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68)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68화(168/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68화
레일로드 (3)
168화. 레일로드 (3)
슈우우우우욱!
하늘을 누비는 수백 개의 택배 상자.
바르나울의 운명을 건 야바위가 시작됐다.
그중에는 아공간 포탈이 들어있었다.
산 자는 건널 수 없다던 죽음의 강.
하지만 원혼들이라면 손쉽게 포탈을 옮겨다 줄 수 있을 테니.
지이잉.
나는 즉시 새 포탈을 설치했고,
모든 준비를 마친 아우렐이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정겸님.”
“최대한 빨리 끝내.”
다른 마르케스의 흑마법사들을 이끌고, 아우렐은 곧장 포탈로 들어갔다.
곧 있으면 택배 상자에 실린 포탈이 바르나울의 차원 중핵에 무사히 도착할 터.
이 방법이라면 아우렐 또한 강을 건너지 않고도 포탈을 이용해 중핵에 다다를 수 있었다.
바르나울의 흑마법을 단번에 무력화 시키기 위해.
그리고······.
“이익!”
루펜 또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한 것 같았다.
정체불명의 종이 상자들이 차원 중핵으로 향하는 상황.
거기에 아우렐까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었으니.
휘리릭!
휘릭!
사방에서 흑마력으로 빚은 올가미가 날아들었다.
원혼들의 움직임을 막기 위한 흑마법사들의 안간힘.
하지만 노력이 무색하게, 포탈이 든 종이상자는 유유히 강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후욱.
후우욱.
사념을 품고 차원 중핵을 향해 나아가는 것.
애당초 그것이 바르나울이 원혼들에 부여한 설계였으니.
결국 대다수의 원혼이 무사히 강을 건너간 탓에, 루펜 또한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쑤우우욱!
콰득!
루펜이 손을 뻗었다.
너른한 소매에서 앙상한 손이 창처럼 뻗어 나왔고······.
“커헉!”
“자, 장로님······?”
흑마법사들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그러곤 즉시 그들이 지닌 흑마력을 게걸스럽게 빨아들였다.
흑마법사들이 피워대던 보랏빛 기운이 반딧불처럼 희미해진 반면, 루펜의 주변으로 강력한 흑마력의 파장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바로 추격한다. 준비해.”
화아아악!
루펜이 강을 향해 흑마력을 쏟아부었다.
그러자 강 속 깊숙이 빠져 있던 유골들이 떠올라, 공중에서 빠르게 조립되기 시작했다.
타다다닥!
타다닥!
빠르게 둥근 형체를 이루는 뼈들.
속도가 워낙 빨랐던 탓에, 금세 그 형상을 알아볼 수 있었다.
“······배?”
루펜은 서둘러 강을 건너갈 생각이었다.
그의 지시하에 리치들이 배 주변으로 빠르게 몰려들었다.
반면, 바르나울의 인간 흑마법사들은 기운을 흡수당한 채, 탈진하여 바닥 곳곳에 널브러져 있을 따름이었다.
‘······필요 없다 이건가.’
산 자는 건널 수 없는 죽음의 강.
전장이 그 너머로 좁혀진 이상, 살아 있는 흑마법사들은 더 이상 유효한 전력이 아니었으니.
루펜은 반 리치인 자신과, 다른 리치들을 이끌고 아우렐을 막을 속셈이었다.
분명 그런 계획이었겠지만······.
쐐애애애애액!
순백색으로 빛나는 형강이 날아들었고,
꽈아아앙!
파사삭!
루펜의 배를 타격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휘우!”
신성력이 깃들어서인지, 타격감이 심상치 않았다.
흑마력에 의해 조형되던 루펜의 배는 즉시 산산조각이 났고, 곳곳으로 비산한 뼛조각들은 머나먼 강을 향해 물수제비를 띄우며 침몰할 뿐이었다.
“······어딜 가려고?”
나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우렐이 차원 중핵에 접근하는 사이, 충분한 시간을 벌어줘야 했으니까.
바르나울의 차원 중핵을 위협할 수 있는 아우렐, 온통 그에게만 신경이 팔려 있던 바르나울의 장로님께서 이제야 내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건방진 놈이, 감히······.”
분노에 찬 루펜.
백골 위로 덮인, 얇은 얼굴 가죽이 요동쳤다.
“쳐라!”
외침과 동시에, 리치들이 흑마력을 피워올렸다.
흑마력의 줄기는 낚싯대처럼 강으로 끌려들어 갔고, 이내 월척을 건져 올린 듯 셀 수 없이 많은 뼛조각을 건져 올렸다.
타다다다닥!
타다다닥!
순식간에 조립되는 뼛조각들.
하지만 이번에는 배가 아니었다.
수백 마리의 스켈레톤과 더불어 본 드레이크가 고개를 처들었고, 그 뒤로 땅을 울리며 거대한 본 매머드가 나타났다.
달그락!
달그락!
떼를 지은 언데드들은 쏜살같이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생명을 거두는 죽음의 강.
강 속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시체가 묻혀있었으니.
사실상 바르나울의 무기고라도 불러도 손색이 없겠지만······.
“출하.”
무기고라면 나도 가지고 있었다.
달그락!
카드드드득!
사방으로 언데드 가고일을 쏟아부었다.
넓은 바르나울의 지하 공간 곳곳에 H형강이 날아들었고, 바르나울의 해골들을 짓이기며 하얀 광채를 퍼뜨렸다.
수많은 스켈레톤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겠으나.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기사들의 방진을 뚫고 들어오지는 못했다.
두꺼운 코트가 언데드들의 발톱을 부러뜨렸고, 어깨 사이로 권총이 날아들었으며,
한 번씩 호흡이 넘어갈 때마다, 란슬롯은 오러 소드로 언데드의 단단한 뼈를 두부처럼 썰어 넘겼다.
달그락!
치열하게 주고받는 공방.
흰 뼈마디가 사방팔방으로 튀어 나갔다.
나의 방해 공작에, 루펜은 도무지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아니,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여기서 딱 기다려라. 나는 기필코 죽여줄 테니.”
이글거리는 루펜의 눈빛.
쑤우우우욱!
놈이 발돋움했다.
둥근 흑마력의 파장의 루펜을 둥글게 감쌌다.
일종의 에너지 덩어리가 된 녀석에게는······.
카앙!
파아앙!
아무런 공격도 통하질 않았다.
성창과 형강을 집어던졌고, 운철구를 충돌시키기도 했으나 놈의 방어를 뚫을 수는 없었다.
“여기까진가······.”
처음부터 전력 차는 확실했다.
정확한 위계까지는 알 수 없어도, 놈은 어엿한 상위 차원의 수장이었으니.
지금까지의 전투 모두, 압도하는 것이 아닌, 루펜의 발목을 붙잡는 싸움에 불과했으니까.
쿠르르르릉!
루펜의 흑마력이 번개를 머금은 먹구름처럼 요동쳤다.
그러곤 이내,
타아아아앙!
똘똘 뭉쳐놓은 위력을 뿜어내며, 강 너머로 총알처럼 날아갔다.
갖은 노력이 무색하게, 루펜은 단 한 번의 흑마법으로 우리를 손쉽게 벗겨냈을 따름이었다.
“그래도······.”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애당초 배를 타고 넘어가려 했던 루펜이었으니까.
마찬가지로, 놈이 데려가려 했던 리치들은 우리와 다를 바 없이, 멀뚱히 멀어져 가는 루펜을 텅 빈 눈자위로 바라볼 뿐이었다.
놈을 붙잡아두지 못한 건 아쉽지만, 지금으로서는 놈에게 원하지 않는 선택지를 강요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쳐, 쳐라!”
자리에 남은 리치들이 우리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하지만······.
“상품 회수.”
슈와아아아악!
나는 곧장 미리 설치해둔 포탈로 우리 모두를 빨아당겼다.
루펜이 중핵으로 날아간 이상, 더 이상 이곳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었으니.
온 힘을 다해, 자리를 박차고 떠난 루펜이었지만······.
“······와라.”
우리는 이미 강 너머에 도착해 있었다.
루펜이 뿜어내는 흑마력이 공처럼 뭉쳐, 강 너머에서 날아오고 있는 상황.
캐치볼을 하듯, 놈의 접근을 한 번 더 막아줄 요량이었다.
***
“이건······.”
포탈을 타고 넘어간 곳, 강 한가운데에 놓은 작은 섬.
바로 여기에 바르나울의 차원 중핵이 있었다.
“뭐가 이렇게 커?”
상위 차원다운 위용이었다.
건물만 한 크기의 차원 중핵이 지하공간의 천장과 바닥을 연결하고 있었으니.
위로도, 아래로도 뿌리를 내린 듯, 중간에 위치한 차원 중핵은 열매처럼 크게 부풀어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피어싱을 한 듯, 셀 수 없이 많은 쇠고리가 혈관 곳곳을 관통하고 있었으니까.
고리에는 랜턴처럼 생긴 물체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는데, 오래지 않아 그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라이프 베슬.”
마치 밤 축제에 온 것만 같았다.
곳곳에 떠오른 보랏빛 호롱불.
그 하나하나가 바르나울 리치들의 라이프 베슬이었으니.
“······.”
싸아아아······.
한편, 아우렐은 갖은 힘을 쏟아붓고 있었다.
다른 마르케스의 흑마법사들이 마법진을 그려 차원 중핵을 둘러쌌고,
아우렐 또한 손을 뻗어, 신경 섬유를 따라 그려진 바르나울의 흑마법 회로를 빠른 속도로 추적했다.
“조금만······ 조금만이면 됩니다······.”
구슬땀을 흘리며, 가까스로 입을 여는 아우렐.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쐐애애애액!
꽈아아아아아아앙!
흑마력을 두른 루펜이 순식간에 날아들었다.
까아아앙!
까아앙!
놈을 향해 수십 개의 운철구를 던졌다.
방탄이라도 두른 듯, 루펜은 커다란 운철구를 아무렇지 않게 튕겨내는 루펜.
그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음에도, 그대로 아우렐을 향해 돌진할 뿐이었다.
카가가가가각!
김솔이 놈의 진입을 막아 세웠다.
아이기스 위로 배리어를 둘렀고, 충돌과 함께 파지직 번갯불이 튀어 올랐다.
“으으······.”
정면으로 맞부딪힌 상황.
하지만 힘은 루펜이 앞서 있었다.
김솔이 발이 서서히 뒤로 밀리기 시작했으니.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었다.
슈우우우욱!
화아악!
루펜으로부터 흑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이번에도 역시 마력의 실선이 강가로 뻗어나갔고, 조립된 언데드들이 땅을 밟으며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출하를 이용해 사방으로 온 무기를 쏟아부었고, 기사들 또한 놈들의 진격을 막아 세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차원 중핵의 기운을 받은 언데드는 몇 배는 더 단단해져 있었고, 둥근 섬을 주변에서부터 포위해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결국 남은 것은······.
“아직이야?”
“거의······! 거의 끝나갑니다!”
아우렐의 작업에 달려 있었다.
흑마력에 둘러싸여, 파괴가 불가능한 바르나울의 차원 중핵.
남은 방법은 아우렐이 그 안에 담긴 흑마력 회로를 뒤집어엎는 것뿐이었으니까.
한편······.
“으아아아아아아아!”
루펜은 미쳐 날뛰고 있었다.
눈앞에서 자신의 심장이 유린당하고 있었으니.
하지만 김솔은 놈의 경로를 끈질기게 따라붙었고, 온몸이 상처로 뒤덮이는 중에도 결코 피하지 않았다.
모두가 역할을 충실히 맡아주고 있는 상황.
카멜롯의 기사들이 사방에서 몰려드는 언데드를 막아내고, 내가 아공간 포탈을 열어 아우렐에게 날아드는 공격을 방어하고 있을 즈음······.
쩌저적!
김솔의 방패에 금기 가기 시작했다.
루펜의 앞으로 두른 배리어는 이미 깨진지 오래였으니.
“죽어라.”
이를 놓치지 않은 루펜이 송곳처럼 끌어모은 흑마력을 쏘아댔을 찰나,
“됐습니다!”
그제야 아우렐이 하늘로 뻗은 손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그 결과······.
후두두두두둑!
점점 포위망을 좁혀들어오던 언데드들이 블럭처럼 무너져내렸다.
차원 중핵에서 뻗어 나오던 흑마력 파장이 불현듯 힘을 잃었고, 혈관에 매달려 있던 라이프 베슬이 썩은 열매처럼 툭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첨벙!
수면 위로 떨어지는 라이프베슬.
죽음을 선사하던 강이 이번에는 바르나울 그들에게 생의 마지막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끄르륵······.”
루펜이 가슴을 부여잡은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놈의 라이프 베슬 또한 중핵에 매달려 있었으니까.
아우렐이 회로를 뒤집어 혈관으로 뻗어나가는 흑마력을 역으로 뒤집었고, 그 결과 루펜은 역으로 생명력을 갈취당하며 미라처럼 실시간으로 말라가고 있었다.
물론, 리치가 된 녀석은 이미 더할 나위 없는 뼈 그 자체였지만.
“미친······ 죽는 줄 알았네.”
김솔 또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루펜이 마지막 일격이 가하려던 참.
아니나 다를까, 그녀 앞에는 아이기스가 몇 조각으로 나뉜 채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끝났나.”
이제 바르나울은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을 터였다.
그 힘의 근원이 되는 차원 중핵을 무력화시켰으니.
하지만, 정작 그 결정타를 날린 아우렐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왜 그래?”
“뭔가 이상합니다. 중핵에······ 흑마력이 거의 남아있질 않았어요. 그리고······.”
아우렐은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곤 탈진한 채, 조금씩 잃어가는 루펜을 내려다보았다.
“······루펜은 이만한 수준의 흑마법사가 아닙니다. 놈의 전력을 감안하면 우리 모두 단번에 휩쓸려도 이상할 게 없었어요. 기운이 이상하리만치 약화되어 있어 작업을 속행하기는 했지만······.”
루펜과의 전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공격이 거의 통하지 않을 만큼, 강력한 위계를 두르고 있던 루펜.
하지만 그 위계가 무색하게, 김솔의 방어를 좀처럼 뚫어내지 못했으니까.
“아직 뭔가 남아있는 게 분명합니다. 바르나울은······.”
아우렐이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주억거리기 시작했을 즈음······.
“대표님······!”
지이잉.
아공간 포탈로부터 누군가 다급하게 건너왔다.
그는 다름 아닌 아발론의 경비단장 베론.
팍스맨 성기사들과 함께, 지구에서의 방위를 맡겨놓은 참이었다.
“무슨 일이야?”
“적습입니다. 이런 건 정말이지 처음 보는 탓에······.”
베론이 빠르게 소식을 전달해주었다.
첫째는 거대한 적이 게이트 포탈이 아닌, 지구 바깥에서 나타났다는 것.
둘쨰는 놈이 지구를 두른 방어 장막을 깨부수고 있다는 것.
그 정체는 다름 아닌······.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드래곤입니다. 공격이 거의 통하질 않고 있어요.”
본 드래곤이었다.
추정컨대 바르나울의 마지막 무기로 여겨지는.
아니나 다를까, 줄곧 쓰러져 있던 루펜이 사악한 웃음을 뱉기 시작했다.
“멍청한 놈······ 감히 바르나울을 건드리고도 멀쩡할 줄 알았더냐? 지구는 곧 사념에 물들 것이다. 악몽과 고통으로 가득 찬······.”
파각!
저주를 퍼붓는 루펜의 두개골을 즈려 밟았다.
지금은 한가로이 놈의 악담이나 듣고 있을 때가 아니었으니.
“······가자.”
우리는 곧장 포탈을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