다 일괄적으로 비데를 깔아놓은 터였다.
수세식 화장실조차 낯선 그들에게는 상상조차 못 해본 편의 도구일 터.
그렇게, 상쾌한 표정으로 돌아올 베론을 기대하려던 참이었다.
“흐아우으아아아아!”
베론의 비명이 들려왔다.
세상이 무너질 듯한 처절한 소리.
화들짝 놀란 란슬롯이 후다닥 화장실 문 앞으로 달려갔다.
“베론! 무슨 일이냐! 베론!”
“아, 아무것도 아닙니아하하아아아악!”
아발론 경비단장의 격렬한 반응.
그의 무력한 울음에 란슬롯이 문고리를 거칠게 흔들었다.
철컥! 철컥! 덜걱!
“바르나울의 기습인가? 조금만 기다려라, 베론! 일단 이 문을······!”
“제발!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호오오오옥!”
상황은 점입가경으로 흘러갔다.
쿵쿵!
란슬롯이 어깨를 이용해 문에 충격을 가했고, 베론은 사정이 여의찮음에도 손을 뻗어 애처롭게 문이 열리는 것을 막아냈다.
취이이이익!
비데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친 물줄기 소리.
이제는 아예 문을 부수고 들어가려는 란슬롯을 애써 제지했다.
“진정해. 저건 누가 도와줄 수 있는 싸움이 아니야.”
우뚝 자세를 멈춰 세운 란슬롯.
내 말의 의미를 짐작한 그가 천천히 흥분을 가라앉혔다.
“베론이 자신만의 힘으로,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이겨내야만 하는 싸움이다.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어.”
“그랬군요. 자기 자신과의 싸움······.”
“······.”
우리는 잠자코 베론을 기다렸다.
흰 타일로 둘러싸인 자기만의 방.
그로부터 베론이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길 바라며.
“······정겸 대표님.”
그리고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베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온몸이 젖어 있었다.
대체 비데로 뭘 한 건지 짐작조차 가지 않을 만큼.
“······베론.”
더 이상 그에게서 고향의 그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문명 생활의 은혜로운 축복이 그의 전신을 뒤덮고 있었으니까.
“······풍족하게 채웠습니다. 한가득이요.”
그가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
.
.
이제 막 공동주택에 아발론 사람들을 입주시켰을 즈음.
용산에 있던 유성철이 대뜸 나를 찾아왔다.
“무슨 일입니까?”
“여쭤볼 게 있어서요. 혹시 용산 쪽에 추가로 포탈을 설치하신 적이 있습니까? 한강대로 쪽으로요.”
“네?”
금시초문이었다.
설치할 때마다 마석이 소모되는 포탈 설치.
이미 합참에 설치된 포탈을 하나 더 설치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역시 그랬군요. 붉은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뭔가 당장에라도 터져 버릴 것만 같은······.”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내가 사용하는 아공간 포탈은 푸른색이었으니.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만들어 놓은 포탈.
어쩌면 예외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장 떠오르는 건 한 놈뿐이었다.
“······상공회의소가 다시 움직이는군요.”
게이트 포탈을 설치할 수 있는 존재.
그건 오로지 나와 상공회의소뿐이었으니까.
곧장 팍스에게 요청했다.
“팍스, 뭔가 새로 진행되는 게 있는지 확인해 봐.”
[알겠습니다.]아공간에는 상공회의소의 유럽 본부가 들어와 있었다.
놈들이 뭔가 시작했다면, 나도 알 수 있을 테니까.
신전 부수기와 타워 디펜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