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66)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66화(166/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66화
레일로드 (1)
166화. 레일로드 (1)
펄럭.
어쩐지 허전하게만 느껴지는 날갯짓 소리.
지팡이를 든 천사들이 런던의 한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푸드드드득.
그 꼴이 공원 비둘기나 다름이 없었다.
정겸에게 천공섬을 빼앗겨 버린 천사들이었으니.
유독 공해가 심한 런던의 하늘이었던 탓에, 날개 또한 거무죽죽한 회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배고파······.”
“······.”
천사들이 주린 배를 감싸 안고 풀썩 쓰러졌다.
그리고 그 맞은 편에서는······.
“후르르르르르르륵!”
“아! 따숩다! 국물 좋네!”
젓가락을 든 팍스맨 성기사들이 팔팔 끓은 면발을 집어 올렸다.
바르나울의 테러범들을 모조리 소탕한 다음이다.
무사히 임무를 마친 것을 자축하며, 나름 조촐한 파티를 벌이고 있었으니.
다진 마늘 한 스푼과 함께 고춧가루를 풀어 넣고, 거기에 콩나물까지 한 움큼 집어 올린 칼칼한 라면이었다.
꿀꺽.
천사들의 목이 쉴 새 없이 꿀렁거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계의 음식이었음에도, 그 냄새만큼은 압도적이었으니.
도무지 참지 못했는지, 천사 하나가 아드리엘에게 엎드려 간청했다.
“뺏어 올까요?”
“임무를 잊었느냐······? 우리는 상공회의소는 대리하는 입장이다. 지구에 개입해서는 안 돼.”
그의 말대로였다.
바르나울의 폭격을 기다리고 있던 피렌.
그럼에도 팍스맨들이 바르나울의 추종자들을 때려잡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밖에는 없었으니.
“그럼 가서 한 입만 얻어먹고 오는 건······.”
“······죽고 싶냐?”
천사들은 서서히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식량 창고가 있던 천공섬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렸기 때문.
명실상부한 상위 차원으로 인정받는 피렌으로서는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었다.
“아드리엘님, 그럼······.”
“아니, 수색을 계속한다.”
본 차원에 지원을 요청하면 될 것이지만, 아드리엘은 그러지 않았다.
토턴 인베스트먼트의 대표, 김정겸을 자신의 손으로 잡겠다는 생각으로 충만해 있었으니.
박람회 경매를 망쳐버린 것도, 이번 군수공장 설립 계획에 훼방을 놓은 것도 모두 정겸의 소행이었다.
“김정겸······ 반드시, 반드시 놈을 잡아내고 말 거다.”
분에 차, 입술을 깨무는 아드리엘.
그에게 부관 천사가 물었다.
“······바로 사살입니까?”
“아니, 그렇게 편히 보내줄 수는 없지. 그리고 놈은 경제사범이니······ 애초에 즉결 처형의 대상이 아니다.”
상공회의소가 특별히 취급하는 경제사범.
아드리엘은 그들의 운명이 죽는 것만도 못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씨익 미소를 띠며 덧붙였다.
“포획해. 놈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곳이 있으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돈으로 장난을 쳤으니······ 그 값을 톡톡히 치러야겠지.”
아드리엘은 다시금 천사들을 불러들였다.
런던은 물론, 천공섬이 나타났던 몽골, 거기에 김정겸이 소속된 한국 지역까지.
모든 지역을 샅샅이 뒤져볼 생각이었지만······.
“아, 아드리엘 님!”
푸드드드득!
사라진 천공섬의 행방을 추적하던 수하가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날아들었다.
“무슨 일이냐?”
“말씀하신 대로 상공에서 잡히는 신호들을 모조리 수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아무래도 바르나울이······ ‘그걸’ 날려 보낸 것 같습니다.”
“······뭐? 그러니까······ 여기로?”
“예, 틀림없습니다.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습니다.”
땡그랑!
아드리엘이 쥐고 있던 지팡이가 땅에 떨어졌다.
둥글게 데구르르 발 주위를 도는 지팡이.
잠시 허전한 적막이 오간 뒤에는, 아드리엘의 당황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바르나울······ 이 새끼들이 진짜 미쳤나······?”
***
휘이이······.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황량한 모래 먼지가 바람에 나부낄 뿐.
우리는 콜록콜록 기침을 내뱉으며, 포탈을 빠져나왔다.
“워후······.”
바르나울에 도달하기 직전이다.
이용수를 비롯한 일행 모두를 이 공간으로 빨아들였다.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속도를 높인 ‘천공석’이 바르나울을 고스란히 들이박았고······.
꽈아아아아아앙!
믿기 어려운 굉음과 함께, 주변 일대가 송두리째 날아갔다.
그 결과 거대한 크레이터가 형성되어, 바르나울의 지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이래서 지구 멸망이니 뭐니 하는 거구나.”
인류 멸망의 단골 시나리오, 소행성 충돌.
깔끔히 지워진 주변을 보고 있자니, 과연 틀린 말은 아니었다.
천공석이 몇 배만 더 컸더라도, 착륙만으로 바르나울 전체를 끝장낼 수 있었을 테니까.
그때, 마찬가지로 포탈을 빠져나온 아우렐이 나를 재촉했다.
“바로 가시죠. 곧 있으면 놈들이 몰려올 겁니다.”
역으로 바르나울을 침공한 상황이다.
아우렐의 말대로, 방위 전력이 삽시간이 주변을 포위해 들어올 터.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교전이 아닌, 바르나울의 차원 중핵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충격으로 인해 움푹 파인 지형, 그 아래로 뼈처럼 앙상히 드러난 선로를 보며, 아우렐이 내게 덧붙였다.
“뭔가 물자를 실어 나르는 장소였던 것 같군요. 일종의 교역항 같은······ 저기 벽 안쪽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선로는 사방으로 늘어져 있었지만, 결국 단 하나의 경로로 이어졌다.
외부에서 온 자원을 받아들이고, 바르나울의 물자를 내보내는 교역항.
벽 내부로 이어지는 길을 보며, 아우렐은 바르나울이 남긴 흑마력의 파장을 읽어냈다.
“저기 안쪽으로 갈수록 농도가 깊어지는군요······.”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안쪽으로 갈수록, 바르나울의 심장부에 가까워진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다시 말해······.
“저 안쪽에 중핵이 있을 수도······?”
“예,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차원 중핵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
우리는 곧장 선로를 따라 움직였다.
무너진 잔해를 치운 뒤, 동굴처럼 캄캄한 통로를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지이이잉!
물론 방비는 철저히 했다.
아공간에서 나온 김솔이 방패로 전위를 맡아주었고, 카멜롯의 기사들이 코트를 두른 채 앞뒤 좌우를 둘러쌌다.
중심에는 나와 아우렐을 비롯한 마르케스의 흑마법사들이 섰고, 모두가 진형을 갖춘 채 바르나울의 선로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그럼, 가보죠.”
화르륵.
선로가 지나는 통로는 은은한 빛으로 밝혀져 있었다.
검붉은 불꽃이 담긴 자그마한 유리 등이 규칙적으로 배치돼 있었고, 놀랍게도 양옆은 2 내지 3미터 높이의 통유리창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뭔가 계속······.”
양쪽 유리창 너머로 무언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구체적인 형상은 제각각이었음에도, 모두가 하나같이 칠흑처럼 어두웠다.
검붉은 불꽃 아래 놓인 그들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그림자······?”
오직 그것뿐이었다.
아우렐은 그들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원혼들입니다. 바르나울이 다차원 곳곳에서 거둬온 것들이지요.”
“······원혼? 그런데 어딜 저렇게 가는 거지?”
“그 어디로 가는 것도 아닙니다. 원혼의 존재 조건은 쉬지 않고 움직이게 하는 것이니까요. 죽은 존재가······ 스스로를 살아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기 위함이죠.”
저벅저벅.
우리는 원혼들과 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유리창을 따라 파도처럼 휩쓸리듯 지나가는 원혼들.
별말은 없었지만, 카멜롯의 기사들 또한 그들의 그림자를 의식하고 있을 터였다.
“······.”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카멜롯 성에 붙잡힌 채 망령으로 살아가고 있었으니.
요컨대 이 일대는 모두······.
“거대한 시시포스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이 모두가 원혼을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설비니까요.”
영원한 고문의 수레바퀴, 그 자체였다.
희생자들을 잡아들여, 그들로부터 흑마법의 자원을 채취하기 위한.
그러다 문득, 같은 흑마법을 사용함에도 어째서 마르케스는 바르나울과 같은 악행을 벌이지 않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아우렐은 그 이유를 원론적으로 설명했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흑마법의 근원은 모순입니다. 하지만 모순이라고 한들 그 모두가 고통이나 집착 같은 악감정에서 비롯될 필요는 없지요. 강렬한 열의든, 헌신이든, 희생이든······ 모두 작게나마 모순에서 비롯되는 법입니다. 주어진 것만으로도 자원이 넘치는 거죠.”
아우렐은 바르나울이 과도하게 힘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불필요한 고통을 야기하고 있노라 평가했다.
그러곤 이 또한 마찬가지라는 듯, 상공회의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상공회의소는 원래 차원 간의 원칙을 세우고, 마석을 재분배하기 위한 단체였습니다. 당시 각 차원의 유력자들이 모여 지금 상공회의소의 전신을 만들었죠. 사실 그때만 해도 이름은 그냥 ‘다차원 회의소’였습니다. 서로 간의 대화 창구가 주된 목적이었죠. 하지만······ 점차 몸집이 비대해지면서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어버렸습니다. 차원 간의 중개가 침략과 돈벌이의 수단이 되더니, 언젠가부터는 결국 무제한적으로 마석을 추구하는 기관이 되어버렸죠.”
그때부터였다.
마르케스가 다차원의 패권 싸움에서 밀려나게 된 것은.
“이후로 마르케스는 줄곧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왔습니다. 상공회의소에 반기를 들 때마다······ 다차원의 질서를 위협하는 위험이라 호도하며 마르케스를 탄압했죠. 고위 흑마법사들을 잡아다 가두기 시작하더니······ 아시다시피 지금은 고향을 잃은 채 다차원을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됐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선로.
때문에 아우렐의 이야기도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마르케스와 상공회의소를 둘러싼, 오래전의 역사까지 추적해 들어갈 만큼.
아우렐 또한 종국에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물론······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모두 부엔디아 님에게 들었던 이야기거든요.”
“부엔디아? 그게 누구지?”
“마르케스의 역사상 가장 위대했다고 여겨지는······ 원로 흑마법사이십니다. 지금은 상공회의소에 경제사범으로 수감되어 계시죠.”
서서히 통로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를 암시하듯, 유리창을 지나치는 그림자들의 수 또한 배로 늘어나 있었다.
그림자는 서로 밀치고, 넘어뜨리고, 때로는 겹치기까지 하며 거대한 유리창 전체를 조금의 틈도 없이 메우고 있었다.
“모두가 상공회의소의 방식이 동조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그럴 수가 없죠. 상위 차원이 아닌 이상······ 영원히 싸움을 반복해야 하는 구조니까요. 하지만 바르나울은 다릅니다. 비록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같은 과정을 필요로 하거든요.”
화아아아악!
우리는 그렇게 통로를 벗어났다.
그러자, 아래쪽으로 둥글고 널찍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선로를 따라 이어지던 통유리창은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다른 수십 개의 통로가 중앙 공간으로 합류했고, 그 결과 사방에서 모인 그림자들이 그 중심을 한 번에 가로질렀다.
“뭐가 이렇게 많아······?”
통로에서 보았던 원혼들이 지하철, 만원 버스를 기다리던 대기 줄 같았다면, 지금 이곳은 그 많은 인파가 한 번에 쏟아지는 거대한 중심 광장의 모습이었다.
수천, 아니 수만에 달하는 그림자들.
모두가 교차했지만,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멍하니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며, 자리를 바꿔 서로의 통로로 빠져나갈 뿐.
아우렐이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상공회의소가 결국 원하는 것이 마석이라면, 바르나울이 원하는 것은 생생한 원혼입니다. 바로 여기 모여 있는 것들이요.”
그들 모두가 흑마법의 귀중한 자원이었다.
달리 말해······.
“확실한 건······.”
우리는 어느덧 바르나울의 심장부에 들어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