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58)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58화(158/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58화
폭발 (1)
158화. 폭발 (1)
얇게 떨어지는 폭포.
그 주변으로 풍성한 수풀이 피어 있었다.
이곳은 목장 아래로 비스듬히 이어지는 천공섬 구역 중 하나였는데, 내부 시설로 이어지는 기나긴 복도가 바로 이 폭포 너머에 있었다.
바깥 경관과는 대조적으로, 철저히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통로.
게이트 핵 목장에서 빠져나온 두 명의 천사가 통로를 거닐고 있었다.
이곳 천공섬의 수장, 아드리엘이 나란히 걷고 있던 부하에게 물었다.
“아무것도 못 찾았다고?”
“예, 건물에는 아무것도······ 이면 공간의 흔적 자체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들은 토턴 인베스트먼트를 찾고 있었다.
차원박람회에서 상공회의소를 제대로 골탕 먹인 작은 투자사.
하지만 지구로 진입하자마자 런던을 샅샅이 뒤졌음에도, 사소한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미치겠군. 거래 내역을 뒤질 수도 없고······.”
모든 투자 거래는 기록에 반영된다.
하지만 상공회의소라고 한들, 투자사의 내부정보인 거래 내역까지 뒤져볼 수는 없었다.
투자는 철저한 자유의 영역이었고, 상공회의소는 자유로운 이익 추구를 숭상하는 집단이었으니.
다만······.
“지구인들의 차원 계좌를 예의주시해. 특히······ 박람회에 참여했던 11명을 중심으로.”
사업체가 아닌 개인의 거래 내역만큼은 확인할 수 있었다.
토턴 인베스트먼트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장소는 다름 아닌 지구의 런던.
아이템 경매에 참여했던 11명의 지구인이 일차적인 용의선상에 올라 있었다.
아드리엘이 덧붙였다.
“기다리다 보면 토턴과 거래를 주고받는 녀석이 분명 생길 거야. 애써 벌어들인 돈을 그저 썩혀두기만 할 리가 없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달해두지요. 한데······. ”
고개를 끄덕거린 부하가 이번엔 역으로 말을 꺼냈다.
“오 상위 차원인 우리가 지구를 위탁 운영하는 겁니까? 이제 막 중위권에 들어온 놈들인데······ 역시 토턴 인베스트먼트 때문입니까?”
“뭐 그것도 있겠지.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야. 놈들을 수색하는 일쯤이야, 우리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
잠시 뜸을 들이던 아드리엘이 이내 덧붙였다.
“상공회의소는 지구를 전무후무한 군수공장으로 만들 생각이야. 그쯤 되면 어지간한 중위 차원들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워지겠지.”
부하의 얼굴에 이채가 떠올랐다.
상공회의소가 군수공장을 짓는다니, 다차원이 들썩일 만한 충격적인 소식이었으니까.
잠시 입을 벌리고 있던 부하가 곧 정신을 다시 붙잡은 뒤 물었다.
“그러면······ 왜 하필 지구입니까? 우주에 깔린 게 중위계 차원일 텐데요. 공장을 세울 땅덩어리쯤이야 얼마든지······.”
“그야, 바르나울의 요청이었으니까.”
“바르나울······? 흑마법사들이 관여하는 겁니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공회의소가 직접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다차원 간의 개척과 거래를 매개하는 중개 집단이었으니.
정리하자면 이들 피렌까지 총 세 개의 세력이 이 프로젝트에 연루되어 있었다.
“바르나울이야 애초에 대외적으로 드러나면 안 되는 놈들이고······ 상공회의소도 특정 차원의 편을 들어준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곤란할 테니까. 우리 피렌이 얼굴 마담을 맡은 거다. 외부적으로는 대충 그런 이미지가 되겠지. ‘피렌이 상위차원으로서, 급부상하는 신생 차원을 계도한다’는 식의 이미지 말이야.”
지구의 이례적인 중위 차원 등극.
지체 없이 설치된 천공섬, 차원 본부까지.
부하는 이제야 그림이 그려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차원 중핵의 설치를 서두른 것도······ 그 때문입니까?”
이 또한 일사천리였다.
천공섬이 들어서자마자 지구의 각성자들을 소집했고, 즉시 게이트 핵들을 양육하게 했으니까.
심지어 핵들의 성장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랐기에, 그로서도 어딘가 이상한 점을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지구의 게이트 핵은 조만간 차원 중핵이 된다.
차원 전체에 끼치는 그 방대한 영향력을 떠올리던 중······ 이번에는 아드리엘이 부하에게 질문했다.
“흑마법사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역시 시체 아니겠습니까?”
“그보다도 더 좋은 건?”
“······원한에 사무쳐 죽은 시체겠죠.”
아드리엘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대답이 아주 정확했다는 듯이.
“목장에 있는 게이트 핵들에게는 바르나울이 제공한 사념들이 짙게 심어져 있다. 하나같이 폭력성, 증오심, 불안감, 피해망상 같은 악감정들이지. 뭔가 느끼지 못했나?”
“확실히······ 유난히 난폭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습니다. 일반적인 게이트 핵들에 비해서요.”
“그 난폭함은 점점 더 커질 거야. 차원 중핵으로서 성장하면서 말이지.”
그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러곤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손가락을 빙빙 돌렸다.
티 없이 맑은 얼굴의 천사가, 광기를 묘사하고 있었다.
“지구의 차원 중핵이 완성되는 순간······ 지구인들의 정신은 빠르게 오염될 거다. 지금은 그런 줄도 모르고 게이트 핵에게 열심히 마석을 먹이고 있지. 그게 저들의 목을 조르는 것인 줄은 꿈에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정신이 오염된 차원이라······ 바르나울에게는 잔칫상이겠군요.”
감탄하듯 헤 입을 벌리던 부하.
그가 잠시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처음의 주제로 돌아왔다.
“한데······ 군수공장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해서 무슨 무기를 만들겠다는 건지······ 그런 시체들을 모아 언데드를 만들겠다는 건가요?”
“흑마법에 있어 네크로맨싱만이 능사는 아니지. 애당초 죽은 자를 되살릴 만한 사념이라면 그 자체로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야.”
“그 말씀은······.”
아드리엘은 두 손가락을 들어 양쪽으로 자유로운 선을 그렸다.
마치 꽃을 찾아다니는 나비의 움직임처럼, 예측할 수 없는 동선을.
“사념(邪念)은 저마다 자유로운 경로를 가지고 있지. 애초에 왜곡된 생각, 그런 뜻이니까. 그런데 만약······.”
이번에는 양 손바닥을 넓게 펼쳤다.
그러고는 조금 전, 선을 그렸던 위치를 향해 천천히 좁혀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사이에 들어있던 대기를 압박하듯이.
“그런 사념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붙잡아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 심지어 아예 짓눌러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아드리엘은 온 힘을 다해, 두 손바닥을 맞눌렀다.
그의 손아귀 속에서 까드득 소리와 함께 공기가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내······.
“콰앙!”
아드리엘은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양손을 과장되게 튕겨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지. 그러면 폭발해버려. 꽈앙하고.”
가공할 만한 위력의 폭발.
그것이 상공회의소가 바라는 군수공장의 ‘사업 아이템’이었다.
실제로 무기를 제작하고 운용하는 것은 바르나울과 피렌이 되겠지만, 상공회의소는 은근한 지원을 통해 그들을 지원하고 있었으니.
이들은 지구인들을 그 자원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차원중핵이 완성된다면, 지구인들은 온통 끔찍한 정신 오염으로 시달리게 될 테고, 그들의 사념은 양질의 폭약이 되어줄 테니까.
“이 폭발은 정말 중요해. 바르나울에게 점점 더 많은 시체를 안겨주게 될 테니.”
그것이 바르나울이 만들고 있는 무기였다.
***
하하! 호호!
화기애애한 각성자들의 웃음을 뒤로 하고······.
“끗.”
줄기에 데롱 매달린 게이트 핵과 은근한 미소를 주고받은 뒤, 우리는 목장은 빠져나왔다.
이제 남은 일은 녀석이 차원 중핵으로 성장하기까지를 기다리는 것.
“오래 걸릴 일은 아니라고 했으니······.”
게이트 핵을 키워내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하루에 불과했다.
지금 같은 추이라면 기껏해야 며칠 내로 차원 중핵으로 부화할 터.
그때를 기점으로, 지구 곳곳에 내 아공간 포탈이 펼쳐질 것이었다.
“그래봤자 알갱이 크기밖에는 안 되지만······.”
아직은 사람은커녕, 쥐새끼 한 마리 지날 수 없는 크기다.
중핵이 성장한다면 크기야 점점 커지기는 하겠지만, 작은 포탈들의 쓸모에 대해서도 좀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아공간으로 들어왔을 즈음······.
띠링!
해리스로부터 연락이 도착했다.
그와는 이런저런 정보를 교환하기로 약속했던 터였다.
해리스는 흑마법사들의 차원, 마르케스에 관해, 나는 토턴 인베스트먼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기로 했던 터.
인심 좋게도 해리스는 먼저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보내준 참이었다.
“어디······.”
해리스의 기자 신분을 이용한 연락 방법이었다.
다차원 언론, 에코스는 각성 시스템에 작달막한 기삿거리를 전송할 수 있었으니.
해리스는 호기롭게도 나, 단 한 사람만을 위해 기사를 써준 셈이었다.
나는 각성 시스템에 떠오른 해리스의 메시지를 천천히 읽어내렸다.
-마르케스가 바르나울과의 전쟁으로 멸망했다는 건 두루 알려진 사실입니다. 두 차원 모두 흑마법을 사용하는 앙숙이었으니까요. 어느 한쪽이 이겼다고 보기엔, 양쪽 모두 피해가 극심했습니다만······ 그래도 대개는 바르나울이 승리했다고 보는 편입니다. 마르케스는 아예 멸망해버렸으니까요. 바르나울의 식민지가 된 것이 아니라, 아예 말 그대로 사라져버렸습니다. 정말이지 유례없는 폭발이었다고 하더군요.
흑마법을 사용하는 두 차원 간의 전쟁.
놀랍게도, 내게 투자를 제안한 마르케스는 완전히 멸절한 차원이었다.
심지어는······.
-이번에 조사하며 알게 된 건데······ 당시 배후에 상공회의소가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마르케스가 꾸준히 상공회의소의 정책에 엇박자를 놓았었거든요.
바르나울은 물론, 상공회의소까지 적으로 돌리고 있었다.
고향을 송두리째 잃어버릴 때까지.
차마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나는 다음 내용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메시지를 끝맺으며, 해리스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바르나울이 지구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노리고 있다라······.”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고작 하위 차원인 우리에게 짓밟혔던 굴욕감.
되찾고 싶은 카멜롯 성.
특히······.
“······아발론.”
병마용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구에 아발론이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흑마법사들은 자폭을 감행했다.
자신의 흑마력을 모조리 뽑아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고, 병마용을 감싸고 있던 아발론 도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과거, 바르나울의 공격이 마르케스를 소멸시켰다고 한 것처럼.
지잉······.
우르로 향하는 포탈을 열었다.
포탈 앞에는 은은한 보랏빛을 머금은 유리 상자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충격을 가하면 폭발하는, 흑마법사들의 물건.
병마용에서 봤던 것에 비하면 크기도 위력도 보잘것없지만, 바르나울이 부단히 뭔가를 시도하고 있다는 인상만큼은 지울 수가 없었다.
“폭격이라······.”
아마도 그런 형태로 공격이 들어올 것 같았다.
가장 좋은 것은 역으로 선수를 치는 것이겠지만, 해적 차원인 탓에 바르나울에게는 이렇다 할 근거지가 없었다.
어떻게 놈들을 잡아내야 할 지 막막할 따름이었지만······.
“······한 번 연락해볼까?”
마르케스, 놈들이 떠올랐다.
바르나울은 물론, 상공회의소와도 척을 진 흑마법사들.
마찬가지로 유랑하는 입장이니만큼, 바르나울을 타격할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녀석들은 이미 한차례 내게 접근한 터였다.
박람회에서 내게 쥐여준 마석 1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으니.
“그럼······.”
이 째째한 놈들과 접촉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