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18)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18화(118/240)
118화 지옥불(3)
“그럼, 몸조심하시오.”
“걱정 마세요. 슬쩍 보고 바로 돌아올 테니까.”
드워프, 쿠퍼가 만들어준 특수 장화를 신으며 내가 대답했다.
당장은 탐색전이었다.
아무리 우리에게 익숙한 후지산이라고는 하지만, 게한나에 의해 점령된 이상 어떤 변수가 도사리고 있을지 몰랐으니까.
당장 그 지형만 하더라도 게한나의 악마들에 의해 부글부글 마그마가 끓어오르는 상황.
마침 그 위에서도 활동할 수 있도록, 쿠퍼가 특수 재질로 된 장화를 만들어 준 참이었다.
“아쉽소. 좀 더 많이 알려드릴 수 있으면 좋았을걸.”
“뭘요, 이미 충분히 도움이 됐습니다.”
게한나의 지저 악마들은 물론, 놈들이 품고 있는 ‘불’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던 쿠퍼다.
하지만 그 또한 한낱 대장장이에 불과했기에, 게한나를 사냥할 수 있는 방법까지는 알지 못했다.
지금부터 우리가 몸소 부딪혀 가며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럼에도 쿠퍼는 끝끝내 한 가지를 강조했다.
“절대 ‘두 번째 불’과는 접촉하지 마시오.”
“······그게 그렇게 위험합니까?”
다이치의 마두귀를 불살랐다던 두 번째 불꽃.
게한나가 주변 일대를 두 번 불사른다던, 쿠퍼의 설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단순히 살갗이 타고 화상을 입는 방식의 문제는 아니오. 일반적인 불꽃과 다르게, 두 번째 불꽃은 굉장히 특별한 대상을 태우거든. 물론 지하에 놓인 ‘게한나의 불’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뭘 태우는데요?”
“영혼을 태운다고 알려져 있소. 그야말로 지옥불이나 다름없지.”
“뭔 놈의 불이······.”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인간이 두 번째로 불탄다면 그 장소는 다름 아닌 지옥일 수밖에 없었고,
그 땔감은 생전의 살도 뼈도 아닌, 영혼 그 자체가 될 테니까.
.
.
.
이번 일정에서는 김솔과 이용수가 함께하기로 했다.
‘아이기스’로 무장한 김솔이 게한나의 불길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한편, 이용수가 도쿄에 설치된 게이트로부터 후지산까지 나를 데려다줘야 했으니.
물론, 결정적인 순간에 ‘게한나의 불’을 봉인해줄 다이치 또한 우리와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투두두두······!
오랜만에 이용수가 모는 헬기를 타고 이동했고,
일정 지점에 다다라서 그의 기간트를 출하해 주었다.
그렇게 차츰 후지산 인근에 다다랐을 즈음······.
“······워우.”
우리는 마치 노을빛을 받은 것처럼, 새빨갛게 달아오른 후지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엽서 사진에서 흔히 보던 눈 쌓인 후지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아이스크림처럼 쌓여 있던 흰 눈이 새빨간 용암으로 송두리째 바뀌어 있었으니까.
쿵! 쿵!
장화처럼 다리가 특수 합금으로 강화된 기간트가 아스팔트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발군의 체력과 반응속도를 가진 김솔은 걷기로 했고, 연약하고 가녀린 나와 다이치는 이용수가 모는 기간트의 양쪽 어깨에 각각 올라탔다.
그렇게 후지산 바로 아래, 민가에 다다랐을 즈음.
드문드문 얕게 흘러나오는 용암을 보며 다이치가 입을 열었다.
“다행히 용암이 들이닥치기 전에 사람들은 대피시켜둔 참이에요. 용암지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게 문제지만······.”
다이치의 말대로, 후지산에서는 끊임없이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산이든 강이든, 집이든 도로든 가릴 것 없이 모두 용암으로 뒤덮여 있는 상황.
기간트의 발이 뜨끈한 용암을 밟았을 즈음, 우리에게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게한나의 영역에 진입했습니다.] [영역 효과, ‘영혼 추적자’가 적용됩니다.]올림푸스의 영역으로 진입했을 때와 같은 필드 효과.
다행히 발에 족쇄가 걸린다든지 하는 일은 없었지만······ 한 가지 명백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이용수가 덧붙였다.
“······우리를 따라오는군요.”
주변에 고루 깔려 있던 용암들이 서서히 우리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휙! 휙!
이용수가 기간트 다리에 달라붙은 걸쭉한 용암을 털어내며 걸음을 계속했다.
확실히 용암이 모여드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 속도가 워낙 느린 탓에 걸음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으니까.
그렇게 우리가 다다른 곳은······.
“이곳이었어요. 마두귀의 마지막을 보게 된 것이······.”
다이치가 아련한 감상을 남기는, 후지산의 중턱 어딘가였다.
묘한 우울감에 젖어 있는 다이치와는 별개로, 과연 마두귀가 불타버렸다는 위치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불길이 떠올라 있었다.
“······저게 뭐지?”
철철 흘러내리는 용암 위로 두둥실 떠올라 있는 새하얀 불길.
붉거나 푸른 빛없이 그저 하얗게만 타오는 그 불길이 서서히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두귀야······ 너도 내가 보고 싶었구나.”
“······.”
다이치가 도깨비 불에라도 홀린 듯 발걸음을 옮겼고, 이용수의 기간트가 아무 말 없이 그의 옷자락을 집어 올렸다.
쿵! 쩌억!
양손에 각각 다이치와 김솔을 쥐고, 어깨에는 나를 얹어둔 채, 이용수의 기간트가 마그마로 뒤덮인 후지산을 등반했다.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아······.
“······저긴가.”
우리는 거대한 두 개의 화산석으로 가로막힌 입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꿀렁꿀렁.
끄르륵!
이곳이 지옥의 입구라는 것을 증명하듯, 그 주변으로 흘러내리던 마그마가 차츰 형상을 빚어내기 시작했다.
이용수가 덧붙였다.
“집 지키는 개가 있었군요.”
그의 말대로였다.
두껍게 솟아오른 용암 덩어리는 새카만 암석으로 굳어졌고, 그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영락없는 ‘개’의 형상이었으니까.
이곳 환경을 감안한다면, 평범한 개를 넘어 ‘지옥견’이라 불러도 무방할 터.
카르르륵!
촤아아악!
용암으로 이루어진 세 마리의 지옥견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놈들의 몸은 암석과 용암이 반쯤 뒤섞인 채 용해와 응고를 반복하고 있었고, 늑대처럼 바닥을 박차고 떠올랐다가도, 이내 돌고래처럼 용암의 수면으로 사라지며 변칙적인 움직임을 이어 나갔다.
용암으로 이뤄진 세 마리의 지옥견이 동시에 우리에게 달려들었을 때,
“어딜!”
타아앙!
김솔이 둥근 구 모양의 배리어를 전개했다.
타닥타닥, 새카만 그을음이 생겨난 배리어의 표면.
지옥견들의 불길은 거세기 그지없었지만, 방어벽 안쪽까지 들어오지는 못했다.
카르륵!
첨벙!
다음 공격을 예고하려는 듯, 지옥견들이 다시금 배리어 주변으로 자리 잡았지만······.
“지박봉인(地縛封印)!”
그간 레벨업을 통해 새롭게 개화한 능력으로, 다이치가 놈들의 발을 묶었다.
몸에 문신 형태로 괴물들을 담는 것과는 별도로, 외부에서 적들을 묶어둘 수 있는 기술.
푸르륵!
지옥견들은 분수처럼 솟구치면서도, 지박봉인에 발목이 묶여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편, 그가 지옥견들을 묶어준 덕에, 나와 이용수가 반격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준비됐습니다. 정겸 씨!”
“예!”
쏴아아아아아!
한바탕 물이 쏟아졌다.
아공간 내 상품으로 등록해 두었던 차디찬 생수.
자그마치 수백 리터의 물이 상공으로 솟구쳤고······.
“이야아!”
후우웅!
기간트가 뽑아 든 트라이던트에 의해, 지옥견들을 중심으로 회오리처럼 휘감겼다.
이 또한 ‘운전’의 영역으로 인정되는 것일까?
분명 처음 써보는 물건일 텐데도, 이용수는 포세이돈의 창을 꽤 능숙하게 다뤘다.
지옥견들을 완전히 포위한 채, 물로 이루어진 회오리가 지옥견들을 덮쳤고······.
콰아아-!
치이이익!
뿌연 수증기가 맹렬하게 치솟아 올랐다.
비록 후지산 전체를 식혀버릴 순 없었지만, 적어도 눈앞에 놓인 세 마리의 지옥견 만큼은 단단한 석상으로 굳혀버릴 수 있었다.
“······끝났군요.”
지옥의 문지기를 처리한 상황.
이제 게한나로 향하는 입구를 살펴보면 될 일이었지만······.
“아뇨, 용수 씨. 아직이에요.”
지옥견들이 다시금 타오르기 시작했다.
붉지도, 푸르지도 않은 새하얀 불꽃.
다이치의 마두귀를 불태웠던 두 번째 불꽃이 지옥견들에게 옮겨붙었다.
“빨랑 모여!”
김솔이 다급하게 외쳤고, 그녀를 중심으로 또다시 둥근 배리어가 펼쳐졌다.
하지만······.
지옥견들 또한 한층 더 지능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르르르륵.
퐁당! 퐁!
새하얀 불꽃을 머금은 채, 용암으로 변모한 지옥견들이 그 수를 불려 나갔다.
셋에서 여섯으로, 여섯에서 열둘로, 열둘에서 스물넷으로.
한 단계 한 단계 세포처럼 분열한 수십 마리의 지옥견이 우리 주변을 둘러쌌다.
그러곤······.
-컹!
외마디의 울음과 함께 일제히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꺼져!”
타아앙!
김솔이 ‘아이기스’를 들어 올리며 놈들의 돌격을 막아 세웠지만······.
“······뭐야?”
게한나의 두 번째 불꽃, 그러니까 영혼을 태운다던 그 새하얀 불똥이 유령처럼 장막을 뚫고 들어왔다.
타닥!
타다닥!
영혼의 불에 닿은 아이기스의 표면이 조금씩 우글우글해지기 시작했다.
쿠퍼가 결합해준 운철 조각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코를 찌르는 타는 냄새와 함께 방패가 모서리부터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오!”
마침내 김솔이 아이기스의 효과를 사용했다.
배리어의 능력을 한층 더 배가시키는 능력.
방패 모양으로 뻗어나간 금빛 장막이 내부로부터 피어올랐고······.
뻐어엉!
장막이 풍선처럼 터져나가며 우리를 위협하던 새하얀 불똥을 걷어냈다.
지이잉!
나 또한 곧장 포탈을 열었다.
그러곤 상품 회수를 이용해 나와 김솔, 이용수와 다이치를 서둘러 아공간에 밀어 넣었다.
그렇게······.
쿠당탕!
이용수의 기간트와 함께, 우리 세 사람이 물류센터 안으로 쏟아졌다.
.
.
.
“······살았네.”
후지산을 향해 둥글게 열려 있는 아공간 포탈.
주변을 얼쩡거리는 지옥견들의 모습이 훤히 들어왔다.
“눈이 안 보이는 건가? 애초에 눈동자 같은 게 없긴 한데······.”
눈앞에 버젓이 포탈이 열려 있었음에도, 지옥견들은 우리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그저 사라진 우리를 찾기 위해,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을 뿐.
“하긴······ 불이라서 그런가.”
불에게 눈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보는 것이 아닌, 그저 닿는 대로 장작을 태우며 지나갈 뿐.
만약 공격을 허용했다면 타오르는 건 장작이 아닌, 우리의 영혼이 됐을 터였다.
“······.”
그렇게 멍하니 지옥견들을 바라보고 있을 즈음,
몇 시간 전 우리를 배웅했던 쿠퍼가 내게 다가왔다.
“괜찮으시오?”
“아뇨, 집 지키는 개들이 꽤나 사납던데요.”
“허허. 아무렴, 지옥에 제 발로 들어가는 게 그리 쉬울 줄 아셨소?”
우리의 최종 목표는 ‘게한나의 불’을 탈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놈들이 파놓은 화산의 심층부로 진입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문을 지키는 지옥견들, 더 정확히는 놈들이 두르고 있는 ‘두 번째 불’이 문제였다.
“영혼 추적자라는 이름의 필드효과가 있더군요. 용암이든, 불꽃이든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는 게······ 아무래도 눈으로 보고 쫓는 게 아니라 우리의 혼을 느끼며 쫓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내 말에 쿠퍼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참 게한나다운 효과구만. 영혼의 불은 놈들의 특산품이기도 해요. 영혼을 따라 옮겨붙는 게 특징인데······ 머지않아 화산이 폭발한다면 그 불길이 온갖 곳으로 다 옮겨붙게 될 게요.”
영혼을 따라 옮겨붙는 두 번째 불의 속성.
게한나의 악마들을 그대로 방치해 화산이 폭발하게 된다면,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간 새하얀 불길이 사람들을 산 채로 불사를 터였다.
가만히 포탈 너머를 내다보던 쿠퍼가 내게 물었다.
“그러면······ 안으로는 어떻게 들어가실 작정이오?”
어떻게든 발견한 입구로 진입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지옥견들 탓에 좀처럼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더욱이 놈들은 ‘영혼 추적자’라는 필드 효과를 통해 우리의 위치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상황.
유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뼈다귀 좀 던져주죠, 뭐.”
지옥의 악마들답게 사람의 영혼을 추적하는 게한나.
그러니까······ 놈들의 필드 효과를 역이용하는 것이었다.
—
[축복된 악마 포식자 +5]등급: [유니크]
포식한 혼 : [1,000/1,000] [신성 폭발 : 포식한 혼을 투사체로 뿜어내며 신성 폭발을 일으킵니다.]
—
‘영혼’이라는 간식을 노리며 달려드는 수십 마리의 지옥견들.
내 아공간에는 페르메곤의 원혼 1,000개를 농축한 개뼉따구가 무한정 들어 있었으니까.
지옥불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