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37)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37화(137/240)
137화. 초원의 움직이는 둥지 (1)
“이번엔 동물 농장인가······.”
띠링!
[그렇습니다.]새로운 몬스터 웨이브가 예고됐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상공회의소 시설을 이용해 병력들의 특징을 살펴본 참.
변종 늑대에 뿔이 달린 소, 머리 없는 독수리까지, 유독 짐승들로 이루어진 몬스터 웨이브가 레드 게이트에서 쏟아질 예정이었다.
“뭔가 다들 빠르네.”
홀로그램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이들 짐승의 가장 큰 특징은 기동성.
분명 위협적일 것이 분명한 그 속도를 떠올리며, 나는 팍스FC의 상황을 가늠했다.
비교적 최근에 점령한 지역들, 그러니까 오스트리아 빈에서 아테네로 이어지는 동유럽, 그리고 중국의 일부 도시들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대부분은 자력으로 웨이브를 해결할 수 있는 ‘서브 터미널’급 전력이었다.
더욱이······.
“다른 지역들도 점점 더 그렇게 되겠지.”
토턴 인베스트먼트를 손에 넣으며, 동시에 놈들이 가지고 있던 필드 효과까지 함께 굴러들어온 상황.
이 ‘필드 효과’ 또한 거래되거나 투자될 수 있는 일종의 재화였다.
마법스크롤이나 독점권처럼 서류 형태로 주어져 있었지만, 아공간에 들이는 것과는 별개로 마석이나 강화석처럼 복제할 수는 없었다.
그것만큼은 아쉽다 할 수 있었으나······.
“그래도 달달해.”
놈들은 명색이 투자사 답게 상당한 자원을 가지고 있었고, 덕분에 30여개에 달하는 필드 효과 문서를 종류별로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만약 놈들의 제안대로 정상적인 사업체 수속을 밟았다면, 이 중 하나를 투자받는 데 그쳤을 터.
더더욱이 공짜도 아니었을 터였다.
이제 남은 일은 어떤 필드 효과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내가 질문했고······.
“두 방식 중에 골라야 한다고?”
띠링!
[그렇습니다.]팍스가 그 방법을 대답해주었다.
[폐쇄형과 개방형,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셔야 하며, 사업체만의 상징물을 등록하셔야 합니다.]영역 전체에 적용되는 광범위한 효과.
일반적인 스킬과 달리 그 영역을 표시할만한 별도의 매개물이 필요했다.
예컨대 올림푸스가 ‘신전’, 뱀파이어들이 ‘종탑’을 활용했다면, 토턴 인베스트먼트는 요원들의 ‘권총’을 이용해 이면 공간이라는 특별한 효과를 만들어냈다.
다만 이 모두는 상징물이 특정한 공간을 감싸는 ‘폐쇄’적인 구조.
아공간 포탈을 팍스FC의 상징물로 삼으려는 나로서는 채택할 수 없는 구조였다.
‘아무렴······ 포탈을 찍어내듯 만들어낼 수는 없으니.’
아공간 포탈은 설치할 때마다 1,000의 마석이 소모된다.
그런 포탈을 거점마다 빙 둘러줄 수는 없는 노릇.
내가 팍스에게 대답했다.
“개방형으로 할 거야. 상징물은 아공간 포탈로 할 거고.”
[알겠습니다.] [개방형은 상징물이 설치된 곳으로부터 반경 500m에 해당하는 지역에 필드 효과가 적용됩니다.] [단, 폐쇄형 대비 출력이 상당 부분 약화됩니다.]‘개방형’을 선택함에 따라 한층 약화된 필드 효과.
나는 곧장 테스트 삼아, 모의로 아공간에 몇 가지 필드 효과를 적용해 보았다.
첫째로, 곳곳에 전기 자극을 부여하는 효과를 적용하자······.
“김정겸. 이거 니가 한 거냐?”
온몸을 가득 채운 정전기.
단발머리가 민들레 씨앗처럼 둥글게 피어난 김솔이 내게 눈을 부라렸다.
그녀가 ‘삐까츄 백만볼트’를 외치며 내 뒷목을 붙잡았고, 우리는 짜릿한 전기 자극에 동귀어진하며 필드효과의 위력을 여과 없이 체험했다.
‘······개 따갑네.’
강력한 정전기였지만······.
이런 장난 수준의 효과로 괴물들을 상대할 수 있을 턱이 없었다.
둘째로 적용한 것은 최면 효과였다.
“정겨이니이므······.”
하지만 멜라토닌을 머금은 마농족들이 주변으로 몰려들어 잠을 청한 것이 고작이었고, 셋째로 치유 버프가 있는 필드 효과를 적용했을 때는 엘리를 비롯한 엘프들이 뭔가 컨디션이 좋아졌다며 맨땅에서 덤블링을 할 뿐이었다.
“기분 째지는데······ 노래 한 곡 뽑아도 돼요?”
“아뇨.”
이러나저러나, 미약한 효과.
폐쇄형이 아닌, 개방형 구조를 택한 결과였다.
“······뭐, 어쩔 수 없지.”
당연한 일이었다.
개방형은 폐쇄형에 비해 설치 방법이 워낙 간단했으니까.
수십, 수 백개의 상징물을 빙 둘러야 하는 폐쇄형에 비해, 개방형은 상징물이 단 하나만 놓여 있어도 효과가 발현됐다.
효과가 미미한 것은 틀림없었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띠링!
[사업체의 등급에 따라, 필드 효과의 위력 또한 강화가 가능합니다.]‘팍스 인베스트먼트’는 앞으로 점점 더 덩치를 불려가게 될 테니까.
더욱이, 가장 결정적으로는······.
띠링!
[조건이 충족된다면, 개방형 구조를 폐쇄형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조건만 맞춘다면 용도 변경이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
좀 더 길게 보기로 했다.
비록 지금은 그 위력이 보잘것없지만, 언젠가 팍스FC의 아공간 포탈이 지구 곳곳을 뒤덮는 날이 올 테니.
그날이 오면 지금의 ‘개방형’ 구조는 지구에 전체에 대한 ‘폐쇄형’구조가 될 것이고, 전례 없이 강력한 필드 효과를 지구 전체에 두르게 될 터였다.
물론······.
“당장에 쓸모없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미약한 효과라도 알뜰하게 써먹어 줄 생각이었다.
영역 단위로 적용되는 필드효과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몬스터 웨이브에 대항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었으니.
필드효과가 적힌 종이 문서들을 팔랑팔랑 넘기며, 나는 당장에 어떤 필드 효과를 적용할 것인지 면밀히 살펴보았다.
다행히······.
“뭐든 빨아들이는 아공간 포탈에 어울리는 효과라면······ 역시 이건가.”
고민은 길지 않았다.
***
쿠에에에······.
단숨에 정리된 세 차례의 몬스터 웨이브.
한강대로에는 변종 짐승들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자자! 후딱 하자고! 오늘 갈 곳이 많아!”
“예이!”
아발론의 작업반장이 외쳤고, 정육 칼을 든 아발론 사람들이 따라 나왔다.
그러곤 휘파람과 함께 칼춤을 추며, 괴물들의 사체를 질서정연하게 도축하기 시작했다.
“상품 회수.”
이 또한 정리 차원이었다.
아스팔트에 움푹 박혀 있는 운석탄과 운철구를 빨아들이며, 나는 새로 적용된 필드효과의 위력을 다시금 떠올렸다.
“뭐, 없어도 이기기는 했겠지만······.”
내가 선택한 효과는 포탈을 중심으로 주변 지면의 ‘중력’을 강화하는 것.
미약한 효과였지만, 그럼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끼쳤던 터였다.
‘더더욱이 몬스터 웨이브였으니.’
한 번의 수백 마리에 달하는 괴물들이 쏟아져나오는 몬스터 웨이브.
‘중력’을 부여하는 필드효과가 놈들의 몸을 끌어당겼고, 떼를 지어 들어오는 괴물들에게 일종의 병목 현상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효과가 중첩되고 중첩된 결과, 마치 출근길 러시아워처럼 놈들의 진격에 큰 제동을 걸어준 셈이 됐다.
‘확실히······ 공격에도 도움이 됐고.’
갇힌 채 움찔움찔거리는 괴물들만큼 잡기 쉬운 것도 없었다.
더욱이 ‘중력’ 효과이니만큼, 아공간 포탈을 이용해 물체를 집어던지는 내 능력이나 운석탄을 발사하는 포탑의 위력 또한 비약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운철의 거대한 중량이 중력과 함께 가속되었으니까.
물론 지면에 작용하는 중력효과이니만큼 공중 몬스터들에게는 효과가 없었지만, 요새에 자리 잡은 엘프들이 재빠르게 화살을 날려 보냈고, 거대한 괴조를 지면의 중력에 늪처럼 빠뜨릴 수 있었다.
“부산은 이제 막 마무리 됐습니다!”
“프라하, 파리 쪽도 막아냈다고 합니다!”
팍스맨들을 통해 속속들이 들어오는 승전보.
모두 하나같이 아공간 포탈이 설치된 장소이니만큼, 새로운 필드효과가 적용되어 있었고, 미약하기 그지없던 중력의 효과는 큰 규모로 쌓이고 쌓여 크나큰 체감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중력으로 인해 괴물들의 움직임은 느려졌다.
반면, 놈들을 처리하는 우리의 속도는 빨라졌다.
먼저 웨이브를 처리한 서브 터미널의 전력들이 다른 대리점들을 지원하는 것도 가능했고, 총체적으로 보자면 나의 도움 없이도 소속된 모든 지역이 무난히 웨이브를 막아낼 수 있었다.
‘이제 좀 나돌아다녀도 되겠네.’
이제는 꽤나 불어난 팍스FC의 전력이었다.
앞으로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다 해도 안심하고 자리를 비울 수 있을 터.
물류상황실에 앉아 가만히 팔짱을 낀 채, 세계 곳곳에서 들어오는 승전 소식을 듣고 있던 참이었지만······.
“······베이징?”
딱 한 곳 승전고를 울리지 못한 지역이 있었다.
“거기가 왜?”
운양을 비롯한 무림인들이 지키는 곳으로, 서브터미널 중에서는 가장 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
아직까지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베이징에서 넘어온 무림인이 내게 그곳의 상황을 전달해주었다.
“여전히 전투가 진행 중입니다. 몬스터 웨이브가 진행된 틈을 타······ 북쪽에서 다른 차원 세력이 침공해온 탓에······.”
“아······.”
레텔인들의 차원을 수복했고, 지구에서 진행된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냈다.
하지만 한 가지가 아직 남아 있었다.
‘······이제는 웨이브가 문제가 아니지.’
상공회의소의 손을 잡아 지구에 둥지를 튼 타차원의 세력들.
놈들은 암세포처럼 제 영토를 넓히고 있었고, 지구 전체를 집어삼키기 전까지는 절대 멈추지 않을 터였다.
레텔 차원 전체를 점령할 뻔했던 사브로스처럼.
“그건 그렇고······ 구태여 이런 때를 골랐네요. 놈들도 웨이브를 같이 상대해야 할 텐데.”
“그게······ 짐승을 부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모양입니다. 오히려 다른 게이트에서도 짐승들을 길들여서 끌고 오고 있는 상황이고요.”
놈들의 정체는 비스트 테이머였다.
최소 수천 마리에 달하는 짐승들.
그 많은 수를 한 번에 다 길들였다니, 그야말로 가공할만한 능력이었다.
‘북쪽이라······.’
지구는 여전히 침략 세력들로 뒤덮여 있었다.
애당초 그것이 팍스FC의 이름으로 정복에 나서고자 했던 목적이었기도 했으니.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 베이징의 상황을 떠올리며, 내가 무림인에게 물었다.
“운양이 특별히 더 전한 말이 있습니까?”
“예, 시간이 걸릴 뿐······ 어떻게든 자력으로 막아내겠다고 했습니다. 필드효과 덕분에 놈들의 진격 속도도 꽤나 더뎌진 상태고요.”
만용을 부릴 사람은 아니었다.
그가 그리 말했다면, 필시 무림인들로도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다는 뜻일 터.
아무리 수천 마리의 괴물들이 날뛴다 한들, 무림인들의 진법과 검기는 만만히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무림인에게 물었다.
“놈들의 근거지는요?”
“일단은 허베이 성 북쪽······ 내몽골 자치구입니다. 그 위로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고요.”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용수와 함께 이동한다면 한나절 내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
포탈을 타고 넘어가 북쪽으로 이동한다면, 베이징을 습격한 괴물들보다 빨리 도착할 자신이 있었다.
놈들의 공세를 막아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운양에게 전해주세요. 우리는 곧장 몽골로 가겠다고.”
“알겠습니다.”
곧장 적들의 목을 따러 가기로 했다.
놈들이 집을 비운 틈에.
초원의 움직이는 둥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