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69)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69화(169/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69화
날개 달린 화약고 (1)
169화. 날개 달린 화약고 (1)
피렌의 천사들은 패닉에 빠졌다.
바르나울이 날려 보낸 ‘그것’.
되살아난 본 드래곤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으니까.
지구를 군수공장으로 만들겠다는 일념하에서, 앞뒤를 가리지 않는 바르나울의 의지에 아드리엘은 기함할 따름이었다.
“그래······ 사실상 그게 유일한 방법인 건 맞는데······.”
지구에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엄격한 위계 제한이 걸려있던 탓에 5위계 이상은 발조차 들일 수 없었으니.
바르나울이 자랑하는 흑마력 폭약을 사용하면 되었지만, 다차원을 가로질러 그만한 에너지를 안전하게 배달하는 것 또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중간에 터져버리기라도 한다면,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될 테니까.
“괜히 여기서 폭탄을 만들려 했던 게 아니었지.”
하지만 딱 한 가지 방법이 남아있었다.
드래곤이라면 그 막대한 에너지를 쥔 채, 안전하게 지구까지 끌고 갈 수 있을 테니.
아니나 다를까, 바르나울은 바로 그 드래곤의 사체를 되살린 뒤, 흑마력 에너지를 실어, 지구로 날려 보낸 참이었다.
“끝장을 보자는 거지.”
과연 아드리엘의 추측대로였다.
본 드래곤의 앙상한 손아귀에는 그들의 ‘마지막 수’가 들려 있었으니까.
바르나울의 모든 흑마력을 끌어모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송두리째 지워버릴 압도적인 무기.
그 파괴력을 떠올리고 있자니, 아드리엘마저 침이 바싹 말라올 지경이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모든 것이 지구에 군수공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의 연장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무기를 배달하는 것이 드래곤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줄곧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드리엘에게, 수하가 물었다.
“아드리엘 님······ 그게 그렇게 문제입니까?”
“몰라서 묻느냐? 그 드래곤은 마도사, 로베르토의 시체다.”
“로, 로베르토요?”
아드리엘의 대답을 들은 수하가 휘둥그레 눈을 떴다.
그러곤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되물었다.
“아케인의 귀족, 로베르토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로베르토가 맞다. 바르나울이 비밀리에 시체를 가지고 있었지.”
흑마력을 사용하는 바르나울에게 있어 시체는 일종의 전략적 자산과도 같았다.
그 중에서도 드래곤의 온전한 시체는 그 가체를 헤아릴 수 없는 보물 중의 보물.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 시체가 다름 아닌 아케인의 귀족 마도사, 로베르토 백작이라는 데 있었다.
“바르나울에 숨겨져 있을 땐 괜찮았다. 바르나울을 감싸고 있는 흑마력 파장이 로베르트의 기운을 감춰주고 있었으니까. 그걸 밖으로 꺼냈으니······ 이제 자연스레 아케인 그놈들의 시선이 따라붙겠지.”
고귀하고 영예로운 귀족 마법사의 시체.
바로 그것이 아케인의 유일한 발작 버튼이었다.
마법사들의 신성한 시체를 위해서라면, 아케인은 온 우주를 지옥으로 만들고도 남는 족속들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아케인 놈들이 이곳 지구로 찾아온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러겠지. 로베르토의 시체를 찾으려 우주를 이 잡듯 뒤지던 놈들이니까. 위계 제한 때문에 지구 안쪽까지는 못 들어 오겠지만······.”
후우.
아드리엘이 한숨을 꺼뜨렸다.
그의 이마에는 몇 겹이나 되는 주름살이 잡혀 있었다.
“그 대신 우리를 들들 볶을 게 분명하다. 지금 지구는 우리 피렌의 관할에 있으니까.”
그것이 날아오는 본 드래곤을 보며, 아드리엘이 경악한 이유였다.
줄곧 숨겨오던 로베르토의 시체를 꺼내 들었다는 것, 그건 천하의 아케인과 척을 지겠다는 소리나 다름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용맹한 결정과는 대조적으로······.
“그래서, 바르나울은······?”
“······여전히 연락이 되질 않습니다.”
“이 미친 새끼들이 진짜······?”
바르나울은 묵묵부답이었다.
폭탄 덩어리나 다름없는 본 드래곤을 날려 보냈을 뿐.
아니나 다를까, 드래곤이 지구의 보호 장막에 다다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드리엘이 소식을 전해온 천사에게 물었다.
“지금 상황은?”
“드래곤이 장막을 부수고 있습니다. 지구인들도 공격을 쏟아붓고 있고요. 다만 공격이 잘 먹히지는 않아서······ 결국 본 드래곤이 방어막을 뚫고 지구로 진입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것이 바르나울의 노림수였다.
지금 본 드래곤의 손아귀에는 바르나울의 사념 폭탄이 들려 있는 상태.
장막 내부로 드래곤을 진입시킨 뒤,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겠다는 심산이었으니까.
단, 그렇게 된다면 본 드래곤, 그러니까 로베르토의 시체 또한 무사하지는 못할 터였다.
“막아야 한다. 아케인 그 새끼들······ 시체가 파괴되면 피렌에 책임을 물을 게 분명해.”
이러나저러나, 지금 지구는 피렌의 관할이었다.
귀족의 시체가 파괴된 것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할 터.
아케인의 마법사들이 당도하기까지, 어떻게든 로베르토의 시체를 보호해야만 했다.
“그럼······ 본 드래곤이 가져온 폭탄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십니까? 그대로 시체와 함께 아케인에 인계를······?”
소식을 전하던 수하가 그에게 물었다.
본 드래곤의 움직임을 막겠다는 것.
그건 피렌이 지구인들을 대신해, 그들을 지키겠다는 소리나 다름없었으니까.
하지만······.
“터무니없는 소리. 그건 그대로 지구로 떨궈 놓아야지. 계획대로.”
아드리엘은 계획을 철회한 적이 없었다.
아케인과의 껄끄러운 관계만이 신경 쓰였을 뿐.
폭탄은 그대로 지구로 떨어질 것이고, 사념으로 뒤덮인 지구는 군수공장으로 거듭날 것이었다.
“그리고······.”
이대로가 끝이 아니었다.
머지않아 거대한 폭발에 휘말릴 지구.
아드리엘은 그 폭발에 휘말릴 생각이 없었으니.
“본 차원에 구호 요청을 넣어라. 우리는 살아나가야지.”
***
지구로 돌아온 직후.
우리가 목도한 것은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본 드래곤이었다.
꽈아아앙!
콰드드득!
드래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놈들 발톱을 세우고, 이빨을 들이밀어 지구를 뒤덮은 보호 장막을 차근차근 해체해나갔다.
보호막 안으로, 자신의 거대한 몸을 들이밀기 위해.
그뿐만 아니라······.
“······저기 있었군요. 중핵에 흑마력이 텅텅 비어있던 이유를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저게······?”
“예, 저 안에 고도로 농축된 사념이 담겨 있습니다. 저런 게 떨어진다면······ 정말이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군요.”
일찌기 바르나울이 띄워놓았던 폭격선.
그 안에 있던 오르골을 가득 채워 터뜨리더라도, 저 폭탄 하나에 비견할 수 없으리라는 것이 아우렐의 판단이었다.
“그렇게 크지도 않은데······.”
본 드래곤이 움켜쥐고 있는 기다란 원통.
실험실 앰플처럼 생긴 통 안에는, 그동안 바르나울이 축적해온 흑마력이 고도로 응축돼 있었다.
대륙 하나쯤은 가볍게 날려버릴 수 있는, 어마무시한 파괴력.
그 비극을 막기 위해, 지금 지구의 세력들은 갖은 힘을 쏟아붓고 있었다.
슈우우우웅!
콰아아앙!
합참의 병력이 총동원됐다.
‘카테고리 수용’을 통해 집어넣었던 대공 무기를 무한정 복제했고, 마찬가지로 강화석을 발라 넣은 포탄을 무차별하게 발사했다.
이제는 하나하나 이름조차 구별하기 어려운 복잡다양한 화기들.
피우웅!
피웅!
까만 하늘 아래, 별처럼 밝은 점들이 하늘을 누볐다.
본 드래곤이 방어막을 뜯어낸 틈새를 노린 병사들의 포격.
포탄이 본 드래곤의 뼈 마디마디를 정확히 타격했지만······.
“······.”
거짓말처럼, 조금의 생채기도 낼 수 없었다.
엘븐하임의 엘프들도 거들었다.
화살 없이도 고위계의 공격을 쏘아보낼 수 있는 엘프들의 능력.
쐐애애애액!
빛처럼 번진 화살이 쏜살같이 장막의 틈새를 비집고 날아들었으나······.
-그어어어어어어어어!
소름끼치는 본 드래곤의 고성을 자아냈을 뿐, 아무런 타격도 가하질 못했다.
타아앙!
타아아앙!
물론 무의미한 공격은 아니었다.
비록 놈을 파괴할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의 반동이라도 가할 수 있었으니까.
병사들의 포격, 그리고 엘프들의 화살이 본 드래곤의 발톱을 튕겨냈고, 방어막을 찢는 놈의 행동을 조금이라도 지연시킬 수 있었다.
물론······.
“······이대로라면 시간문제인데······.”
그래봤자 시간 벌이에 불과했다.
놈이 온몸으로 방어막을 타격하는 탓에, 충격을 견디지 못한 방어막 곳곳으로 얇은 실금이 퍼져나가고 있었으니까.
머지않아 장막을 뚫고 들어온 드래곤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킬 터였지만······.
“······저건?”
놀라운 광경이 나타났다.
나를 추격하던 피렌의 천사들.
그들이 두 날개를 펼치며 본 드래곤을 향해 날아들었으니까.
구아아아아아아아악!
본 드래곤이 위협적인 울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천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빙빙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 끝에서 빛으로 이루어진 새하얀 실선이 쏘아져 나갔다.
물리력을 지닌 선이 밧줄처럼 본 드래곤의 곳곳을 옭아맸고······.
꽈드드드득!
그대로 본 드래곤의 움직임을 제압했다.
녀석은 몸부림을 계속했지만, 수십 마리의 천사들이 사방에서 밧줄을 끌어당기는 탓에, 부들부들 뼈를 떨어가며 옴짝달싹 움직이지 못했다.
“······쟤들 왜 저러지?”
암암리에 바르나울과 손을 잡고 있던 피렌의 천사들이었으나, 지금만큼은 드래곤이 지구 안으로 진입하는 일을 막아주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데······.”
천사들의 움직임은 이중적이었다.
드래곤의 공격을 막아주는 것은 틀림없었지만, 본 드래곤에게 향하는 지구인들의 공격까지 동시에 차단하고 있었으니까.
마치 상황을 지금 상태 그대로 유지시키려는 듯이.
퍼어어엉!
퍼어엉!
놈들이 몸으로 우리의 공격을 막아 세웠다.
드래곤은 물론, 피렌의 천사들에게조차 유효한 타격을 입히지 못하는 상황.
지구를 향한 위협이 조금도 지워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아우렐에게 말했다.
“아직 포기 안 했네, 쟤들.”
“역시 그렇습니까······?”
여전히 의문스러운 점은 많았다.
대체 왜 피렌이 앞장서 드래곤의 공격을 막아주는 것인지.
그런 와중에, 왜 우리가 놈을 공격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인지.
다만, 확실한 것은 내가 우리의 운명을 놈들에게 맡길 생각이 없다는 데 있었다.
“멍하니 있다가 즈려 밟히는 건 질색이야.”
나는 지구인 다른 각성자들과는 달리, 타차원에 빌붙을 생각이 없었다.
이 모든 침략을 말끔히 지워내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자력으로 위기를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
나는 곧장 팍스에게 물었다.
아공간 10레벨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자그마치 100만 개의 마석이 필요했으니.
공교롭게도 내 차명계좌에는 아직 상당한 양의 마석이 남아 있었다.
“토턴 쪽에 마석이 얼마나 남았지?”
띠링!
[토턴 인베스트먼트의 법인 계좌 잔액은 1,503,401개입니다]“싹 다 내 계좌로 옮겨줘.”
[알겠습니다.] [남은 마석은 1,584,169개입니다.]구어어어어어어!
본 드래곤의 우렁찬 고성이 들려왔다.
온몸의 뼈를 달그락거리며 요동치는 녀석.
비록 살아있는 생명체는 내 아공간 능력으로 수용할 수 없었지만······.
“너, 살아있는 거 아니잖아.”
본 드래곤은 생명체가 아니었다.
흑마력에 뒤덮여 죽은 몸을 달그락거리는 뼈다귀, 그것이 놈의 정체였으니.
심지어, 그 손아귀에는 바르나울의 강력한 폭탄이 쥐어져 있었다.
그렇게······.
“계속 보니 좀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주머니를 펼쳐 들었다.
피렌의 천사들이 애지중지하는 저 드래곤을 손에 넣기 위해.
위협이고 자시고······.
“팍스, 저거 가져 와.”
[알겠습니다.]모조리 먹어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