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65)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65화(165/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65화
하이잭 (3)
우르릉 소리와 함께 안정된 기체.
마치 살아있는 생명이라도 되는 양, 이용수의 손길이 닿자마자 편안한 엔진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둥. 둥.
언제든 준비가 됐다는 듯, 사출구에서 불길을 내뿜는 천공섬.
아니, 생김새로 볼 때 이제는 천공‘석’이라 부르는 것이 맞을지도 몰랐다.
“뭔가······”
마르케스의 흑마법사들 또한 달라진 분위기를 감지했다.
원래라면 반나절은 넘게 설명해야 할, 차원 비행체의 조작 방법.
하지만 밥숟가락 들듯 능숙하게 장치를 조작하는 이용수를 보며, 본능적으로 조종석으로부터 물러났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피렌입니다···! 천사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뭐···? 벌써?”
퍼드득!
천사들의 미친 듯한 날갯소리가 멀찍이서부터 들려왔다.
어찌나 빠른지 곤충의 날갯짓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살벌한 소리.
천공섬의 신호를 포착해, 런던에서 이곳 몽골까지 날아온 것이 분명했다.
우우우우웅!
푸르릉!
이용수는 지체하지 않았다.
컨트롤 스틱을 밀어 넣었고, 그 즉시 부유감과 함께 기체가 떠올랐다.
불균형한 몸체 탓에, 지금 천공‘석’은 이리저리 경로가 휘어버리는 천방지축과도 같은 운송 수단이었으나···
철컥!
드르르르륵!
팔칵! 탁!
그는 16개에 달하는 연료 사출구의 출력을 실시간으로 조절해가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앞으로 기체를 이끌었다.
펄럭!
휘이익!
천사들이 날아들었다.
잔뜩 화가 난 비둘기들이 지팡이를 몽둥이처럼 부풀리며, 천공석을 향해 휘둘렀지만···
휘리리리리릭!
천공석은 8자 모양으로 회전하며, 아무렇지 않게 공격을 흘려냈다.
물론 덕분에···
콰당탕!
와르르르르!
“어이구절씨구!”
천공석의 내부는 개판이 되었지만.
십수 명의 흑마법사들과 함께 조종식 벽면을 부단히 굴러다녔지만, 다행히 상황이 오래 이어지지는 않았다.
충분히 거리를 벌린 이용수는 다시금 안정적인 비행을 시작했고, 수십 미터 뒤까지 피렌의 천사들을 떨궈놓았으니까.
스윽 땀을 훔치는 이용수의 얼굴을 보았을 땐···
‘······웃고 있잖아?’
그는 명백히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조작이 조금만 어긋나더라도 천사들의 몽둥이가 청공석의 몸체를 뭉개버릴 터.
하지만 이용수는 완전한 무아지경에 빠진 채, 그 약간의 틈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아우렐이 넋 나간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정겸님··· 이분은··· 대체?”
“버스 기··· 아니, 택배 기사지.”
-······!
바깥으로부터 천사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분하다는 듯, 빼액 소리를 지르는 피렌의 비둘기들.
사실 이 천공섬은 애당초 녀석들의 둥지였으니까.
“잘 쓰겠대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아슬아슬한 추격.
하지만 그새 비행 궤도에 오른 탓에, 오래 이어지지는 못했다.
점점 흐릿해지는 천사들의 모습을 뒤로한 채, 아우렐이 설정한 좌표에 따라, 비행을 이어가려던 찰나···
“음?”
지이잉!
아공간 포탈에서 이용수의 아내, 오지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보, 멀미 나니까 얌전히 좀 몰아.”
“아, 알았어.”
반쯤은 습관적인 투정이었다.
아공간에까지 진동이 전달되었을 리는 없을 테니.
천천히 가라앉는 고양감 속에서, 나는 오지수에게 물었다.
“여기는 어쩐 일로···?”
“아, 흑마법사분들이 오셨다고 해서 흑임자 프라푸치노를 만들어봤거든요.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 드시고 하라고···”
“프라푸치노요···?”
세상이 멸망하기 전, 카페 메뉴판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듯한 음료였다.
한 번도 시켜 먹어 본 적이 없는 신비로운 음료.
정체가 베일에 싸여 있다는 것만큼은 흑마법사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 신비한 발음을 뇌까리고 있자니, 아우렐 또한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흑임자 푸라프··· 그것참 심오한 이름이군요. 혹시 어떤 분의 존함인지···”
“먹는 건데요.”
오지수는 곧장 커다란 보따리를 풀어헤쳤다.
그러곤 녹기 전에 빨리 먹어야 한다며, 우리에게 음료와 빨대를 물려주었다.
차가운 플라스틱 컵 안에는 손이 얼얼할 만큼 차가운 간 얼음이 가득 차 있었다.
“이 얇고 가벼운 검은색 로드는···”
평생 빨대를 사용해본 적 없는 흑마법사들에게, 일일이 사용법을 알려주었고···
쭈우우우욱.
십수 명의 남정네가 조종석에 모여 후루룩 흑임자 프라푸치노를 빨아들이는 장관이 연출됐다.
“오···?”
아무래도 아이스크림 같은 게 함께 들어간 모양.
고소한 곡물 냄새가 물씬 풍기며, 시원한 바닐라 향이 단맛과 함께 찾아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커다란 플라스틱 컵이 어느새 텅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꿀꺽꿀꺽.
마찬가지로 후루룩 음료를 들이켜던 아우렐.
그가 입가에 시커먼 흑임자 가루를 묻힌 채 감탄하듯 외쳤다.
“흑마법···! 이건 흑마법입니다!”
마르케스의 흑마법사들은 텅 빈 컵을 빨대로 뒤적거리며 이 심오한 비밀의 원천을 찾아내겠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아공간에 아직 산처럼 쌓여있다는 오지수의 말을 들은 뒤에야 순한 양처럼 얌전해졌다.
그렇게, 모든 것이 서서히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얼추 30분쯤 지났을까.
천공석의 출력 또한 안정된 덕에, 이용수도 잠시나마 핸들을 놓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출력 패턴을 저장했으니··· 당분간은 그대로 잘 날아갈 겁니다. 목적지도 설정해둔 상태고요.”
아우렐에 따르면 일종의 자동 항법 장치 같은 것이었는데, 아우렐이 라이프 베슬을 통해 역추적한 바르나울의 좌표가 목적지로 설정되어 있었다.
“이제 구간마다 공간 도약을 통해 넘어가게 될 겁니다.”
공간 도약.
그것이 차원 본부, 이 천공섬의 기능이었다.
마르케스가 끌고 온 비행선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었지만, 천공섬에는 그보다도 더 발전된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는 것이 아우렐의 설명이었다.
‘도약이라···’
공간 이동의 물리 개념을 뒤집는 이동 방식.
다차원은 우리가 흔히 이해하던 물리적 우주와는 다른 세계였다.
아득히 먼 거리도 몇 번의 도약을 거쳐 넘어갈 수 있을 만큼.
마치 완전히 무관한 두 개의 단어가 몇 차례의 비약을 거쳐 서로 연결되는 것처럼.
.
.
.
비행은 꼬박 스물네 시간을 넘어갔지만, 그래도 피로감은 없었다.
천공석은 자동으로 날아가고 있었고, 우리는 그 틈을 타 아공간에서 휴식을 즐기면 되었으니.
하지만 서서히 목적지에 다다랐을 즈음, 우리는 다시금 조종실로 모여들었다.
아우렐이 말했다.
“바르나울의 본진은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시시각각 위치가 뒤바뀌기 때문에··· 도착할 때쯤에는 다시 실시간으로 좌표를 수정해가며 진입해야 하죠.”
“좌표를 수정한다는 건···”
“제가 바르나울의 좌표를 그때그때 새로 계산할 겁니다. 느리면 1분 정도··· 빠르면 몇 초마다 계속해서 경로가 수정되겠죠.”
그것이 유령섬, 바르나울에 다다르기 위한 조건이었다.
시시각각 위치가 변하는 것은 흑마법을 이용한 술수였고, 이를 파훼할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로 흑마법을 사용하는 마르케스밖에 없었으니.
그다음은 수정된 경로에 따라 기체를 움직여줄 기수(騎手), 이용수에게 달려 있었다.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가장 악랄한 방위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바르나울이지만··· 어제 용수 님이 보여주신 반응 속도라면 충분히 겨뤄볼 수 있을 거예요.”
일종의 체스 게임과도 비슷했다.
상대의 수를 꿰뚫어 보고, 1, 2초 단위로 말을 옮기는 긴박한 승부.
아우렐이 그 수를 계산한다면, 이용수는 말을 움직이는 역할이었다.
그렇게, 십오 분가량 비행을 이어갔을 즈음···
“바꿉니다!”
아우렐이 천공석의 경로를 기습적으로 수정했다.
즉시 이용수가 핸들을 꺾었고, 튀어 나갈 듯한 반동이 우리를 찾아왔다.
카가가가가각!
몸을 비틀며, 거친 비명을 내지르는 천공석.
바르나울의 보랏빛 장막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 참이었다.
“······휴우.”
바르나울의 본진은 흑마력으로 만든 장막을 겹겹이 두르고 있었다.
단 하나의 통로를 지닌 장막들이 서로서로 랜덤한 궤도로 돌아가는 구조.
그 모두를 일 점에 꿰뚫어야만 하는 극악의 난이도였다.
“······”
“···”
아우렐도, 이용수도 말이 없었다.
실로 막중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으니.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바르나울을 비껴가 다차원 외곽에 처박히게 될 터였다.
“왼쪽···! 아니, 사선으로 타다가 직진!”
“예!”
철컥!
드르르륵!
팔칵! 위이이잉!
이용수의 팔이 위아래로 거미처럼 움직였다.
아우렐 또한 흑마력 수식을 피워놓은 채, 쏟아지는 바르나울의 흑마력 파장을 실시간으로 계산했다.
그렇게 숨 막힐 듯한 시간이 30분가량 지속되었을 즈음···
아우렐이 마지막으로 외쳤다.
“다다음이 끝입니다! 이제 무사히 착륙만 한다면···”
착륙.
그것이 마지막 관문이었다.
이대로 속도를 늦춰 바르나울에 다다르면 될 일이었지만···
“허가 없이 좌표를 뚫고 들어왔으니··· 이미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착륙하자마자 바로 공격이 날아들겠죠.”
놈들이 무단으로 들어온 우리를 반겨줄 리 만무했다.
철저한 방어 태세를 갖추며 착륙하자는 것이 아우렐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에이,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그렇죠?”
“알다마다요.”
고개를 끄덕이는 이용수.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착륙 방법이 있었다.
“배송은 빠를수록 좋은 법이지.”
“······?”
속도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스틱을 끝까지 밀어 넣었고,
갑작스러운 추진력에 고개가 홱하고 뒤로 넘어갔다.
쐐애애애애애앵!
우르르 떨리며, 기이한 파공음을 연주하는 기체.
그렇게 오래지 않아···
후우욱.
바르나울의 검은 육지가 눈앞에 어둠처럼 쏟아졌다.
***
바르나울의 장로, 루펜.
그는 오늘 수하로부터 한 가지 보고를 전달받았다.
“소행성······?”
“예, 지금 본진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리 드문 일도 아니었다.
우주에 널리고 널린 행성 찌꺼기들.
그 중 한두 개가 흑마력의 파장에 이끌려 들어오는 것쯤은 흔하디흔한 일이었으니까.
“크기는?”
“300 르미르 이하입니다.”
“300 르미르?”
루펜이 왈칵 표정을 구겼다.
고작 그 정도 크기의 소행성이 바르나울의 흑마력 장막을 견뎌낼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뭐야? 그딴 시답잖은 일로 보고하지 마라. 바빠 죽겠는데···”
대기권에 진입하며 저절로 소멸하기 마련이었기에, 루펜은 역정을 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게··· 계속해서 접근하는데 이상하게 크기가 줄어들지를 않습니다.”
“······뭐?”
“이상하게 정확하게 좌표를 따라서 들어옵니다. 기가 막힌 우연처럼···”
“좌표를 틀어! 변주를 주면 알아서 튕겨 나갈 것이 아니냐!”
루펜의 명령은 즉각 반영되었다.
본진의 좌표를 두어 차례 긴급으로 수정했고, 흑마력 장막의 궤도를 실시간으로 수정했으나···
“대체 어떻게 아직까지···!”
소행성은 도무지 바르나울로부터 멀어질 생각을 안 했다.
저돌적으로 그들의 심장부를 향해 파고들어 올 뿐.
“이게 무슨···”
루펜은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명색이 바르나울이 소행성을 얻어맞는다는 것.
이건 다차원에 영원토록 기록될 망신거리였으니까.
“다시 바꿔라···! 원래대로!”
궤도를 바꾸기를 수십번.
하지만 소행성은 그의 선택이 그의 패배를 야기했다는 듯 비웃으며,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올 뿐이었다.
휘리릭!
휘릭!
루펜은 필사적이었다.
좌표를 바꾸고, 또 바꿨다.
하지만···
“아, 안돼! 안돼!”
꽈아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그가 받아든 것은, 참담하기 그지없는 소식이었다.
소행성이 바르나울의 궤도를 뚫고 지상에 추락했으며···
“끄흐으으으으으윽!”
차원 입국처 일대를 송두리째 날려버렸다는 소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