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22)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22화(122/240)
122화. 천체 충돌 (2)
“여긴가······.”
그로부터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될 시점이었고, 나는 때에 맞춰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페르메곤의 악마들을 때려잡으며 점령해 두었던 지역 중 하나.
지난 웨이브에서는 민간인들만 대피시켜 둔 채 잠시 방치했던 도시였고, 전력상으로는 스스로 웨이브를 방어할 능력이 없는, ‘대리점’ 급에 해당하는 도시였다.
“황량하구만······.”
유령도시가 따로 없었지만, 아기자기하게 들어선 집들 사이로 곧게 뻗은 운하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 끝에서 맹렬하게 타오르는 붉은색 게이트만 아니었다면, 더더욱 그랬을 터였다.
“레드 게이트······.”
머지않아 저 운하를 중심으로, 양쪽 길목을 통해 수천 마리의 괴물들이 쏟아져 나올 터.
슈우우웅!
우우우웅······.
나는 포탈을 이용해 캐치볼처럼 운철구를 던졌다 회수하며, 천천히 놈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다들 괜찮겠지?”
곧 웨이브가 시작될 시간.
그럼에도 내가 구태여 이 텅 빈 도시에 와 있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종의 테스트니까.”
메인 터미널, 서브 터미널, 대리점이라는 팍스FC의 세 가지 구분.
과연 어떤 지역들이 자력으로 웨이브를 막아낼 수 있을지, 그 역량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으니까.
물론, 행여나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는 팍스를 통해 연락받기로 했다.
포탈을 이용한다면 즉시 일행들을 지원할 수 있을 테니.
“일단 나는······.”
이곳 암스테르담의 웨이브를 단신으로 막아 세우며, 새로 얻은 운철구의 성능을 가늠해 볼 생각이었다.
단순히 내구성만 강화한 ‘운석탄’과 달리, 나는 갖가지 강화석을 이용해 운철구에 여러 가지 다양한 속성을 부여했다.
파이어 볼.
라이트닝 볼.
심지어는 폭발 속성을 부여한 것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운철구의 기본적인 속성이 ‘방어’에 있다 보니 표면적인 폭발과 위력에 그칠 뿐이었다.
“뭐······ 그것만으로도 괜찮긴 해.”
어차피 질량무기로 활용하려 했던 것이 본래의 목적이었으니까.
그렇게 먼 거리에서 흐물흐물거리는 레드게이트를 바라보고 있을 즈음.
“이제 오나?”
카아악!
카가각!
레드 게이트의 윤곽이 빠르게 회전하며,
첫 번째 손님인 저글링들이 쏜살같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출하.”
슈우우우욱!
곧장 운철구를 쏘아 보냈고, 그 효과 또한 확실했다.
카아악!?
운하 중심을 따라 직선으로 쏘아 보낸 운철구.
양옆으로 돌진하던 저글링들이 운철구의 중력에 이끌려 찰싹 달라붙었고,
첨벙!
이내 무게에 이끌려 함께 물속으로 빠져들었다.
끄르륵!
운하의 물살에 갇혀 버둥거리는 저글링들.
나는 그 안으로 ‘전기’ 속성으로 강화한 운철구를 추가로 던져넣었다.
지지지-직!
카가각!
비명과 함께, 저글링들이 기분 좋게 튀겨졌다.
다음 두 번째 손님은 고블린 주술사들이었다.
크웨에······.
놈들은 소매에서 꺼낸 빨간색 구슬을 닳듯이 쓰다듬었고, 두드러기가 난 초록색 손을 휘둘러 내게 파이어볼을 쏘아 보냈다.
물론······.
“그까짓 걸로 뭘 하겠다고······.”
나는 ‘불’ 속성으로 강화된 운철구를 던져, 진짜 ‘파이어볼’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교육해줄 따름이었다.
쿠웨에에에엑!
불길에 휩싸인 고블린들이 인당수의 심청이가 되어 운하로 빠져들었을 즈음······.
크르르······.
세 번째 손님으로 이족보행 늑대, 라이칸슬로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탓!
타닷!
“어쭈······?”
놈들은 제법 까다로웠다.
아직 추적배송을 사용하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놈들은 기민한 몸놀림을 이용해 육중하게 날아드는 운철구를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슈우우우욱!
라이칸슬로프들은 운철의 중력까지 영리하게 벗어났다.
암스테르담의 아기자기한 지형지물을 철저히 이용했고, 마치 시가전을 벌이듯 벽면에 몸을 숨겨가며 천천히 내게 접근해 왔다.
꽈아아앙!
“에휴, 이 예쁜 동네를.”
운철구는 라이칸슬로프를 쫓아 운하와 땅콩주택 사이를 종횡무진했고, 그 결과 아름다운 경관 곳곳에 십수 개의 구멍이 뚫어 버렸다.
던지고 회수하기를 반복하며, 운철구를 활용한 전투 방식을 서서히 익혀가고 있으려던 찰나······.
“언제 이렇게 많이 모였지?”
크르르릉!
크와아악!
건물 사이사이로 숨어 있던 라이칸슬로프들이 한 번에 쏟아져나왔다.
“······연습은 여기까진가.”
이제 슬슬 마무리 짓기로 했다.
별다른 소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 특별히 위급한 상황은 없는 듯했지만, 그래도 ‘대리점’ 수준의 도시들에서는 아직 도움이 필요할 테니까.
내가 마지막으로 꺼내 든 것은 ‘폭발’ 속성으로 강화된 운철구였다.
슈우우우욱!
운하를 따라 커다란 운철구를 발사했다.
그러곤······.
“아, 맞다.”
마침 마주한 방향에서 돌아오고 있는 공하나가 더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머지않아 커다란 쇳덩어리 두 개가 격돌할 터.
다가올 충격을 예상하며, 나는 서둘러 두 귀를 막았다.
그리고 그 결과······.
“······어?”
꽈아아아아아아아아-!
폭발 속성이 발현되며 거대한 불길이 일었고,
‘방어’의 관념을 잃어버린 운철구가 파편이 되어 온 주변으로 비산했다.
투두두두두두!
피웅! 핑!
케에에엑!
까아악!
갑작스런 충격에 혼비백산하는 라이칸슬로프.
운철구에서 쏟아져 나온 조각들이 비처럼 운하를 훑었고, 나를 향해 모여들던 늑대들을 벌집으로 만들어버렸다.
한편, 나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이게 왜 터져······?”
어쩌다 보니 범위 공격을 얻어버린 셈.
운철구와 운철구가 만난, 거대한 질량 덩어리들의 충돌이 야기한 예기치 못한 결과였다.
***
“벌써 끝났나?”
암스테르담에서의 테스트를 마치고 용산으로 돌아왔을 즈음.
용산에서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상태였다.
잡몹들은 물론, 세 마리의 스톤 골렘까지 ‘운석탄’을 이용해 순조롭게 마무리한 모양이었다.
당장 보기에도 포격 포탑 네댓 개가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며 박살 나 있었으니.
“······다들 잘해주고 있구나.”
한강대로에서는 정육 칼을 든 아발론 사람들이 괴물들의 사체를 도축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전리품이 있었다.
고블린 주술사들의 수정 구슬과 라이칸슬로프의 가죽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받아보시오.”
쿠퍼가 내게 공책 크기의 널찍한 판때기를 건네주었다.
판에는 작은 보석들이 질서정연하게 박혀 있었고, 이를 중심으로 수십 가닥의 직선들이 복잡하게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판때기는 반으로 부러져 있었다.
조각난 부위를 비스듬하게 맞추며, 나는 쿠퍼에게 물었다.
“이게 뭐죠?”
“스톤 골렘의 코어요. 보시다시피 망가져 버렸지만.”
“아······.”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암스테르담에서도 확인했던 바, 스톤 골렘은 내부의 핵이 파괴되지 않는 한 절대 죽지 않았으니까.
폭발을 일으켜 놈의 팔다리를 날려 보냈음에도, 놈들은 코어의 힘을 이용해 잘려 나간 팔다리를 다시 끌어당겨 끈질기게 몸을 일으킬 뿐이었다.
부산물이되,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저 코어를 부숴야만 스톤 골렘을 처치할 수 있었으니.
“아무래도 이건 쓰기 어렵겠죠?”
“그럴 것 같소. 여기 그려진 것도 회로의 일종인데······ 나는 드워프식의 마나 회로밖에 그릴 줄을 모릅니다. 골렘 제작자들의 언어까지 이해하기는 어려워서······ 미안하게 됐소.”
“뭘요. 아닙니다.”
부서져버린 스톤 골렘의 코어.
어쩌면 중요한 부산물이 될지도 모를 물건이었다.
아쉬운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할 수 없는 일을 억지로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
천천히 씁쓸함을 삼키려던 찰나······.
“음?”
“대표님, 우리도 한번 봅시다.”
한창 부산물 해체를 구경하고 있던 메카닉 제임스와 아공간의 세공사, 브로크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곤 자초지종을 들은 두 사람이 내게 대답했다.
“중간중간 박힌 보석은 대체가 가능하겠습니다. 대강 어떤 의도로 박아넣은 건지 알겠어서······.”
브로크가 이야기했고,
“오우, 정겸. 회로가 전기에 반응하는데?”
커다란 앞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전기 측정기를 꺼낸 제임스가 자신감을 보였다.
“그래? 고칠 수 있겠어?”
“이런 판때기는 우리 공학도들에겐 스도쿠나 다름없다고. 왼손으로 마카로니 퍼먹으며 오른손으로 푸는······ 그런 맛있는 문제 말이지.”
“그렇다면······.”
우선은 제임스와 브로크에게 골렘 코어의 수리를 맡겨보기로 했다.
나름 까다로운 보스였던 스톤 골렘.
부산물 하나까지 놓칠 수 없었으니까.
***
얻은 것은 비단 전리품만이 아니었다.
운석탄이 보급된 결과.
대리점들 곳곳에서 승전고를 울렸고, 이는 팍스FC의 전력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는 의심할 여지 없는 증거였다.
“쑥쑥 자라나는구나.”
기존 팍스FC의 서브터미널은 부산, 베이징, 뉴욕, 그리고 프라하까지 총 네 곳.
하지만 도쿄, 시카고, 파리 세 도시가 자력으로 웨이브를 막아내며 팍스FC 소속 서브터미널의 수가 일곱 개로 불어났다.
“메인 터미널도 상황이 한층 나아진 참이고······.”
메인 터미널에서도 여유가 생긴 덕에, 진즉 웨이브를 처리한 용산이나 엘븐하임의 전력들이 다른 대리점 급 지역들을 지원하러 나설 수 있었다.
이 세 단계 구분은 이미 팍스FC 소속 구성원들 모두에게 공표된 상태.
서브 터미널로 올라선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성과를 자랑스러워했고, 아직 대리점 급에 머물러 있는 도시들 또한 더욱 강해지고 싶다는 좋은 자극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거길 빼먹을 뻔했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올림푸스를 무너뜨리고 난 뒤, 놈들이 장악하고 있는 영역 모두가 팍스FC의 것이 되었으니까.
올림푸스의 영역 중 레드 게이트가 발생한 곳은 오스트리아 빈, 그리스의 아테네, 그리고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총 세 곳.
프라하에서 까불었던 죄를 물어, 한참동안이나 엘븐하임에서의 ‘노동교화형’에 처한 올림푸스의 각성자들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카멜롯과 아발론의 기사들을 감시역으로 붙여, 웨이브를 막으라고 유럽에 돌려보내 둔 참이었다.
“어찌 잘 막았으려나? 뭐, 기사들이 같이 갔으니 괜찮겠지.”
그렇게 안심하려던 내게 날아온 것은······.
“형님! 형님!”
혼비백산한 표정의 제리코였다.
“뭐야, 집 지키고 있으라니까 왜 기어들어 와······?”
“부다페스트에 지원이 필요합니다!”
“뭐?”
의아한 일이었다.
부다페스트에는 아발론의 기사단을 보내놓았던 터.
카멜롯의 기사들보다야 조금은 전력이 밀린다곤 하지만, 몬스터 웨이브를 막지 못할 수준을 아니었다.
더욱이 다른 지역들은 하나같이 승전보를 울리고 있는 참이었으니까.
“대체 무슨 일이야? 그리고 그걸 왜 이제 와서 이야기해.”
“한 차례 막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웨이브가 또 왔어요. 똑같이 두 번이나 오니까, 그땐 감당이 안 돼서······.”
똑같은 몬스터 웨이브가 두 번이나 몰아치는 괴현상.
다행히, 제리코는 뭔가 확인한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헤르메스가 가서 확인했어요. 무슨 뾰족뾰족한 담이 길게 쌓여 있는데······ 웨이브가 벽을 따라 우리 쪽으로 넘어오고 있었습니다.”
결국, 제리코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누군가 우리 쪽에 몬스터 웨이브를 흘려 넣고 있어요.”
“왜지? 감당할 능력이 안 돼서?”
“그런 것 치곤, 담벼락의 방향이 절묘해요. 마치 부다페스트를 작정하고 노리는 것처럼······.”
확실한 건 우호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어쩌면 올림푸스가 사라진 상황을 노려, 간을 보려는 것일지도.
“정말 그런 거면 어떡합니까, 형님······?”
제리코가 발을 동동 굴렀다.
선민의식에 찌들어 있던 오만한 올림푸스의 각성자들.
하지만 제 딴에는 민간인들을 보호하고 있었고, 그것이 내가 놈들을 죽이는 대신 ‘노동교화형’에 처한 이유이기도 했다.
“일단은······.”
지금은 명실상부하게 올림푸스의 영토를 팍스FC가 차지한 상태.
부다페스트에 대한 공격은 팍스FC 전체를 향한 적대행위에 다름이 아니었다.
“담벼락이 있다 이거지?”
“그렇죠. 아주 커요······.”
예로부터 불법 건축물은 강제 철거가 답이었다.
더욱이 지금은 ‘운철구’라는, 대화를 위한 좋은 노크 수단이 준비된 상태.
서로를 가로막인 벽을 시원하게 터놓고, 당최 그 꿍꿍이가 무엇이었느냐 멱살을 잡고 물어볼 참이었다.
어쩌면 더 나아가······.
“동유럽 땅을 얻을 차례구나.”
우리의 영토를 한 번 더 확장할 때일지도.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