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63)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63화(163/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63화
하이잭 (1)
163화. 하이잭 (1)
콰앙!
아드리엘이 책상을 내리쳤다.
“이이······!”
새하얀 두 날개가 무색하게 잔뜩 일그러진 표정.
그는 뿌득뿌득 이를 갈아내며, 바르나울의 폭격이 무위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었으니.
사념이 담긴 폭탄이 떨어지는 족족, 우산처럼 씌워진 장막 위로 무의미한 폭발을 일으킬 뿐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듯, 수하들이 사색이 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건 불가능합니다······! 이제 막 개화한 차원 중핵에서 어떻게 저런 힘이······?”
“······저건 차원 중핵의 힘이 아니다.”
아드리엘은 다시금 런던의 하늘을 관찰했다.
그러곤 푸른색으로 아른거리는, 점점이 박혀 있는 반투명한 알갱이를 지목했다.
“저거다. 당최 무슨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저게 차원 중핵의 효과야.”
“예? 하지만 차원 중핵의 능력은 바리케이드가······.”
“네 눈에는 저게 바리케이드로 보이나?”
뭐가 됐든 결과가 말해주고 있었다.
누군가 게이트 핵을 바꿔치기했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 거대한 방어막이 지구를 둘렀다는 것.
더욱이, 그때 마침······.
“아, 아드리엘 님······!”
“무슨 일이냐?”
천사 한 명이 지휘실로 다급히 들어왔다.
그러곤 문서를 들어 보이며, 빠르게 덧붙였다.
“토턴 인베스트먼트의 거래 내역 결과입니다! 경매 이후 지구에서는 거래 내역이 없어 타차원을 일일이 뒤졌는데······.”
“······뭐? 그랬는데?”
“레텔 차원에서 거액의 투자가 진행된 걸 확인했습니다······!”
“레텔? 그건 또 무슨······.”
그로서는 듣도보도 못한 생소한 차원의 이름.
하지만 이어지는 보고에, 아드리엘은 사건의 전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구의 각성자 중 하나가 레텔로 통하는 게이트를 얻은 기록이 있습니다. 한국 지역의 김정겸이라는 이름의 각성자인데······.”
“······그랬군. 그놈이었어.”
정보를 얻은 아드리엘은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저 방어막은 차원 중핵의 효과가 아니다. 토턴 인베스트먼트의 필드 효과······ 밀집된 상징물의 양에 따라 위력이 배가되는 폐쇄형의 일종이지.”
“······저, 저게 다 필드 효과라고요?”
천사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비록 명목상이기는 하나, 지구를 지원하기 위해 온 피렌.
계획이 어그러지고 있음에도, 지구의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애초에 우리 피렌이 지구에 온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차원 중핵 설치, 그리고 다른 하나는 토턴 인베스트먼트의 대표를 잡아 오는 것이었지. 그러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아드리엘이 자신의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우리가 움직이는 것에는 하등 문제 될 것이 없다. 우리는 다차원 질서를 어지럽힌 경제사범을 잡아들이려는 것뿐이니까. 모두 움직여······!”
아드리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피렌의 천사들이 병장기를 꺼내 들었다.
기다란 지팡이부터, 끝에 철퇴를 매단 둔기까지.
지구에 개입할 만한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 여간 다행이 아니었다.
아드리엘이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차라리 잘 됐어. 토턴의 대표를 처리한다면 필드 효과가 거둬질 테고······ 그러면 예정대로 폭격을 이어갈 수 있겠지.”
벌컥 문을 열고 나간 아드리엘을 중심으로, 수십 명의 천사가 날개를 펼쳤다.
그러곤 발돋움하며, 중핵이 설치된 런던의 중심을 향해 빠르게 내려갔다.
***
“꾸.”
놈들의 폭격을 저지한 직후.
런던에 설치된 포탈을 빠져나온 나는 매를 타고 하늘로 향했다.
콰아아아앙!
콰아앙!
일부 방어막을 거둬내 공중으로 올라오자, 무력하게 방어막을 두드리고 있는 바르나울의 테러범들이 눈에 들어왔다.
“깔끔하게 잘 걸러졌네.”
폭격을 위해 하늘 위로 떠 오른 테러범들.
하지만 그사이 방어막이 형성된 탓에, 장막에 가로막혀 땅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채에 걸러낸 듯, 깔끔하게 적들만 하늘 위로 남겨놓은 상황.
쐐애애애액!
푸욱!
투콰앙!
편하게 <추적 배송>으로 성창과 운철구를 던져가며 놈들을 사냥했고, 놈들은 약에 절은 파리처럼 제트팩을 꺼뜨린 채 추락하기 시작했다.
터엉!
텅!
방어막이 여전한 탓에 장막 표면 위로 널브러진 것뿐이었지만.
그렇게, 제트팩을 맨 테러범들의 공중전력 대부분을 소탕했을 즈음······.
“저건······.”
지상에서도 이변이 일어났다.
폭격에 실패했음에도, 지상에서 언데드들이 창궐하고 있었으니까.
많은 희생자가 있었던 런던이다.
척 보기에도 적지 않은 수의 언데드가 몸을 일으켰고, 무너진 건물 사이로 흰 파도를 이루며 출렁이기 시작했다.
보랏빛 흑마법을 휘두르며, 언데드 군단을 지휘하는 존재.
그 존재를 바라보며 나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저건······.”
공중의 적들은 대부분 소탕을 마친 상황.
지상에 나타난 새로운 적들을 처리하기 위해, 서둘러 지상으로 향하는 포탈을 열었다.
그러곤 지체 없이 다시금 런던의 도심으로 빠져나왔다.
달그락!
달그라락!
도심을 가득 채운 언데드 군단.
비록 무력한 희생자들을 되살린 탓에 전투력 자체는 별 볼 일 없었지만, 문제는 그 숫자였다.
“많아도 너무 많잖아······.”
수백, 아니 수천은 될 듯한 숫자.
저들끼리 밀려 바스러지는 것도 부지기수였지만, 언데드 특유의 재생 능력을 이용해 놈들은 재차 몸을 일으켰다.
병마용에서 그랬던 것처럼, 불사의 군대와 다시금 조우한 셈.
지이이잉!
나 또한 최대한 숫자를 동원하기로 했다.
기백명에 달하는 팍스맨 성기사, 드루이드와 함께 엘븐하임의 엘프들이 활을 들었고, 마르케스의 흑마법사들이 스켈레톤들에 담긴 흑마력을 해체했다.
펄럭!
탕! 탕!
쿠우우우웅!
카멜롯의 기사들이 검을 휘두르며 권총을 발사하고, 이용수의 기간트 부대가 언데드의 경로를 막아세우는 등, 분전을 펼쳤지만······.
달그라락!
달그락!
“······아직도?”
죽어도 죽어도, 또다시 되살아나는 통에, 언데드의 수는 좀처럼 줄어들 기색이 없었다.
틈틈이 H형강이나 운철구를 던져, 놈들의 진격을 막아낼 뿐.
상황이 나아질 틈이 보이질 않자, 아우렐이 내게 덧붙였다.
“무한정 되살아날 수 있는 건 아닐 겁니다. 흑마력으로 그 힘을 충당해야 할 테니까요. 흑마력을 보충해주고 있는 술자를 찾아내야 합니다.”
병마용에서와 같은 상황이었다.
시체들에 힘을 불어넣고 있는 흑마법사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내가 하늘에서 보고 온 것은 단순한 흑마법사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저 놈 말이지?”
“아, 저건······.”
너덜너덜한 흑색 로브를 걸친 존재.
그는 살아 있는 인간이 아닌, 해골이었다.
아우렐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리치군요.”
“리치? 바르나울이 나타난 건가?”
“그건 아닐 겁니다. 저 리치는······ 얼마 전만 해도 지구인이었던 것 같거든요.”
아우렐은 놈이 죽은 바르나울의 추종자 중 하나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아예 지구인 흑마법사를 만들었다는 건가······?”
“예. 하지만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흑마법사와는 달리, 리치는 이미 죽은 존재이기 때문에······ 결코 죽지 않거든요. 라이프 베슬을 파괴하지 않는 한 그렇습니다.”
놈의 심장부에 라이프 베슬이 있다는 설명.
그럼 그 베슬을 파괴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우렐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라이프 베슬에서는 수천 마리의 언데드를 실시간으로 되살리는, 어마어마한 양의 흑마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으니까.
“웬만한 공격으로는 생채기 하나 남길 수 없을 겁니다. 정겸 님이 모든 공격을 쏟아붓더라도요.”
방대한 흑마력이 놈의 심장을 방어하고 있었다.
런던을 뒤덮은 언데드들은 물론이요, 리치의 목을 날린다 한들 상황을 종식시킬 수는 없는 상황.
바르나울의 지독한 전략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아우렐이 말을 이었다.
“아무리 리치가 됐다 한들, 저만한 양의 흑마력이 지구인 한 사람에게서 나올 수는 없습니다. 바르나울의 본진에서 라이프 베슬을 통해 흑마력을 실어 보내주고 있는 거겠죠. 손해가 막심할 텐데······ 그들로서도 나름 승부수를 띄운 모양입니다.”
“결코 죽지 않는다라······.”
최후의, 최후의 수단이 남아 있기는 했다.
썩 달갑지 않은 선택지지만, 이대로 런던을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
고민이 깊어지려던 찰나······.
“죽지 않는다 해서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바르나울은 인간을 죽은 사물처럼 다룬다면, 마르케스는 사물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다루죠. 리치는 이미 죽어있는 존재입니다. 그것을 살아있는 것처럼 일깨울 수만 있다면······ 당연히 다시 죽음으로 안내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죠.”
아우렐이 뜻 모를 듯한 이야기를 읊조렸다.
대충 무슨 소리인지는 알 것 같았다.
나는 결연한 표정을 짓는 그를 아공간에 들여보낸 뒤, 곧장 이용수를 불러냈다.
계획을 설명하자 그가 육중한 기간트의 등을 내밀었고, 나는 등에 달린 조수석에 몸을 실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아우렐이 요청한 것은 그를 리치에게 데려다 달라는 것.
라이프 베슬에 걸려있는 흑마법 회로를 뒤집을 생각이었다.
쿠우우웅!
콰아아아아아앙!
이용수가 적토마처럼 기간트를 몰며, 길목을 파고들었다.
기습적인 침입에, 해골들 또한 촘촘히 진형을 좁히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술자인 리치를 지키기 위해.
위이이이잉!
타아앙!
이용수가 언데드 무리의 공격을 물결처럼 타고 넘으며, 올림푸스에게서 빼앗았던 트라이던트를 유연하게 휘둘렀다.
달그라라락!
파삭!
흩날리는 뼈다귀 사이로, 뜯겨나간 기간트의 외 장갑이 휘날렸다.
몇 개의 부품 조각들을 차례로 내어준 끝에······.
“······!!”
“도착했습니다!”
마침내 리치 앞에 도달한 이용수가 홱 하니 몸을 돌렸다.
지이이이잉!
나는 지체하지 않고 포탈을 열었고,
상반신을 내민 아우렐이 재빨리 리치의 라이프 베슬을 움켜쥐었다.
그러곤 주문을 중얼거리며 빠르게 베슬에 새겨진 흑마력 회로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아무런 위계도 가지고 있지 못한 아우렐.
하물며 이곳은 적진 한 가운데였으니.
다행히, 오래지 않아······.
“······됐습니다.”
쿠우웅!
우르르르르르!
눈빛을 잃은 리치가 무릎을 꿇었다.
그것이 신호라도 된 듯, 언데드 군단 또한 산사태처럼 무너져 버렸다.
남은 것이라곤, 수북이 쌓인 새하얀 뼈 무더기 뿐이었으나······.
“······.”
펄럭.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새하얀 천사들이 내려앉았다.
.
.
.
‘피렌······?’
목장을 지키고 있던 천사들이었다.
지구를 지원하겠다며, 천공섬을 끌고 들어왔던 상위차원 피렌.
놈들은 금색 지팡이를 든 채, 내 주변을 둥글게 포위하기 시작했다.
“······역시 그대로는 못 두겠다는 거지?”
“착각하지 마라, 우리는 상공회의소의 원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을 뿐이야.”
앞으로 성큼 다가온 우두머리 천사.
놈이 마저 입을 열었다.
“토턴 인베스트먼트 대표, 네게는 규제 위반 혐의가 있다. 천공섬에 수감될 것이고······ 빠른 시일 내로 차원 재판에 회부될 거다. 얌전히 따라와 조사를 받아.”
지구의 문제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던 피렌.
하지만 이번만큼은 빌미를 잡은 모양이었다.
리치를 쓰러뜨렸다고는 하나, 아직 방어막의 위는 물론 아래에도 바르나울의 테러범들이 남아 있는 상황.
내가 잡혀간다면, 어떤 형태로든 폭격이 다시 시작될 터였다.
천사들은 어떻게든 토턴의 실소유주인 나를 잡아가려는 듯했지만······.
‘이미 들킨 마당이니······.’
내게도 수가 남아 있었다.
토턴 인베스트먼트에 들어있는 거액의 마석.
내가 주인이라는 사실이 발각된 만큼, 이제 어떻게 쓰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으니까.
그랬기에······.
“팍스, 전에 말했던 그거 넘겨줘.”
띠링!
[알겠습니다.] [토턴 인베스트먼트 법인계좌에서 마석 500,000개 투자를 진행합니다.]차르르륵!
나는 토턴의 마석 50만 개를 곧장 내 계좌로 옮겨 놓았다.
원래 있던 돈까지 도합 75만 개가 넘는 마석, 그러니까······.
“천공섬? 저것도 넣어주고.”
[알겠습니다.]레벨 9를 찍을 수 있는 돈이었다.
아공간에 새 물건을 수용할 수 있도록.
휘이이이이익!
런던의 상공에 머물러 있던 거대한 천공섬, 이른바 ‘차원 본부’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자취를 감추었다.
일순에 둥지가 사라진 탓에, 하얀 비둘기들이 날개를 퍼덕거리며 당황한 눈초리를 주고받았다.
여러 가지 계산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피렌의 거점을 빼앗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는······.
“······고오급 우주선 고맙다.”
이 천공섬은 차원 간 이동 수단이기도 했으니까.
멀찍이 본진에 틀어박힌 채, 지구에 폭탄을 뿌려대던 바르나울.
나는 이 우주선을 타고 가, 바르나울의 머리통을 직접 깨부술 작정이었다.
“슬슬 끝을 보자.”
그간의 오랜 악연을 끊어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