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6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60화(160/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60화
폭발 (3)
160화. 폭발 (3)
“폭격선의 잔해가 분명합니다······! 가봐야 해요!”
마르케스의 흑마법사, 아우렐이 로브를 펄럭이며 움직였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바르나울의 폭격선.
그 단서가 눈앞에 나타난 참이었으니.
해리스가 물었다.
“······그럼 정겸 님은요?”
“일단은 움직입시다! 나중에 다시 만나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우우우우웅!
아우렐과 해리스, 그리고 십수 명의 흑마법사들이 마르케스의 비행선에 몸을 실었다.
이면 공간에 숨어있던 비행선이 하늘을 비집고 나왔고, 그대로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비행했다.
천공섬의 시선을 피해, 폭격선의 자재가 떨어진 런던의 상공에 접어들었을 즈음······.
“찾았습니다!”
조타수를 맡고 있던 흑마법사가 외쳤다.
아니나 다를까, 비행선의 선수에 달린 탐지기가 파르르 진동하고 있었다.
힘껏 날아든 비행선이 바르나울의 이면공간을 찢고 들어갔고······.
“아아······!”
반파된 바르나울의 폭격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옆으로는 사다리 모양의 부두가 떠 있었고, 부두에 매달린 채 두둥실 떠오른 폭격선은 파괴된 몸체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콰아아앙!
콰과과과광!
굉음과 함께, 실시간으로 포격선의 잔해가 우수수 땅으로 떨어졌다.
검은 폭연만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기에, 아우렐과 해리스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전투를 각오하고 왔음에도, 폭격선은 허무하게 무너져내리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오래지 않아······.
“······대체 누가 공격하고 있는 거지?”
그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펄럭!
두꺼운 흑색 뱀파이어 코트가 나부꼈다.
코트를 걸친 이들은 높다란 키에, 창백한 피부를 가진 남성들.
하지만 투구를 쓰거나, 혹은 건틀릿을 낀 덕에 그들이 기사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하들이 서둘러 채비했지만······.
“저희도 가세하겠습니다, 아우렐 님······!”
“잠깐, 기다려라! 이상하군······ 생명력과 흑마력이 동시에······.”
아우렐은 수하들을 막아 세웠다.
기사들이 적인지 아군인지 분간할 수 없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후우욱!
쐐애애애액!
기사들로부터 대여섯의 망령이 공중으로 쏘아져 나갔다.
흑마력에서 비롯된 망령들.
그들이 바르나울의 전력임이 확실해보였기에, 아우렐은 표정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제길, 적군이었군······ 아군! 아군을 찾아야 한다!”
마음이 초조해졌다.
함께 힘을 합쳐 폭격선을 무력화하고 싶건만,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바르나울의 병력뿐이었으니.
그렇게, 코트를 입은 기사들이 폭격선으로 쇄도하고 있을 즈음······.
퍼어엉!
퍼버버버벙!
폭격선의 상하부 곳곳에서 거친 연쇄 폭발이 쏟아졌다.
사방에서 뾰족한 창살이 날아들었고, 폭격선의 몸체를 타격할 때마다 폭발이 섬광과 함께 일어났다.
마르케스의 흑마법사, 아우렐이 화색을 띄우며 외쳤다.
“신성력······! 신성력이야!”
와아아아아아!
장엄한 함성.
갑옷을 두른 수십 명의 성기사들이 부두에 쏟아졌다.
폭격선을 향해 창을 던져 폭발을 일으키고, 거대한 망치를 들어 비행선의 외장갑을 깨부수는 성기사들.
흑마법사로서 사뭇 섬찟한 광경이었음에도, 아우렐은 불끈 주먹을 말아쥐었다.
“저들이었구나! 바르나울을 처리하려면 역시 신성력만 한 게 없지······! 우리도 어서 가세해서······.”
하지만······.
척!
“······?”
아우렐은 또다시 우두커니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기사들에게 등을 맡기며, 둘도 없는 동료처럼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같은 편이었다고? 그렇다는 건······.”
아군인 줄 알았으나 적이었고, 또다시 아군인 줄 알았으나 적의 동료인 상황.
하늘이 팽팽 도는 듯한 어지러움이 찾아왔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꿰에에에에에에엑!
낯선 짐승의 고성과 함께, 부두에 또 다른 존재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정체는······.
“맙소사! 엘프······ 거기에 드루이드라고?”
고라니를 탄 드루이드들, 그리고 그 뒤에 탄 엘프족들이었다.
고라니가 타각 타각 발굽을 울렸고, 엘프들이 핑핑 시위를 당겼으며, 화살이 폭격선의 지붕을 과자처럼 부쉈다.
아우렐은 혀를 내둘렀지만······.
“엘프, 드루이드······! 바르나울의 진정한 천적들! 절멸한 것이 아니었나······! 뭣들 하고 있나! 당장 우리도······.”
이어지는 광경에 합, 다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엘프들이 하늘 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뼈만 남은 언데드 가고일들이 나타나 그들을 낚아챘으니까.
엘프들은 언데드들을 붙잡은 채, 패러글라이딩하듯 활강했으며, 기사들의 손을 잡고 호키포키 춤을 춘 뒤, 바닥으로 슬라이딩하여 성기사들의 창을 받아 시위에 걸었다.
그들이 둔탁한 소리와 함께 창을 발사하자, 망령들이 휘파람을 불며 맴돌던 목표지점을 정확하게 타격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콜라보레이션.
정신이 혼미해진 아우렐이 수하들을 채근했다.
“이게 대체······관측병! 보고를······.”
“보고드립니다······! 코트를 걸친 기사들이 흑마법의 망령을 부렸는데, 성기사들이 나타났지만 기사들의 동료였고, 엘프들이 드루이드의 동물을 타고 나타났지만 다시 언데드를 타고 이동해 기사들과 춤을 추다가 신성력이 담긴 창을 발사했더니 망령들이 좋아했습니다!”
“뭔 소리야 미친놈아!”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버린 아우렐.
사태를 가만히 관망하고 있던 해리스가 아우렐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우렐 님 그런데······.”
“예?”
“누가 누구 편이고를 떠나서······ 어째 폭격선만 박살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제야 아우렐은 흥분을 거두고 폭격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연달아 폭음이 들려오는 중에도, 아무도 서로 싸우고 있지 않았으니까.
모두가 합심해서 바르나울의 폭격선을 파괴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해리스는 또한 되물었다.
“왜 저렇게들 죄 도둑놈처럼 보이는지······.”
검은 기사들부터, 성기사, 엘프, 드루이드까지.
모두가 하나같이 커다란 더플백을 맨 채, 미친 듯이 유리상자를 쓸어 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펄럭.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자욱한 구름 사이로, 해를 등진 채 떠오른 시커먼 그림자.
인간의 몸에, 활짝 펼친 날개까지.
하필 이곳이 천공섬이 자리한 런던이었다.
“설마······! 설마······!”
피렌의 천사들이 나타났다며, 아우렐이 또다시 호들갑을 떨었으나······.
“정겸 님······?”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해리스가 입을 열었다.
그것은 등에 방랑의 매를 단, 정겸이었으니까.
***
유리상자가 가득 담긴 바르나울의 비행선.
보기와는 다르게 곳곳에 흑마법으로 이루어진 함정이 숨겨져 있었다.
후욱! 후욱!
망령들을 시켜 함정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카멜롯의 기사들과 팍스맨 성기사들을 전진시키는 한편, 엘프들을 이용해 비행선의 취약한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타격했다.
그 결과 꼿꼿이 서 있던 비행선이 부두 쪽으로 쓰러졌고, 곳곳의 깨진 부위로부터 바르나울의 유리상자가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러던 중······.
“바르나울이 아니었나······?”
흑색 로브를 걸친, 십수 명의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흑마력 탐지기가 강하게 반응하기에 바르나울인 줄 알았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해리스······?”
“정겸 님!”
다차원 언론 에코스의 기자, 해리스가 꼬리를 흔들며 내게 다가왔으니까.
매를 데리고 부두에 착륙한 나는 서둘러 그를 맞아들였다.
.
.
.
“그랬구나. 어쩐지.”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정겸 님.”
해리스는 내게 거듭 사과했다.
마르케스와 협력 관계에 있었음에도 그 사실을 내게 숨겼기 때문.
해리스는 마르케스가 상공회의소의 추적을 받고 있으며, 안전을 위해 미처 말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입이 근질근질했는데······ 정겸 님이 투자를 수락하시길 목 빠지게 기다렸죠.”
마르케스가 내게 보냈던, 마석 1개 짜리 러브레터.
그걸 받기 전까지는 해리스로서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해리스는 여간 미안한 기색이었지만, 딱히 화낼 일도 아니었다.
그들로서는 상공회의소와 바르나울을 적대하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니.
같은 입장으로서, 그들의 신중한 태도는 오히려 반길 만한 것이었다.
“아우렐이라고 합니다.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정겸 님.”
마르케스의 흑마법사, 아우렐이 머리를 덮고 있던 후드를 내렸다.
그러곤 고개를 숙이며, 내게 측정기를 보낸 이유를 말해주었다.
“그게 초대장이었다고······?”
“예,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곳 폭격선으로 안내가 된 것 같습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군요.”
아우렐은 내 능력을 통해 폭격선의 위치를 확인하고자 했다.
마르케스보다 바르나울의 폭격선을 먼저 찾아버린 탓에,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 되었지만.
“그래서······ 지금 상황이?”
반파된 바르나울의 폭격선을 보며, 나는 아우렐에게 물었다.
바르나울이 지구를 노리고 있다는 해리스의 정보.
짐작하건대, 그 정보의 근원지는 마르케스의 흑마법사들일 공산이 컸으니.
고개를 끄덕인 아우렐은 현재 지구가 처한 상황을 내게 들려주었다.
“바르나울이 지구에 군수공장을 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걸 막으려 하고요.”
“군수공장······?”
“예, 더 큰 문제는 상공회의소가 암암리에 이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요.”
“음······.”
천공섬의 등장과 차원 중핵 설치까지.
그의 말대로, 최근 상공회의소의 태도는 어딘가 적극적인 느낌이 있었다.
그것이 지구에 바르나울의 군수공장을 세우기 위함이라는 것.
이에 더해, 아우렐은 한 가지 추론을 내어놓았다.
“최근 들어 무리하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는 합니다. 다차원 전체에서······ 상공회의소의 수익이 차츰 하락하고 있거든요.”
“어째서?”
“전쟁이 사그라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공회의소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침략과 전쟁, 그것이 놈들의 돈벌이 수단이었으니까.
그리고······.
“상공회의소는 다차원에 다시금 전쟁의 불씨를 틔울 생각입니다. 바르나울의 무기를 이용해서요.”
그것이 공정성을 어겨서가면서까지 바르나울을 지원하는 이유였다.
“전쟁이 줄어드는 건 위계 제한 떄문입니다. 상위 차원들이 하위 차원들을 공격할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으니······ 상공회의소가 내세운 원칙이 스스로를 옥죄는 형국이죠. 하지만 아이템, 즉 무기는 다릅니다. 아무런 제한도 없이 모든 차원을 오갈 수 있으니까요.”
“······.”
발을 움직이자, 툭하니 널브러진 유리 상자가 채였다.
상공회의소는 이 상자들이 다차원 곳곳으로 퍼져나가길 바라고 있었다.
서로를 대신하여, 서로를 죽일 수 있도록.
“포격선을 파괴하기는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차원 중핵이 남았으니까요. 상공회의소가 무언가 장치를 숨겨놓았을 게 분명합니다. 중핵이 지구에 뿌리내리는 일을 막아야 해요.”
“어 그거······.”
아우렐이 초조하게 덧붙였지만······.
“······내 건데.”
이번에도 내가 좀 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