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44)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44화(144/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44화
날개, 다리, 일방통행 (4)
144화. 날개, 다리, 일방통행 (4)
“꾸우.”
방랑의 매가 둥글게 하늘을 맴도는 사이······.
“꾸르르륵.”
땅에서는 하일라의 더부룩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배를 뒤집어 깐 채, 뒹굴뒹굴 진흙을 구르는 녀석들.
폭발의 위험은 온데간데없이, 완전히 무장해제가 되어버린 두꺼비들이었다.
“······말 잘 듣네요?”
“그럴 겁니다. 워낙에 우르족들이 그렇게 만든 생물이니까요.”
오래 걸릴 일도 아니었다.
하일라의 왼쪽 배에 있다던 검은 반점.
엘프들이 활을 쏴 녀석들의 복종 버튼을 지그시 눌렀고, 그대로 고꾸라진 녀석들은 새삼 온순한 짐승으로 돌변했으니까.
“잠깐 들어가 있어라.”
“꾸르르르륵.”
살아있는 생명체이니만큼 아공간에 수용하는 것이 가능했고, <카테고리 파티션>으로 만든 별도의 공간에 한 마리씩 하일라를 집어넣었다.
하일라의 생장 조건에 대해 핀드릭에게 물었고······.
“진흙만 있으면 어디서든 잘 지낼 겁니다. 아무렴 침식이 일어나고 있는 이곳 우르보다는 낫겠죠.”
그의 조언에 따라, 다량의 배양토와 물을 섞어 하일라가 있는 아공간 섹터에 들이부었다.
레텔인들에게 넘겨주기 전까지는 그럭저럭 편하게 지낼 수 있을 터.
이제 다음으로 할 일은 두꺼비들이 남긴 흔적을 살피는 일이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이건?”
하일라의 촉수가 힘없이 두고 간, 몇 개의 유리 상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투명한 외장 내부로 은은한 보랏빛을 피워내고 있는 유리 상자.
그 속에는 정체 모를 금속 원통이 내부에 장착되어 있었다.
옆으로 다가온 핀드릭 또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것 참······ 기묘한 물건이군요.”
“뭔지 알아보시겠어요?”
“전혀 모르겠습니다. 흑마법사들이 만들었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만······.”
난해하다는 듯, 사슴뿔을 긁는 핀드릭.
속으로부터 은은하게 퍼져나오는 흑마력의 기운은 감지할 수 있었지만, 어떤 원리로 폭발하는 것인지, 정확히 어떤 목적으로 만든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의문을 뒤로한 채, 두 손바닥을 가득 채우는 상자를 조심스레 다시 땅으로 내려놓으려던 찰나······.
“카우우우!”
콰득!
반응할 새도 없이, 내게 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뾰족한 발톱을 내세운 채, 내 머리를 노리고 쏜살같이 달려든 녀석이었지만······.
“꾸우!”
“카우우우!”
방랑의 매가 황급히 내려와 새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제 보니, 크기만 다를 뿐 두 마리의 외양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시 말해······.
“방랑의 매······?”
우르족 지도자들의 상징이라던 방랑의 매.
또 다른 한 마리가 나를 급습한 것이었다.
“카우우우아악!
“꾸루룩······.”
공격을 막아준 것은 고맙지만, 아직 새끼에 불과한 녀석.
나를 공격한 성체가 어렵지 않게 매를 제압했고, 놈의 두꺼운 발톱에 짓눌린 매가 분하다는 듯 날개를 펄럭거렸다.
“이런······.”
슈우우우우욱!
즉시 매를 회수했다.
놓칠 수 없다는 듯, 성체가 매를 붙잡은 채 함께 딸려왔지만······.
까아아앙!
“카우욱!?”
단단한 포탈의 표면에 부딪혀 즉시 퉁겨져 나왔다.
곧장 날개를 펼쳐 균형을 잡는 성체.
이윽고 놈이 날아간 곳은······.
“납셨군······.”
십여 명의 우르족 거인들.
그리고 그중에서도 선두에 선 거인의 어깨였다.
이용수가 기간트를 타고 오며 말했다.
“저놈이 우두머리인가 봅니다.”
“······확실히 그런 것 같네요.”
다른 거인들보다 머리 하나는 큰 체구였다.
훤히 드러난 상체에는 발톱 자국처럼 보이는 상처들이 패턴처럼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무릎 각반에는 나무를 엮어 날짐승들의 둥지를 만들었고, 암석으로 만든 울퉁불퉁한 어깨 보호대에는 크고 작은 구렁이들이 혓바닥과 함께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왜 네놈이 황실의 매를 가지고 있는 것이냐?”
“뭐?”
매들의 싸움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인지, 우르족들의 수장이 내게 질문했다.
“왜 네놈이 방랑의 매를 거느리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건 필시 나 투렌 칸이 황자인 바트에게 하사한 것일 터.”
살벌한 표정이었다.
대답에 따라 우리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겠다는 듯이.
아마도 그 처분이란 죽는 것과 가축이 되는 것, 둘 중 하나일 공산이 컸다.
내가 놈에게 대답했다.
“간택당했다.”
“뭐라?”
“매한테 간택당했다고. 지가 좋다고 왔어.”
꾸우.
어쩐지 녀석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집을 찾고 있던 불쌍한 동물을 거둬들였다는, 솔직담백한 진술이었음에도······.
“질문한 내가 바보였군. 매는 주인이 죽기 전에는 절대 다른 주인을 섬기지 않는다. 네놈이······ 네놈이 황자를 죽인 거겠지.”
고매하신 투렌 칸께서는 짐작 가는 바가 있으신 모양이었다.
내가 옆에 있던 핀드릭에게 물었다.
“저 말 진짭니까?”
“아뇨, 완전히 틀렸습니다. 매는 절대 주인을 바꾸지 않아요. 설령 그 주인이 죽었다고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땅을 밟지 않고 하늘을 떠돌다가 죽어버리거든요.”
진돗개 뺨치는 탁월한 충성심.
저가 아끼는 매의 습성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르족 황제의 모습에, 실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가축들을 주머니에 쑤셔 넣는 것 외에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모양.
더욱이······.
‘······애초에 주인으로 삼은 적도 없었잖아.’
방랑의 매는 황자를 주인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지구의 하늘을 떠돌다, 아공간 포탈이라는 거대한 둥지를 가진 나를 간택했을 뿐.
하지만······.
“······살아갈 생각은 하지 마라.”
투렌으로서는 방랑의 매가 내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설명되는 모양이었다.
펄럭!
타악!
놈이 허리를 두르고 있던 끈을 풀어 채찍처럼 휘둘렀고,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양, 다른 거인들 또한 앞섬을 풀어헤치며 가축들을 꺼내놓았다.
두두두두두!
탁! 타닥!
몸을 부풀리며 우리를 향해 쇄도하는 가축들.
코뿔소처럼 생긴 단단한 짐승이 발굽 소리를 울렸고, 그 뒤로 원숭이처럼 생긴 날렵한 짐승이 꼬리를 튕기며 초원을 타고 내려왔다.
“거칠게 나오네요, 이쪽으로 오시죠.”
슈쿠우웅!
이용수의 기간트가 나를 조수석에 태웠고, 핀드릭을 집어 어깨 부 장갑에 앉혔다.
내가 벨트로 몸을 고정하는 동안, 핀드릭은 나무줄기를 피워내 기간트의 장갑에 자신의 몸을 단단하게 고정했다.
쿠웅!
쿠웅!
근육처럼 수축하는 고압 실린더, 뜨거운 증기를 내뿜은 관절.
이용수의 조작하에 기간트의 다리가 유기적으로 움직였고, 쇄도하는 짐승들의 공격을 피해 가며 우르족들의 공격으로부터 나와 핀드릭을 보호했다.
그러는 한편······.
“반원진으로 선다! 양옆으로 위치해!”
란슬롯의 지휘에 따라, 포탈에서 빠져나온 카멜롯의 기사들이 짐승들을 막아 세웠다.
칼끝에 오러를 피워올리며, 달려드는 짐승들을 물처럼 베어 넘기는 기사들.
깔끔하게 잘린 놈들의 사체가 과일 조각처럼 초원을 나뒹굴었다.
그리고 그 뒤편에서는,
피웅!
피이이잉!
엘프들의 속사가 이어졌다.
타겟은 가축들이 아닌, 그것을 부리는 우르족 거인들.
빛처럼 쉼 없이 날아드는 공격에, 화들짝 놀란 거인들은 황급히 천을 휘두를 뿐이었다.
칼을 휘두르는 기사들과 시위를 튕기는 엘프들.
묘한 균형을 이루는 전장을 바라보며, 나는 핀드릭에게 말했다.
“슬슬 끝이 보이네요.”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리 우르족들이라 한들······. 가축을 무한정 가지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핀드릭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어딘가 이상하다는 듯 게슴츠레 뜬 눈으로 거인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상하군요. 그렇다 쳐도 가축이 너무 부족합니다. 명색이 우르족들이라고 하기엔······.”
“음······ 그렇긴 하네요.”
우르족들과는 이미 지구에서 한차례 맞붙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셋에 불과했던 거인이 지금은 열 명이 넘는데도, 정작 가축의 수는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마치 그 대부분을 어딘가에 두고 온 것처럼.
그리고 마침내······.
놈들이 천을 탈탈 털어도 개미 새끼 한 마리 나오지 않는 시점에 이르렀다.
“······.”
가축을 모두 소진해버린 우르족들.
하지만 투렌 칸은 전혀 포기한 눈치가 아니었다.
여전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으니까.
꽤 먼 거리였음에도, 놈의 진득한 음성이 또렷하게 들려왔다.
“······분하다. 분해서 미칠 것 같아. 네놈 때문에 아들을 잃었으니······ 그만큼 큰 걸 삼켜야만 분이 풀리겠지. 가령······.”
혈육의 상실을 새로운 소유로 위로하겠다는 심산.
소유욕에 혈안이 된 우르족 황제다운 발언이었다.
놈이 표적으로 삼은 대상은······.
“네놈이 건너온 지구······ 그래, 그걸 먹어 치워야겠다.”
다름 아닌 지구였다.
게이트 핵이 파괴된 탓에 지구로 넘어갈 방법이 묘연할 텐데도, 놈은 복수심으로 얼룩진 야욕을 거두지 못했다.
“반드시 지구를 쳐부술 테다. 바르나울이 있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일도 아니겠지. 상공회의소에 공식적으로 개척을 신청할 거다. 얼마나 들든 상관없어. 수수료 전액을 놈들에게 넘겨주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반드시 지구를 박살 낼 거다.”
비틀리듯 꺾여 들어가는 투렌 칸의 음성.
이에 공명하기라도 하는 듯, 바닥에 널브러진 유리상자들이 은은한 빛과 함께 파르르 진동했다.
죽은 아들을 떠올릴 때마다, 흐릿해진 우르족들의 미래를 거론할 때마다 유리상자에 담긴 흑마력은 더더욱 강하게 반응했다.
파직!
팍!
불똥처럼 튀어 오르는 흑마력.
그리고 그 주변에 파인 수십 개의 구덩이로부터
“꾸르르르······.”
앙상한 뼈만 남은 ‘하일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확히는 바르나울의 흑마력에 의해 언데드가 된 두꺼비들이.
“생전에 실컷 부려 먹어 놓고 죽어서도 재활용이라니······ 너무하잖아.”
“사나 죽으나 모두 내 소유일 뿐이다. 그저 그뿐이야.”
투렌 칸이 담담하게 덧붙였다.
가축들을 털어 넣어 개털이 된 줄 알았는데, 이런 마이너스 통장을 숨겨놓았을 줄이야.
그 모두는 흑마력 폭발에 의해 숨이 끊어져 침식된 땅에 묻힌 생물이었고, 투렌 칸의 함성에 반응해 그 죽은 몸을 일으킨 참이었다.
어딘가 단단히 비틀려 있는 그의 음성을 듣고.
덜그럭.
덜그럭!
하일라들의 뼈관절 소리가 스산하게 울려왔다.
더 이상 촉수는 없었지만, 뻣뻣한 뼈를 내밀어 바닥에 남아 있던 유리 상자를 그러모았다.
바르나울의 흑마력이 담겨 있던, 바로 그 유리 상자를.
투렌 칸이 내게 덧붙였다.
“너도 내 것이다. 내 땅으로 넘어왔으니 내 것이지. 사나 죽으나······ 내 가축이 되어 네 고향이 불타는 것을 지켜봐야 할 거다. 네 손으로 동족들을 죽이는 것도 제법 즐거운 경험이 될 테지.”
웅얼웅얼 불길한 소리를 내뱉는 우르족들의 왕.
아들을 잃었다는 상실감 때문인지, 혹은 바르나울의 흑마력에 따른 부작용 때문인지 몰라도 제정신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덜그럭.
턱.
죽은, 하지만 죽지 않은 뻥 뚫린 눈자위가 네 발로 걸어왔다.
흑마력이 담긴 유리상자를 제 품에 담은 채.
하지만······.
“쭈쭈쭈······.”
“꼴꼴꼴꼴······.”
아공간에서 쏟아져 나온 수십 개의 사슴뿔.
드루이드들은 세계수 가지를 흔들며, 그런 언데드들에게 반갑게 손짓할 뿐이었다.
“허 참······.”
기사들이 헛웃음을 쳤다.
카멜롯에서부터 아발론까지, 그들로서는 익숙한 광경일 테니.
흑마력에 의해 비틀비틀 움직이는 가축들을 보며, 나는 지구의 격언을 떠올랐다.
약은 약사에게, 병은 의사에게,
‘죽다 말았을 때에는······.’
세계수를 든 드루이드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