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21)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21화(121/240)
121화. 천체 충돌 (1)
포격포탑에 쓰일 포탄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난 며칠 뒤.
나는 쿠퍼와 함께 쇠사슬에 매달린 새카만 검은색 구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 됐소. 표면처리까지 완벽히 끝났지.”
“오······.”
대략적인 지름만 해도 30cm이상.
포탑 규격에 맞추다 보니 생각 이상으로 큼지막해진 운철구였다.
우우웅.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도 중력이 느껴졌다.
자력으로 못 벗어날 정도는 아니지만, 결코 작지 않은 힘이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쿠퍼가 내게 덧붙였다.
“운철에만 중력이 부과돼 있는 건 아니오. 부산물로 나오는 재료 중에는 이것보다도 더 중력이 큰 물질도 있지.”
오우거처럼 몸집이 큰 녀석들에게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저글링이나 고블린 같은 하위 개체들에는 분명 효과가 있을 터였다.
대부분의 몬스터 웨이브가 질보다 양으로 승부한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 흑색 구체는 팍스FC의 방어 전력에 큰 도움을 줄 게 분명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걸 아공간에 좀 넣었으면 좋겠는데······.”
이 운철구를 아공간의 <카테고리>에 수용하는 일이었다.
이건 순도 100% 운철로 이루어진 물질 덩어리에 불과했으니까.
나는 팍스에게 문의했고,
“이 운철구를 카테고리 수용으로 아공간에 넣을 수 있을까?”
띠링!
[해당하는 카테고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곧장 불가하다는 답변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아직 그 이름도, 용도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물질이었으니까.
“그러면······.”
잠시 고민하던 나는 질문을 바꿔 팍스에게 다시 문의해보았다.
달리 말하면 ‘운철구’의 용도를 설정해서.
“이 ‘투포환’을 카테고리 수용으로 넣을 수 있을까?”
띠링!
[‘육상체조/투포환’ 카테고리에 수용할 수 있습니다.]놀랍게도 이름을 통해 그 쓸모를 지정해 주자마자 카테고리에 수용할 수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사물이 어떤 실체를 가지고 있든, 그 기능을 결정하는 건 사람의 해석이니까.
고민했던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려던 찰나······.
[등록 비용 책정 중······.]띠링!
[등록에 필요한 비용은 마석 131,167 개입니다.]“십······ 십삼만?”
팍스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전해왔다.
[각성 시스템이 책정한 해당 사물의 가치입니다.]차이라고 한다면 몬스터의 부산물을 이용했다는 것.
그리고 그 부산물 수십 개를 뭉쳐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사물의 가치에 따라 등록에 필요한 비용을 산정하는 아공간.
그 능력에 비추어본다면······ 몬스터 부산물의 가치가 그만큼이나 크다는 뜻이기도 했다.
상상 이상의 지출이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지. 넣어줘.”
[알겠습니다.] [마석 131,167개 받았습니다] [남은 마석은 201,933개입니다]이번만큼은 지출해 보기로 했다.
아공간 8레벨까지 필요한 마석은 자그마치 60만 개.
당장은 넘볼 수 있는 양이 아니었을뿐더러, 다가올 웨이브에 대비하기 위해 팍스fc의 전용 무기가 필요한 시점이었으니까.
***
다행히, 가격이 비싼 만큼 그 값어치는 톡톡히 하는 물건이었다.
아직 드워프들의 원자로를 이용해 마나 회로를 그리기 이전이었음에도, 재료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5강까지 무던히 강화할 수 있었으니까.
“그럼······.”
아공간 실험실에 운철구에 대한 정보를 등록했다.
그러곤 곧장 용산으로 넘어가 아버지와 함께 한강대로로 향했다.
‘운철구’가 적들에게 어떤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기 위해.
이번에도 아버지가 두 팔을 뻗어 올렸고, 한강대를 기점으로 붉은색 홀로그램으로 된 포탑들이 우후죽순 솟아올랐다.
둥그스름한 신형 포탄이 자동화 태엽에 감겨 차르르 포신 내부로 흘러 들어갔을 즈음······.
짜악!
이제는 준비가 됐다는 듯, 아버지가 손뼉을 마주쳤다.
“이제 됐다, 정겸아.”
“그럼 갈게요.”
저글링, 고블린 주술사, 라이칸슬로프, 거기에 스톤 골렘까지.
상공회의소 시설을 통해 얻은 괴물들의 정보를 아공간 실험실에 입력했고, 가장 큰 적수라 할 수 있는 스톤 골렘 한 마리를 길 너머에 소환했다.
쿠웅······ 쿵······.
저 멀리서 걸어오는 거대한 크기의 스톤 골렘.
분명 홀로그램일 텐데도, 주변 풍경을 덧씌운 붉은색 잔상이 함께 흔들린 탓에 지축이 흔들리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어마어마하게 크네.”
대략 30미터 정도 높이의 거구.
에메스의 자재를 둘러 반쯤 성처럼 만들어져 있는 합참본부였지만, 지금만큼은 저 스톤골렘이 거대한 성벽이 되어 우리를 향해 걸어오는 것만 같았다.
쿠웅! 쿵!
녀석이 점차 속도를 붙여가며 대로의 절반가량을 건너왔을 즈음······.
꽈아아아앙!
귀를 찢을 듯한 폭음과 함께, ‘운철구’가 골렘에게 날아들었다.
5강까지 강화된 거대 쇳덩어리와 자그마치 6위계에 달하는 골렘이 격돌한 순간.
그 승자는······.
“됐다!”
운철로 빚어낸 검은 구체였다.
파사삭!
가슴째로 박살 난 골렘이 바닥으로 와르르 무너졌고,
“이게 되네! 좋아, 아주 좋아!”
아버지 또한 주먹을 불끈 움켜쥐며, 쾌재를 불렀다.
물론, 포탑이라고 멀쩡한 건 아니었다.
자체적으로 중력을 일으키는 기이한 포탄.
골렘의 공격은 조금도 받지 않았지만, 바로 그 운철구를 발사한 것만으로도 포격포탑이 반파가 된 상태였으니까.
포탑이 제 기능을 잃기까지, 단 한 발이면 충분했다.
“아무리 그래도 딱 한 발인데······ 괜찮겠어요?”
한편, 아버지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그때그때 새로 다시 지으면 그만이지. 포격 포탑쯤이야······ 뭐, 하루 이틀이면 다 지으니까. 동시에 여러 곳에 지어도 될 테고. 그나저나······.”
오히려 다른 방면에 꽂힌 모양이었다.
“이름이 ‘운철구’라고 했나?”
“그랬죠? 운철로 만든 공이니까.”
“혹시 다른 이름은 없겠어? 이게 꼭 사람 이름 같아서 말이다. 무슨 옆집 김서방 부르는 느낌도 들고······.”
“그럼······.”
포탄에 한해서는 다른 이름을 써도 좋을 것 같았다.
이 검은색 쇳덩어리는 나뿐만 아니라, 아버지, 더불어 팍스FC의 건축 능력 각성자들이 두루 사용하게 될 테니까.
그리 길지 않은 고민 끝에, 나는 아버지에게 대답했다.
‘운석탄(隕石彈)’어때요?
***
아버지에게 ‘운석탄’을 양껏 출하해 준 다음.
나는 곧장 합참 본부에 들러 작전 본부장 유성철을 만났다.
어쩌면 이제는 합참 본부의 소속을 넘어, 팍스FC의 작전본부장이라 해도 무방할 그를.
“잘 지내시지요?”
“하하, 요즘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요.”
민간인들에 대한 관리와 처우를 사실상 그에게 일임한 상태였다.
한국에서의 자잘한 치안유지는 물론, 지역 대표들과의 공조를 통해 시민들을 보호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었던 터.
슥슥.
그가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 더미와 몇 대의 무전기를 옆으로 치웠고, 또르르 찻잔에 물을 따라주며 내게 물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이십니까?”
“상의할 게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팍스FC의 틀을 잡았으면 해서요.”
유성철에게도 관심이 있는 주제일 터였다.
나는 눈을 빛내는 그에게 천천히 올림푸스의 각성자, 제리코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올림푸스와 사업체, 그리고 필드 효과에 관한 이야기를.
“그렇군요. 사업체라······.”
최근 팍스fc는 더할 나위 없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아발론 사람들의 활약으로 부산물을 얻게 됐고, 그 부산물을 가공할 수 있는 게한나의 불도 구해 왔으며, 실제로 ‘운석탄’을 개발해 팍스FC의 방어 전력을 증강시켰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사업체의 ‘필드 효과’를 얻는 것이었고, 이를 위한 몇 가지 과정이 아직 남아 있었다.
“이참에 조직도를 만들어 보려고요.”
그것은 다름 아닌 질서정연한 조직 체계를 갖추는 것.
그건 제리코가 이야기한 사업체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었으니까.
“하지만 저희는 세계 정부를······.”
“그 세계 정부를 하기 위해서라도······ 컨셉질을 좀 해야 하는 모양이에요.”
두말할 것도 없다.
인류의 가장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주어야 할 팍스FC 세계 정부.
필드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팍스FC는 명실상부하게 인류의 수호자가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였다.
다음 싸움에 나서기에 앞서, 팍스FC의 조직도를 다듬어 두기로 한 것은.
“마침 생각해 둔 게 있거든요.”
“······그랬군요. 조직 체계 하면 또 제가 전문입니다. 말씀해보시죠.”
“차례로 말씀드릴게요. 먼저······.”
팍스FC의 정체성은 누가 뭐라 해도 물류센터였다.
그 정체성에 맞게, 나는 팍스fc의 세력을 총 세 단계로 분류하기로 했다.
첫째는 ‘메인 터미널’.
팍스FC의 중심 기지로, 합참본부가 있는 용산, 그리고 엘븐하임이 바로 여기에 해당했다.
둘째는 ‘서브 터미널’.
나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웨이브를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의 도시.
이런저런 전력 상황을 따져봤을 때, 부산, 베이징, 뉴욕, 그리고 프라하 정도가 간신히 이 기준에 들어올 수 있을 듯했다.
그밖에 나머지는 모두 ‘대리점’이었다.
자력으로 몬스터 웨이브를 감당할 수 없거나, 유사시에 별도의 지원이 필요한 지역들.
사실상 팍스FC 산하에 있는 지역 대다수가 바로 여기에 속했다.
“하하······ 정말 영락없는 물류센터네요.”
잠시 너털웃음을 흘리던 유성철이, 곧 이 세 가지 구분의 핵심을 포착해냈다.
“관건은 서브터미널이군요. 거기부터가 제대로 된 전력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
“맞습니다. 당장의 목표도 수십 개의 ‘대리점’들을 ‘서브 터미널’ 급으로 성장시키는 거고요.”
아공간 포탈만 있다면 언제든 그들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도 한계란 것이 존재했다.
‘언제까지고 내가 도와줄 수만은 없으니······.’
아무리 이곳저곳 옮겨 다닐 수 있다 한들, 결국 내 몸은 하나뿐이니까.
하지만 ‘대리점’들이 ‘서브 터미널’로 성장해 준다면 자력으로 몬스터 웨이브를 감당하는 것은 물론, 적어도 필요한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터였다.
“좋은 방향이네요. 그렇게만 된다면 김대령님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지기는 하겠습니다.”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이미 각 지역에는 ‘운석탄’을 실은 포탑들이 설치되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이번 몬스터 웨이브를 계기로, 몇몇 지역들은 대리점에서 서브터미널 급으로 발돋움하게 될지도 몰랐다.
거기에 더 나아가 사업체가 되어 필드 효과를 두르게 된다면······.
“그때부턴 좀 더 큰물에서 놀아볼 수 있겠죠.”
힘없는 집단을 더 거대한 집단에 짓밟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등까지는 아니더라도, 따끔한 수준의 대응만 할 수 있다면 지구를 건드리는 침략자들은 현저히 줄어들 게 분명했다.
지구를 다차원을 둘러싼 침략 전쟁의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
죽고 죽이는 전 우주적 수라로부터 지구를 고립시키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한 ‘지구를 아공간에 넣는 방법’이었다.
“그렇군요. 역시 풀필먼트 제국 황제께서는 다 생각이······.”
“······그리고 어쩌면 거기서 한 발 더 나갈 수도 있고요.”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번에 운철을 가공하면서 느꼈다.
이 우주의 물질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걸.
부산물을 모으고, 마력회로를 각인하고, 새로운 물건을 발명하고, 또 그것들을 조합한다면 어쩌면 지금껏 상상해보지 못한 게 생겨날지도 모른다고.
나는 유성철에게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혹시 모르죠. 어쩌면 상공회의소 놈들한테 제대로 한 방 먹여줄 수 있을지도.”
어쩌면 머지않아 다가올 미래를 떠올리며.
천체 충돌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