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7)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7화(17/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 17편
(찾아가는 서비스 (1))
“후우···”
이곳은 합동 참모 본부의 작전본부.
홀로 남은 작전본부장 유성철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시선 끝에는 지난 며칠간 군이 수행한 여러 작전들의 현황 및 결과들이 빠짐없이 표기되어 있었다.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주 깜깜이구만. 깜깜이.”
현황판이 보여주는 결과는 암담했다.
말 그대로 보이질 않았다.
전국 각지에서 뚝하고 통신이 끊겨버린 부대가 한둘이 아니었다.
달리 표현하자면, 그건 부대가 괴물들에 의해 송두리째 집어삼켜졌다는 뜻과 다르지 않았다.
물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니, 자잘한 패전이야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점차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전국 각지에 있는 상급 지휘부대들에 새로운 병력 편제를 구성하라 명령했다.
온갖 괴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하는 이런 상황에는 무엇보다 구심점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으니까.
기존 병력 편제에 각성자들을 추가로 구성하여 시나 군 단위로 결집하도록 했으나, 정작 그 결집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과천, 안양도 그대로 날아간 듯하고··· 56사도··· 그나마 제대로 모인 곳이 1군단인가.”
혼잣말로 상황판을 정리하던 그는, 문득 불경한 말을 주억거렸다.
이곳 합참의 작전본부는 군사 작전을 쥐락펴락하는, 그야말로 권력의 중심부였으니.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과연 정부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국가는 실체가 아닌 개념이지만, 제도와 군사력을 통해 그 영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것이 무너지고 있었다.
씁쓸하게 군복 카라를 쓰다듬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세 개의 별.
검은 자수로 박힌 그 별은 이미 그 빛을 다한 채 죽어있었다.
그때, 누군가 회의실로 들어섰다.
유성철의 전속부관이었다.
“본부장님, 찾아온 사람이 있는데··· 만나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데 그래?”
“국통사 50정보통신대대장인데, 정부 과천청사 집결지에서 통신 지원 임무를 맡았다고 합니다. 본부장님께 반드시 전달해야 할 소식이 있다고···”
“···과천? 그게 정말이야?”
전멸했으리라 짐작만 했던 정부청사의 병력.
생존자의 소식에 유성철이 반색했다.
“당장 들어오라고 해.”
검게 물들었던 시야, 마침내 작은 샛별이 찾아들었다.
.
.
.
“···쿠데타라고?”
유성철이 황당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의 손에는 통신대대장 한경호가 건네준 몇 장의 기밀문서가 들려 있었다.
그중 두엇은 바로 이곳 합참본부의 지령에 따라 작성된 것이다.
하지만 몇 개는···
한경호가 덧붙였다.
“예, 1군단입니다. 본부장님.”
바로 1군단에서 전달된 명령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공식적인 문건은 아니지만, 그 내용만큼은 확실했다.
수도 방위군으로 편성될 부대 집결지에 대한 지원과 통신을 끊어버리는 것.
부대 편성의 실패를 괴물들의 습격으로 위장하여 보고하는 것.
‘이 새끼들이 제정신인가?’
정황적인 증거도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제대로 부대 편성이 정비되고 있는 곳은 1군단과 전방 몇 사단, 그리고 후방의 상급 부대들 뿐이었다.
개중 가장 처참하게 집결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이곳 수도방위 병력이었다.
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듯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스러운 점이 있었다.
“대체 이 문서를 어떻게 가져온 거지? 미안하지만 자네 직책으로는 손도 대기 어려운 문건들일 텐데. 과천에서 혼자 살아 돌아온 것도 이상하고···”
“원래라면 그랬겠죠. 해서, 본부장님이 꼭 만나보셨으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경호는 지난 며칠간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간단히 설명했다.
김정겸이라는 사내가 자신을 구해주었으며, 그의 아공간에 국통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막강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까지.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능력이었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작전본부장 유성철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작전본부장 유성철은 나를 만나러 직접 주차장까지 내려왔다.
이용수와 함께 차에서 내린 나는 즉시 그와 교섭을 시작했다.
미리 부탁했던 대로, 한경호가 본부장에게 내 능력을 설명했을 터였다.
“지금 제 가족이 저 성벽 너머에 있습니다. 해서, 헬기를 한 대 빌렸으면 하는데··· 내어주신다면 그 이상의 물자를 대가로 드리겠습니다. 물이나 식량, 군수품도 가능하고요.”
“김정겸 씨의 능력은 여기 통신대대장에게 건네 들었습니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능력이군요. 헬기는 상당히 중요한 전략 자산이지만··· 전해드리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정말입니까?”
내가 반색했다.
이렇게 쉽게 내어줄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단, 조건이 있습니다. 군 소속 각성자가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아시다시피 정부는 현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겸 씨가 우리 군에 합류해주신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죄송하지만, 그건 어렵겠습니다.”
나는 이번에도 단칼에 거절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정부의 상황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당장은 가족들을 구하는 것 외에는 그 무엇도 우선에 둘 수 없어요.”
구태여 말하지는 않았지만, 가족들을 모두 찾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을 찢어발기는 괴물들이나 이 마당에 권력을 탐하는 1군단 놈들이나 싸가지 없게 느껴지는 건 매한가지지만, 이 정부가 존속할 수 있을지부터가 확신이 서질 않았다.
본부장이 대답했다.
“그것참··· 안타깝군요. 그러면 헬기는 내어드리기가 어렵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더 여쭤보지는 않도록 하죠.”
터엉!
나는 즉시 조수석에 몸을 실었다.
헬기를 얻기는 어려워졌지만··· 어차피 성벽을 제대로 확인하고 온 상태도 아니었다.
수류탄 수천 개를 까 던지면 어떻게든 구멍이 뚫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똑똑.
밖에서 차창을 두드렸다.
지잉.
창문을 내리자, 본부장 유성철이 큼큼 목울대를 다듬고 있었다.
“그럼 다른 부탁이 있습니다. 이것만 도와주신다면 헬기를 내어드리죠.”
***
부르릉.
우리는 달리는 코란도 안에 있었다.
쑤욱.
이용수와 나 사이에 열린 포탈에서 마른 손 하나가 튀어나왔다.
영화 ‘링’의 한 장면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 손에는 천 보자기에 싸인 도시락이 들어있었다.
즉, 오지수의 손이었다.
“고맙습니다.”
내가 감사를 표하자, 손은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천천히 포탈 속으로 되돌아갔다.
이번엔 ‘터미네이터’의 한 장면이었다.
보자기를 열자, 안에는 직접 만든 두툼한 수제 샌드위치가 담겨 있었다.
꾸준히 밖에서 돌아다니느라 식사를 거른 나와 이용수를 위한 배려.
프레시 센터에 완제품 샌드위치가 널려 있었을 텐데도, 직접 수제 햄을 굽고 치즈에 불을 입혀 만든 고오급 샌드위치였다.
“···!”
당연히 그 맛 또한 기가 막혔다.
이용수 또한 핸들을 바삐 돌리며, 남은 한 손으로 샌드위치를 씹었다.
이 인간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없었다.
입에 담긴 빵과 고기, 채소를 우물거리며,
나는 조금 전 작전본부장과 나눈 이야기를 떠올렸다.
유성철, 그는 분명 그렇게 이야기했다.
“성의 주인은 ‘기사왕’입니다. 당연하지만 인간은 아니고요.”
“기사왕이요···?”
퍽 신화나 게임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이름이었다.
그것도 그런데··· 괴물들에게 이런 명예로운 이름이 붙어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은 아닙니다. 종종 ‘해골 기사’라는 엘리트 괴물이 나타날 때가 있는데, 놈들이 ‘기사왕의 명예를 위하여’라는 말을 읊어대거든요.”
괴물이 말을 하다니, 이 또한 신기한 일이었다.
의아해하는 나에게, 유성철이 주의사항을 덧붙였다.
“혹여나 작전 중 해골기사를 만나더라도, 최대한 싸움은 피하세요.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무조건 후퇴하셔야 합니다. 놈들에게는 우리 공격이 통하질 않으니까요.”
통신대대장 한경호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총을 비롯한 현대식 화기가 통하지 않는 적.
이곳도 과연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해골 기사만 빼면, 나머지는 모두 스켈레톤뿐입니다. 전투력 자체는 크게 위협적이지 않지만··· 의외로 총으로는 잡기가 어렵죠.”
“어째서요?”
“일단 온몸이 뚫려 있어서 그런지 총알이 꽤 비껴나갑니다. 거기다 마석으로 이루어진 ‘코어’를 제대로 깨뜨리지 않으면 뼈가 다시 모이며 재생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코어란 건 어디에 있는 겁니까?”
“머리에 달려 있었다면 참 좋았겠습니다만··· 오른쪽 아래 마지막 갈비뼈 중간 부분이 마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석이 분리되면 놈들도 힘을 잃고 쓰러지게 되죠.”
적들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전해준 그는 마침내 본론에 다다랐다.
애당초 내게 작전을 도와달라 부탁했던 그였으니까.
“놈들은 남산 아래로 후암동, 남영동, 청파동까지 세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최근 예비군 각성자들을 소집했던 곳이 바로 서울역이었죠. 다행히 그쪽과 통신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해골들 때문에 길이 막힌 상황입니다. 초기 각성자들인 탓에 전투력은 별 볼일이 없고, 저희 쪽에서 구출 작전을 벌이더라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죠.”
“간단히 말해, 그 사람들을 꺼내와 달라는 거죠?”
“맞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예. 좋습니다.”
시간이 끌리는 건 불편했지만, 다행히 서울역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다.
더욱이 이번 일로 헬기를 얻는다면 성벽을 넘어 을지로로 향하는 과정에 한층 더 속도가 붙을 터.
하지만 나는 한 가지 조건을 추가로 덧붙였다.
“단, 구출 과정에서 생기는 마석은 모두 제가 갖겠습니다.”
나 홀로 참여하는 구출 작전은 아니었다.
수송 트럭 몇 대와 지원 병력이 함께 진입하기로 했는데, 그 정도 거들어 놓고 마석 소유권에 시비를 걸면 곤란했다.
지금까지 수중에 모인 마석은 도합 617개.
어마무시한 양이었지만, 아공간 레벨 3을 달성하기에는 여전히 모자랐다.
마석을 모두 넘겨달라는 내 조건에, 의외로 본부장은 쉽게 수긍했다.
“그러시죠. 애초에 인명 구출이 목적인 작전이니··· 하지만 마석을 수거하는 것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시면 곤란합니다. 사람들을 구하시고 나면 바로 여기 본부로 돌아와 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손을 맞잡았다.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기 위한 일시적인 거래였다.
작전본부장답게, 그가 상상력을 발휘했다.
“아공간에 있는 어떤 물건이든 불러낼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두돈반 트럭 같은 걸로 해골들을 쓸어버리며 가시는 건 어떠실지요. 놈들이 다시 살아나기는 하겠지만··· 움직이는 데 필요한 시간 정도는 벌 수 있을 겁니다.”
“아··· 예, 참고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달리는 차 창 바깥.
서서히 저물어 가는 해를 보며, 나는 마저 생각을 정리했다.
트럭을 소환하자는 유성철 본부장의 기획.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어쩐지 성에 차지 않았다.
아공간 2레벨을 달성한 이후, 내겐 아직 개방하지 않은 능력이 있었으니까.
팍스가 창을 띄워주었다.
—-[개방 가능 항목]—-
[비용 50]◈ 추적 배송
-출하된 상품이 설정된 목적지를 자동으로 추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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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하 위치를 조정할 수 있었던 <정밀 배송>을 넘어, 이제는 아예 추적 미사일이었다.
목적지는 스켈레톤들의 오른쪽 아래 갈비뼈.
추적 배송을 통해 놈들의 갈비를 제대로 털어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