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2)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2화(12/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12편
(무한탄창의 거부(巨富) (2))
가장 먼저 한 일은 와이번 사냥으로 벌어들인 마석을 사용하는 일이었다.
우선은 공과금부터.
“아예 열흘 치 끊어줘.”
[전력 비용으로 30개, 수도/가스 비용으로 30개 받았습니다.] [전력 가동 중단까지, 약 273시간 남았습니다.] [가스/수도 공급 중단까지, 약 280시간 남았습니다.]덕분에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제는 출하 스킬을 강화할 때였다.
아직 마석은 여유롭게 남아 있었지만, 그래도 전략적인 소비를 하기로 했다.
“소요 시간을 최대로 줄이면 얼마나 들지?”
[현재 출하 소요 시간은 5초이며, 아공간 레벨 2에서는 최대 1초까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비용은 초당 마석 5개로, 총 20개가 소모됩니다.]“진행해.”
[알겠습니다.]드디어 1초.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가장 시급하다 여기던 출하 소요 시간이었지만··· 사실 이번만큼은 다른 노림수가 있었다.
팍스에게 물었다.
“사정거리를 최대로 높이면 얼마야?”
[현재 사정거리는 10m이며, 최대 50m까지 강화가 가능합니다.] [15m까지는 미터 당 레벨 1에서의 강화 비용인 마석 1개가 소모되며, 이후 50m까지는 마석 5개가 소모됩니다.] [도합 180개입니다.]180개.
상당히 큰 비용이었지만···
“진행해.”
고민의 여지는 없었다.
출하 사정거리는 동시에 마석의 회수 반경이기도 했으니까.
앞으로의 수입을 불려줄 고마운 능력인 만큼, 그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이로써 사용한 마석의 양은 260개.
남은 51개는 나중에 상황에 따라 사용하기로 했다.
능력이 강화된 만큼, 두려움도 많이 사라졌다.
이제 내 포탈에서는 탄창과 도끼가 1초마다 튀어나오게 될 테니.
모든 채비를 마친 나는 은빛으로 빛나는 말끔한 SUV 앞에 섰다.
이용수가 말했다.
“차량을 다시 구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것 참··· 꼭 한번 몰아보고 싶었던 모델이었는데.”
그가 군침을 다셨다.
차량의 정체는 군용 코란도 스포츠.
후방 부대의 차량이라 그런지 별도로 위장 도색이 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헤더에 더듬이 같은 안테나 두 개가 뻗어 있었다.
‘내가 이걸 타게 될 줄이야.’
군에 있을 때 대대장이 타고 다니던 걸 본 게 전부였다.
자랑스러운 예비역 병장으로서 절로 가슴이 웅장해졌다.
브르릉!
이용수가 차의 시동을 울렸다.
그러곤, 여느 때와 같은 감각적인 손길로 이 거친 코뿔소의 고삐를 잡았다.
차는 단 한 번의 흔들림 없이, 와이번들의 사체를 요리조리 피해 나갔다.
우리는 그렇게 다음 장소로 향했다.
이제는 흔적조차 남지 않은 황량한 벌판을 남겨두고.
.
.
.
변화는 불과 몇 분 만에 일어났다.
정확히는, 내가 차량에 달린 장비를 켜면서 시작됐다.
-치익··· 칙!
장비의 정체는 차량에 탑재된 녹색 무전기였다.
애당초 지휘관들에게 배정되는 차였다.
헤더에 장착된 안테나 또한 전시나 훈련 시 아군과 통신하기 위한 물건이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아공간에서 보조배터리까지 주문해 항상 잊지 않고 충전해왔지만, 정작 전화도 인터넷도 터지질 않았다.
연결 실패를 나타내는 텅 빈 스크린.
문득 나는 통신장비로 눈길을 돌렸다.
‘군용 장비라면 다르지 않을까?’
기지국을 거치지 않으며, 통신사도 필요 없다.
미리 설정된 주파수만 공유한다면 통신이 가능할 터.
심지어 무전기는 아공간을 통해 무한히 생산할 수 있으니, 모든 통신이 끊어진 지금 사태를 감안한다면 그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시험 삼아 장비가 정상 작동하려 보려 했으나···
아쉽게도 나는 통신병이 아니었다.
“사용 방법을 모르겠는데··· 에라, 모르겠다.”
[I/O] 모양으로 생긴 전원을 켰다.뭔가 미리 설정되어 있었는지, 몇 가지 숫자가 표기되며 작동음이 들렸다.
-치익··· 칙···
생생한 백색 소음이 수화기로 흘러들었다.
그때였다.
-치익··· 여기는 찰리··· 여기는 찰리··· 폭스트롯은 응답 바란다. 여기는 찰···
소리는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수화기 너머의 사내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젠장, 여기 다 뒈졌다고! 제발 살려줘! 폭스트롯 개새끼들아!
뭔가 대단히 화가 난 듯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알기론, 군용 통신장비의 통달 거리는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았다.
많이 쳐줘야 몇 킬로 남짓.
이 목소리의 주인이 우리 근처에 있다는 소리였다.
이용수가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고민이었다.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큰누나가 있는 강남에 도달해야 했으니.
하지만 ‘찰리’의 애닳는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인덕원 흥안대로에 널려있던 군인들의 시체가 떠올랐다.
‘군인이라면 괴물들의 동향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더욱이 궁금하기도 했다.
어떻게 괴물들이 현대화기로 무장한 군을 이토록 쉽게 괴멸시킬 수 있었는지.
거기에는 뭔가 다른 변수가 개입되어 있을 게 분명했다.
궁금증이 들었다.
단, 욕심을 부리기 보단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냈다.
“가는 길에 있으면 데려가죠.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러곤 수화기에 달린 버튼을 눌렀다.
소리가 바뀌는 것이, 이번에는 내 목소리가 상대에게 전달될 듯했다.
“그래서, 지금 어디야?”
반말로 송신이 왔으니, 나도 그렇게 했다.
상대는 제법 놀란 눈치였다.
-···누구?
잠시 망설이던 그가 이내 결심했다는 듯, 말했다.
-그래, 시발. 목이 달아나게 생긴 마당에··· 여기 정부청사다! 과천! 과천정부청···
뚝.
소리는 그렇게 끊어져 버렸다.
내가 운전석 쪽을 바라보자, 이용수가 허탈한 웃음과 함께 말했다.
“···정확히 바로 앞이네요.”
억세게 운이 좋은 놈이었다.
.
.
.
타앙!
멀찍이서 마른 총성과 함께 붉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정체는 신호탄.
아주 살려달라고 발악을 하고 있었다.
죽기 직전이라는 말이 과연 과장은 아니었는지, 탁 트인 정부청사 공원에는 저글링을 비롯한 잡다한 괴물들이 개떼처럼 몰려다니고 있었다.
다행히 드래곤이나 와이번은 보이지 않았다.
투다다다다다!
조수석 창문으로 무차별 총알을 갈겼고,
깨앵! 캥!
저글링 몇 마리와 변종 늑대들이 속도를 잃고 허물어졌다.
뽀옥! 뽁!
놈들의 사체에서 마석이 튀어 올랐다.
차량 위에 뜬 포탈은 괴물들로부터 튀어나온 마석을 게걸스럽게 집어삼켰다.
우리의 모습은 마치 입을 쩍 벌린 채 맹렬히 발을 내딛는, 한 마리의 탐욕스런 짐승과도 같았다.
자그마치 50미터까지 늘어난 회수 반경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신호탄의 연기가 피어오른 곳은 3층 짜리 청사 건물 옥상이었다.
하지만 그 연기를 따라온 것은 비단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괴물 전부가 청사 건물 주변으로 몰려들었으니.
“···쉽지 않겠군요.”
이용수가 이리저리 핸들을 꺾으며 말했다.
투두두두두두-!
나는 탄창을 갈아가며 여전히 총을 갈기고 있었다.
방아쇠를 누르는 손가락이 뻐근할 지경이었다.
탁!
녹아버릴 만큼 달아오른 소총이 비명을 질렀다.
노리쇠 안으로 탄알이 제대로 끼어버렸다.
총을 <상품 회수>로 넣어버리고는, 다시금 상황을 살폈다.
총으로 괴물들을 잡고, 상품 회수로 마석을 얻는 것.
그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길이 완전히 막혀버리네요.”
이용수가 말했다.
청사 건물로 향하는 진입로.
죽은 괴물들의 사체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이제는 소총도 의미가 없었다.
사체로 쌓은 산이 놈들의 방패가 되어주었으니.
되레 그 산을 타고 위협적인 공격을 가해올 뿐이었다.
이용수가 넌지시 운을 떼었다.
“···포기하는 게 어떨까요? 진입로가 너무 좁아요.”
“수류탄을 한번 써보죠.”
“아! 수류탄이 있었군요.”
이용수가 그거면 되겠다는 듯, 눈을 빛냈다.
수류탄 또한 무한히 사용이 가능하겠지만, 한 가지 응용 방법이 떠올랐다.
나는 곧장 아공간 포탈을 열었다.
“잠시 차를 돌리며 시간을 벌어주세요.”
“예? 지금요?”
“금방 올게요.”
돌아온 물류센터.
나는 서둘렀다.
시간이 많지 않았으니.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내가 향한 곳은 아공간에 연결된 군부대.
그중에서도 위병소 건물이었다.
콘크리트 벽이라면 수류탄에서 나온 파편 정도는 막아줄 테니.
조끼에 결속한 세열 수류탄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러곤 신속히 안전핀을 빼어냈다.
손으로는 여전히 안전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이대로는 터지지 않는다.
투척한 순간 손잡이가 따로 떨어지며 장약에 불이 붙는 구조니까.
팍스에게 말했다.
“이대로 상품 등록하는 것도 가능할까? 안전 손잡이가 결속된 상태로.”
출하될 탄알집에 미리 총알을 끼워둘 수 있었던 것처럼, 이곳 아공간에 있는 상품들에는 미리 약간의 변형을 가할 수 있었다.
그것의 응용 버전이다.
이번에는 이 수류탄의 특정한 ‘상태’를 상품으로 등록해볼 작정이었다.
팍스가 대답했다.
[새로운 사물이 아닌, 기존에 존재하던 상품에 변형을 가한 것이므로 가능합니다.]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현 시간부로 출하를 통해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혹시 출하되기 전에 여기서 터지거나 하지는 않겠지?”
[출하 스킬은 아공간 내부의 물리적인 공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재고 상태에서 즉시 출하되는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그거 다행이네. 그럼···”
상품으로 등록하고 남은 수류탄을 위병소 창문 밖으로 힘차게 던졌다.
그러곤, 얼른 벽으로 몸을 숨겼다.
몇 초의 시간이 지났을까,
꽈앙-!
폭음과 함께, 후두둑 흙먼지가 쏟아졌다.
마음에 들었다.
저런 위력이라면.
.
.
.
“오셨군요···!”
이용수가 반색했다.
그는 건물 주위를 돌며 괴물들과 함께 곡예 운전을 벌이던 중이었다.
투두두두두-!
나는 소총 한 정을 새로 출하해 뒤따르던 놈들을 단숨에 처리했다.
상품 회수로 마석을 챙기는 일 또한 잊지 않았다.
이제 남은 일은, 저 득실거리는 괴물 놈들을 단숨에 쓸어버리는 일이었다.
즉시 마석을 한 번 더 소진했다.
“동시 출하, 한 번 더 개방해줘.”
[마석 50개 받았습니다.]아공간 레벨 2를 달성하며, 한 번 더 동시출하 능력을 개방할 수 있게 됐다.
이제 한 번에 출하가 가능한 물건은 네 개.
다시 말해···
“한 번에 수류탄 네 개가 날아가는 거지.”
그것도 안전핀이 뽑힌 채로.
위잉- 위이-
달리는 차체 위로, 네 개의 작은 포탈이 생성되었다.
띠띠띠···
그러곤 이전에 개방해두었던 ‘정밀 배송’으로 놈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곳을 설정했다.
손을 뻗었고,
‘출하.’
그렇게, 상품이 출하되었다.
피웅-
나란히 쏘아 올린 네 개의 공.
그 주변을 감싸던 안전 손잡이가 띵 소리와 함께 분리되었다.
쏘옥.
바글대던 괴물들의 틈새로 숨어들어 간 수류탄은···
꽈아아앙-!
쾅-!
타아앙!
갖은 폭음과 함께 놈들을 쓸어버렸다.
남은 일은 같은 과정의 반복이었다.
나는 자동 포탑처럼 놈들의 주변으로 꾸준히 수류탄을 뿌려댔고···
콰과광!
놈들은 연쇄 폭발에 장렬히 산화했다.
뽀옥! 뽁!
그와 동시에 마석이 회수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졌다.
오래지 않아, 적어도 건물 주변만큼은 깔끔하게 청소가 되었다.
우리는 청사 건물의 진입로로 차를 몰았다.
두꺼운 고무바퀴가 질겅질겅 괴물들의 사체를 씹었다.
하지만 홍염이 피어오르는 건물 옥상을 발견했을 때, 상황은 여전히 급박해 보였다.
탕! 타앙!
옥상 끝에 내몰린 사내.
그가 안쪽으로 권총을 발사했다.
건물 내부로도 괴물들이 침입한 모양이었다.
“···@$···!”
그는 계속해서 우리를 곁눈질하며, 무어라 소리를 질러댔다.
자신을 구해주길 애타게 요청하는 듯했다.
끼이이이이익!
이용수가 차를 건물 옆으로 바짝 붙여 세웠다.
나는 조수석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며 외쳤다.
“뛰어내려!”
낙하할만한 지점에 포탈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그는 살면서 포탈 같은 건 듣도보도 못했는지, 우물쭈물 옥상 난간에서 위태로운 대치를 계속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대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카아악···!
옥상에 있던 저글링이 사내의 복부에 송곳 같은 뿔을 찔러넣었다.
“···커헉!”
저글링은 양옆으로 머리를 휘저으며 사내의 몸을 이리저리 흔들다가···
툭하니 그를 밖으로 던져버렸다.
터억! 우지끈!
던져진 사내가 나무 위로 떨어졌다.
투두두!
깨행!
소총을 쏘아 옥상의 저글링을 처치했다.
나무 사이로 떨어진 사내를 확인했지만···
“······”
그는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복부에서 피가 울컥울컥 새어 나오는 상황.
다급히 포탈을 열었다.
***
붕대에 싸인 사내를 침대에 바로 눕혔다.
아공간 밖에서는 이용수가 강남을 향해 힘차게 액셀을 밟았다.
다행히 피는 멈췄다.
소독제를 들이부었고, 붕대를 주문해서 꽁꽁 싸맸다.
이래도 될까 싶었지만, 연고도 몇 개 까서 발라주었다.
그래도 사내는 도무지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가능하면 살아줬으면 했다.
그에게는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으니까.
“이 양반 운 한번 억세게 좋네···”
마침 우리가 향할 곳도 병원이었다.
큰누나가 근무하고 있는.
텅텅!
이용수가 포탈을 두드렸다.
마침내, 강남에 다다랐다는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