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1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10화(110/240)
110화 신전 부수기와 타워 디펜스(1)
붉은색 포탈의 정체를 찾기 위함이다.
팍스가 동기화된 상공회의소 시설의 데이터를 뒤져주었고,
그 결과 적어도 지구에서만큼은 가장 빠르게 새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띠링!
[지금 막 내려온 지령입니다.] [상공회의소 주관하에, 3차 자유 개척이 진행될 예정입니다.]역시나 괴물들의 방문 소식이었다.
다른 게이트 포탈과 마찬가지로, 붉은색 포탈 역시 타 차원의 침략자들을 실어 나르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
하지만, 여느 때와는 그 방식이 달랐다.
“······몬스터 웨이브?”
[그렇습니다.] [지역별로 ‘기간제 게이트 포탈’을 통해 타 차원의 진입이 허용될 예정입니다.]간단히 말해 괴물들이 쏟아진다는 소리였다.
단, ‘자유 개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특정 차원 세력이 아닌, 무작위적인 적들이 쳐들어오는 구조.
‘지금도 괴물이 안 들어오고 있는 건 아니지만······.’
1차, 그리고 2차 자유개척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 생긴 균열을 통해 소소한 잡몹들이 넘어오고 있었으니.
하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웨이브마다 1천 이상의 병력이 포함됩니다.] [구획 내에 5백 이상의 병력이 진입한 경우, 해당 지역의 소유권을 탈취하게 됩니다.]“그렇게나 많이?”
[그렇습니다.]자그마치 1천에 달하는 병력이, 그것도 주기적으로 밀려든다는 것.
규모면에서도 이전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대형 이벤트였고, 심지어 한국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었다.
[지구 전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행사입니다.] [인구밀집, 마석매출, 인접지형 등을 기준으로 200개의 지역이 선정되었고, 순차적으로 ‘기간제 게이트 포탈’ 설치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 위치에서 가까운 순으로는 서울, 부산, 도쿄, 상하이······.]200개의 지역마다 쏟아지는 1천 마리의 괴물들.
머지않아 지구는 들끓는 괴물들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를 예정이었다.
[지구 차원 존재들에게는 적대 세력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제공됩니다.]다행히, 일종의 어드밴티지가 주어져 있었다.
상공회의소의 안내창을 통해, 다가올 적들에 대한 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것.
더욱이 나는 상공회의소를 품고 있는 만큼, 더 빨리 그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용산으로는 어떤 놈들이 들어오는 건데?”
[튜토리얼 웨이브에 대한 정보를 띄워 드리겠습니다.]띠링!
팍스가 홀로그램 이미지를 띄워 주었다.
머지않아 용산으로 들이닥칠 1천 마리 괴물의 정체는······.
“······저글링?”
의외로 익숙한 놈들이었다.
머릿속에 저절로 그림이 그려졌다.
붉은색 포탈에서 쏟아질 1천 마리의 저글링.
그리고 순식간에 피로 뒤덮일 한강대로의 모습을.
***
“그렇군요. 저글링이라······.”
붉은색 포탈의 정체를 유성철에게 공유했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
아이러니하게도, 군에게 가장 큰 피해를 끼친 괴물 중 하나가 바로 이 저글링이었다.
“인덕원에서 놈들 때문에 2개 사단이 궤멸했었죠. 워낙 수가 많기도 했지만, 총이 잘 통하질 않는 놈들이어서······ 물론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다르지만요.”
확실히 그때와 같을 수는 없었다.
그사이 우리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고, 합참의 각성자 부대라면 그깟 저글링쯤이야 가볍게 해치울 수 있었으니까.
물론 저글링들 또한 한층 발전된, 8위계를 두른 강화 저글링이었지만, 강화 무기를 사용한다면 그깟 8위계쯤은 아이스크림처럼 녹여 버릴 수 있었다.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 튜토리얼에 불과하니까요.”
“물론입니다. 군에도 방비를 확실히······.”
다가올 적들을 상상하며, 의지를 다지는 유성철.
그때, 예상치 못한 손님이 우리를 찾아왔다.
“······리디아?”
“정겸 씨, 드릴 말씀이 있어요.”
악마와 흑마법사들에 의해 망가진 유럽을 재건하며, 틈날 때마다 세계수의 성장을 돕고 있던 그녀.
당분간 프라하에 있겠다며 돌아갔던 그녀가, 돌연 하루 만에 돌아와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프라하가 위험해요. 아니, 정확히는 유럽 전체가요.”
유럽에도 붉은색 포탈이 생겨나고 있는 것일까?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곧 지구 전체에서 3차 자유 개척이 시작될 예정이었으니까.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녀가 맞닥뜨린 적은 타 차원의 침략자들이 아니었다.
“페르메곤이 점령했던 지역은 대부분 서유럽 국가들이었어요. 영국, 프랑스, 독일······ 이런 쪽이죠. 하지만 남유럽 쪽에서는 몇몇 국가들이 입찰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들었어요. 아마도 그동안 한국처럼 독자적으로 성장했을 테고요.”
세계는 넓었고, 사람은 많았다.
대다수의 지구인은 끔찍한 패배를 겪었지만, 우리처럼 승리를 거두며 성장한 사람들도 있는 법.
리디아가 마주한 적은 다름 아닌, 인간들이었다.
“놈들이 선전포고를 했다고요?”
“네. 아직 시스템을 이용한 건 아니고······ 항복을 요구하고 있어요. 나름 선전을 응원하곤 했었는데······ 그게 이렇게 돌아올 줄은······.”
외부로부터의 침략을 이긴 뒤, 돌연 새로운 침략자로 돌변한 놈들.
그 목적 또한 어렴풋이 짐작이 가는 상황이었다.
“서유럽 곳곳에 깔린 포탈을 노리는 게 분명해요. 저희가 그 포탈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거겠죠.”
내가 남겨두고 온 포탈을 이용해, 유럽에서의 뒷수습을 도맡은 프라하 그룹.
사실 나와는 달리, 다른 각성자들에게 있어 포탈은 일종의 전리품에 가까웠다.
선전포고 시스템을 이용해, 영토분쟁에서 승리한 지역은 게이트 포탈을 그 보상으로 얻을 수 있었으니까.
“번지수를 잘못 찾았네요. 그거 쓰지도 못할 텐데.”
놈들이 쓸 수 없는 포탈이었다.
유럽에 설치된 서른 개의 포탈은 상공회의소의 것이 아닌, 나 김정겸의 사유 재산이었으니.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된 싸움.
하지만 그로부터 놈들이 품고 있는 야욕만큼은 읽어낼 수 있었다.
리디아가 그 야욕의 정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주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세계정복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나름 명분으로 내세운 건 있어요. 세계정부를 만들겠다고······.”
덜컹!
순간, 테이블이 거칠게 흔들렸다.
엎질러진 찻잔에서 쏟아진 물이 테이블 아래로 뚝뚝 떨어졌고, 거친 숨소리가 적막을 메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로는 작전본부장 유성철이 도깨비 같은 살벌한 표정을 뽐내고 있었다.
“정부······세계······정부······월드······가버먼트······.”
“진정하세요, 본부장님.”
‘세계’와 ‘정부’를 주문처럼 읊으며, 묘한 트랜스 상태에 접어든 유성철.
그의 꿈을 위협하는 적대 세력의 등장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게 분명했다.
세계 통합을 꿈꾸는 남유럽의 각성자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아니, 그럼 평화롭게 손을 내밀면 될 것이지······ 왜 선전포고를 하는 건데요?”
“그게······ 이렇게 정리하는 게 빠를 것 같네요.”
푹 하고 한숨을 꺼뜨린 리디아가 말을 이었다.
“······자신들을 신이라고 칭하고 있어요. 세우겠다는 세계 정부도 신권(神權) 국가의 일종이고요.”
“아······.”
스스로를 신으로 여기는 정신질환자들의 모임.
그제야 단번에 이해가 됐다.
“······설마 그래서 단체 이름이 <올림푸스>인 거예요?”
“······그렇죠.”
“세상에.”
사업 영역을 공유하는 새로운 경쟁사의 출현.
놈들이나 우리나 세계 정부를 꿈꾸고 있었지만, 그 방향성은 현저히 달랐다.
팍스FC가 세계와 삶의 회복을 목표로 했다면, <올림푸스>가 노리는 것은 고대 사회로의 끔찍한 퇴행이었으니까.
팍스FC에 맞서는 <올림푸스>의 십자군.
놈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본부장님?”
한편, 누구보다도 의지를 다지는 사람이 있었다.
합참 본부의 작전본부장 유성철.
그를 한평생 움켜쥐고 있던 대한민국과 국군의 개념이 흐릿해진 지금, 그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목표는 팍스FC의 세계 정부로의 진화였다.
한참이나 ‘세계 정부’를 되뇌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김 대령 님.”
그는 여전히 나를 김대령이라 부르고 있었다.
세계 정부를 운운한 날 이후, 나를 총통이라 부르려던 걸 간신히 뜯어말렸는데, 그나마 입에 붙은 대령 딱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거국적인 합의를 이뤘던 터였다.
호칭과는 별개로, 유성철은 팍스FC의 장기적인 미래에 관해 항상 진지한 의견을 피력해 왔다.
그는 줄곧 내가 가진 아공간 물류센터가 들이닥친 멸망을 타개할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 그리고 아공간 포탈이 다가올 세계의 새로운 상징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으니까.
그가 선명한 눈빛으로 내게 덧붙였다.
“이건 좌시할 수 없는 일입니다. 세계의 구심점은 단 하나가 되어야 해요.”
그러곤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구심점이 여럿이 되는 순간, 그건 더 이상 구심점이 아니게 됩니다. 그저 각축장을 벌이는 고만고만한 세력들의 싸움이 되어 버리죠. 그리고 이건 인류의 역사 동안 여느 때건 있었던 일입니다.”
유성철이 바라는 것은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단 하나의 정치체였고, 오직 그것만이 대한민국의 재건이라는 유성철의 꿈을 덮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런 유성철로서는 팍스FC의 유일성을 저해하는 <올림푸스>의 행보를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더욱이, 유성철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그것만이 아닌 듯했다.
그가 리디아에게 물었다.
“<올림푸스> 놈들이 ‘신’으로 자칭하는 인원이 몇이나 된다고 했죠?”
“열 한 명이에요. 줄었다가 늘기도 하고······ 몇 번 바뀌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사실상 개 족보에 가까운, 난잡하게 짝이 없는 <올림푸스>의 신전.
나나 리디아나 실로 한심하단 반응이었지만, 정작 유성철은 꽤나 진지한 표정이었다.
잠시 고민에 잠겨 있던 그가 나를 지그시 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도 이대로 있어선 안 됩니다.”
“······그러면요?”
“당장에야 놈들이 올림푸스 신을 운운하는 게 우스워보일지는 모르지만······ 효과가 없는 건 아닙니다. 민중들이 지도자의 형상을 상상하고 떠올릴 수 있게 되니까요. 하지만 우리 팍스FC는 대표나 사장 같은 조금 밋밋한 호칭이 고작이잖습니까? 그러니······.”
유성철은 말없이 주섬주섬, 국방색으로 된 수첩을 꺼내 들었다.
그러곤 미리 접어둔 페이지 펼쳐 보여주며 내게 말했다.
“호칭 바꾸죠. 제가 생각해온 게 많거든요.”
“싫어요.”
“여기 목록 중에서 골라보세요. 제국 황제, 풀필먼트 대제, 신세계의 신, 킹 갓 엠페러 정겸 킴······.”
“······.”
그의 눈이 점차 광기로 물들어 갔다.
***
머지않은 <올림푸스>와의 충돌.
하필이면 3차 자유 개척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맞닥뜨린 시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유럽 쪽으로 가긴 해야겠는데······.”
<올림푸스>라는 우스꽝스러운 네이밍과는 별개로, 리디아로부터 전해 들은 놈들의 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순수한 무력으로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를 점령하고 있던 타차원 세력을 불과 2주 만에 쓸어 버렸다고 하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만한 전투력에 대응하기 위해선 내가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
하지만 곧 이어질 몬스터 웨이브를 어찌해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었다.
‘내가 없어도 괜찮을까?’
휘이이······.
합참 본부 옥상에 올라서 내려다보는 한강대로의 풍경.
머지않아 괴물들로 뒤덮일 도로를 바라보고 있을 참이었다.
“뭘 그리 걱정하냐. 이미 준비가 다 되어 있는데.”
함께 용산으로 건너온 아버지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어디로 오는지, 얼마나 오는지, 심지어 어떤 놈들이 오는지까지 다 확인이 된 상황 아니냐. 그럼 상하수도 공사랑 다를 바가 없지.”
상공회의소가 설정한 ‘구획’은 붉은색 포탈에서 시작해 한강대로를 따라 삼각지역까지 쭉 이어져 있었다.
이곳 합참 본부에서도 그 길목이 훤히 보이는 형태.
그 기다란 길을 천천히 시선에 담은 아버지가 내게 덧붙였다.
“나는 걱정은커녕, 기대가 되는구나.”
돌연 아버지는 마에스트로처럼 두 손을 펼쳤다.
그리고······.
지이이이잉.
붉은색 홀로그램이 한강대로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거대 바리케이드와 같은 장애물부터, 각종 전투 포탑, 거기에 디버프나 버프를 활용하는 특수 포탑까지.
우르르르르!
붉은색 포탈에서 홀로그램이 이뤄진 수백 마리의 저글링이 쏟아져 나왔고, 포격 포탑이 뿜어낸 불이 놈들을 산채로 집어삼켰다.
-카아아악!
-캐객!
새빨간 피를 뿌리며, 산산히 흩어지는 저글링의 몸.
그 위로 위풍당당하게 선 아버지의 포탑들을 보며, 나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 이건······.”
<아공간 실험실>의 결과였다.
형수가 아공간에 있는 실험실을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포탈 근처에 있는 한, 내가 허가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실험실 능력을 활용할 수 있었으니까.
최소 수십 개에 달하는 포탈이지만, 건설에도 문제는 없었다.
팍스 건설은 이미 천여 명에 달하는 전문 인부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니까.
아버지가 내게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재밌게 놀다 와라. 집은 애비가 지킬 테니.”
신전 부수기와 타워 디펜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