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19)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19화(119/240)
119화. 지옥불 (4)
퍼득. 퍼득.
이번에도 언데드 가고일을 이용했다.
드론처럼 하늘을 날아오른 녀석이 손에 성창을 쥔 채 후지산 주변을 배회했고······.
헥헥! 헥!
그 손에 들린 것이 간식이라도 되는 듯, 마그마로 된 지옥견들이 꼬리를 흔들며 꿀렁꿀렁 달려 나갔다.
“하하, 녀석들. 그렇게나 좋을까.”
영혼을 추격하던 게한나의 위협적인 필드 효과.
하지만 지금은 그 센서가 고장이라도 난 듯, 지옥견들 모두가 미친 듯이 성창을 추격하고 있었다.
이용수가 아이러니하다는 듯 덧붙였다.
“저희는 완전히 찬밥신세네요.”
“하기야······ 우리는 고작해야 넷이니까요. 저쪽은 천 개나 되고요.”
개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나서일까?
지옥견으로 이루어진 마그마의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져 있었다.
부우웅!
촤아아악!
그렇게, 하늘을 부유하는 가고일과 돌고래처럼 용암을 파고드는 지옥견들의 술래잡기가 한참 이어졌을 즈음······.
꽈아아아아아앙!
가고일이 폭탄으로 돌변한 성창을 떨궜고, 거대한 신성폭발이 게한나의 지옥견들을 휘감았다.
주르르륵!
더 없이 제대로 녹아 버린 마그마.
지금까지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지만, 그 충격만큼은 확실했는지, 지옥견들은 더 이상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제야 좀 편하게 들어가겠네요.”
파수꾼들을 처리한 우리는 곧장 먼저 발견해두었던 통로로 향했다.
거대한 바위로 가로막힌 입구에 십수 자루의 성창을 꽂아 넣었고,
다이너마이트로 갱도를 뚫듯, 카운트다운과 함께 신성폭발을 일으켰다.
꽈르르릉!
신성폭발을 통해 단번에 열어젖혀진 입구.
그 안으로, 마그마는 온데간데없이 내부로 이어지는 길쭉한 통로가 드러났다.
.
.
.
내부는 그리 낯설지 않은 동굴 속 풍경이었다.
다만 배터리가 연결된 스튜디오 조명을 꺼내 비추자,
저마다 다른 두께의 파이프관 수십 다발이 동굴 곳곳으로 뻗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되게 신기한 풍경이네요······.”
후지산 아래가 이럴 줄 몰랐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다이치.
당연하지만, 이 산은 더 이상 자연적인 의미에서의 후지산이 아니었다.
게한나에 의해 개조된 채, 놈들의 불과 마그마를 잉태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다행입니다. 이 정도면 찾아볼 수 있겠어요.”
이용수가 덧붙였다.
특유의 열기 탓에 후덥지근한 건 사실이었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뜨거운 열기는 모두 저 파이프관에 담겨 있었으니까.
커다란 동굴 내부를 둘러보던 김솔이 내게 물었다.
“되게 넓네. 여기서 그 게한나의 불인지 뭔지 하는 건 어떻게 찾아?”
“다 방법이 있지.”
주변 곳곳을 매운 파이프에서는 게한나의 마그마가 흘렀다.
쿠퍼에 따르면, 게한나는 마치 개미집의 통로처럼 복잡하게 얽힌 파이프관을 설치하는데, 평소에는 이중 단 하나의 파이프에서만 마그마가 흐르게 되어 있었다.
“그럼 나머지는 다 뭐야?”
“······나머지는 화산을 폭발시킬 때 쓴다고 하더라고. 사방으로 용암을 분출하기 위해서······.”
“······그건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
이러나저러나 분명한 것은 이중에 마그마가 흐르는 파이프가 존재하리라는 것.
그리고······.
띠링!
[HT-199 열화상카메라 비디오 버전, 가격은 670,000원입니다.]그건 필시 게한나의 불과 연결되어 있을 거라는 것.
과연 열화상 카메라를 켜자, 유독 빨갛게 물든 단 하나의 파이프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행들에게 동굴 내부로 향하는 빨간선을 가리켰다.
“저쪽이네요.”
“방향은 알았으니······ 이제 빨리 가기만 하면 되겠군요.”
덜컹!
오토바이 두 대를 출하했다.
이용수와 김솔이 각각 운전대를 잡았고, 내가 이용수, 다이치가 김솔의 뒷자리에 올라탔다.
.
.
.
그렇게 우리는 열화상 새빨간 파이프를 길잡이 삼아 내달렸고, 오래지 않아 거대한 원뿔 모양의 공동에 다다랐다.
틀림없는 게한나의 중심부.
공동의 중앙 부분에는 큼지막한 원이 하늘로 뚫려 있었는데, 그로부터 드문드문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 모양이 반듯한 것으로 보아, 이 또한 일종의 파이프라 불러도 무방할 듯했다.
“저기로 나가는 건가.”
만약 후지산이 폭발한다면, 다름 아닌 저 도관을 통해 마그마가 솟구쳐 오를 터였다.
가급적 그럴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한편, 나와는 달리, 나머지 일행들은 위가 아닌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와······.”
연이어 터져 나오는 감탄사.
아래로는 마치 우물처럼 까마득하게 깊은, 거대한 구덩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딱 봐도 100미터는 거뜬히 들어갈 듯한 깊이.
그 중심에는 사방으로부터 뻗어 나온 파이프관이 한데 뭉쳐 반듯한 구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어디 보자······.”
열화상 카메라로 보니, 그 중심부에서는 빨갛다 못해 새하얀 열감이 모여 있었다.
요컨대 그 안에는 지금껏 보았던 용암 중 가장 뜨거운 것들이 들어있다는 뜻이었고, 그 의미를 유추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게한나의 불······ 아무래도 저 아래에 있는 것 같네요.”
쿠퍼는 게한나가 점령한 차원의 지층에 있는 마그마를 끌어올리고, 이를 가공해 자신들만의 자원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화산 내부를 가득 채운 파이프, 그리고 보일러처럼 그 파이프관을 데우고 있는 게한나의 불 모두 그러한 자원 활용의 일환일 터.
땅에서 끌어 올리고, 불로 달궈진 마그마에서 게한나의 번식과 생명이 비롯되는 것이었다.
이제 정확한 위치를 알았으니, 다이치를 이용해 불을 회수하면 될 일이었지만······.
“느낌은 오는데······ 죄송해요. 이 거리에선 안 되겠어요.”
아쉽게도 다이치의 사정거리에는 닿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저 깊은 구덩이에 직접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소리.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용수가 구덩이 주변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여기를 지으면서 생긴 구조인 것 같은데, 구덩이를 따라 나선으로 된 홈이 있는 것 같습니다. 뒷좌석에서 많이 움직이지만 않으시면 오토바이로 어떻게든 타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과연 그의 말대로 얇은 바퀴 하나가 간신히 얹힐 만한 길이 놓여 있었다.
그 좁은 길을, 그것도 뒤에 사람을 태운 상태로 가겠다는 거였는데, 이용수가 아니라면 누구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전략이었다.
“오늘 땀 좀 흘리겠는데요. 하하.”
후우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열기였다.
파이프와는 무관하게, 저 아래에선 ‘게한나의 불’이 열기를 더하고 있었으니까.
구덩이의 중심으로부터 불어오는 열풍에, 김솔이 입을 열었다.
“내가 막아주면서 갈게. 어차피 오래도 아니고.”
이용수가 운전하고, 김솔이 방어하며, 다이치가 불을 담아오는 전략.
마지막으로 나는······.
“너까지 갈 필요가 있나?”
김솔이 되물었다.
나까지 하면 무려 네 사람이었다.
아무리 이용수가 운전의 달인이라 한들, 질풍노도의 고등학생들마냥 뒤에 셋이나 태우고 곡예 운전을 할 수는 없을 테니까.
“뭐 타이밍 맞게 끌어올려 주면 되긴 할 텐데······.”
다이치가 게한나의 불을 봉인한다면, 그때 맞춰 상품 회수로 이들을 끌어당기면 될 터였다.
상식적으로도 그게 효율적이었지만, 어쩐지 세 사람에게만 위험한 일을 맡기는 듯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그때······.
“셋이서 내려가야겠다. 나는 여기 있어야 할 것 같아.”
“음? 갑자기 왜?”
나는 열화상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공동 곳곳으로 퍼져있는 수백 수천개의 파이프.
거기에 하나같이 열기가 차오르고 있었으니까.
“······여기 터질 것 같거든.”
평소에는 딱 하나의 파이프만 사용된다던 쿠퍼의 설명.
모든 파이프에 마그마가 차오른다는 건 폭발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확실한 신호였다.
끼이익!
표정을 굳힌 이용수가 서둘러 핸들을 잡았고, 다이치 또한 오토바이를 향해 달려갔다.
화산이 폭발한다면 일본은 물론 양옆에 놓인 한국과 엘븐하임에까지 영향이 미칠 게 분명한 상황.
더욱이, 이건 일반적인 화산이 아닌, 게한나의 ‘번식’ 수단이었으니까.
“빨리 불을 빼앗아야 해.”
그리고 폭발을 멈추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놈들의 주력 에너지원인 게한나의 불을 탈취하는 것이었다.
“알았으니까 뭐라도 할 거면 빨리 해!”
타닥!
김솔이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며 오토바이로 달려갔고, 뒷좌석에 폴짝 올라탄 그녀가 즉시 배리어를 전개했다.
부우우웅!
이용수가 핸들을 잡아당기자 바퀴가 파스슥 땅을 긁었고,
구덩이 속, 나선으로 된 좁디좁은 길을 아슬아슬하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런다고 폭발을 멈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이미 마그마는 끓어오를 대로 끓어오른 상태니까.
그리고 바로 그게 내가 위쪽에 남기로 한 이유였다.
화산이 폭발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축적된 마그마가 응축되며 압력이 가해지고,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한 지표면 밖으로 폭발하듯이 분출되는 형태.
놈들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폭발을 일으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천장으로 열린 원통 모양의 파이프 도관을 확인했던 터였다.
즉, 마그마가 화산폭발의 수준을 넘어, 아예 총알처럼 하늘로 솟구칠 것이라는 뜻.
‘······위력이라도 약화시켜 둬야 해.’
내가 하려는 것은 기다란 총신에 구멍을 뚫어, 화력을 현저히 약화시키는 일이었다.
구덩이 아래로 빠른 속도로 아래로 멀어져 가는 이용수.
내가 그를 향해 외쳤다.
“용수씨! 조금 흔들릴지도 모릅니다!”
“감안하겠습니다!”
당장이라도 떨어져 버릴 듯 위태롭게 오토바이를 몰면서도, 이용수는 엄지를 들어 보였다.
콰아앙!
내가 노린 것은 중심부에 곧장 이어져 있는 가장 두꺼운 파이프관이었다.
유독 많은 마그마가 이동하고 있는 통로.
콰득!
주르륵!
성창이 꽂힌 자리 주변으로 마그마가 줄줄 새어 나왔고,
후르르륵!
흙처럼 굳어진 용암이 다시금 불길에 휩싸이더니, 밖에서 보았던 지옥견의 모습이 갖춰졌다.
컹!
나를 향해 달려드는 놈들.
서둘러 가고일을 빼내 1000개의 원혼이 든 성창을 들고 유인하도록 했지만,
콸콸!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지옥견의 수가 늘어가고 있었다.
“······이거론 어림도 없나?”
드드드득!
파이프에 구멍을 뚫은 것만으로는 폭발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파이프를 파괴하자니, 쏟아진 마그마에 일행들이 휩쓸릴지도 모르는 상황.
쿠구구구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장에라도 터져버릴 듯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가라 좀!”
슈우욱! 슈욱!
나는 우리가 넘어온 통로 쪽으로 부단히 악마들의 혼이 담긴 성창을 던져넣었다.
어림짐작하기로 수백 자루 이상의 성창.
자그마치 수만 개의 원혼이 있다 보니, 지옥견들 또한 게거품을 몰고 달려갔지만······.
지옥견의 수가 점점 더 많아진 탓에, 성창을 뒤로하고 내게 직접 달려드는 놈들이 생겨났다.
후우웅!
캐행!
물을 이용해 꺼뜨려봤자 더 위협적일 것이 뻔했기에, 전투 망치를 휘둘러 놈들을 하나둘 구덩이 아래로 밀어 넣었다.
가뜩이나 열기로 가득 찬 공동.
마그마로 이뤄진 지옥견들과 합을 나누고 있자니, 이제 온몸은 완전히 땀으로 절어있었다.
쿠구구구구!
땅이 점점 더 거세게 흔들리는 지면.
이제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지옥견들이 공동 내부를 가득 메웠을 즈음······.
“정겸씨! 잡았습니다!”
이용수가 희소식을 전해왔다.
“······상품회수.”
즉시 포탈을 이용해 지하 깊숙이 내려간 그들을 끌어당겼다.
탈진한 표정으로 오토바이를 내려놓는 이용수, 꺼질 듯 말듯 배리어를 깜빡거리는 김솔, 온몸에 문신을 두른 채 혼절한 다이치가 스르륵 포탈로 빨려들었고······.
나 또한 그 흐름에 몸을 맡겼다.
마지막으로,
“폭파.”
통로에 쏟아 넣었던 수백 자루의 성창을 터뜨리며.
지옥불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