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11)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11화(111/240)
111화 신전 부수기와 타워 디펜스(2)
곧 진행될 몬스터 웨이브의 튜토리얼.
유럽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에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아버지의 격려 덕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한 곳이 아닌 게 문제긴 한데······.”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3차 자유 개척.
서울과 부산, 중국과 일본, 미국과 유럽, 심지어는 엘븐하임까지, 내 영향권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다방면의 도시가 몬스터 웨이브의 격전지로 선정된 터였다.
팍스FC의 일원들 또한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김솔과 민우가 부산, 운양을 비롯한 무림인들이 상해로 떠났고, 엘프와 드루이드들이 엘븐하임을 방어하는 한편, 합참의 병력과 팍스맨들이 비상 상황에 대비해 아공간에 상주하기로 의견을 나눴다.
“그 정도면 괜찮겠지.”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었지만, 일단은 믿어보기로 했다.
아직 튜토리얼 단계였고, 강화됐다고는 하나 아직은 저글링 수준이었으니까.
혹여나 문제가 생기는 지역이 있더라도, 그때그때 포탈을 타고 가 지원해 주면 될 터였다.
물론, 그렇다고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단계를 거듭할수록 몬스터 웨이브에서는 더 강한 적이 몰려들 테니까.
“일단은······ 최대한 빨리 해결하는 걸 목표로 해보죠.”
부아아아아앙!
내가 덧붙인 말에, 이용수가 지그시 액셀을 밟았다.
나는 운전을 맡아줄 이용수, 그리고 리디아를 대동하고 프라하의 외곽 지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올림푸스>가 병력을 이끌고 접근했다던 장소.
위기를 느낀 리디아가 재빨리 포탈을 타고 내게 소식을 알려온 참이었다.
부우우우······. 우우웅!
세찬 울음소리를 내는 파란색 스포츠카.
콧구멍처럼 생긴 그릴로 유명한 독일 모 브랜드의 차량이었는데, 독일 현지 판매장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걸 카테고리 수용으로 집어넣었었다.
끼이이이익!
드드드득!
이런저런 장애물로 가득 찬, 굽이진 도로를 달려야 하는 난이도 높은 운전이었다.
질겅질겅 세계수 잎을 씹는 이용수에게, 안전 손잡이를 꽉 쥔 리디아가 추가 버프를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차가 참 멋지네요.”
“허허. 보는 눈이 있으시군요.”
“차가 참 멋지네요.”
“멋지다마다요. 이 모델이 제로백이 몇 초냐면······.”
“차가 참 멋지네요.”
“그렇습니다. 제가 이 차를 처음 잡지에서 봤던 게 벌써 몇 년 전이네요. 콘셉트 카를 봤을 때만 해도 충격이었는데······.”
철컥!
드르륵!
‘······그렇게 좋을까.’
이용수가 핸들과 기어봉을 바쁘게 조작했다.
차량을 출하했을 때부터 설렘을 감추지 못했던 그.
기계적인 질문이 질리지도 않는지, 면면에는 환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한편, 줄곧 버프를 이어가던 리디아가 내게 몬스터 웨이브에 관해 물었다.
붉은색 게이트는 프랑스나 독일 등지에도 형성돼 있었고, 모두 하나같이 리디아의 프라하 그룹이 관리하던 장소였으니까.
우선은 그녀를 안심시켰다.
“아발론의 경비단과 왕립 기사단을 보내 뒀습니다. 최소 7위계는 되는 친구들이니, 저글링 막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거예요.”
“그렇군요. 다행이에요. 대부분이 민간인들인 터라······.”
가슴을 쓸어내리는 리디아.
적지 않은 각성자들이 버티고 있는 한국과 달리, 유럽은 유달리 비각성자들의 비율이 높았다.
페르메곤과의 전쟁에서 상당수가 죽어 버렸을뿐더러, 바르나울에 의해 희생된 것 또한 대다수가 각성자들이었으니까.
만약 별다른 지원 없이 몬스터 웨이브가 진행됐더라면, 그들 모두가 괴물들의 먹이가 되었을 터였다.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이용수가 덧붙였다.
“몬스터 웨이브가 계속된다면······ 점점 사람들 사이에서도 격차가 벌어지겠군요.”
“그렇겠죠. 그게 상공회의소가 줄곧 추구하던 방향이기도 하고요.”
힘이 없는 사람들은 웨이브에 휩쓸려 죽어갈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각성자들은 몬스터 웨이브를 통해 마석과 경험치를 수급하며 빠르게 성장해 나갈 터였다.
바로 우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상공회의소의 입장에선, 지구가 단순히 사냥터인 것만은 아니니까요.”
침략자들을 불러들이는 것과는 별개로, 상공회의소는 지구에 새로운 침략자들을 양성하고 싶어 했다.
미국에서 남북 전쟁을 일으켰을 때만 보더라도, 남부 지도자 메디슨에게 은근한 지원을 몰아주고 있었으니까.
이제 능력의 차등과 양극화의 심화는 상공회의소가 사용하는 주된 전략 중 하나라 봐도 무방했고, 실제로 그 방면에 있어 상공회의소의 ‘침략 프로그램’은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었다.
이용수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점점 같은 지구인 중에서도 적이 많아지겠군요. 미국에서도 그랬고······ 이번 <올림푸스>인지 뭔지 하는 녀석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각성의 축복 아래, 멸망이라는 환경을 딛고 일어난 타자들.
그들은 팍스FC와 같이 침략을 막기 위한 수호자가 될 수도, 혹은 인간의 탈을 쓴 또 다른 침략자가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를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리디아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약자들을 어떻게 대우하는가가 관건인 것 같아요. 모두가 팍스FC처럼 사람들을 터울 없이 대해준다면 참 좋겠지만······.”
그녀가 말끝을 흐리듯,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장 우리가 마주하러 가는 <올림푸스>부터가 ‘신’을 운운하고 있었으니.
반면, 나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
그들은 멸망이 사라진 세계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준비물이었으니까.
이번 건축 사업에서도 보았듯, 간단한 집 한 채 짓는 데에도 수십 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 않았던가?
“각성자 비각성자 가릴 것 없이, 결국 모든 사람이 다 필요해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자리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멸망한 세계에서는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성과였으니.
이용수도, 리디아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끼이이익!
그렇게, <올림푸스>의 병력이 있는 접견 장소에 다다랐을 즈음······.
“······어쩜 말하자마자 이러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쨍쨍 해가 내리쬐는 가운데, 푸른 잔디로 뒤덮인 농경지.
그 위로 수백 명의 사람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엎드린 방향으로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커다란 신전 기둥이 놓여있었고, 나와 눈을 마주한 리디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 또 언제 지은 거야······.”
병력과 함께 들이닥쳐, 항복을 요구했던 <올림푸스>.
막상 도착하고 보니, 아예 사람들을 붙잡은 채 묘하게 생긴 건축물에 절을 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우르르르르!
고대 튜닉과 후드를 둘러쓴 놈들이 곳곳에서 몰려나와, 순식간에 차량을 둘러쌌다.
그러곤 양손으로 쾅쾅 차창을 때리며, 연신 큰 소리로 외쳐댔다.
“성전을 향해 고개를 숙여, 신들께 머리를 조아려라!”
“올림푸스에 너의 신앙을 증명해라!”
콰아앙! 콰앙!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이게 <올림푸스>가 약자들을 대하는 방식이라는 걸.
기껏 수용소에서 구해낸 유럽의 포로들이 다시금 <올림푸스>의 강압에 짓눌려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뭣들 하나! 어서 차에서 나오지 않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올림푸스의 신관.
이용수, 리디아와 잠시 멋쩍은 표정을 주고받은 뒤, 나는 가만히 읊조렸다.
“너희가 바라는 게 그런 거라면야······.”
***
이곳은 오스트리아의 빈.
모두가 테라포밍의 영향이었다.
스멀스멀 솟아오른 알프스 산맥이 도심 외곽의 호텔 한 채를 집어삼켰고,
은은한 안개구름이 펜트하우스 파티장의 드라이아이스 연기와 뭉쳐 들었다.
“휘우!”
“야, 마셔!”
남녀들의 호탕하면서도 교태 섞인 웃음이 새어 나왔다.
세계가 멸망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쿵! 쿵!
책상만 한 크기의 스피커가 쉬지 않고 EDM 사운드를 뿜어댔고, 몇 사람이 우유색 액체가 담긴 술잔을 치켜드는 중에도, 몇몇은 입가에 토사물을 흘리며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스에서 출발해, 세르비아와 헝가리를 거쳐 오스트리아에 당도한 <올림푸스>의 신들.
그들이 벌이는 광란의 파티는 몇 날 며칠 동안 계속되고 있었다.
치렁치렁 커튼처럼 내려오는 튜닉의 옷자락 사이로는, 너나 할 것 없이 탄탄하면서도 관능적인 신체를 은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쟤네 또 뻗었어?”
‘제우스’가바닥에 널브러진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을 보며 투덜거렸다.
“두 시간 뒤에 토하고 또 먹는다는데 내 봉알 건다.”
‘포세이돈’이 낄낄대며 웃었고, 이번엔 자기가 만든 폭탄주 덕분이라며 ‘디오니소스’가 허리를 잡고 으스댔다.
한편, 튜닉을 펄럭거리며 다가온 관능적인 여인, ‘아프로디테’ 볼멘소리를 냈다.
“야, 이거 언제까지 입어야 돼? 존나 쪽팔려 진짜.”
“뭐래? 평생 입으셔야죠, 여신님.”
“니미.”
이들이 처음부터 <올림푸스>의 신을 자칭한 것은 아니었다.
원래 이들은 부유한 2세들의 비밀스러운 사교 모임으로, 멸망이 들이닥친 직후 다 같이 진탕 놀다 죽기를 결의했더랬다.
멸망이 시작된 직후, 괴물들이 나타났다.
도로가 폭파되고, 하루가 무섭게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지만, 호텔 문을 걸어 잠근 채 술과 음악을 계속했다.
그리고 그 결과······.
-너희는 선택받았다.
<올림푸스>라는 이름의 타 차원의 존재가 그들에게 접근했다.
이름과는 달리, 그들은 신화도, 종교도 아니었다.
그들은 하나의 ‘사업체’였는데, 부유한 2세들에게 특별한 제안을 하나 건넸다.
-우리와 가맹 계약을 맺어라. 너희의 각성 능력을 증폭시켜줄 테니.
“······왜 우리입니까?”
-너희는 우리와 닮았으니까.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구의 신화가 틀림없는 그리스신화를 왜 타 차원의 존재들이 들먹이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정신만큼은 마음에 들었으니까.
<올림푸스> 본사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올림푸스> 지구 가맹점장, 제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우리가 격이 다른 존재이기는 해.”
많은 차이가 떠올랐다.
들이닥친 멸망 앞에, 서민들은 편의점을 털어 소주와 맥주를 꺼낼 것이다.
하지만 <올림푸스>의 신들은 펜트하우스 아지트에 진열돼 있던 위스키를 섞어 ‘넥타르’를 만들어 마실 것이다.
인간들이 단순히 죽는다면, 신들은 죽을 것처럼 마실 것이다.
멸망 이전이나, 이후에나.
다만, 올림푸스의 신이 된 그들에게는 한 가지 필요한 것이 있었다.
-신도들을 모아라.
증폭된 ‘신의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도들의 숭배, 그리고 그 숭배의 그릇이 될 <신전>이 필요했다.
<올림푸스>의 가맹이 된 그들은 괴물들을 쓸어 버렸고, 신전을 건설하며 신도들을 모아 나갔다.
상당량의 마석을 매번 올림푸스에 가맹료로 지불해야 했지만······.
“아무튼 우리가 세상을 구하고 있단 거지.”
“인간들만으로는 무리니까.”
그들은 정말로 스스로를 신처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미 그리스부터 오스트리아까지, 거대한 땅덩어리를 모두 점령한 <올림푸스>.
제우스가, 옆에 앉은 포세이돈에게 물었다.
“프라하 쪽에선 뭐래?”
“신전부터 세웠다는데, 그쪽 대빵이라는 여자가 갑자기 사라졌다더라.”
“X나 비협조적이네. 짜증 나게.”
제우스는 팍스FC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페르메곤이라는 악마들을 치워버리고 서유럽 대부분을 손에 넣은 단체.
일개 쇼핑몰에 불과한 그들이 감히 신들의 행보에 거역하고 있었으니까.
“맞으면 정신 차리겠지.”
“오! 심판이냐!”
이미 신관들로 구성된 병력을 보내 둔 터였다.
프라하에 설치된 놈들의 포탈만 점유한다면 파죽지세로 치고 들어갈 수 있을 터.
제우스가 천천히 입맛을 다시던 중, 누군가 벌컥 문을 열고 발코니로 들어왔다.
“바람돌이 왔냐.”
포세이돈이 헤르메스를 반겼지만······.
정작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냐?”
“프라하 신전······ 박살 났어.”
“뭐?”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팍스FC······ 이쪽으로 오고 있어. 신전 하나하나 깨부수면서.”
신전 부수기와 타워 디펜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