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56)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56화(156/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56화
양육자 (3)
156화. 양육자 (3)
“게이트 핵이 각성 능력을 학습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핵심이다.”
피렌의 우두머리 천사가 덧붙였다.
이곳은 각성자들과 게이트 핵으로 가득 찬 목장.
자신의 핵을 차원 중핵으로 키워내기 위해, 모든 각성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제대로 가르치는 게 좋을 거다. 기초가 탄탄한 게이트 핵일수록······ 더더욱 훌륭한 중핵이 되는 법이니까.”
슈우우웅!
휘리릭!
쿠웅-! 쿠웅-!
각성자들이 각양각색의 스킬을 구사했다.
게이트 핵들이 비틀린 눈을 빛냈고, 정수리에 달린 입술을 오므리며 감탄했다.
“끄읏!”
“꼿!”
그렇게 수십 번의 학습이 진행되었을 즈음······.
“오······ 뭔가 달라졌는데?”
“코가 움직였어!”
서서히 곳곳에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피렌의 천사가 잘했다는 듯 손뼉을 치며 다가왔다.
“잘하고 있군. 능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때마다······ 핵들은 서서히 형태를 잡아갈 거다. 크게는 눈, 코, 입부터······ 작게는 피부 하나하나까지 정교한 형태로 조직되지. 완연한 얼굴을 이루게 되었을 때 비로소 중핵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될 거다.”
눈이고 나발이고 모든 것이 곤죽이 되어 있는 게이트 핵이었다.
꾸준한 학습이 이어지고, 그 성과가 드러날 때마다 서서히 얼굴의 형태가 잡혀간다는 것.
성과를 보인 각성자들이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그렇지! 어쩐지······ 날 닮아서 코가 아주 오뚝해졌더라고! 허허!”
“에헤이, 무슨 소리야? 여기 눈 초롱초롱한 거 안 보여?”
각성자들의 몰입이 점차 과해지고 있었다.
자신의 핵이 중핵이 된다면, 지구를 자기 세계로 만들 수 있었으니.
그리고 그중에는, 캐나다의 각성자 리암 파커도 있었다.
“아이고, 어째 잘 안되시는 모양입니다?”
“끗.”
파커가 두 팔에 게이트 핵을 안아 든 채 내게 다가왔다.
제법 성과가 있었는지, 벌써 코와 입술이 정렬을 이루고 있었다.
정작 중용한 두 눈이 각각 정수리와 턱 밑에 달려 있기는 했지만.
이러나저러나, 파커의 비아냥은 여전했다.
“자녀 교육에는 영 소질이 없으신가 보죠. 하기야, 그런 독불장군 같은 성격이시니, 뭐······.”
그의 말대로, 우리는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각성 능력을 학습시키기는커녕, 단 한 마리의 게이트 핵도 데리고 있지 못했으니까.
우습다는 듯, 파커가 배꼽을 잡았지만······.
“아, 악! 야! 머리는······!”
자녀 교육은 그에게 있어서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내, 게이트 핵이 그의 머리칼을 잡아당겼으니까.
그리고······.
“자, 잠깐! 싸우지 마! 멈춰!”
“뛰지 마! 이리 온!”
다른 각성자들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애당초 폭력성이 다분했던 게이트 핵들.
저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것은 물론, 각성자들을 할퀴고, 다리를 걸고, 침을 뱉는 등 안하무인의 태도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정작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은······.
“여기 좀 보라니까?! 까꿍? 까까꿍?”
“너! 너! 커서 뭐가 되려고······!”
“끄읏.”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는 게이트 핵들의 태도였다.
제발 공부 좀 하라며, 각성자들이 애타게 부탁했지만······.
“깔깔깔!”
원시인 같은 웃음을 뱉으며, 게이트 핵들은 초원을 내달릴 뿐이었다.
공부를 시켜야 하는 각성자들, 그리고 공부가 싫은 어린 핵들.
어쩐지 퍽 익숙하게만 느껴지는 이 촌극을 뒤로한 채······.
“······갑시다.”
우리는 천천히 목장을 빠져나왔다.
***
“끄읏?”
이곳은 아공간의 텅 빈 섹터.
목장을 빠져나오자마자, 레텔에서 게이트 핵을 데려온 터였다.
환경의 차이일까?
기억하던 대로, 녀석은 우리를 피하지 않았다.
목장에 있던 핵들에 비해 훨씬 더 온순한 성정.
내 각성 능력을 학습시키기에 이보다 더 제격인 녀석은 없었다.
“자, 봐봐······.”
“끗?”
지이잉.
녀석의 눈앞에서 포탈을 열었다.
다양한 도시로 이어지는 십수 개의 포탈이었는데, 녀석 또한 흥미가 생겼는지 그 안팍을 부지런히 오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옳지, 옳지.”
확실한 성과가 나타났다.
녀석의 얼굴 반죽이 서서히 균형을 맞춰가고 있었으니까.
아직 제대로 된 얼굴이 되기까지 아직은 갈 길이 멀었지만, 포탈을 통과할 때마다 성장치가 쌓인다는 사실만큼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대로 가자.”
지잉! 지잉!
포탈을 차례로 열어두었다.
쭉 걷기만 해도 수십 개의 섹터를 줄줄이 지날 수 있는, 성장의 로열 로드.
그렇게 몇 개의 섹터를 지나쳤을 즈음······.
“끗.”
게이트 핵이 우뚝 제자리에 멈추어 섰다.
“······벌써?”
“끗.”
똑같은 문제였다.
공부를 싫어하는 핵들, 그건 녀석 또한 예외는 아니었으니.
녀석은 이제는 흥미를 잃어버렸다는 듯 자리에 걸터앉아, 뒤통수에 달린 코를 후비적거릴 뿐이었다.
사실 어디가 앞 통수인지 뒤통수인지조차 알아볼 수 없었지만.
출하 스킬을 이용해 강제로 포탈을 넘게도 해봤지만······.
“끄읏! 끄으으으으읏! 끄흐으으으으윽!”
“그렇게 싫냐······.”
게거품을 물으며 학을 떼는 통에, 더는 지속할 수 없었다.
천사들의 말대로였다.
때리는 것은 물론, 혼내서도 안 된다던 조언.
강제 수업이 역효과를 일으킨 것인지, 녀석의 얼굴은 한층 더 심각하게 뒤엉켜 있었다.
“아오······.”
“정말 쉽지 않군요······.”
우리 모두 지쳐가고 있었다.
김솔이 부들부들 주먹을 떨고, 운양이 운기조식을 하고, 이용수가 딸 유정이의 사진을 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을 즈음······.
“끄흣!”
“음?”
게이트 핵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곤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는 듯이, 비스듬하게 세워진 철제 구조물 위로 껑충껑충 뛰어 올라갔다.
그 정체는······.
“시시포스······?”
유럽 본부로부터 빼앗았던 시시포스였다.
파리에서 바르나울과 맞붙었을 당시 손에 넣었던 시설.
악랄하기 짝이 없던 영혼 탈곡기가 바로 우리 눈앞에 놓여 있었다.
별도로 떼어 섹터에 넣어둔 시설이다.
게이트 핵을 따라 포탈을 넘나들다 보니 들어오게 된 참이었는데, 공교롭게도 핵이 시시포스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어쩌면······.”
그동안 사실상 방치되어 있었던 고물.
기회가 닿은 만큼, 그 쓸모에 대해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써먹을 수도 있겠는데?”
게이트 핵 성장의 핵심은 경험과 반복.
마침 시시포스는 그러한 경험을 쳇바퀴처럼 반복시켜줄 수 있었다.
비록 그것이 끔찍한 악몽인 탓에, 육신과 몸이 분리되어 버린다는 문제가 있지만······.
그 최종 과정만 빼버릴 수 있다면, 게이트 핵을 교육하기 위한 최고의 교보재가 될 수 있을 터였다.
“끄읏.”
자신의 운명은 까맣게 모른 채, 시시포스를 맴돌고 있는 게이트 핵.
어쩌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혼신을 다해 구몬 학습지를 풀고 나온 어린아이를 고스란히 다시 책상에 앉히는 일이.
관건은 시시포스의 작동을 얼마나 잘 통제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었고······.
“······란슬롯.”
내 아공간에는 기사들이 있었다.
시시포스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녀석들이.
.
.
.
“괜찮겠어?”
“물론입니다. 모두 다 지난 일이기도 하고요.”
시시포스는 오랜 시간 기사들을 괴롭혔던 일종의 고문 도구였다.
그들이 육과 혼을 분리하고, 혼을 카멜롯이라는 아이템에 귀속시켰던 저주 시설.
내심 꺼려지는 것이 당연할 텐데도, 기사들은 흔쾌히 나를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시시포스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형태였다.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을 뿐, 굉장히 간단하게 생긴 구조였지만······ 정작 널따란 원통 내부는 흑마법사들이 짜놓은 복잡한 미로로 이루어져 있었다.
란슬롯이 말을 이었다.
“의식을 흔들기 위한 함정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멀쩡히 있던 아서가 녹아버린다든지······ 아서가 있는 방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든지······ 하는 식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줬었죠. 그리곤 줄곧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식입니다. 마지막에서는 결국 혼이 분리되는 것으로 끝이 나고요.”
의식을 분쇄하기 위한, 흑마법사들의 흉악한 설계였다.
체벌은커녕, 혼내는 것조차 불가능한 게이트 핵.
녀석이 감당할 수 있을 만한 고통이 아니었지만······.
“위치는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워낙 많이 헤맸던 탓에······.”
카멜롯의 기사들은 시시포스의 미로를 완전히 꿰뚫고 있었다.
오랜 시간 같은 기억을 헤집었던 그들이었으니.
후욱!
후욱!
망령이 된 기사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곤 내부를 통과하며, 시시포스의 함정이 숨겨진 구간을 내게 표시해주었다.
“그럼······.”
남은 일은 간단했다.
길이 함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아공간 포탈을 하나씩 설치해주는 것.
그렇게, 게이트 핵을 시시포스의 투입구에 데려다 놓는 것으로······.
“끄읏?!”
모든 준비가 끝났다.
남은 것은 그 성과를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
.
.
“끄으으흣!?”
애처로운 비명을 뱉으며, 게이트 핵이 투입구로 빨려 들어갔다.
모드레드의 망령이 곧장 따라붙었고, 덕분에 시시포스에 투입된 게이트 핵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왼쪽······ 거기서 오른쪽으로 갔다가, 원래는 쭉 내려가야 하지만······.”
슈우우욱!
설치된 포탈을 타고, 다른 안전 구역으로 넘어갔다.
함정이 배제된 채, 시시포스가 제공하는 달콤한 환상만이 남아 있는 장소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게이트 핵의 행복한 비명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재밌게 타라.”
꿈을 꾸게 만드는 시설, 시시포스.
어쩌면 우리는 게이트 핵의 꿈을 조작하는 것이기도 했다.
곳곳에 설치된 함정은 꿈 전체를 악몽으로 뒤바꿔버릴 만한 잠재적인 위험이었지만······.
곳곳에 깔아둔 포탈이 게이트 핵을 달달하고 행복한 경로로만 이끌고 있었다.
케이, 갤러헤드, 헥터, 그웨인을 지났다.
시시포스의 둥근 길목을 두 번 정주한 뒤에, 마침내 미로의 끝에 다다랐을 즈음······.
슈우우우욱!
게이트 핵은 처음 시작점으로 되돌아갔다.
“끄읏!”
녀석이 흥겨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시시포스의 또 다른 특징은 시간 감각이 사라진다는 것.
반복 학습을 지겨워하던 게이트 핵이지만, 지금은 그것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테니까.
그저 멍하니 꿈에 취한 채, 설치된 포탈을 넘나들 뿐이었다.
그렇게 수십 번, 수백 번 같은 코스를 반복했을 즈음······.
“어디 보자······.”
이제 슬슬 성과가 나타날 시점이었다.
경과를 보기 위해, 포탈의 출입을 막아 녀석을 멈춰 세웠다.
오래지 않아 시시포스의 투입구로부터 반듯한 이마가 처음으로 나타났고······.
“그렇지.”
나란히 양쪽으로 박힌 두 눈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어떤 게이트 핵과도 비교할 수 없는 좌우 대칭의 또렷한 눈.
정확히 그 사이로 반듯한 코가 우뚝 솟아 있었으며, 코 아래로는······.
“그래, 그 자신감이야.”
살짝 한쪽으로 비뚤어진 입술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로 오만한 미소였다.
‘아 오늘 공부 열심히 했다. 이제 공부하면서 쉬어볼까?’라고 말할 것만 같은 광기 어린 미소.
“끗끗.”
미친 엘리트 핵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