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23)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23화(123/240)
123화.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 (1)
나는 곧장 이용수, 제리코와 함께 부다페스트로 향했다.
그러곤 본진을 방어하는 아발론의 경비대를 뒤로하고, 놈들의 허리를 끊기 위해 웨이브의 중간 지점으로 이동했다.
콰아아앙!
카아아아악!
케헥!
수백 마리의 라이칸 슬로프를 그대로 구워 버렸다.
곧이어 느린 속도로 걸어오는 세 마리의 스톤 골렘 또한, 차례로 박살 냈다.
부다페스트로 향하던 몬스터 웨이브를 모조리 소탕했기에, 우리는 곧장 기다란 방벽이 둘러져 있다던 문제의 현장으로 향했다.
“아무튼······.”
부르르 떨리는 차창을 바라보며, 내가 제리코에게 물었다.
“트란실바니아······? 그러니까 루마니아 북쪽 지대라는 거지?”
“맞습니다. 형님. 사실 담벼락은 불가리아 서쪽으로도 세워져 있었어요. 이번에 아예 거기까지 지어 버린 것 같은데······ 올림푸스가 사업체로 성립됐을 때도 우리를 섬기지 않은 건방진 놈들이죠.”
툴툴 입술을 내미는 제리코.
마치 저들을 섬기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듯한 태도였다.
“그럼 제대로 접촉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나?”
“목소리 정도는 주고받은 적 있어요. 올림푸스를 섬기라고 베스트 12신 카탈로그까지 넣어줬는데······ 일 없다고 가라고 하더라고요.”
“그건 나라도 꺼지라고 할 것 같은데.”
녀석과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을 즈음······.
끼익!
오래 지나지 않아, 레드 게이트와 그 앞에 굴곡지게 세워져 있는 커다란 담벼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것 때문이란 말이지······.”
그 결과라면 이미 몸소 체험한 바였다.
레드게이트의 괴물들이 루마니아가 아닌, 부다페스트로 흘러 들어갔으니까.
척!
나는 커다란 담벼락 앞에 섰다.
그러곤 지금껏 단 한 번도 열린 적 없는 철옹성을 바라보며, 제리코에게 말했다.
“<노크의 세 가지 법칙>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세 번, 두 번,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두드리는 총 세 종류의 노크법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지.”
“······그게 무슨 의미인데요?”
“이런 식이지. 노크 세 번은 부탁할 게 있다는 뜻이야. 두 번은 우리가 친근한 사이라는······ 일종의 어필이지, 마지막 단 한 번의 노크는······.”
나는 장벽을 툭 두드리며 덧붙였다.
“경종을 울리는 소리야.”
그러자, 제리코가 감탄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그거 꽤 괜찮은 이야기군요. 나중에 제 자서전에 써먹어야겠······.”
“구라야. 사실 그딴 이야긴 존재하지 않아.”
“······그, 그럼?”
사실 별 의미는 없었다.
제집에 생긴 벌집을 옆마당에 슬쩍 던져놓는 놈들.
“한 방에 부순다.”
그저 이 한 방으로 놈들에게 경종을 울리기를 바랄 뿐이었으니까.
.
.
.
꽈아아아아아아아—앙!
시속 500킬로미터로 날아든 거대 운석이 담벼락을 강타했다.
강고해 보이던 담벼락이 용처럼 물결치며 무너졌고, 자욱한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서서히 통로의 윤곽이 드러났다.
한편, 제리코는 경악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미 한차례 운철구로 괴물들을 소탕하는 모습은 확인한 녀석이었지만, 루마니아의 담벼락까지 단번에 부숴 버릴 줄은 미처 몰랐던 모양.
하지만 녀석이 놀라거나 말거나, 무너진 담벼락 속으로 발을 들이던 중 아주 독특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하늘이 왜 저래?”
분명 밖에서는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하지만 장벽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새카만 밤이 드리워 있었고, 칼로 자르기라도 한 듯, 낮과 밤은 서로 조금도 이어지지 않았다.
적응하지 못한 맨눈을 칠흑 같은 어둠이 잠식했을 즈음.
띠링!
[베르톨루스의 영역에 진입했습니다.] [영역 효과, ‘거룩한 밤, 고요한 밤’이 적용됩니다.]놈들 또한 사업체를 구성하고 있었던 것인지, 자동적으로 필드 효과가 적용됐다.
그 효과가 무엇인지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틀림없는 백주대낮, 그럼에도 깜깜한 밤하늘이 덮여있다면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 틀림없었으니까.
다행히 족쇄가 걸린다든지, 적들의 추격을 받는다든지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당신들 누구요! 이,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벽이······ 벽이 무너졌어!
컴컴한 어둠 속, 낯선 존재들이 내게 말을 걸었을 따름.
‘무슨 짓이긴······.’
나는 물어보러 온 것이었다.
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어 장벽을 세워 부다페스트로 몬스터 웨이브를 흘려보낸 것인지.
더불어, 거대한 장벽으로 꽁꽁 싸맨 이놈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하지만 놈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그저 겁에 질린 목소리를 낼 뿐이었다.
-제발 나가주십시오! 우리에게 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우린 이 안에서 조용히 살고 싶을 뿐이라고요······!
‘······?’
적반하장이었다.
먼저 시비를 틀어놓고는 대뜸 주거침입 피해를 호소하는 그들.
그와는 별개로 여전히 놈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밝은 곳에서 넘어왔던 탓에 시야가 여전히 적응하지 못한 탓.
여전히 담을 쌓아둔 듯한 답답한 마음에, 내가 가만히 덧붙였다.
“일단 불 좀 켜자.”
화아악!
배터리가 연결된 스튜디오 조명을 출하했고, 곧장 줄을 잡아 스위치를 올렸다.
그러자 즉시 사방으로 새하얀 불빛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얼기설기 페인트칠 된 루마니아의 주택가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 가운데 압도적인 크기로 세워져 있는 거대한 중세식 성체를 발견했고, 마지막으로······.
-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악!
폭탄이라도 터진 듯, 얼굴을 부여잡으러 주저앉는 루마니아 사람들이었다.
‘······왜 저래?’
가만 보니 그들의 행색이 어딘가 이상했다.
해를 보지 못했는지 푸르스름하고 창백한 피부.
온몸에는 실핏줄이 드러나 있었고,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했으며, 결과적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최소 100kg은 넘을 듯한 비대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대체 얼마 만에 빛을 본 것일까?
인공조명에 불과한 데도, 이들은 전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
퍼드드드드득!
퍼드드드득!
새도, 그렇다고 벌레도 아닌,
수천 마리의 존재들이 우리 주변을 미친 듯이 맴돌기 시작했다.
그 정체는······.
“······박쥐?”
“히익! 꺼져!”
제리코가 짧은 길이의 전격을 휘둘렀다.
미리 기간트에 올라 있던 이용수가 거대한 팔을 내저어 공중의 파리들을 내팽개쳤다.
퍼드드드득!
까아아학!
하지만 무얼 하든, 수천 마리의 박쥐들을 처치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들에게는 놈들을 일망타진할 범위공격이 부재했으니까.
퉁! 퉁!
지지이······익!
박쥐들은 빛이 퍼져 나오는 조명을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그 결과 철퍼덕 쓰러진 조명이 발버둥 치듯 점멸하기 시작했다.
탁! 타닥! 탁!
합선된 전선이 스파크를 일으켰고······.
박쥐들의 날갯짓 소리,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한 데 섞여, 셔터를 넘기듯 낡아빠진 한 편의 흑백 영화를 연출했다.
“일단 들어갑시다.”
나는 포탈을 열었고, 이용수와 제리코를 함께 빨아들였다.
텅! 터엉!
어둠에 묻혀 새카맣게 색칠된 포탈 너머로, 박쥐들이 부딪히는 텅텅 소리가 들려왔다.
***
운철구를 부딪혀 박쥐들을 쓸어 버릴 수도 있었다.
소총을 난사하거나, 갖은 고폭탄 쏟아부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야······.”
박쥐들은 루마니아 사람들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뒤섞여 있었으니까.
물론 우리를 불청객 취급하는 녀석들이었으니 다 같이 치워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걸려.’
다짜고짜 피해를 호소하던 루마니아 사람들.
더욱이, 그들의 외양에서 심상치 않은 단서를 추가로 확인했던 터였다.
그런 인상을 받은 것이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기간트에서 내린 이용수가 내게 다가와 물었다.
“정겸 씨, 보셨습니까?”
“제가 잘못 본 게 아니었나 보네요. 그거······ 바늘 자국이었죠?”
“네. 아예 목덜미에 상처가 있는 경우도 있었고요.”
스포트라이트처럼 번쩍이던 조명 불빛.
수십 번의 깜빡이는 섬광이 우리 기억에 선명한 사진을 남겼고, 창백한 피부, 비대한 몸, 보라색으로 부풀어 오른 혈관, 그리고 양쪽 팔다리에 매달린 혈액팩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 사람들은 그러면······.”
멸망 속에서 그들은 살아남았다.
다만, 그 멸망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아직 이해하지 못한 모양인지,
그게 무슨 뜻이냐며, 제리코가 내게 물었다.
“아무래도 노크할 대상을 잘못 고른 것 같다.”
“······왜요?”
“저 사람들은 가축이나 다름없어. 진짜 집주인은 아마도······.”
피를 헌납하는 대신 안전을 보장받은 존재들.
담벼락이 무너질 때 해방감 대신 두려움을 느끼던 그들.
루마니아인들의 온몸을 뒤덮고 있던, 검은 피딱지를 떠올리며 내가 덧붙였다.
“······뱀파이어쯤 되겠지.”
처음 보는 존재는 아니었다.
김솔을 위해 카멜롯에 뛰어들었을 당시, 수십 마리의 뱀파이어들을 상대했던 기억이 있으니까.
물론 고작 유체 상태인, 새끼 뱀파이어들에 불과했지만.
“안쪽에 높게 솟아 있던 성······ 거기에 있겠지. 그건 아무리 봐도 루마니아의 건물이 아니었으니까.”
유달리 크고 창백해 보이던 중세식 고성.
그 을씨년스러운 곳에 집주인 뱀파이어들이 자리하고 있을 터였다.
다름 아닌 인간들은 가축으로 삼은, 침략자 뱀파이어들이.
이쯤 되자, 놈들이 부다페스트로 몬스터 웨이브를 흘려보낸 이유를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었다.
“······잔머리 굴리기는.”
몬스터 웨이브는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위협이 많을수록, 뱀파이어에게 의탁하는 사람의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모두 뱀파이어들에게 양분을 공급하는 ‘가축’이 되고, 힘을 쌓아감에 따라 뱀파이어들 또한 ‘농장’의 크기를 불려 가게 될 것이었다.
놈들이 다음 타깃으로 부다페스트를 노렸던 것처럼.
물론, 그건 크나큰 오판이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를 먼저 알아봤어야지.”
놈들의 이웃은 다름 아닌, 우리 팍스FC였으니까.
지이잉.
아공간 포탈이 열었다.
그러곤 짧은 다리를 뒤뚱거리며, 익숙한 얼굴의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대표님, 여기에 계셨소.”
“아, 쿠퍼. 혹시 지난번에 부탁했던 건······.”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한참 찾아다녔소. 이제 완성됐거든.”
미리 부탁해두었던 아이템 제작을 마친 드워프, 쿠퍼였다.
“일단은 엘븐하임에 다들 모여 있소. 대표님 명령만 기다리고 있지.”
그의 부탁에 따라, 엘븐하임으로 향하는 포탈을 열었다.
그 포탈의 윤곽 사이로······.
“오······.”
새롭게 보급된 운철.
그 운철을 두드리고, 신성력을 다섯 단계까지 강화한 전투 망치.
그리고 그 전투 망치로 무장한 팍스맨 성기사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기사단을 잠시 등진 채, 나는 여전히 루마니아를 향해 열려 있는 아공간 포탈을 빤히 바라보았다.
“뭐가 됐든······.”
휘이이······.
검은 하늘 아래, 잿빛 먹구름에 둘러싸인 뱀파이어들의 성채.
인간들의 고혈을 쏘아 올리기 위한 드높은 첨탑이 마치 바늘처럼 솟아 있었다.
그게 얼마나 높든 상관없었다.
“이번 노크 소리는 좀 클 거다.”
뱀파이어들의 담벼락을 넘은 지금.
현관부터 옥상까지, 놈들의 집을 모조리 땅속에 다져 넣을 작정이었으니까.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