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41)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41화(141/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41화
날개, 다리, 일방통행 (1)
141화. 날개, 다리, 일방통행 (1)
기사들이 발견한 우르족들의 게이트 포탈.
축사를 만들기 위해 기다랗게 펼쳐놓은 울타리 주변, 놈들의 본진 안에서 푸른색으로 넘실거리는 게이트 포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디······.”
슈우우욱!
발에 채는 돌 하나를 주워 집어던졌다.
빠르게 날아가던 돌은······.
타앙!
단단한 벽에 부딪힌 듯 도로 튕겨 나왔다.
입찰경쟁 직후, 레텔 차원으로 향하는 포탈을 들어갈 수 없었던 때와 마찬가지의 상황.
아니나 다를까,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띠링!
[이용등급 ‘C’] [권한을 확인해주세요.]사업체에도 등급이라는 것이 있었다.
토턴 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등급은 D.
그걸 그대로 삼킨 덕에 E급, F급이 아닌 D급에서 시작하게 된 팍스 FC였으나, 곧장 우르족들의 차원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사업체의 등급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매출을 올려야 한다고 했었지?”
띠링!
[그렇습니다.]투자사의 성격에 맞게, 투자수익을 거두는 것.
나와는 별개로, 레텔인들이 마석을 벌어다 주어야만 했다.
마침 녀석들은 사브로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었으니까.
“지금도 쏠쏠하게 벌어다 주고 있기는 한데······.”
영양 보충과 쇠질을 통해 급속도로 몸을 회복한 레텔인들.
레텔 차원을 떠나올 때만 해도 꾸준히 찍히던 매출이 지금은 정체상태에 있었다.
분명 사브로스와의 전황이 교착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일 터.
우르족들의 차원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라도, 레텔인들의 전투를 지원해줄 필요가 있었다.
다만, 그 사이에 게이트 포탈을 통해 또 다른 우르족 거인들이 빠져나올 위험이 있기는 했지만······.
“다녀오시죠, 대협. 우리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베이징으로의 침공을 막아낸 운양과 무림인들이 포탈 주변을 지키기로 했다.
이곳 몽골의 주민들은 우르족들의 포로로 잡혀 들어간 상황이었고, 이곳 접경지역은 중국 본토에서 가장 가까운 땅이기도 했으니.
“금방 올게요.”
나는 운양과 악수를 나눈 뒤, 레텔 차원으로 가는 포탈을 넘었다.
***
휘이이······.
적막에 싸인 공간.
우리는 레텔인들이 사브로스로부터 수복한 지역을 지나, 전투가 이뤄지고 있는 최전선에 도착했다.
“흐읍! 후우······.”
“쓰으읍! 후!”
운철을 짊어진 레텔인들의 쇠질 소리는 여전했지만, <힘의 전당>이라 불리는 레텔인들의 성지를 앞에두고 그들은 고전하고 있었다.
테레브가 이두박근을 씰룩이며, 곤란하다는 듯 덧붙였다.
“사브로스의 게이트 포탈이 설치된 장소라······ 지형이 유독 혹독합니다. 바닥이 온통 진흙과 늪으로 둘러싸여 있는 탓에 좀처럼 힘을 쓰기가 어려워서요.”
탄탄한 두 다리로 땅을 밟고, 무게 중심을 이용해 적을 으스러뜨리는 레텔인들의 힘.
하지만 물렁한 땅이 그들의 힘을 반감시켰고, 되레 사브로스의 도마뱀들에게 유리한 판을 깔아주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게이트 포탈에서 빠져나온 테라포밍의 결과.
덕분에 레텔인들의 성지인 <힘의 전당> 또한, 사브로스의 진흙으로 온통 뒤덮인 상태였다.
“면목 없습니다, 선조님!”
“이게 다 저희 근육이 부족한 탓입니다······!”
암 컬을 병행하며 눈물을 닦는 레텔인들.
그 말과는 달리, 레텔인들의 몸은 한층 더 커져 있었다.
테레브가 아쉽다는 듯, 늪으로 이루어진 강 너머를 바라보았다.
“몇 사람만이라도 넘어가면 될 것 같은데······.”
아무리 사브로스라 한들, 모든 땅을 늪지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진흙으로 뒤덮여 있기는 했지만, 게이트 포탈이 설치된 <힘의 전당>은 비교적 단단한 지면을 이루고 있었으니.
더욱이 사브로스 또한 많은 병력을 소진한 것인지, 섬 위에는 고작 수십 마리 정도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이것저것 출하해 <힘의 전당>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놓아줄 수도 있었겠지만······.
“꾸우.”
이번만큼은 다리가 아닌 날개를 활용하기로 했다.
아공간에 새로 입주한 방랑의 매.
나름 집세를 내려는 것인지, 제법 말을 잘 들었으니까.
턱! 탁!
“응?”
방랑의 매가 두 개의 다리로 각각 테레브와 다른 레텔족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곤, 펄럭 날개를 펼쳐 사브로스의 늪지대를 유유히 넘어갔다.
출하 능력의 사정거리로는 닿지 않던 긴 거리.
쿵, 소리와 함께 두 레텔족이 성지를 밟았고······.
“선조시여!”
“아아! 이곳이 약속의 땅!”
촤아아아악!
사브로스의 도마뱀들을 다시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물론, 수의 차이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금세 사브로스의 병력에 둘러싸인 두 사람이었지만······.
“집이다! 집이야!”
“워후!”
방랑의 매는 셔틀처럼 꾸준히 레텔인들을 실어 날랐고, 사브로스에 비해 월등히 강한 힘을 자랑하던 레텔인들은 금세 전황을 뒤집었다.
그렇게, 대략 십여분 사이 수십 명의 레텔인들이 마른 땅을 밟았을 때는······.
‘······끝났네.’
도마뱀들의 사체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
.
.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전투는 오래가지 않았다.
애당초 늪지대를 이용해 무력한 농성을 벌이고 있던 사브로스였고, 육지에 상륙한 레텔인들이 자비없이 도마뱀들을 찢어버렸으니까.
사브로스의 사체가 하나둘 흙밭을 나뒹굴기 시작하자······.
“꾸.”
매는 커다란 구렁이 하나를 잡아 뜯었다.
그러자, 테레브가 기특하다는 듯 매의 머리를 북북 쓰다듬었다.
“그래. 전사여! 그 프로틴은 너의 몫이다!”
멀뚱멀뚱 동그란 눈알을 깜빡이는 방랑의 매.
이윽고 꾸구구구구 하는 이상한 울음을 내뱉었는데, 날개를 펼친 것으로 보아 제 딴에 나름 포효를 하는 모양이었다.
‘잘 먹네.’
핀드릭의 말에 따르면 충분히 자라지 않은 어린 새끼.
아직은 성장이 필요한 녀석에게 사브로스의 도마뱀들은 제법 괜찮은 먹이가 되어주고 있었다.
띠링!
[투자 수익금으로 마석 698개가 지급됩니다.] [투자 수익금으로 마석 711개가 지급됩니다.]연이어서, 레텔인들이 사브로스의 남은 패잔병들을 처치해 수익을 올렸다.
그 결과······.
[매출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팍스 인베스트먼트의 사업체의 이용등급이 ‘C’로 상향되었습니다.]팍스FC 또한 목표 매출을 통해 C등급을 달성했다.
우르족들의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는 조건이 완성된 참.
C등급 달성을 위한 누적 매출액은 자그마치 마석 100만 개에 달했지만, 애당초 토턴 인베스트먼트의 누적 매출액이 이미 쌓여있었던 덕에 이번 전투를 계기로 조건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조님, 말씀하신 대로 제거하지 않고 가져왔습니다.”
“끗! 끗으읏!”
테레브가 발버둥 치는 게이트핵을 끌고 나타났다.
레텔인들의 성지에는 게이트 포탈이 설치돼 있었고, 다름 아닌 사브로스의 본 차원으로 연결되어 있었으니까.
어쩌면 곧장 사브로스로 치고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거긴 여기보다 더하겠지.’
이 주변에 테라포밍의 영향이 역력한 것으로 보아, 사브로스의 본 차원은 분명 더한 진흙탕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 분명했다.
레텔인들에게는 철저히 불리한 전투 환경, 하지만······.
“하하. 고놈 ‘새’끼. 잘도 먹는구나. 고만 좀 뺏어 먹어라.”
“꾸구.”
레텔인들의 도마뱀 구이를 익는 족족 약탈해 가는 방랑의 매.
조금 전 싸움만 해도, 그들과 제법 좋은 시너지를 보여줬던 녀석이었다.
상상 이상의 완력을 지닌만큼 도마뱀들과의 싸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가던 레텔인들이었지만······ 정작 그 위치까지 다다르기 위한 기동성에는 아쉬움이 있었으니까.
어쩌면······.
‘방랑의 매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르족들에게 또 다른 짐승들이 있지 않을까?’
아쉽게도 물류센터에는 아직 이런 진흙탕을 건너갈 만한 운송수단이 없었다.
더욱이 신체 능력이 발군인 레텔인들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살아있는 동물들이 제격일 터.
호랑이를 타는 야만 전사, 딱 보기에도 그럴듯한 그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핀드릭이 내게 덧붙였다.
“있을 겁니다. 실제로 그게 우르족들의 주요 사업이기도 하거든요. 짐승들을 지배하는 우르족 특유의 함성을 사용해······ 짐승들을 가축으로 길들여서 파는 거지요.”
다차원의 공장식 펫샵.
그것이 초원을 누비는 우르족 거인들의 정체였다.
의외의 좋은 전리품이 놓여있다고 하니, 하루라도 빨리 우르를 방문하는 편이 좋을 터.
우르족 거인들의 축사를 털어, 레텔인들에게 탈 것을 마련해줄 생각이었다.
더욱이, 레텔인들로서도 사브로스를 처치해야 할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테레브가 낮게 깔린 음성으로 말했다.
“지난 100년간, 사브로스는 끊임없이 레텔을 침임해왔습니다. 레텔이 침략 행위를 중단한 이래로 꾸준히 그래왔죠. 분명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또다시 레텔 땅을 밟으려 들 겁니다.”
우리가 우르족들의 뿌리를 뽑으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레텔인들 또한 사브로스와의 기나긴 악연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하물며 사브로스는 지구를 침공했던 세력이기도 했으니.
실리적으로나, 명분으로나 사브로스를 처리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기다려. 그렇게 맨몸으로 뛰어들어봤자······ 지형이 너무 불리하니까.”
이동수단이라곤 건강한 두 다리뿐인 레텔인들이다.
사브로스의 늪지대를 공략하기 위해 우르족들의 가축을 뺏어다 주기로 계획한 참.
그동안 전열을 가다듬고 있으라는 말에, 테레브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선조님! 그러면 다녀오시는 동안 게이트 앞은 저희가 철통처럼 지키고 있겠습니다. 이곳은 우리의 성지이기도 하니까요.”
주먹을 불끈 쥐는 레텔인들.
무림인들이 우르족들의 게이트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이들 또한 사브로스의 진입을 막고 있겠다는 심산이었다.
기특하기 그지없는 말이었지만······.
“괜찮아. 편하게 있어도 될 거야.”
이번만큼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사업체의 등급이 올라간 덕분에 상황이 달라졌으니.
이야기를 끝낸 나는 사브로스의 게이트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그러곤······.
“선조······ 님······?
곧장 포탈을 통과했다.
화아아아아악!
쿠구구구······.
일순에 전환되는 시야를 끝으로, 녹색 하늘과 캄캄한 암석지대가 눈에 들어왔다.
“분위기 진짜 우중충하네.”
용암처럼 흘러내리는 종유석과 주변 일대를 가득 채운 늪지대로 보아 사브로스가 틀림 없는 상황.
아니나다를까, 늪에서 기어 올라온 사브로스의 악어들과 리자드맨들이 동그란 눈으로 나를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아, 잠시만 실례.”
멍청한 표정으로 우두거니 멈춰 서 있는 사브로스의 병사들.
전혀 예상치 못한 방문이었는지, 제대로 반응할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잠깐! 자, 잡아!”
그새 정신을 차린 몇몇 도마뱀들이 뒤늦게 목청을 틔웠지만······.
“또 보자고.”
그새 아공간 포탈을 설치한 나는, 새 포탈을 타고 유유히 레텔 차원으로 돌아갈 뿐이었다.
탕! 타아앙!
열이 바짝 올라, 아공간 포탈의 문을 두드리는 사브로스의 병력.
뒤늦게나마 이번에는 레텔로 향하는 게이트 포탈을 타고 넘어오려 했지만······.
“안 되지.”
콰아아앙!
나는 이미 사브로스의 게이트핵을 제거한 참이었다.
슈화아아아아악!
레텔의 땅을 뒤덮고 있던 늪지대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게이트 포탈.
그 모두를 빨아들인 채, 굉음과 함께 포탈이 사라진 뒤에는······.
“오······.”
레텔인들의 성지, <힘의 전당>이 본연의 모습을 되찾은 채 찬란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서······ 선조님!”
레텔인들은 감격에 젖은 표정이었다.
여전히 포탈이 설치돼 있기는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침략자들의 통행로가 아니었다.
<힘의 전당>을 가득 채운 운동 기구들을 보며, 나는 테레브에게 덧붙였다.
“편하게 쇠질 해라. 여기 이제 일방통행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