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59)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59화(159/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59화
폭발 (2)
159화. 폭발 (2)
바르나울을 선제 타격해야겠다는 결심을 품은 지금.
불현듯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건 그렇고······ 아발론에 대체 뭐가 있었던 걸까?”
목숨까지 바쳐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던 바르나울의 흑마법사들.
어마어마했던 당시의 위력이 지금도 저릿한 감각으로 남아있었다.
그들의 소원대로 아발론은 지구상에서 사라졌지만······.
“으쌰!”
“빠샤아!”
다행히, 그곳의 주민들은 살아남았다.
아발론 사람들의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은 아공간에 설치된 몬스터 부산물 도축 작업장.
작업자들의 일사불란한 손길에 따라, 깔끔하게 도축된 부산물이 아공간의 각 섹터로 던져졌다.
“거기 좀 걸려?”
“금방 끝납니다! 15초만요!”
오늘도 모두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몬스터 웨이브를 치른 지 시간이 꽤 지난 시점이었음에도, 작업량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세계 각지에 쌓여 있는 괴물들의 사체.
그 수가 워낙 많았던 탓에, 아발론의 해체 작업은 쉴 새 없이 이어져 오고 있었으니까.
슥! 슥!
카가각!
싹뚝!
아발론 사람들의 얇고 긴 칼이 춤추듯 움직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보람찬 산업 현장이었지만······.
“에휴우······.”
“······?”
그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애잔한 표정으로 포탈에 도축된 부산물을 던져넣고 있었기에, 나는 성큼 다가가 물었다.
일전에 엘븐하임 밭에서 볼일을 보았던 바로 그 청년이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잘들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왜······.”
“그게 말이죠. 이게 손에 익어버려서······.”
바로 누운 괴물의 사체 위로, 아발론 청년은 칼을 슉슉 움직였다.
언뜻 보기엔 허공에 대고 칼을 긋는 모양새였지만······.
“뭐 하는 겁니까?”
“죽은 괴물들의 사념을 도려내는 겁니다.”
“사념을요?”
생각보다 심상치 않은 과정이었다.
“원래라면 이걸 도려내서 전용 용기에 담아내는 게 마지막 공정인데······ 그 용기가 없어서요. 80년 동안 습관이 되다 보니, 볼일 보고 물 안 내린 것 같은, 싸고 안 닦은 것 같은 묘한 이질감이······.”
“저런······.”
아발론 사람들의 체취 능력은 사실, 뼛속 깊이 배어든 본능에 가까웠다.
바르나울을 위해, 지난 80년간 쉬지 않고 노역을 해왔을 테니까.
죽은 자의 ‘사념’마저 부산물이 될 수 있을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지만.
사념을 담아두는 흑마법사들의 전용 용기.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나는 우르로 향하는 포탈을 열었다.
“그 용기라는 게······ 설마 저겁니까?”
“아, 그렇죠! 딱 저런 게 있어야 합니다!”
청년의 얼굴이 화색을 띠었다.
포탈 너머로 보이는 초원에는 곳곳에 유리 상자들이 널브러져 있었으니.
바르나울의 흑마법사들이 우르에 남겨놓은 폭발물이었다.
그러니 결국······.
“사념이라······.”
유리 상자에 갇힌 보랏빛 기운.
그것이 사념이자, 폭약의 정체였다.
병마용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던 것처럼.
.
.
.
“그럼 이제······.”
신출귀몰하기 짝이 없는, 흑마법사들의 차원 바르나울.
놈들을 잡아내기 위해 내가 선택한 전략은, 다름 아닌 또 다른 흑마법사들의 차원인 마르케스에 접근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 또한 막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껏 직접 대면해 본적조차 없는 생소한 세력.
연락할 만한 수단이 있을 리 만무했지만······.
“메시지를 받았으니······ 이제 답장을 해줘야겠지.”
나는 마르케스의 투자 제안을 보류해둔 상태였다.
여전히 내게 머물러 있는 투자 제안 메시지.
각성 시스템이 띠링 소리를 울렸고······.
“수락해.”
나는 마르케스의 동전을 받아들였다.
위험한 것 없는, 안전한 거래였다.
고작 마석 1개에 불과한 투자 제안.
설령 강제로 회수된다 한들, 내게는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을 테니.
[‘마르케스’의 투자금이 입금되었습니다.]그렇게, 투자를 수락하자마자······.
띠링!
[‘마르케스’에서 아이템 투자를 제안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재차 새로운 선물이 날아들었다.
“······음?”
잠시 고민이 됐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투자가 두려운 점은 그것이 언제든 회수될 수 있다는 것.
마석 하나와 마찬가지로, 돌려줄 수만 있다면 문제 될 건 없을 테니까.
다만 혹시나 하는 상황을 대비해 방패 삼아 포탈을 열어두었고, 그 앞으로 마르케스가 보낸 아이템을 수령했다.
그렇게 도착한 것은······.
-짤그랑!
쇠로 만든 ‘ㄱ’자 모양의 수맥 탐지기 한 쌍.
그리고 각성 시스템을 이용한 아이템 설명이었다.
띠링!
—
[흑마력 탐지기]등급: [에픽]
설명: [일정 거리 내에 존재하는 흑마력을 탐지할 수 있습니다.]
속성: [없음]
—
간명하기 짝이 없는 아이템 설명이었다.
같잖은 L 로드 두 개로 흑마력을 탐지해낼 수 있다는 것.
그 기능이야 대놓고 설명에 적혀 있으니 어쩔 수 없다지만······.
“뭐야 이게.”
궁금한 것은 왜 이걸 내게 전해줬는가의 문제였다.
여기에는 마르케스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숨겨져 있을 테니까.
어쩌면······.
“······설마?”
해리스가 전해준 소문이 떠올랐다.
바르나울이 지구를 노리고 있다던 흉흉한 소문.
분명, 마르케스 또한 그 소문을 모르지 않을 테니까.
어쩌면······.
내가 직접 바르나울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 ‘흑마법 탐지기’를 제공해준 것일지도 몰랐다.
“이야기가 빨라서 좋네.”
나로서도 바라던 바였다.
바르나울을 선제 타격하는 것.
바로 그것을 위해 마르케스의 투자를 받아들이지 않았던가?
지잉!
지잉!
나는 곧장 아공간으로 들어섰다.
그러곤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수십 개의 포탈을 늘어놓았다.
각각 모두 세계 각국으로 이어지는 아공간 포탈이었기에······.
“어디······.”
나는 양손으로 탐지봉을 든 채, 포탈을 하나씩 지나쳤다.
서울, 부산, 베이징, 일본, 엘븐하임, 파리, 그리고 마침내······.
“······런던.”
찌이이잉!
정체 모를 진동과 함꼐, 탐지봉이 런던을 가리켰다.
천공섬, 즉 상공회의소의 차원 본부가 있는 그 도시에.
행선지가 결정된 참이었다.
.
.
.
휘이이이이익!
차디찬 하늘바람이 온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미쉐린처럼 전신 패딩을 걸친 상태였음에도, 워낙 속도가 빠른 탓에 한기가 겉옷을 뚫고 들어왔다.
그렇게 나를 전속력으로 이끌어주고 있는 것은······.
“꾸.”
우르 차원에서 데려온 방랑의 매였다.
목장에서도 게이트 핵을 뒤바꾸는 등 활용해주었던 충성스러운 매.
녀석이 내 어깨를 단단히 붙잡은 채, 런던의 하늘을 누비고 있었다.
“천공섬 근처에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여전히 수맥 탐지봉, 즉 ‘흑마력 탐지기’를 들고 있었다.
그러곤 매가 탐지기의 신호에 따라, 매에게 방향을 지시하며 본격적인 ‘바르나울 탐색’에 나섰다.
예상과는 달리, 천공섬 근처에서는 아무런 신호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북서쪽을 가리키며, 탐지봉은 찌르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대체 뭐가 있다는 거야?”
“꾸.”
하필이면 쾌청한 하늘이었다.
탐지봉 끝이 자꾸만 위로 솟구치는 탓에 고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곳에는 흑마법은 커녕 푸르고 텅 빈 하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차츰 ‘흑마법 탐지기’의 성능이 의심되려던 찰나······.
화아아아악!
“······?”
“꾸?”
정체 모를 얇은 막이 우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자, 텅 비어있던 하늘에서······.
“이건······?”
정체 모를 거대한 비행선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행선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딘가에 정박하여 있기라도 한 듯, 제자리에 가만히 떠올라 있었으니.
시간도, 공간도 멈춘 듯한 백색의 고요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라곤 맹금류 한 마리와 패딩을 입고 수맥봉을 든 인간 하나뿐이었다.
펄럭.
매는 나를 비행선 입구로 데려다주었다.
거대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지키는 사람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애당초 이곳은 특수한 왜곡에 의해 숨겨진 장소였으니.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탐지봉은 팽글팽글 회전하며 이곳이 흑마력의 근원지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어디 한번 보자고.”
입고 있던 패딩과 방랑의 매를 아공간으로 집어넣었다.
그러곤 방패 삼아 포탈을 치켜든 채, 천천히 비행선으로 들어가는 계단을 밟아 올라갔다.
터엉.
텅.
철제 계단을 울리며 들어선 비행선 입구.
훤히 열린 문 너머로 거대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고······.
“무슨······.”
내부를 가득 메운 채, 장대처럼 솟아오른 선반들.
그리고,
“이게 다 몇 개야······?”
그 안을 채운, 셀 수 없이 많은 양의 유리 상자들을 발견했다.
폭발력을 감안한다면, 지구 전체를 작살내고도 남을 만한 양.
하지만 텅 빈 용기 속에는 보랏빛 사념은 온데간데없이, 오르골 재생 장치가 외롭게 장착되어 있을 뿐이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잘 찾아왔구나.”
이것이 바르나울의 비행선이라는 것.
그리고 추측하기로는······.
“이 새끼들이 또······.”
다름 아닌 지구인들의 영혼을 모아, 이 폭탄들을 완성할 계획이라는 것까지.
그게 아니라면 구태여 지구의 하늘에 이 거대한 비행선을 숨겨놓을 이유가 없을 테니까.
“······용하네.”
탐지봉을 접어 넣었다.
나를 이곳까지 안내해준, 이 마르케스의 아이템이 대견할 따름이었다.
***
“그게 정말입니까?”
에코스의 문화부 기자, 해리스.
그가 건물 안으로 헐레벌떡 걸어 들어왔다.
그런 그를 맞이한 것은 검은 후드를 쓴, 마르케스의 흑마법사, 아우렐이었다.
“그렇습니다. 투자를 수락했고······ 초대장을 받아 이곳으로 오고 있어요.”
“잘 됐군요. 안 그래도 소식을 전해준 참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바르나울의 동태도 심상치가 않아서요.”
“매번 수고가 많으십니다. 해리스 씨.”
기자 해리스와, 마르케스의 흑마법사 아우렐.
사실 그들은 뒷세계의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하는 사이였다.
서로의 안전을 위해 정겸에게는 미처 말해주지 못했지만······.
정겸이 마르케스의 투자를 받아 이쪽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소식에, 서둘러 지구로 넘어온 참이었다.
휘이이이!
공간을 단번에 휩쓸고 지나가는 세찬 바람.
이곳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터널이었으나, 흑마법에 의해 가려진 일종의 이면(裏面) 공간이었다.
해리스가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흑마법사들의 이면 공간을 찾아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이를 위해, 마르케스 또한 정겸에게 ‘흑마력 탐지기’를 실어 보낸 참이었다.
“찾아올 수 있겠죠······?”
“그럴 겁니다. 해리스 씨의 말대로라면요.”
해리스를 통해, 정겸의 능력을 파악하고 있는 아우렐이었다.
포탈을 사용해 다양한 장소를 넘나들 수 있는 아공간 능력.
그것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마르케스의 이면 공간을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도 그가 서둘러 도착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바르나울의 폭격선을 찾아야 해요.”
바르나울의 이면 공간 또한 발견할 수 있을 터였다.
놈들이 지구의 이면 공간에 폭격선을 숨겨두었다는 첩보.
하지만 2주를 넘게 뒤졌음에도, 마르케스는 바르나울의 이면 공간을 찾을 수 없었다.
“그가······ 그가 바르나울의 폭격선을 찾아줘야 합니다.”
정겸의 포탈만 있다면, 지구 곳곳에 탐색조를 파견할 수 있을 것이다.
폭격선을 찾기 위한, 명백히 가장 빠른 방법.
바르나울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마르케스의 흑마법사들 모두가 애타게 정겸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많이······ 늦으시네······?”
아무리 기다려도, 정겸은 오지 않았다.
그에게 쥐여준 ‘흑마력 탐지기’가 마르케스를 향하고 있음이 분명할 텐데도.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해리스와 아우렐, 그리고 마르케스의 흑마법사들 모두가 어리둥절하고 있을 즈음······.
“이,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하늘을 경계하고 있던 흑마법사 하나가, 수정 구슬을 들고 황급히 들어왔다.
구슬에는 오늘따라 유난히 청명한 런던의 하늘이 담겨 있었다.
수정 구슬의 매끈한 표면을 통해, 해리스와 아우렐은 마침내 볼 수 있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바르나울의 폭격선.
“이게 대체······?”
그 폭격선의 잔해가 가루가 되어, 우수수 땅으로 쏟아지는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