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2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20화(120/240)
120화. 지옥불 (5)
콰아앙!
수백 자루의 성창으로 신성폭발을 일으킨 뒤.
쓰러진 다이치를 김솔에게 맡겨두었다.
그러곤 이용수와 함께, 후지산 인근에 미리 설치해두었던 포탈로 빠져나갔다.
투두두두!
헬기를 타고 날아오르자,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후지산.
신성 폭발로 인해 뚫린 측면 화구에서 꿀렁꿀렁 마그마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도 안 되나.”
아직 힘이 남아있다는 듯,
분화구 쪽에서는 여전히 마그마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용수씨, 저기 옆에서부터 남쪽 방향으로 천천히 몰아주세요.”
“그러죠.”
투두두두!
마그마가 콸콸 쏟아지는 측면 통로 근처로, 수십 자루의 성창을 차례로 꽂아 넣었다.
그러곤 천천히 남쪽으로 이동하며, 한껏 달아오른 마그마가 성창에 담긴 악마들의 혼을 따라가도록 유도했다.
쐐애액!
푹! 푹!
수십, 아니 수백 자루의 성창이 바닥에 촘촘히 갈대밭처럼 꽂혔고,
화르르륵!
게한나의 불길이 빠르게 성창을 따라 옮겨붙었다.
땔감으로 태울 혼이 많은 만큼, 빠르게 남하하는 게한나의 마그마.
물 젖은 돌고래처럼 수면을 일으킨 용암이 도착한 곳은······.
치이이이-!
치이익!
스루가 만(駿河湾)이라 불리는 일본의 남쪽 바다였다.
마그마는 바닷속에서도 여전히 타올랐지만······.
치이이······.
신성 폭발을 먹여준 덕인지, 아니면 게한나의 불이 사라진 덕인지, 빠르게 불씨를 잃어갔다.
부글부글 해안가를 끓이며 빠르게 식어가는 용암.
후지산에서는 마침 꺼진 불길과 함께 새하얀 연기가 피어올랐고, 나는 이용수와 함께 소금물에 젖어 까맣게 굳어버린 지옥견들의 말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후우······ 끝났군요.”
“그러게요.”
폭발은 막아냈다.
이제 남은 일은······.
“아공간으로 돌아가죠.”
게한나의 불을 품은 채 혼절한 다이치.
그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일이었다.
***
봉인의 여파로 정신을 잃은 사토 다이치.
타닥. 타닥!
현실, 기억, 어쩌면 몽롱한 꿈이라 불러도 좋을 장소에서, 그는 멍하니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쁘다.”
순수한 악의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했던가?
파렴치한 욕구로 범벅이 되어 있음에도 놀라우리만치 솔직한 그 모습에, 다이치는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억지와 고집, 불같은 감정 기복.
게한나의 불, 그러니까 일명 ‘지옥불’은 맹렬한 분노에 휩싸여 있는 마두귀와는 또 다른 정념의 덩어리였다.
“······.”
다이치는 모종의 감정을 느꼈다.
이 조그만 불길이 자신에게 영원한 보살핌을 요구하는 것만 같은,
봉인의 징표가 그려진 그의 배를 툭툭 발로 차는 것만 같은 묘한 기분을.
“너······.”
그 불길에 가만히 시선을 마주할 즈음······.
“허억!”
벌떡!
꿈에서 깨어난 그가 화들짝 몸을 일으켰다.
“······여기는?”
삐이- 삐이-
이곳은 새하얀 병실 안.
심박수를 재는 녹색 그래프와 전자음이 들려왔고,
주변으로는 정겸을 비롯한 십수 명의 사람들이 초조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났다! 일어났어요······!”
사람들이 웅성거렸고,
그들로부터, 터벅터벅 짧은 다리의 드워프가 걸어 나왔다.
왜인지 모르게 흰색 가운을 입고 있는 쿠퍼였지만······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다이치가 다급하게 그에게 물었다.
“불은······ 불은 어떻게 됐죠?”
이상하게 마음이 초조한 그에게, 쿠퍼가 조곤조곤 대답해주었다.
“그야······ 본인이 더 잘 알겠지요. 저쪽 방향으로 봉인을 풀어놔 보시겠소?”
“아······.”
쿠퍼가 가리킨 곳은 병실의 창문 너머, 그 끝을 알 수 없는 흰색 공간이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으니, 아무것도 태울 수 없는 공간.
이곳은 아공간에 있는 국통사 건물 내부였고, 건물 뒤쪽으로는 끝없는 텅 빈 공간이 놓여 있을 따름이었다.
다들 신중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내 몸을 일으킨 다이치.
“그럼······.”
꿀꺽.
모두가 침을 삼키는 가운데,
주섬주섬 침상에서 걸어 나온 다이치가 창문 밖으로 봉인을 풀어놓았고······.
슈우우욱!
스르륵!
그의 온몸에 그려져 있던 문신이 손끝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모두가 목격한 것은······.
화르륵!
새하얗게 불타오르는, 아름다운 불꽃이었다.
다이치가 쿠퍼를 붙잡았다.
“서, 선생님······ 이건······!”
“마음 내려놓게. 아주 건강해. 사내다운 불꽃이야!”
“흐흑, 선생님!”
다이치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파묻었다.
짝짝짝!
앉아 있던 팍스FC의 일동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고생 많았어요. 다이치.”
정겸이 그의 등을 텅텅 두드려주었으며,
“축하해요! 다이치 씨!”
이제는 제법 눈에 띄게 배가 불러온, 김정겸 대표의 형수 또한 흐뭇한 미소로 그에게 축하를 건넸다.
마치, 새로 탄생한 또 한 명의 어머니를 반기듯.
“예? 그러고 보니······ 왜 축하를······.”
다이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 보니 창문과 문지방 주변으로, 숯과 솔가지, 새빨간 고추를 엮은 ‘금줄’이 데롱데롱 매달려 있었다.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지는 그였지만······.
“뭐부터 녹여보지?”
“에헤이! 그거 일종의 돌잡이라고! 잘 골라야 돼!”
“하하······.”
병실을 가득 채운 뜨거운 열감에, 반박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
화르륵!
타닥! 탁!
이곳은 드워프들의 공장이 있는 엘븐하임.
게한나의 불꽃이 커다란 용광로 안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 큰불이 여기에 들어가네요.”
“그야 물론이오. 애당초 게한나의 불을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니까.”
드워프들의 용광로가 게한나의 불의 초과적인 열기를 제어했고, 그 결과 드워프들이 부산물을 가공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 갖춰졌다.
“다이치가 큰 역할을 해 줬네요.”
그가 아니었다면 게한나의 불을 옮겨올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평범한 양동이 그 이상의 역할.
뜨거운 어머니의 마음으로 불을 머금었던 그를, 이제는 연탄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그렇소. 이제야 진짜 대장간다운 모습이 되었구만······.”
한편, 쿠퍼 또한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었다.
고향을 떠나, 이 차원 저 차원으로 팔려 다니던 워커홀릭들.
마나 회로 각인을 위한 원자로, 거기에 부산물을 가공할 수 있는 게한나의 불까지.
이제야 비로소 최고의 업무 환경을 구축한 셈이니까.
타닥! 탁!
영혼마저 불태운다던, 새하얀 불꽃이 눈앞에 떠올랐다.
지옥견들을 두르고 있던 불꽃과 일견 비슷해 보였지만, 영혼 없이도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더욱이 화력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터였다.
“예쁘지요? 이래 봬도, 성깔이 상당한 놈이오.”
불끝이 은은한 빛을 온 주변으로 반사했다.
마치 살아 숨 쉬는 다이아몬드를 보는 듯한 기분.
일종의 원시적인 생명체에 해당한다던 쿠퍼의 말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일단은 하던 일부터 마저 끝마칩시다. 이게 눈에 밟혀서 영······.”
그가 꺼내 온 것은 김솔의 ‘아이기스’였다.
중심부에만 철판이 부착된 불완전한 형태.
쿠퍼는 비늘 모양의 철판을 쇠집게로 집어, 그 모서리 부분을 게한나의 불에 조금씩 녹이기 시작했다.
“모든 사물은 의미를 담고 있소. 그 최소한의 단위를 일컬어서 ‘의미소’라고 부르지. 이 철판에 담긴 의미는 ‘방어’고, 쪼개거나 훼손하면 그 의미 또한 퇴색되어 버린다오.”
이미 한차례 들었던 부산물에 대한 설명.
어찌 보면 일종의 전자제품과도 비슷했다.
커다란 모니터를 반으로 접는다면, 백이면 백 그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릴 테니까.
“게한나의 불이 필요해지는 시점이지. 뭐, 달리 말하면······ 이제야 비로소 대화가 가능해진다고나 할까.”
비유하자면 그런 뜻이다.
철판의 주변을 달군다는 건, 녀석에게 ‘좀 더 넓게 방어하지 않을래?’라고 제안하는 것.
그러면 그제야 게한나의 불에 호되게 달궈진 철판이 ‘그, 그럴까?’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까앙!
까앙!
쿠퍼가 망치를 들어, 빨갛게 달아오른 철판을 두드렸다.
그 규칙적인 울림 속에서 망치와 철판이 주고받는 대화가 들리는 듯했다.
따앙!
망치가 말하고,
“아, 알았어! 하면 되잖아, 하면······!”
철판이 대답한다.
고집스럽게 철판 내부에만 고여 있던 ‘방어’의 관념이 방패 전체로까지 퍼져나갔다.
몇 차례에 걸친 담금질 끝에, 매끈한 검은색으로 코팅된 아이기스.
서로 다른 사물 간의 대화가 하나의 화합을 이뤄진 모습이었다.
훌쩍.
나는 운철로 마감된 아이기스를 들어 보이며, 쿠퍼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말씀하신 대로라면 운철로 무기를 만들긴 좀 어려운 것 아닌가요? 애초에 담겨 있는 게 ‘방어’라는 의미이니······ 그걸 ‘공격’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요.”
“물론 그런 점이 없지 않지만, 우회적으로는 가능하오. 운철이 스스로를 지키도록 하면 될 테니까. 아주아주 단단한 물질을 집어 던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무기가 되지 않겠소?”
그의 말대로였다.
공격 옵션이 없으면 어떤가?
단단하고 무거운 물건을 던지는 것.
아공간의 ‘출하’ 능력을 이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그래서······ 어떤 무기를 만들었으면 하시오? 이번에도 길쭉한 창이 필요하시려나?”
그렇게 쿠퍼가 내게 물었을 즈음······.
띠링!
팍스가 새로운 소식을 전해왔다.
[정겸 님, 상공회의소가 선정한 다음 몬스터 웨이브의 전력이 확정됐습니다.] [상공회의소 시스템을 통해 확인이 가능합니다.]또다시 한차례 괴물들이 밀려들 시점이었다.
붉게 타오를 레드 게이트, 그리고 그로부터 쏟아질 수천 마리의 병력을 떠올리며, 나는 쿠퍼에게 대답했다.
“······고민해보고 알려드리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몬스터 웨이브.
그에 맞서 싸울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으니까.
***
“저글링, 주술사 섞인 고블린 부대······ 라이칸슬로프······.”
아공간에 담긴 상공회의소 시설을 통해 확인한 결과, 다가올 몬스터 웨이브의 수준은 이전보다 아주 살짝 상향된 정도였다.
다만, 문제는······.
“스톤 골렘이라······.”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보스 스테이지.
강철 오우거와 같은 6위계 수준의 괴물이었지만, 이번에는 자그마치 세 마리가 몰려든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름만 들어도 단단해 보이는데······ 거기다 세 마리라.”
오우거만해도 그랬다.
운철로 이루어진 비늘 탓에, 강화된 성창으로도 뚫을 수 없었던 녀석.
무거운 형강을 쏟아 억지로 억지로 숨통을 끊어냈었으니까.
‘나도 나지만, 전체적으로 전력 보강이 시급하겠어.’
치열했던 지난 몬스터 웨이브.
용산이나 엘븐하임이라면 몰라도, 다른 지역들은 너끈히 막아냈다고 보기 어려웠다.
강철 오우거 같은 녀석이 세 마리나 몰려든다면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지역도 적지 않을 터.
“뭐, 동시에 해결하면 되지.”
그래서였다.
이번 무기 제작을 통해, 나는 물론 팍스FC 전체의 전력 증강을 노려보기로.
생각을 정리한 끝에, 내가 향한 곳은······.
“정겸이 왔냐?”
아버지가 있는 아공간의 자재창고였다.
포탑을 이용해 지난 몬스터 웨이브를 거뜬히 막아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포탑은 산하 지역 곳곳에 설치된, 이제는 명실상부한 팍스FC의 필수 방어시설이라 할 수 있었으니까.
운철로 만들 새 무기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에, 아버지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지금 건축 레벨이 제일 높은 건 포격 포탑이야. 설계 짜고, 홀로그램 띄우고, 여기 창고에서 자재 가져다 쓰고······ 건축 각성자들 데려다 짓기 시작하면 포탑 세우는 것쯤이야 오래 걸릴 일은 아니지. 하지만 보스를 잡기엔······ 아무래도 위력이 부족해.”
“그럼 더 강한 포탄이 필요하겠네요.”
“그래, 맞아. 대신 포탑 규격에 맞아야 해.”
전체적인 과정이 한눈에 그렸다.
운철로 만든 포탄, 그리고 불을 뿜어내는 팍스FC의 포탑들.
그 수준이라면 곧이어 다가올 스톤 골렘 또한 거뜬히 처리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운철을 이용한 첫 무기는 심플하게 고안하기로 했다.
몸통만 한 크기의 둥근 쇳덩어리.
더욱이, 운철의 독특한 성질에 대해 듣고 온 참이었으니까.
“잘됐네요. 쿠퍼 말로는······ 이게 둥글게 뭉쳐놓으면 또 재밌는 효과가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어떤 효과가?”
마침 몬스터 웨이브에 딱 필요한 효과이었다.
수백, 수천 마리의 몬스터가 몰려든다 한들······.
“중력이 생긴대요.”
결국은 몰이사냥으로 이어질 테니까.
운철구(隕鐵球)에 붙잡혀 버둥거릴 괴물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한 가지 장면을 더 연상했다.
내 포탈에서 쏟아질 수십 개의 쇠구슬.
아공간 포탈이라는 은하계를 중심으로 공전할 행성들을.
천체 충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