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5)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5화(15/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15편
(기울어진 저울 (3))
“···뭐, 뭐야?”
내과과장 진성학은 입을 쩍 벌렸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 탓이다.
어젯밤 찾아든 김정겸 일행.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식량과 다른 각성자들을 앞세우면 충분히 구슬리고 지배하는 것이 가능할 테니까.
하지만 놈은 제안을 걷어찼다.
꾸준히 자신에게 반기를 들어온 간호사 김주연의 동생이라는 점 때문에, 그의 불안은 증폭됐다.
마음이 급해진 탓에, 얼빵해 보이는 운전수 녀석에게 세뇌를 시도했다.
약을 쓰지는 못하더라도 잠결에 세뇌에 걸린 사람은 몇 있었으니까.
결과는 반쯤 성공이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운전수에게 걸어둔 세뇌가 효과를 발휘할 찰나…
[하수인과의 연결이 끊어졌습니다.]상태창의 메시지가 비보를 알렸다.
“···누구지? 뭐야, 누가 풀린 거야?”
하수인 중 누구의 세뇌가 풀린 것인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리고, 채 10여분이 지나지 않아 두 번째 메시지를 발견했을 땐···
[하수인과의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진성학은 마지막까지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잃어버렸다.
무슨 방법을 쓴 것인지는 몰라도, 놈들이 세뇌를 풀어내고 있었다.
그때, 그는 생각했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래서였다.
대뜸 김정겸에게 추방령을 내렸던 것은.
그가 반발한다면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수긍한다면 뒤쫓아 목숨을 끊어놓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알아서 밖으로 걸어나가는 김정겸을 보며, 진성학 또한 재빨리 움직였다.
서둘러 세뇌된 각성자들을 소집해 김정겸을 뒤쫓았고···
“···저게 대체 무슨 능력이야?”
그 결과를 두 눈으로 보고 있었다.
허공에 생긴 포탈에서 세뇌된 각성자 중 한 명이었던 송현구가 튀어나왔다.
다음은 나머지 서른 명의 각성자들이었다.
그들은 백화점의 회전문을 들락거리듯 포탈을 들어갔다가 빠져나왔고, 나오는 족족 진성학을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쏘아보기 시작했다.
한편, 진성학은 떠오르는 메시지에 아예 거품을 물 지경이었다.
수차례 떠오르는 메시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는 모르지 않았다.
그때였다.
마지막으로 나온 송현구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동굴처럼 낮은 목소리를 뱉었다.
“···정겸씨가 들어오시랍니다.”
철렁.
심장이 내려앉았다.
“씨발, 내가 거길 왜 들어가!”
그야말로 마굴이다.
애써 세뇌해 두었던 각성자들이 저 문을 통과하자마자 놈의 수하가 되었다.
이제 그에게 있어 김정겸의 포탈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저 깊은 바다의 심해처럼.
그리고 그는 행동이 빠른 사람이었다.
휘릭.
몸을 돌린 그는, 병원을 향해 힘껏 내달리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약무국장이 당황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어, 어디 가십니까? 야, 야!”
진성학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
휘이익!
쿵!
송현구가 약무국장을 끌고 포탈로 들어왔다.
그 또한 각성자였지만, 초월적인 근력을 자랑하는 송현구를 뿌리칠 수는 없었다.
나는 제압된 약무국장을 뒤로하고, 잠시 포탈 밖으로 나왔다.
저 멀찍이 줄행랑을 치고 있는 진성학의 모습이 보였다.
방향을 보아하니, 병원 쪽으로 숨어들 작정인 듯했다.
“그렇겐 안 되지.”
나는 곧장 <정밀 배송> 능력을 사용했다.
시야에 그려진 붉은색 십자선.
실시간으로 놈과의 거리가 표시되었다.
[41m 19cm···] [43m 56cm…] [44m···현재 내 출하 스킬의 사정 거리는 최대, 50m.
거리를 벗어나기 전에 신속하게 스킬을 사용했다.
“출하.”
쐐애애액!
내 앞을 날아가는 건, 도끼도, 단검도 아니었다.
바로 송현구가 제압해둔 약무국장 구민철이었다.
그는 재빠른 날다람쥐처럼, 믿기 어려운 속도로 쏘아져 나갔고···
콰앙!
이내 도주하던 진성학의 등을 덮쳤다.
퍽! 타앙!
동귀어진하듯 함께 10여미터를 날아간 두 사람은, 인근 상가 유리창을 와장창 박살 내며 처박혔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싶었다.
“잘 맞았네요.”
이용수가 옆에서 사장님 나이스샷을 덧붙여주었다.
아공간 내의 사람을 <출하>로 추방할 수 있다는 걸 응용한 공격이었다.
물론, 실전에서는 쓸 일이 거의 없겠지만···
그러다 보니, 한 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출하>가 가능하다는 건··· 반대로 회수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니까.
만약 그렇다면 한 가지 테스트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뚜벅뚜벅.
송현구가 쓰러진 두 사람을 들춰 매고 돌아오고 있었다.
쿵!
둘을 떨궈 놓으며, 송현구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 와중에도 세뇌를 시도하더군요. 아주 난 놈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럼···”
나는 그에게 부탁하여, 두 사람을 다시 포탈에 던져놓도록 했다.
그러곤, <정밀 배송>으로 가까운 건물의 외벽을 조준했다.
조금 색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내 포탈은 사람을 착하게 만드는 마법의 거울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이 문을 거쳐 간 서른 명의 각성자들은 말짱한 정신을 되찾았으니까.
혹시 아는가?
이 두사람이 수십 차례 포탈을 오가며 선한 마음을 되찾게 될지?
나는 간절히 바라며, 주문을 외웠다.
“출하.”
쐐애액!
진성학과 약무국장이 빠른 속도로 바람을 갈랐고···
콰아앙!
건물 콘크리트 벽에 거칠게 부딪혔다.
그리고···
“상품 회수.”
쐐애애액!
다시금 염력처럼 포탈로 되돌아갔다.
그렇게, 포탈을 이용한 ‘인성 검사’는 몇 차례나 반복됐다.
타앙!
슈우우욱!
타앙!
슈우우우욱!
덕분에 목표 지점으로 쓰던 건물 외벽이 박살 났지만···
그건 진성학과 약무국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끝끝내 두 사람은 착해지지 않았다.
그들의 씁쓸한 말로가 비통할 따름이었다.
.
.
.
한편, 사람을 <상품 회수>로 끌어당길 수 있다는 건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젠 사람까지 상품 취급인가.”
아공간에 물류센터를 집어넣은 순간부터, 나의 모든 스킬은 피도 눈물도 없는 AI 팍스의 관점에서 설계된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차이가 없는 건 아니었다.
[단, 인간은 복사가 불가합니다.] [마석과 마찬가지로, 내부에 복제 불가능한 에너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그건 차라리 다행이었다.
나로서도 인간 클론이 된 이용수를 보고 싶지는 않았으니.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 발견의 효용성이었다.
당장 떠올려보더라도, 그 활용 방법이 무궁무진했으니까.
가장 대표적으로는···
“···도망갈 때 쓰면 되겠네?”
[그렇습니다.]큰누나와 이용수 모두 각성자이기는 하지만, 전투력만큼은 별 볼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아공간 안에서라면 몰라도, 밖에서는 언제든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하지만 <상품 회수>를 사용한다면 두 사람을 즉시 위험에서 구해주는 것은 물론, 나 또한 위기 상황을 모면할 수 있으리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사기잖아?”
[그렇습니다.]와···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싶었다.
안전한 나만의 아공간.
그곳이 한층 더 안전해졌다.
***
놀랍게도, 진성학은 ‘내기’를 하자던 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송현구가 내게 말했다.
“지금쯤 약속 장소에 식량을 꺼내뒀을 겁니다. 이미 가지고 있던 식량을 새로 얻은 것처럼 속여 가져간 게 한 두번이 아니었거든요. 다 보여주기식이었습니다.”
나는 각성자들을 따라 그들이 말하는 ‘약속 장소’에 도착했고,
툭.
통조림 박스를 떨어뜨린 영양팀장 박종현과 마주쳤다.
그의 주변에는 여전히 세뇌된 열 명가량의 각성자들이 있었지만···
“···뭐죠?”
모두들 마법의 회전문을 거치고 나니 제정신을 되찾았다.
박종현이 무릎을 꿇었다.
“그러니까··· 그게···!”
그가 지난 동안의 일을 실토했다.
왜 식량을 통제했고, 어떻게 사람들을 세뇌할 수 있었는지.
진성학과 약무국장이 나를 죽이러 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그는 허둥지둥, 진성학이 모아둔 마석의 위치까지 알려주었다.
서로 이야기가 정리된 후, 그가 내게 물었다.
“···진짜 가요?”
내가 대답했다.
“그 짓을 해놓고도 병원에서 지낼 수 있겠어요?”
그가 내 주변을 둘러싼 각성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곤 한숨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본인도 안 것이다.
그럴 수 없다는걸.
발걸음을 옮기는 그에게, 나는 물건을 하나 출하해주었다.
[오리온 초코파이 정(情) 12개입, 468g의 가격은 4,320원입니다.]마석의 위치를 알려준 값이었다.
한때 병원의 모든 식량을 주무르던 그였다.
가볍게 짝이 없는 초코파이 상자를 받아들며, 그는 황망한 표정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터덜터덜.
그러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도시 한복판으로 서서히 떠나갔다.
그는 추방자였다.
한때는 시스템의 중추에 있었던.
***
“···!”
병원 로비가 한껏 시끄러워졌다.
내기의 결과를 기다리던 병원 사람들은 내가 가지고 돌아온 방대한 양의 식량에 하나 같이 혀를 내둘렀다.
승자는 나였고, 패자인 진성학은 돌아오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진성학의 세뇌에 걸려있던 각성자들.
그들 대다수는 송현구처럼 누군가의 가족이었으니까.
“아빠!”
“···여보!”
제정신을 찾은 그들 가족과 재회하는 한편, 지금까지 진성학 패거리가 벌인 행각을 낱낱이 폭로했다.
덜컹.
한편, 나는 병원 지하 복도 끝에 놓인 작은 창고 문을 열어젖혔다.
영양팀장 박종현이 알려준 장소였다.
끼이이···
안쪽 배전함을 열자,
차르륵.
마석이 가득 담긴 주머니가 발견됐다.
팍스를 통해 셈해보니, 그 개수가 227개였다.
과천청사에서, 그리고 올라오는 길에 모은 마석의 양만 거의 400개에 육박하니, 합치면 자그마치 600개가 넘는 마석이 내 손에 들어온 셈이었다.
“···어떻게 쓰면 좋을까?”
처음 이곳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바로 이곳 강남 세브란스 병원을 넣어버리는 것.
근처로 사냥을 나서 마석 1000개를 채운다면 아예 불가능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은 자그마치 800여명의 사람들이 거하는 곳이었다.
아무리 나나 내 가족이 우선이라고 해도, 그런 병원을 날름 먹을 만큼 파렴치한 놈은 아니었다.
게다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
어딘가 다칠 일이 생기더라도, 큰누나의 치유 능력을 사용하면 될 테니까.
무리하면서까지 병원을 손에 넣기보다는, 그럴 마석으로 큰누나의 레벨업을 돕는 편이 나았다.
결국, 3레벨에 뭘 넣을지는 차차 고민하기로 했다.
아직 마석을 충분히 모으지도 못한 상황이니까.
얼추 생각을 마무리 한 나는, 다시 병원 로비로 빠져나왔다.
이용수는 타고 온 차량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고, 큰누나 또한 약무국에서 쓸만한 약을 챙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물류센터에도 구급상자 같은 게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실제 병원에서 사용하는 것보다는 질이 떨어질 테니까.
병원 로비에는 아직 한낮의 햇살이 들이치고 있었다.
지금 시각은 오후 세 시.
어젯밤에 도착했던 걸 감안하면, 그래도 하루를 완전히 넘기지는 않았다.
다음은 을지로로 향할 차례였다.
서둘러 갈 채비를 하려던 찰나,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송현구였다.
“정겸씨, 을지로로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꼭 좀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러고 보니, 그가 을지로에서 피신해 왔다는 것이 떠올랐다.
다급히 나를 찾아온 것 보니 그곳에 뭐가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실제로, 가히 놀라운 이야기였다.
“···을지로에 성벽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높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