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46)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46화(146/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46화
조각난 초대장 (2)
146화. 조각난 초대장 (2)
“너도?”
“왜, 나는 뽑히면 안 되냐?”
대표로 뽑인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작은누나 김솔도 보란 듯이 초대장을 받은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상공회의소는 우리가 지구 대표 중 1인으로 선발되었다는 사실만 알렸을 뿐, 그들을 어떤 기준으로 뽑았는지까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차원박람회란 당최 무엇인지, 대체 어떤 기준으로 우리를 선발한 것인지, 놈들의 속내가 자못 궁금했지만······.
김솔은 별 관심이 없다는 듯, 나를 채근할 뿐이었다.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가야지.”
회의장으로 입장하기까지 시간제한이 있었다.
그 이내로 입장하지 않으면 포탈이 사라져버리는 상황.
박람회와는 별개로, 최소한 정보 수집을 위해서라도 가는 것이 맞았다.
다른 지역의 각성자들과의 접선, 어쩌면 지구의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원하면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하니까. 그 안에서라면 치고받고 싸울 일도 없고.”
원한다면 언제든 중도 하차가 가능했다.
단, 박람회 참여를 포기한다는 전제하에.
안전이 보장된 상황이니만큼,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무력 충돌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말에, 김솔이 씁쓸히 입맛을 다셨다.
“그것참 아쉽구나······ 주먹만큼 좋은 협상 수단이 없거늘······.”
애잔한 표정으로 제 주먹을 바라보는 김솔.
하지만 회의장 분위기가 어떨지는 들어가 봐야만 알 수 있었다.
상공회의소의 침략 앞에, 사실상 다 같이 아등바등 생존하는 입장이었으나······.
‘워낙에 정신 나간 놈들이 많으니······.’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람이었다.
인신공양을 일삼던 1군단장부터, 인간을 등지고 생선이 되어버린 유신각성회, 침략자를 자처하며 약을 풀어제꼈던 미국의 남부 세력들까지.
세상이 요지경이 된 마당에도, 인류를 적으로 돌린 빌런들은 차고도 넘쳤으니까.
이제 와 지구 대표들을 만난다 한들······.
‘······잘 될까?’
의기투합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골똘히 생각하고 있자니, 김솔이 나의 어깨를 턱턱 두드렸다.
“뭔 벌써 걱정하냐. 알아서 잘 뽑아놨겠지.”
“아냐, 틀렸어. 널 뽑은 것만 봐도······.”
“이 새끼가······.”
이러나저러나 입장을 결심한 상황.
나는 김솔의 으르렁 소리를 무시하며,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츠츠츠······.
어느덧 눈앞에 게이트 포탈이 드리웠고······.
우리는 망설임 없이 상공회의소가 마련한 회의 장소로 진입했다.
.
.
.
화아아아악!
공간을 가르는 세찬 바람 소리와 함께, 마침내 회의장으로 발을 들였다.
바닥에 딸린 부드러운 카펫.
발을 딛자마자, 곧장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띠링!
[일주일 뒤, 해당 회의장은 자동으로 폐쇄됩니다.] [다른 대표들과 협의하여 주어진 안건을 논의하십시오.]“오······.”
회의장은 원형으로 된, 돔 구조의 널찍한 방이었다.
까마득하게 높은 천장으로부터 기다란 조명이 매달려 있었고, 방의 중앙에는 기다란 직사각형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정갈하면서도 깨끗한 공간.
테이블, 의자, 회의장을 이루고 있는 벽면까지.
겉으로 보기엔 전형적인 회의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뭔가 달라.’
어딘가 텅 비어있는 듯한 이질감을 감출 수는 없었다.
“어디 보자, 하나, 둘, 셋······.”
회의장에는 이미 다른 지구인 대표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가만히 세어보니 김솔과 나를 포함하면 대략 10명 정도 되는 숫자.
그리고 그중에는······.
“······운양?”
“정겸 대협!”
반가운 얼굴 또한 자리하고 있었다.
우르족들의 포탈 앞을 지켜주고 있었던 운양.
초원을 지키던 그에게도 상공회의소의 초대장이 날아든 모양이었다.
척!
그와 함께 포권을 주고받았다.
“제한 시간 탓에 미처 소식을 전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두 분을 보니······ 오길 잘했다 싶네요.”
우르로 가는 게이트 포탈이 제거된 탓이다.
그로서는 먼저 내게 연락을 보내기가 쉽지 않았을 터.
참가를 고민하다가 먼저 훌쩍 이곳 회의장으로 들어와 있었던 모양이었다.
테이블 한쪽에 자리를 잡자, 운양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그렇고, 대협. 여기 참 이상한 공간이더군요.”
“······어떤 점이요?”
“이걸 보시죠.”
운양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조심스레 빼내 들었다.
그러곤 심호흡과 함께 천천히 검기를 불어넣었다.
츠츠츠······.
검 끝에 맺히는 은은한 기운.
운양이 운광검의 날을 세운 채 테이블에 힘주어 검을 밀어 넣었다.
바위도 두부처럼 잘라내는 무림인들의 검기.
하지만······.
“······뭐죠 이 테이블?”
테이블은 조금도 밀리지 않은 채, 고스란히 그 힘을 받아내고 있었다.
억지로 더 힘을 주었다간, 오히려 그의 검이 부러질 것처럼.
“테이블뿐만이 아닙니다. 확인해본 바로는······ 책상, 의자, 벽에 붙은 장신구까지 모두 이렇더군요.”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부서지지 않는 무적의 공간.
익숙한 장소들이 떠올랐다.
상공회의소의 일본 지부와 유럽 본부.
아공간에 넣기 전까지는, 두 시설 모두 절대적인 방어력을 자랑했으니까.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기 보이는 각성자 둘이 아까 시비가 붙었는데······ 각성 능력까지 사용해가며 맞붙더군요. 하지만······.”
“하지만요?”
“서로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질 못했습니다. 벽에 가로막히기라도 한 것처럼······.”
서로 맞붙어봤자 피해를 줄 수 없다는 것.
무력 충돌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운양이 의문스럽다는 듯, 내게 물었다.
“이런 기묘한 공간에······ 왜 우리를 모아놓은 걸까요? 차원박람회니 하는 행사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그걸 이제부터 확인해봐야죠······ 저 사람들이랑 같이.”
우리 세 사람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곤 뜻을 같이할지, 대립할지 알 수 없는 다른 지역의 대표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역시······.
“다들 무장 상태가 보통이 아니더군요. 확실히 선발된 인원이라 그런지······.”
과연 운양의 말대로였다.
갑옷부터 투구, 독특한 무기까지.
각성자들을 너나 할 것 없이 휘황찬란한 아이템을 두르고 있었으니까.
반면, 우리의 행색은 실로 보잘것없었다.
운양은 소박하게 도포 자락을 휘날릴 뿐이었고, 내가 입은 뱀파이어 코트는 핏줄이 듬성듬성 맺혀 있었던 탓에 빈말로도 고급스럽다 말하기는 어려웠으며, 김솔은 싸우기 편하다는 이유로 너덜너덜한 체육복 차림이었다.
그나마 김솔이 방패, 아이기스를 들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 또한 가운데 새카만 운철을 박아넣은 탓에, 결국 투박하기 짝이 없는 물건이었다.
김솔이 물었다.
“우리 너무 초라한 거 아니냐?”
“실속이 중요하지······.”
드워프들과 함께 오직 실리만을 추구해 온 결과.
대기업 팍스의 모토는 가성비와 실용성에 있었고, 그 정신은 팍스FC까지 고스란히 계승되고 있었다.
멋과 고급은 한참 뒷전으로 미뤄둔 채.
“저들도 우리와는 사정이 많이 달랐겠죠.”
저들에게 물류센터와 같은 무적의 거처가 있을 리 없었다.
생존을 위해서는 갖가지 좋은 아이템을 두를 수밖에 없었을 터.
이들이 같은 편이 될 수 있을지는 지금부터 차차 알아가야 할 것이었다.
이러나저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누가 더 옷을 잘 입었느냐가 아니었다.
“알아내야 할 게 정보가 많아요. 대체 차원박람회란 게 뭔지······ 뭘 준비하라는 건지······.”
“이야기를 나누며 알아볼 수밖에 없겠군요. 싸움이 통하는 곳도 아니니.”
“그렇죠. 어떤 기준으로 모아놓았는지만 알 수 있더라도······ 얼추 짐작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것이 이곳 회의장으로 들어온 주된 목적이었다.
지구로의 침략을 관장하는 상공회의소이니만큼, 굵직한 이벤트들이 놈들의 손가락에 달려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던 운양이 마침내 내게 말했다.
“이제 모두 모인 것 같군요.”
회의장으로 입장하는 포탈은 어느덧 사라져 있었다.
제한 시간이 경과했으니 더이상의 참가자는 없을 터.
다른 각성자들 또한 이를 의식했는지, 곁눈질로 서로를 어색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전부 해서 열 한명이라······.’
그것이 상공회의소가 선별한 지구인 대표 전부였다.
그리고 그때······.
벌떡!
화려한 어깨보호구를 걸친 금발의 미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줄곧 반대편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자였다.
“우리 서로 통성명이라도 합시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는 없잖습니까?”
아직은 이렇다 할 안내가 없었지만······ 마냥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무력 충돌이 차단되어, 오직 ‘대화’만이 가능한 장소.
때문에 금발의 미남자 또한 지체 없이 화두를 꺼낸 셈이었다.
“내 이름은 리암 파커입니다. 캐나다에서 왔고······ 불을 다루는 능력을 각성했죠. 30레벨이고요.”
아직 가본 적이 없는 지역이었다.
미 대륙은 가본 적이 있었지만, 북쪽이라고 해봤자 뉴욕 근처가 전부였으니.
사실상 이곳에 모든 다른 대표들 모두가 아직 팍스FC가 가지 못 한 미개척지의 각성자들일 공산이 컸다.
리암 파커의 소개가 끝나자, 차례로 다른 대표들이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파커처럼 출신지, 레벨, 각성 능력 따위 밝히며 각자 소개를 이어 나갔다.
“브렌든 미첼이오. 호주에서 왔고······ 신체 강화 능력을 가지고 있지. 레벨은 저 형씨처럼 30이요.”
“저는 노르웨이에서 왔어요. 이름은 미나 안데르센. 30레벨이고······ 각성능력은 빙결 계열이에요.”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었다.
캐나다, 호주, 노르웨이, 아르헨티나, 심지어는 콩고까지.
그로부터 몇 분 뒤, 운양에 이어 자신을 소개하고 돌아온 김솔이 툭툭 내 옆구리를 찔렀다.
“동생아 뭐하니, 가서 엉덩이로 이름이라도 써야지.”
“······.”
대표들은 하나같이 30레벨의 각성자들이었다.
8레벨에 불과한 나와는 어마어마한 격차.
이걸 어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지려던 찰나······.
처음 화두를 던졌던 리암 파커가 이제 알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모두 30레벨이군요! 이게 선발 조건인듯한데······ 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레벨이 높은 각성자들로 뽑은 게 아닐까요? 아르헨티나에서는 제가 제일 레벨이 높았습니다.”
“그건 아닐 거요. 우리 형님은 32레벨이신데 메시지를 못 받았거든.”
웅성대며 저마다 의견을 피력하는 각성자들.
아무래도 이 중에 8레벨 스파이가 숨어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는 듯했다.
그 사실을 아는 쪽은 더더욱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지만.
김솔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왜 너만 8레벨이야?”
모두에게 아리송한 상황.
하지만 딱 한 가지 의심쩍은 구석이 있었기에, 나는 김솔에게 물었다.
“너 혹시 지금 마석 얼마나 들고 있어?”
“남의 지갑 사정은 왜?”
갑작스런 세무조사에 질색하는 김솔이었지만, 오래지 않아 나는 김솔과 운양의 자금 보유 현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9만에 8만이라······ 제법 모으셨네요. 두 분 다.”
“못 준다······ 이놈. 이 돈이 어떤 돈인데······.”
“······안 가져.”
내가 이어 물었다.
“6위계 달성 조건이 30레벨이라고 했었지? 마석 10만 개가 비용이고.”
“그래. 그러니까 조금만 더 모으면······.”
레벨업 비용이 살인적인 나와는 달랐다.
다른 각성자들은 마석과 경험치를 통해 꾸준히 레벨을 올릴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10레벨마다 마석을 지불해 위계를 올릴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위계만큼은 올릴 때마다 그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고, 6위계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자그마치 10만 개의 마석을 모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저 사람들 다 똑같은 상황인 거야. 한창 마석을 긁어 모으고 있던 상태인 거지.”
“그래서 그게 무슨 의미인데?”
“다들 지갑이 빵빵하다는 거야.”
어쩐지 알 것 같았다.
상공회의소가 어떤 기준으로 지구의 대표를 선정했는지.
그리고 어렴풋하게나마······ ‘차원박람회’가 무슨 목적의 이벤트인지까지.
나는 두사람에게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우리가 가진 마석을 노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