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43)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43화(143/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43화
날개, 다리, 일방통행 (3)
143화. 날개, 다리, 일방통행 (3)
구름이 자욱하게 깔린 고원, 여전히 드높은 하늘 아래.
두 우르족 거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으음······ 저건 못 쓰겠군요.”
“그렇군. 속도는 나쁘지 않지만, 움직임이 너무 제멋대로야.”
그들의 정체는 우르족의 황제 투렌 칸, 그리고 그의 가축 관리인.
두 거인은 우르족들의 가축을 활용해 특별한 실험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휘이이이······.
눈앞에 보이는 것은 완만하게 낮아지는 초원의 내리막.
페인트 통이 굴러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푸르른 초원 곳곳에는 거무죽죽한 구덩이가 군데군데 파여 있었다.
새빨간 핏자국과 함께.
투렌이 손짓했고······.
“다음. 바로 묶어라.”
자그마한 인간들이 일사불란하게 모여들었다.
이들 모두가 지구에서 잡혀 온 포로들이었는데, 몸집이 큰 거인들을 대신해 가축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었다.
때로는 지금처럼 실험을 보조하는 일까지.
푸르륵.
우르족의 가축이 무력한 울음을 내뱉었다.
이마 중앙에 눈이 붙어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지구의 말과 비슷하게 생긴 외양.
가축의 의식은 거인들의 ‘함성’에 의해 지배된 상태였고, 그저 명한 표정으로 인간들의 손길을 따를 뿐이었다.
코앞으로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꽈드득.
뻣뻣한 끈을 몸통에 둘렀고, 안장을 올려 매듭을 지었다.
그러곤 투명한 유리상자 두 개를 가져와 양옆에 단단히 결속했다.
“······.”
투명한 유리 사이로 비치는 불길한 보랏빛 기운.
‘물건’을 고정하며, 인간 포로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자칫 실수하기라도 한다면, 이 짐승의 운명이 바로 자신의 운명이 될 테니까.
“빨리빨리 해라! 굼떠 가지곤······.”
관리인이 포로들을 다그쳤다.
한편 투렌은 인간들이 실험을 준비하는 동안, 신중한 표정으로 언덕 위를 올려다보았다.
“음······.”
수십 개가 켜켜이 쌓여 있는 유리상자.
거인족들에게는 고작 손가락 마디만 한 작은 상자였지만, 투렌은 결코 그 위력을 얕보지 않았다.
관리인이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폐하······ 이 정도로도 부족한 것입니까? 지금만 해도 표적에 도달한 것들이 제법······.”
“그 정도로 넘어갈 바르나울이 아니다. 애초에 조금의 오차도 없다는 것이 전제야. 짐승들의 기동력은 그다음의 문제지.”
구덩이에서 스멀스멀 연기가 피어올랐다.
유리 상자에 실린 것은 다름 아닌, 바르나울이 흑마력으로 만들어낸 폭약이었으니까.
투렌이 마저 말을 이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우르의 짐승들이 바르나울의 ‘물건’을 나르게 된다면······ 머지않아 우리 우르도 상위 차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이 오겠지. 그건 후대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야.”
“꼭 그렇게 될 겁니다. 폐하.”
그 말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일까.
관리인이 즉시 팔을 휘둘렀고, 신호를 받은 포로들이 가축을 묶은 밧줄을 풀어놓았다.
히이잉!
다그닥!
녹색 갈기를 휘날리며 전속력으로 뛰어가는 가축.
맹렬한 속도와는 대조적으로, 정작 그 눈자위가 하얗게 뒤집혀 있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꽈아아아아아앙!
강력한 폭발과 함께, 온몸이 산산이 부서졌다.
투둑.
툭.
보랏빛 폭발과 함께 머리와 다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뒹굴었다.
푸른 초원 위로 죽은 가축의 살점이 피에 섞여 뿌려졌다.
“음······.”
비명조차 없었다.
폭발은 그만큼이나 신속하고 효율적이었으니.
움푹 꺼져 들어간 땅에서는 바르나울의 흑마력이 앞으로 수십 년간 꾸준히 초원을 침식해 들어갈 것이었다.
짐승이 제 몸을 불살라 큰 폭발을 일으켰음에도······.
“······다음엔 더 나을 겁니다. 폐하.”
“알았다······.”
투렌 칸은 만족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폭발이 일어난 위치는 여전히 표적으로부터 제법 떨어져 있었으니.
잠시 기분을 전환하려는 듯, 그가 관리인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아들놈은 요즘 어떤가?”
“매를 길들이려고 아주 열심이십니다. 하루라도 빨리 우르의 후계로서 인정받고 싶으신 거겠죠.”
“성과는 좀 있고?”
“그게······.”
투렌 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기분전환은커녕 분위기가 더 무겁게 내려앉은 기분.
가만히 먼 초원을 내다보던 그가 한숨을 꺼뜨렸다.
“뭐······ 아무래도 좋아. 이번 일만 잘 끝난다면 우르는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강대해질 테니까. 그깟 매쯤이야 아무래도 좋겠지.”
“그, 그렇습니다. 바트 저하께서도 다른 짐승들을 제법 능숙하게 다루시니까요.”
관리인은 초조하게 몸을 떨었다.
벌써 수십 종류의 가축을 이용해 실험했음에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황.
개척 사업을 위해 지구로 떠난 황자조차 매를 길들이는 데 쩔쩔매고 있었으니까.
투렌의 심기를 풀기 위해, 그가 다른 화제를 꺼내 들었다.
“그래도 바르나울이 ‘하일라’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까? 분명 잘 될 겁니다. 폐하.”
‘하일라’는 오로지 우르에만 있는 생물이었다.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생물을 ‘지배의 함성’을 이용해 강제로 교배한 생체 병기.
두꺼비과와 촉수 생물을 접합한 뒤, 흑마력의 오염된 환경에 적응시킨 생물이었다.
“흑마력으로는······ 그렇게 일일이 위력을 분산시키는 것이 효율이 여간 떨어지는 일이 아니니까요. 전쟁 도구로서는 하일라만한 수단이 없을 겁니다.”
“그래, 그건 틀림없겠지. 하지만······.”
투렌은 떠올렸다.
흑마력 보호막으로 둘러진 우르족 거인과 그가 풀어놓는 가축 한 마리.
적의 심장부로 쏜살같이 달려간 생체 병기가 일으키는 결정적인 흑마력의 폭발을.
투렌이 나지막이 덧붙였다.
“그런 잔재주만으로는 상위 차원에 다다를 수 없어. 고위계들의 싸움일수록······ 결국 결정적인 한 방이 승패를 좌우하니까.”
바로 그것이 바르나울이 우르족들에게 기대하고 있는 바였다.
자신들의 폭발물을 신속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배달해줄 수 있는 가축.
가축을 수납하는 우르족들의 능력을 활용한다면, 흑마력을 이용한 기습적인 폭발을 일으켜 고위계들 간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테니까.
“마저 진행해라. 될 때까지.”
“명 받들겠습니다.”
그렇게, 원대한 꿈을 품고 실험을 이어 나가려던 찰나······.
“폐하!”
우르족 거인 하나가 땅을 울리며 다급하게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침입자입니다, 폐하! 하일라 사육지 쪽입니다.”
“하일라······?”
투렌의 이마에 주름이 접혔다.
반쪽짜리라고는 하나, 현재로서는 바르나울의 흥미를 끌었던 유일한 수단.
사육지가 망가졌다가는 상위 차원으로 거듭나기는커녕, 흑마법사들의 화만 돋우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이건······ 안 좋군.’
어쩌면 실험용으로 두고 간 폭약을 우르족들에게 분풀이 용도로 사용할지도 모를 일.
흑마법사들의 괴팍한 성정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다급해진 투렌이 수하에게 물었고······.
“누구냐? 대체 어떤 놈이 우르 제국을 침범한단 말이냐?”
“정체는 파악 중입니다······ 그리고 그 보다······.”
전령이 아들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지구로부터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
퍼어어엉!
사방에서 일어나는 폭발.
두꺼비의 촉수가 땅에 닿는 족족 커다란 보랏빛 구름이 솟아올랐다.
다행히, 엘프들의 대응은 빨랐다.
그들이 일사불란하게 시위를 당겼고······.
“쏴!”
피잉!
핑!
위계의 힘을 실은 화살이 총알처럼 두꺼비의 살갗을 꿰뚫었다.
께에에엑······.
눈을 하얗게 뒤집으며 허물어지는 두꺼비.
불발탄처럼 남아 있던 마지막 촉수를 깔아뭉개며, 폭음과 함께 제 살갗을 온 주변으로 뱉어댔다.
팅!
티이잉!
차창을 때리는 흙먼지 소리가 잦아졌을 즈음.
나는 이용수, 그리고 핀드릭과 함께 차 밖으로 나섰다.
“어휴······.”
한층 더 강렬하게 코를 찌르는 악취.
한편, 핀드릭은 난장판이 된 두꺼비의 사체를 살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군요. 원래 이런 생물이 아닌데······.”
“아시는 생물인가요?”
“우르족들이 기르는 가축 중 하나입니다. ‘하일라’라는 이름으로 불리죠.”
두꺼비와 닮은 생김새, 몸 곳곳에서 내려보내는 촉수까지.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었지만, 핀드릭이 주목한 것은 놈이 일으킨 폭발이었다.
“촉수를 내려보내는 목적은 먹이를 빨아들이기 위함입니다. 지금처럼 지상에 폭발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죠. 그런 짓을 한다 한들 하일라의 생존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생물은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제 몸의 일부인 촉수를 스스로 불태우면서까지 폭발을 일으킬 이유는 없는 법.
다시 말해······.
“우르족들이 강제로 훈련시킨 행동이겠군요.”
“맞습니다. 게다가 이건······.”
저벅저벅.
이번에는 엘리가 하일라의 사체에 가깝게 다가왔다.
보랏빛 기운과 함께 진행되고 있는 지반 침식.
핀드릭이 늘어뜨리던 말을 엘리가 이어받았다.
“이거······ 바르나울의 흑마법이네요.”
“제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핀드릭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들과 드루이드들 모두 바르나울의 직접적인 표적이었다.
오염된 땅과 함께 세계수를 빼앗기며 그 고통을 몸소 겪었던 그들.
그 때문에라도 눈앞에 놓인 바르나울의 흔적을 몰라볼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이러나저러나, 할 일은 명확했다.
레텔인들을 위해, 저 ‘하일라’라는 이름의 두꺼비를 사로잡는 것.
그리고 놈들이 일으킨 흑마력의 폭발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
“이놈들 어떻게 잡습니까?”
“잘 살펴보면······ 왼쪽 배에 검은 반점이 있습니다. 우르족 거인들이 하일라를 쥐었을 때 손가락이 닿는 부분이죠. 그 부분을 강하게 누르면 고분고분해질 겁니다.”
동물박사 핀드릭이 하일라를 제압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쉽게 말해 몸에 ‘복종 버튼’이 숨겨져 있다는 뜻.
평소에는 두꺼비처럼 납작 엎드려 있는 놈들이니만큼, 하늘로 튀어 올랐을 때를 노리면 될 것 같았다.
그 버튼을 누르는 역할은······.
“가능하겠죠?”
“아무렴요.”
엘프들이 맡아주기로 했다.
동체 시력이 남다른 그들이었고, 활쏘기 실력 또한 발군이었으니.
더욱이, 그뿐만이 아니었는지 엘리가 내게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촉수 끝에 뭔가 매달려 있는 것 같았어요. 지금은 전부 터져버려서 없지만······.”
흑마력 폭발은 하일라의 자연적인 능력이 아니었다.
그 끝에 무언가 매달려 있다면, 바로 거기에 바르나울의 흑마법이 담겨 있을 터.
두꺼비가 내뱉은 촉수, 그 끝에 매달려 있는 무언가를 처리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자연적인 생물이 아니긴 하지만······ 잠시 굼뜨게 하는 정도는 가능할 겁니다.”
핀드릭이 하일라의 촉수에 제동을 걸어주기로 했다.
우르족들과의 전투에서 보았듯, 자연력을 활용해 가축들의 의식에 접근할 수 있었으니까.
“그럼 이제······.”
두꺼비들에게 새집을 줄 차례였다.
“저기 옵니다, 정겸 씨!”
아니나 다를까, 서너 마리의 ‘하일라’가 우리를 향해 껑충껑충 뛰어오고 있었다.
이제 놈들의 배를 매만져준 뒤, 별도로 구분한 아공간 섹터에 던져 넣으면 될 터.
물론 그 전에 우르족들이 쥐여준 물건의 정체를 확인해볼 참이었다.
‘그러고 보니······.’
불현듯 흑마법사들과 겨뤘던 병마용에서의 싸움이 떠올랐다.
다른 건 몰라도 폭발에는 일가견이 있었던 흑마법사들.
단 한 번의 폭발만으로 그 일대를 모조리 날려버렸으니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었다.
이곳 우르가 더 큰 폭발로 이어질 기폭제가 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