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42)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42화(142/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42화
날개, 다리, 일방통행 (2)
142화. 날개, 다리, 일방통행 (2)
“흐으으읍!”
여느 때와 같은 레텔인들의 기합 소리, 하지만······.
끼리리리릭!
철컥! 휘이이익!
정체 모를 사슬이 빨려 들어가며, 무게를 버티지 못한 레텔인들이 두둥실 하늘로 튀어 올랐다.
“어이쿠!”
철푸덕 바닥에 나뒹구는 레텔인들.
충격이 작지 않았을 텐데도, 환하게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선조님! 저거 어떻게 쓰는 겁니까?”
“몰라.”
“그렇게 아닌 척하셔도······ 실은 하나하나 알려주고 싶으신 마음 굴뚝 같은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과연······ 그렇군요. 저희가 안일했습니다. 분명 스스로 터득해야만 성지의 힘을 내려받을 수 있는 거겠죠!”
“모른다고.”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도록, 저희 몸을 불사를 것입니다! 선조님!”
테레브를 비롯한 레텔인들이 또다시 성지로 달려 나갔고, 유적에서 쾅 소리를 울리며 또다시 하늘로 솟구쳤다.
기구의 정체는 레텔인들의 선조가 남겨놓은 <힘의 전당>.
밧줄을 붙잡고, 암벽을 타고 오르는 등, 성지에 남아 있는 유적들은 상상 이상으로 익스트림했다.
딱히 무슨 미션이 주어지는 것도, 점수판 같은 게 놓여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자! 얼마 안 남았다!”
“다 왔어! 영차!”
모든 과정이 놀라우리만치 유기적인 코스로 이루어져 있었다.
정확한 사용 방법을 모르더라도, 몰입하고 땀을 흘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덕분에 레텔인들은 직접 부딪혀가며 선조들의 유적을 몸소 맛보고 즐기고 있었다.
좀 더 간명하게 정리하자면······.
‘······크로스핏?’
딱 그거였다.
웨이트와 영양 섭취를 병행하며 근육을 키워온 레텔인들.
반면 기동력이나 민첩성에 있어서는 적잖이 아쉬움이 있었던 터였지만······.
“딱이네, 딱이야.”
성지를 되찾은 지금은 달랐다.
버티고, 달리고, 뛰어넘는 식의 격렬한 활동을 요구하는 성지.
모두가 하나같이 몸의 탄성과 수행 능력을 길러주는 훈련이니만큼, 레텔인들을 종합 체육인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었으니까.
“안전하기도 하고.”
사브로스의 게이트 포탈은 이제 없다.
남은 것이라곤 아공간 포탈이었고, 내 허락이 있어야만 넘나들 수 있었으니까.
이제 사브로스는 레텔인들이 성장할 시간을 가만히 기다려줄 수밖에 없을 터였다.
안전이 보장된 만큼, 팍스FC의 훈련시설로 써도 좋을 듯했다.
사용 방법쯤이야 레텔인들이 몸소 연구해주고 있었으니까.
이제 비로소 레텔의 상황을 일단락 지으며, 그 성과로 사업체의 등급까지 끌어올린 상황.
“남은 건······.”
거인들을 잡으러, 우르로 넘어가는 것뿐이었다.
***
휘이이이······.
눈앞에 드리운 광활한 초원.
우르의 풍경은 몽골의 평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기 좋은데요? 주변에 딱히 거인들도 없는 것 같고······.”
상쾌한 표정으로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엘리.
우르족들과 싸우기 위해, 엘븐하임의 엘프들을 대동했다.
이번에 상대해야 할 것은 아마도 우르족들에 의해 훈련된 짐승들.
수렵 활동에는 나름 일가견이 있는 엘프들이니만큼, 전투에 도움이 될 테니까.
줄곧 레텔인들을 구경하다 온 탓인지, 어쩐지 엘프들의 몸이 조금은 얇게 느껴지는 오늘이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엘프들이 가녀리다는 건······ 상식이잖아요?”
“예?”
뻔뻔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는 엘리.
팔에는 실전 압축 근육으로 이루어진 탄탄한 삼두근이 튀어나와 있었다.
“뭐 아무튼······.”
이러나저러나, 내가 당장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곧장 우르에도 아공간 포탈을 설치했다.
그러곤 지구에 있던 게이트 핵을 제거해 우르와의 길목을 끊어버렸다.
앞으로 이 침략자들이 지구로 들어오는 일은 없어야 할 테니까.
츠츠츠······.
게이트 핵이 제거됨에 따라, 서서히 허물어져 가는 게이트 포탈.
이번에도 역시, 남은 것은 내 아공간 포탈뿐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내가 말했다.
“그건 그렇고······ 사브로스랑은 영 분위기가 다르네요. 날씨도 좋고.”
차원, 우르의 대자연 한 가운데 놓인 우리.
몽골 초원에 버금가는 광활하고 웅장한 초목이 눈을 채우고 있었다.
곧 우르족들과 싸워야만 한다는 사실이 어쩐지 상상이 잘 가질 않았지만······.
“겉으로는 조화로운 곳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차원에는 균형을 깨뜨리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그 대표격이 바로 우르족들이죠.”
드루이드답게, 그 와중에도 핀드릭은 전 우주적인 생명의 순환을 굽어보고 있었다.
“우르족들에게는 다른 가축들을 몸에 거두고자 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 본능을 해소하고자 다른 차원을 침략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죠.”
첫 만남에서부터 그랬다.
바트 칸은 방랑의 매를 잃은 갈증을 해소하고자 다짜고짜 나를 제 겨드랑이에 끼워 넣으려 했으니까.
그 거대한 몸으로 다차원 곳곳을 누비며, 눈에 띄는 생명체들을 집어 제 주머니에 넣는 것이 이 거인들의 타고난 습성인 모양이었다.
“생존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그저 소유욕에 기반한 행동입니다. 다른 종족과 공존하기 위해 그 본능을 조절하려는 생각 또한 일절 없죠. 더욱이 그렇게 몸에 거둔 동물들을 지배할 줄이나 알지, 키울 능력은 없는 탓에······. 결국 그 동물들을 관리해줄 수 있는 지적 생명들을 또다시 사로잡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몽골의 포로들이 잡혀간 것 또한 그 일환이었다.
놈들은 우리 인간들이 그들의 가축을 관리해주길 바랐으니까.
내가 핀드릭에게 되물었다.
“결국 그걸로 장사도 하는 거고요?”
“그렇지요. 그렇게 훈련된 가축을 다차원에 판매하고······ 또 새로운 짐승을 사로잡아 키우게 하는 식으로 무한히 반복하는 겁니다.”
다른 생명들을 무책임하게 소유하려는 비틀린 욕망.
그 본능을 채우기 위해 또 다른 차원을 끊임없이 침략할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구조였다.
불현듯, 바트 칸이 죽기 전 내게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것’만큼은 우리가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하던 녀석.
만일 우르족들에게 또 다른 무기가 준비된 것이라면, 놈들의 침략 대상인 우리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우르족들을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우리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였다.
“그럼 가축을 확보하는 대로······ 우르족들을 쓸어버리기로 하죠. 능력이 닿는 만큼.”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이곳은 지구가 아닌 우르였으니.
레텔인들을 위한 ‘탈 것’을 찾고 있다는 말에, 핀드릭이 한가지 단서를 제공해주었다.
“그렇다면 사브로스와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찾는 게 좋겠군요. 픽시 그 생육환경에 적응한 생물이 있을 테니까요.”
“음······ 여기 그런 곳이 있을까요?”
우르족들의 반려 생물을 빼앗기 위한 기본적인 계획.
하지만 시원한 바람이 나부끼는 이곳 드넓은 평원에서 사브로스와 닮은 환경을 찾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녹 빛으로 빛나는 지평선이 막막하게만 느껴지려던 찰나······.
“늪까지는 모르겠지만······ 저쪽에서 흙냄새가 나요.”
오뚝한 코를 킁킁거린 엘리가 서쪽을 가리켰다.
아까부터 줄곧 바람이 불어오던 방향을.
“그게 맡아져요?”
“기분 탓인지도 모르지만······ 엘븐하임이 오염됐을 때의 냄새가 나네요. 정겸 씨가 세계수를 복사해주기 전에 맡았던 썩은 흙냄새 같은······.”
엘븐하임에서 맡았던 그 악취만큼은 나 또한 기억하고 있었다.
흑마법에 의해 오염된, 지구에서는 결코 맡아본 적 없는 독특한 냄새였으니까.
엘리가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여기에 바르나울이 있는 걸까요?”
“그걸 이제 확인해봐야죠.”
이러나저러나, 지금으로서는 그나마 사브로스와 유사한 환경이었다.
엘븐하임이 흑마법의 저주에 뒤덮여 있을 때만 해도, 썩어버린 수풀이 진흙처럼 녹아내리고 있었으니까.
그런 환경에서 적응했다면 사브로스의 늪지대에도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는 생물일 터.
덜컹!
방향이 정해진 만큼, 서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곧장 트럭을 출하했다.
“오늘은 승객이 꽤 많네요?”
여느 때처럼 이용수가 운전대를 잡았고, 나는 핀드릭과 함께 좌석에 몸을 실었다.
짐칸에는 엘리를 비롯한 몇 명의 엘프들이 올라탔는데, 혹여나 나타날 적에 대비해 모두 커다란 장궁을 손에 쥔 상태였다.
부우우우웅.
트럭은 그렇게 달렸다.
우르족 거인도, 놈들이 부리던 짐승도 아닌, 방치된 야생 동물만 몇 마리 마주쳤을 뿐.
그렇게 바람에 누운 풀잎을 반대로 쓸어가며, 냄새가 불어온 서쪽으로 내리 1시간을 달렸을 즈음······.
“으음······.”
핀드릭이 침음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검게 그을린 흔적과 함께, 썩어 녹아버린 토양이 곳곳을 채우고 있었으니까.
익숙한 악취를 맡으며, 내가 그에게 덧붙였다.
“아무래도 제대로 찾아온 것 같죠?”
“그런 모양입니다. 그렇긴 한데······.”
고개를 끄덕이던 핀드릭이 바닥을 가리켰다.
평원 곳곳을 채우고 있는 움푹 파인 흔적.
정체를 알 수 없는 폭발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으니까.
“폭발이 일어난 구덩이 주변으로 침식이 일어나고 있군요. 과연 이게 자연적인 현상일지······.”
세계의 재생과 순환을 민감하게 느끼는 드루이드답게, 핀드릭은 무엇이 자연적인 현상인지 인위적인 결과인지 면밀히 판단할 수 있었다.
어쩌면 초원 위에 뜬금없이 오염된 구역이 생겨난 것 또한 같은 이유일지도 모를 일.
침식된 지반으로 인해 덜컹거리는 차량의 진동을 느끼며, 우리는 신중히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저놈이었군요.”
오염된 땅에 적응한, 생물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껑충껑충 낮은 높이를 연달아 뛰어오르는 녀석.
등짝에 가지런히 솟은 여덟 개의 뿔을 제외한다면 꽤나 익숙한 형상이 떠올랐다.
“······두꺼비?”
뒷좌석에 있는 엘프들은 시위를 겨눈 채 대기하고 있었다.
그것이 야생 동물일지, 우르족들에 의해 훈련된 ‘무기’일지 판가름이 서지 않았으니까.
우리를 가만히 응시하던 두꺼비는······.
훌쩍!
갑자기 높게 하늘 위로 치솟았다.
“······저렇게 높게 뛴다고?”
상상 이상의 높이였다.
어림잡아 짐작해도 최소 수십 미터는 훌쩍 뛰어넘는 높이.
높은 위치까지 껑충 튀어 오른 녀석은······.
촤아아아아아악!
대뜸 몸 주변으로 십수 개의 촉수를 날려 보냈다.
쐐애애액!!
피웅!
엘프들이 재빨리 화살을 쏘아댔다.
우리 쪽으로 날아든 촉수를 모조리 잘라낸 덕분에 트럭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지만······.
콰아아아앙!
콰아앙!
다른 쪽으로 뻗어나간 촉수들은 지면에 닿음과 동시에 보랏빛의 폭발을 일으켰다.
차원, 우르에서 겪는 첫 번째 전투.
엘프들이 바쁘게 두꺼비의 본체를 겨냥하는 중에도, 나는 천천히 하강하는 두꺼비의 몸을 재빨리 관찰했다.
두꺼운 뒷다리를 이용한 기동력.
등껍질에 단단하게 붙어있는 여덟 개의 손잡이.
마지막으로 지면으로 빠르게 쏟아지는 촉수 밧줄까지.
사실상······.
“······헬기 레펠이랑 다를 바가 없잖아?”
때마침 크로스핏을 훈련하고 있던 레텔인들이었다.
두꺼비에 지지 않을 체력, 손잡이를 잡고 버틸 수 있는 악력,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담력.
그 모두가 레텔인들에게 준비되어 있었으니.
‘어쩌면······.’
그런 생각이 찾아들었다.
어쩌면 정말로 레텔인들의 선조가 그들을 굽어살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