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31)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31화(13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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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상상도 못 했네··· 그놈을 그리 쉽게 잡아낼 수 있을 줄은···”
다시 프리올로에 돌아온 로렌조와 마르코.
두 사람은 거듭 내 손을 붙잡으며 내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나중에 밥이나 한 끼 더 먹여주세요, 마르코.”
“물론이지. 허리띠 풀고, 단단히 각오하고 오라고.”
나는 프리올로에 아공간 포탈을 설치한 뒤, 그들이 필요로 할 만한 식자재와 각종 물자를 양껏 출하해주었다.
음식에는 진심이었던 마을 사람들이니 만큼, 다양한 식재료가 꽤나 도움이 될 터.
‘덕분에 이렇게 두고 가도 괜찮겠지.’
에반스의 개인 낙원이었던 프리올로.
녀석이 설치해둔 방호 말뚝은 여전히 기능하고 있었기에, 프리올로는 이제 이곳 주민들의 낙원으로 탈바꿈될 예정이었다.
몬스터 웨이브를 걱정할 만한 지역도 아니었을뿐더러, 대부분의 침략자들은 인구가 밀집된 지역을 찾아다니곤 했으니.
멸망에 뒤덮인 지구지만, 이 정도 작은 마을은 평화로운 그림처럼 남겨두어도 괜찮으리라.
“또 오게. 꼭 다시 와야 해.”
“물론이죠.”
마르코와 마지막 손인사를 나눈 뒤, 나는 천천히 포탈로 걸어 나왔다.
.
.
.
포탈을 타고 빠져나온 곳은 엘븐하임이었다.
루마니아의 뱀파이어들을 사냥하고 난 뒤, 놈들로부터 얻은 전리품을 쿠퍼에게 맡겨두었던 참.
영국으로 향하기 전, 마침 쿠퍼로부터 적당한 아이템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터였다.
“오······?”
“걸쳐보시오. 조금 투박하지?”
밤색과 검은색이 자잘한 핏줄과 함께 울긋불긋하게 채워진, 길쭉한 기장의 코트.
강력한 방탄력을 자랑하던 뱀파이어들의 날개를 가공해 만든 물건이었다.
주섬주섬 그가 건네준 코트를 걸치며 대답했다.
“이거 나름대로 거친 맛이 있는데요?”
워낙에 질긴 탓에 최소한의 가공으로 만들어진 코트였고, 덕분에 직선으로 쭉쭉 뻗어나간 특유의 맵시가 살아났다.
불에 타 죽고 남은 뱀파이어들의 부산물이었음에도, 베일 듯이 뾰족한 목 칼라에 여전히 놈들의 날카로운 이빨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기분.
종아리 아래까지 너끈하게 덮어주는 기장 덕분에 커다란 방패를 온몸에 두른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 번 테스트해 보시겠소?
“잘됐네요. 마침 같이 테스트 해볼 만한 물건이 생겼는데.”
곧바로 다시 코트를 벗어 나무에 걸쳐두었다.
그러곤 충분한 거리를 둔 채 주머니에서 에반스의 권총을 꺼내 들었다.
각진 형태의 검은색 자동 권총이 모습을 드러내자, 멀찍이 떨어져 있던 쿠퍼 또한 눈을 빛냈다.
“이번에도 재밌는 물건을 가져오셨구만.”
총알 없이 발사되는 독특한 성질의 자동 권총.
일반적인 총기가 총알까지 일일이 강화해야 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강화석이라는 한정된 재화를 아낄 수 있는 나름 실용적인 무기였다.
물론 강화 총탄을 무한정 복사할 수 있는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문제였지만.
피웅! 핑! 핑!
권총으로부터 알갱이 크기의 빛이 쏘아져 나갔다.
거리에 따라 그 빛이 약해지는 것으로 보아, 총알이 필요하지 않은 대신 사정거리가 짧은 모양.
“이건 뭐 그렇다 치고.”
하지만 중요한 건 권총이 아니라 뱀파이어의 날개였다.
이 권총은 내가 아닌, 토턴 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요원들의 무기였으니까.
가지에서 도로 걷어낸 뱀파이어 코트를 보며 쿠퍼가 덧붙였다.
“잘 됐군! 생채기 하나 없어.”
제법 가까운 거리에서 발사했음에도, 코트는 멀쩡했다.
포탈을 방패 삼지 않더라도, 코트만으로 놈들의 총격을 방비할 수 있다는 뜻.
다시 코르를 몸에 두른 나는 두꺼운 뱀파이어의 날개를 펄럭이며 천천히 포탈로 향했다.
기다란 롱코트와 권총 한 자루.
우중충한 런던의 날씨를 맞이하기엔 더없이 좋은 착장이었다.
***
포탈은 런던에도 설치되어 있었다.
페르메곤의 게이트 포탈을 타고 다니며 설치해둔 덕이었는데, 이미 너무나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이었던 탓인지 런던에는 레드 게이트가 설치되지는 않은 상황.
“···강을 건너긴 해야겠습니다.”
함께 포탈을 빠져나온 이용수가 말했다.
에반스는 토턴 인베스트먼트가 영국 의회가 있는 웨스트민스터 궁전에 숨겨져 있다고 털어놓았고, 포탈이 설치된 ‘램버스’ 지역과는 템스강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처음 용수 씨 집으로 갈 때가 생각나네요.”
“하하··· 이번만큼은 다리가 멀쩡했으면 좋겠습니다.”
거리가 멀지 않은 만큼, 적당한 거리까지만 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헬기를 이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런던은 놈들의 거점이었으니.
구태여 요란하게 먼저 모습을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덜컹!
도로 한쪽에 은색 코란도를 출하했고, 이용수와 함께 차량에 몸을 실었다.
아테네에서 합류한 카멜롯의 열두 기사들이 ‘망령’이 된 상태로 지붕 안테나 주위를 맴도는 사이, 이용수가 시동을 걸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부우우웅···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은 런던이지만, 의외로 도로는 깨끗했다.
그저 뭔가에 휩쓸린 듯, 도로에 있던 차량들이 죄 뒤집힌 채 도로변이나 인도에 뒤집혀 있었을 뿐.
물론 종종 반파된 차량들이 길목을 막고 있을 때가 더러 있었지만, 그때는 도로를 우회하거나, 잠시 내려 새로 출하된 차량에 갈아타면 그만이었다.
노련한 런던의 택시 운전사처럼, 텅 빈 도시의 굽이진 골목을 빠져나가는 이용수.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핸들을 잡은 그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사담을 꺼냈다.
“런던 택시 기사들은 내비게이션을 쓰지 않는다더군요. 몇 만 개나 되는 골목이나 가게들을 모조리 일일이 암기한다고···”
아무래도 복잡한 길목을 빠져나가며 새삼 그들의 능력이 대단하다 느껴졌던 모양.
하지만···
“뭐, 그래봤자··· 지금은 별 의미가 없겠지만요.”
이내 씁쓸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본 이용수가 덧붙였다.
괴물들의 습격을 받은 도시는 칙칙한 폐허가 되어 있었으니까.
“대단한 능력이기는 한데··· 이러나저러나 결국에는 다 사라지지 않았을까요?”
“···그랬으려나요?”
“제가 일하던 물류센터만 해도 사람이 거의 없었거든요. 웬 로봇만 줄창 돌아다니고.”
멸망 이전에도 이미 또 다른 멸망이 진행되고 있었다.
AI가 조종하는 무인 택시니, 무인 택배 드론이니 하는 기술들이 쏟아지며, 우리는 이미 급격한 시대의 급류에 휩쓸리고 있었으니.
런던을 한눈에 꿰뚫는 택시 기사의 지혜 따위는 감히 설 자리가 없었으리라.
이용수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것 참··· 상공회의소가 없었어도 결국은 팍스 때문에 망할 팔자였군요.”
띠링!
[그렇습니다.]눈치없이 맞장구를 치는 팍스.
확실히 이용수의 말대로였다.
세계는 나날이 어느 한 개인이 손 쓸 수 없을 만큼 고도화되고 있었으니까.
영웅들이 활약했다던 고대와는 달리, 찬란하게 발전해나가는 문명의 그늘에서 사람들은 쪼그라들 뿐이었다.
저마다의 역할을 잃어버린 채.
“아무리 그래도··· 아무렴 상공회의소보다는 이놈이 나았겠죠?”
띠링!
[그렇습니다.]상공회의소의 침략이 모든 흐름을 뒤바꾸어 놓았다.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쌓아온 문명은 박살 났고, 역사의 시계 또한 한참이나 뒤로 밀려났다.
고대의 영웅시대처럼 개인의 각성 능력이 더 중요한 시대.
어쩌면 매일같이 전쟁을 일삼던 먼 옛날의 과거로 인류 전체가 회귀를 한 것일지도 몰랐다.
끼이익!
마지막 골목을 빠져나온 차량이 마침내 강변에 다다랐다.
“다행히 다리는 멀쩡하네요!”
이용수가 밝은 표정으로 차를 몰았고, 우리는 북쪽으로 이어지는 웨스트민스터 브릿지를 통해 천천히 템스 강을 가로질렀다.
하지만 멀쩡한 다리와는 대조적으로, 런던을 상징하는 시계탑은 폭격에라도 맞은 듯 지붕이 날아가 있었다.
반쪽으로 잘린 거대한 시계에는 짜리몽땅한 시침이 애써 살아남은 생존자들처럼 애처롭게 중심에 매달려 있었다.
***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예, 죄송합니다. 주군.”
카멜롯의 망령들을 웨스트민스터 궁전에 풀어놓은 지 두 시간째.
벽면과 벽면을 통과할 수 있는 망령들이 궁전 내부를 샅샅이 뒤졌지만, 깨진 유리창과 텅 빈 의회 회의장 외에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음······”
일단 궁전 내부로 발을 들였다.
텅 비어있는 공간이니만큼, 그 ‘요원’ 놈들을 마주칠 일은 없었으니.
기다란 복도와 함께 칸 칸이 나누어진 크고 작은 방들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고, 화려하게 장식된 응접실 문을 빠르게 지나쳤다.
장소가 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짓말이 아니라며, 빅벤이나, 의회장의 모습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늘어놓았던 에반스였으니.
하지만 어쩌면 놈이 내게 말하지 않은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토턴 인베스트먼트’를 찾는 일을 잠시 접어두고, 그저 멍하니 화려한 궁전의 내부를 구경하고 있으려던 찰나.
“어라?”
한 가지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이곳도 저곳도.
모든 문에는 문고리가 달려있지 않았다.
그저 직사각형 모양의 구멍이 뚫려있을 따름.
그 모양을 유심히 들여다 보던 나는 천천히 주머니에서 에반스의 권총을 꺼내 들었다.
“······이거였나.”
얼추 대어보니, 네모난 권총의 총구가 그대로 맞아들어가는 크기였다.
무인 택시가 도로를 넘나들고, 고도로 발달한 물류망이 일상을 지배하던 세상.
그로부터 다시 한 바퀴 뒤집어진 세계에서는 또 다른 법칙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아무렴 상공회의소 또한 포탈을 통해 지구에 침략자들을 풀어놓고 있지 않았던가?
어쩌면 ‘차원’이라는 이름답게, 놈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와 겹쳐 있었는지도 몰랐다.
철컥!
비어있는 홈에 권총을 꽂아 넣었고, 손잡이가 생기기라도 한 듯, 문은 달칵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안에 있겠네.”
박살 난 빅벤처럼, 인류의 시계가 멈춰버린 지금이었지만···
어쩌면 이 문고리를 돌림과 동시에, 인류의 시계가 다시금 돌아가게 될지도 몰랐다.
‘토턴 인베스트먼트’.
돈독 오른 투자자 놈들이 오늘 비로소 팍스FC를 사업체로 만들어줘야 할 테니까.
이 문지방을 넘어서는 순간 일방통행이었던 침략은 쌍방으로 뒤바뀌게 될 터였고, 그 걸음을 줄곧 내딛다 보면 언젠가 모든 사태의 원흉인 상공회의소까지 다다를지도 모를 일이었다.
달칵!
단숨에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쏴, 쏴라!!”
타아앙! 타앙!
기다렸다는 듯, 내게 총알을 쏟아붓는 토턴 인베스트먼트의 요원들.
환영 인사가 거친 것으로 보아, 내가 길을 제대로 찾아온 게 틀림없었다.
단숨에 숨을 끊어버리겠다는 듯 방아쇠를 담기는 놈들이었지만···
팅! 티잉! 팅!
안타깝게도 놈들의 총알은 내 몸에 닿지 못했다.
이미 내 앞에는 카멜롯의 기사들이 일렬로 도열해 있었고, 하나같이 검붉은 롱코트를 두르고 있었으니까.
런던으로 넘어오기 전, 이미 기사들에게도 뱀파이어 코트를 보급해준 참이었다.
루마니아에서 처치한 뱀파이어는 남작 한 마리뿐만이 아니었으니.
그리고···
쿠구구구구······
기사들이 만들어준 든든한 방벽 뒤에서, 나는 새로운 세계를 두드릴 커다란 공을 띄워놓았다.
이미 문지방을 넘어온 상태지만, 그래도 노크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