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61)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61화(161/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61화
폭발 (4)
161화. 폭발 (4)
바르나울의 폭격선은 완전히 박살 나 있었다.
중심부는 무거운 추를 얻어맞은 듯 주저앉았고, 상부 갑판은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있었으며, 성기사들이 던진 창이 곳곳에 바늘처럼 꽂혀있었다.
땡그르르르······.
발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유리상자를 집어 들며, 나는 아우렐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왜 아무도 없지?”
결코 작지 않은 크기의 바르나울의 폭격선.
하지만 안에서는 단 한 명의 흑마법사도 만날 수 없었으니까.
덕분에 수월하게 폭격선을 파괴할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우렐이 짐작 가는 게 있다는 듯, 내게 덧붙였다.
“위계 제한을 피하기 위한 꼼수겠죠. 고위 흑마법사들은 진입에 불과하고······ 동 위계끼리의 싸움은 출혈이 클 거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그의 말대로 바르나울은 몇 차례나 지구를 공격해왔다.
지구에 걸려 있는 제한 탓에, 그 수준은 최대 6위계까지.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지구에서 전멸해버렸으니까.
“그래서 무기만 실어서 보낸 겁니다. 오르골에 사념을 채워 폭발을 일으키고, 그렇게 죽은 지구인들의 사념을 이용해 연쇄 폭발을 일으켜 지구를 제압할 생각이었겠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위로 바르나울의 군수공장이 세워졌을 테고요.”
바르나울로서는 아까운 흑마법사들의 목숨을 잃을 필요가 없었다.
지구로 안전하게 폭발물만 실어 보내면 될 일이니.
다행히 폭격선을 발견해 계획을 사전에 저지한 참이지만, 안에 실려 있던 상자들이 지구에 그대로 떨어졌을 것을 상상하니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었다.
‘어떻게 상자를 채울 생각이었을까? 나중이라면 몰라도 처음에는······.’
폭격선에 실린 유리 상자는 텅텅 비어있었다.
안에 폭약이 되는 ‘사념’이 담겨야 위력을 발휘하는 오르골.
희생자들을 원료로 삼는다는 점은 이해가 됐지만, 당장 비어있는 상자들만으로는 폭발을 일으킬 수 없을 테니까.
바르나울의 의도가 사뭇 궁금해질 즈음······.
“자, 잠깐!”
“······?”
꽈아아아아앙!
갑작스런 폭발이 우리를 덮쳤다.
탓!
방랑의 매가 내 등을 잡아당겼고, 카멜롯의 기사들이 진형을 만들어 폭발을 막아냈다.
뱀파이어 날개로 만든 검은 코트가 팅팅 소리를 울리며 파르르 진동했다.
“······뭐야?”
정체 모를 괴한들의 습격이었다.
산소마스크를 쓴 채, 등 뒤로는 연료통을 배낭처럼 짊어진 존재들.
일종의 제트팩과 같은 물건을 사용하며, 수십 명가량의 적들이 하늘을 누비기 시작했다.
콰아앙!
콰앙!
놈들은 익숙하다는 듯 보랏빛으로 채워진 유리상자를 집어던졌고, 그럴 때마다 매캐한 연기와 함께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서둘러 전력을 정비해, 놈들과의 전투를 준비하려 했지만······.
“저, 정겸님!”
다급한 해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제 보니 마르케스의 흑마법사, 아우렐이 쓰러져 있었는데, 폭발물에서 튕겨져나온 유리조각이 그의 길게 꽂혀 있었다.
해리스가 내게 덧붙였다.
“마르케스의 흑마법사들에게는 위계가 없습니다······! 흑마법이 담긴 공격이라, 이대로 둔다면······!”
“뭐? 젠장······!”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8위계조차 가지고 있지 못하다니.
아니나 다를까, 팍스맨들을 비롯한 팍스FC의 일행들은 대부분 경미한 부상에 그쳤지만, 마르케스의 흑마법사들만큼은 큰 충격에 빠진 채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빨리 움직여!”
지이이잉!
즉시 포탈을 열어 대피령을 내렸지만, 놈들의 공격은 생각보다 거셌다.
사방에서 상자를 던져가며 폭발을 일으켰고, 심지어는······.
“으아아아아아아아!”
“미친······?”
뻐어어어어어어엉!
온몸을 폭약을 두른 채, 눈앞에서 그대로 산화해버렸다.
눈앞에 세워두었던 포탈을 거두며, 넋 나간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대체 뭐 하는 새끼들이야······?”
목숨까지 아끼지 않는 필사적인 공격.
아니, 목숨을 하찮게 낭비해버리는 전투 방식에, 기가 찰 지경이었다.
다행히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뱀파이어 코트를 두른 기사들과 팍스맨 성기사들이 대치하며 시간을 벌어주었고, 엘프들과 드루이드들이 ‘정화’와 ‘재생’을 사용하며 부상자들을 보호했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다다다닥!
몇몇 흑마법사들이 타고 온 비행선으로 몸을 던졌다.
다급한 구동음을 울리며, 비행선의 뱃머리가 포탈을 향했지만······.
파가가가각!
하지만 제법 크기가 있었던 탓에, 비행선의 상층부가 포탈의 경계면에 걸려 우드득 찢겨나갔다.
슈우우우우우욱!
어떻게든 흑마법사들의 대피를 끝마쳤다.
나는 서둘러 <상품회수>를 이용해 팍스FC의 인원들, 그리고 우리가 사용했던 무기들을 한번에 회수했고······.
끅!
끄륵!
되돌아오던 성창과 망치들을 이용해, 괴한들의 뒤통수를 때려주었다.
“······.”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놈들의 영역을 빠져나왔다.
난파된 바르나울의 폭격선을 눈에 담으며.
.
.
.
싸움을 이어가지 않은 것은 부상자들 때문이었다.
흑마법을 동반한 폭발인 탓에, 작은 상처만으로도 치명상이 될 수 있었으니.
“으으······.”
피가 울컥 쏟아져나오는 배를 부여잡으며 아우렐이 구슬땀을 흘렸고, 그 주변으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흑마법사들이 고통을 호소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위계가 전혀 없다니······.’
명색이 상공회의소를 대적했다던 마르케스.
그런 그들에게 위계가 전혀 없다는 것이 퍽 신기할 따름이었지만,
덕분에 작은 충격만으로도 언제든 숨이 끊어질 수 있는 그들이었다.
부드러운 풀밭에 흑마법사들을 차례 눕혀놓았고, 주변으로 엘프들과 드루이드들이 들러붙었다.
“자자, 가만히 계세요.”
지이이이잉.
정화를 사용해 부패를 막고, 재생을 이용해 상처를 회복시키는 엘프와 드루이드들.
피해가 없다면 거짓말이었지만, 대처가 빨랐던 덕에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그때, 의식을 되찾은 아우렐이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정겸 님. 저들은······.”
“그래······.”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제트팩을 매고 있었다지만, 놈들의 옷차림은 저마다 제각각이었으니까.
그 위로 장비를 착용했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청바지, 자켓과 같은 일상복 차림이었다.
다시 말해······.
“지구인들이네.”
“예······.”
그들은 지구인 각성자들이었다.
단, 지금까지는 내가 만난 적이 없었던.
그제야 텅 빈 유리상자를 둘러싼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손 안 대고 코 풀겠다 이거지······.”
바르나울은 단 한 명의 흑마법사도 파견할 생각이 없었다.
지구인들으로 지구인들을 처리해, 사념을 쌓아나갈 심산이었던 것.
능숙하게 바르나울의 폭약을 다루던 괴한들의 모습이 바로 그 증거였다.
타차원 세력에 퍽 협조적이었던 파커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다른 차원의 힘을 빌린다는 점은 같았지만, 적어도 지구인들끼리 협력해야한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었으니.
하지만 놈들은 우리가 지구인임이 명백함에도 조금도 망설이는 기색이 없었으니까.
아우렐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폭격선 때문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차원 중핵이 지구에 뿌리를 내릴 때, 그때 맞춰 테러를 일으키려 했겠죠. 하지만 폭격선이 파괴된 탓에 놈들도 급하게 움직인 것 같습니다······.”
아우렐은 그들이 지구인 각성자들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가지 추가적인 내용을 덧붙였다.
“······바르나울의 후원을 받는 자들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바르나울이 네크로맨싱을 이용한 영생을 약속하기 때문에······ 조금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어쩐지······.”
그것이 불나방처럼 날아들고, 심지어는 자폭까지 감행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어차피 오래지 않아 흑마법을 통해 되살아날 수 있을 테니까.
오히려 흑마법에 적합한 신체를 얻기 위해, 나서서 목숨을 버리는 것도 특징이라고 했다.
살의를 품은 채 죽으면 더더욱 좋은 언데드가 될 수 있다고.
“······놀라울 만큼 어리석은 생각이군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란슬롯.
그가 착잡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100년에 가까운 기나긴 세월 동안 언데드로 살아본 그였으니.
죽음을 벗어나기 위해 죽음 그 자체가 되는 어불성설, 그것은 영원한 불안에 제 영혼을 팔아먹는 짓에 불과했다.
“어디······.”
지이이잉!
흑마법사들의 부상이 얼추 진정됐기에, 나는 다시금 폭격선으로 향하는 포탈을 열었다.
하지만 난파된 바르나울의 비행선만 고스란히 남아 있을 뿐, 괴한들도, 그 안을 채우고 있던 유리상자들 모두 완연히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거 참, 빨리도 내뺐네.”
적지 않은 수의 유리상자였다.
반 이상이 파괴되었고, 또 일행들과 꽤 많은 양을 챙겨왔다지만, 그럼에도 상당한 양이 아직 폭격선에 남아 있었으니까.
놈들은 그 많은 유리상자를 가지고 자리를 떠난 참이었다.
아우렐과 나는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하겠다는 거겠지?”
“아무리 봐도 그렇군요······.”
폭격선이 파괴되었음에도 놈들은 계획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아우렐의 추측대로라면, 분명 지구에 차원 중핵이 뿌리내리는 그날을 노리고 있을 터.
중핵이 뿜어낼 각성 효과와 더불어, 곳곳에 테러를 감행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이곳 지구를 인간들의 비명으로 가득 찬, 바르나울의 군수 공장으로 만들기 위해.
“결국은 차원 중핵이 어떤 효과를 품고 있느냐가 관건이겠습니다. 바르나울이나 상공회의소도······ 거기에 나름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고요.”
다가올 그날의 싸움을 가늠해보려는 듯, 신중한 표정을 짓는 아우렐.
상처가 회복되어감에 따라 조금씩 여유를 되찾는 모습이었다.
그러던 중 문득 기억이 났는지, 아우렐이 내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차원 중핵이 정겸 님 것이라고 하신 말씀은······?”
“말 그대로야. 천공섬 목장에 있는 걸 안 쓰고, 따로 얻은 게이트 핵을 썼거든.”
나는 그간의 일을 차례대로 이야기해주었다.
게이트 핵에게 내 아공간 능력을 학습시켰다는 것.
그리고 시시포스를 이용해 단기간의 성과를 일궈냈다는 것.
마지막으로······.
“사실 안 될 수도 있긴 했는데······.”
목장의 나무 줄기에 매달려 있던 게이트 핵을 대신해, 잘생긴 내 새끼를 매달아두었다는 것까지.
그러자 아우렐은 감탄스럽다는 듯, 쉰 소리를 내며 너털웃음을 내뱉었다.
“하하······ 흑마법사보다도 더 흑마법사다우신 분이셨군요. 한시름 덜었습니다. 정겸 님 덕분에 바르나울의 공격이 가중될 일은 없을 것 같군요. 그래도······ 마음 단단히 먹으십시오. 이제 기나긴 싸움이 될 겁니다.”
“기나긴 싸움······?”
“예, 바르나울은 어떻게든 사념의 불씨를 붙이려 할 테니까요.”
아우렐의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았다.
바르나울의 폭격선이 파괴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제트팩을 맨 괴한들이 지구 전역에서 폭탄을 떨어뜨리리라는 것.
결국 폭격이 이루어지고, 언데드가 발생하는 곳들을 쫓아다니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싸움을 끈질기게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 아우렐의 골자였다.
생각만 해도 골이 아파올 지경이었지만······.
“굳이 안 그래도 될 것 같은데······?”
“예?”
나는 애당초 놈들의 공격을 허용할 생각이 없었다.
폭격이 시작되는 것은, 차원 중핵이 지구에 뿌리를 내렸을 때.
다시 말해, 내 각성 능력이 지구 곳곳에 퍼지게 될 시점이었으니까.
물론 아직은 알갱이 크기에 불과한 탓에, 직접 타고 다니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좋은 생각이 났어.”
딱 좋은 활용 방법이 생각난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