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7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70화(170/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70화
날개 달린 화약고 (2)
“뭐··· 야···?
아드리엘이 허탈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피렌의 천사들이 옭아매고 있던 본 드래곤.
그 거대한 몸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렸으니까.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지구를 둥글게 두르고 있는 황금빛 장막.
천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붕 뜬 채, 이제는 꼬질꼬질해진 회색 날개를 펄럭거리고 있을 따름이었으니.
하지만 진정한 분노는 한 박자 늦게 찾아오는 법.
본 드래곤을 놓친 채 흐물거리는 올가미를 바라보며, 아드리엘은 울화통을 터뜨렸다.
“왜···? 왜 자꾸 뭐가 사라지는 거야···!?”
이미 한 차례 천공섬을 잃어버린 터다.
말 그대로 ‘섬’인 만큼 작지 않은 크기임에도, 되찾기는커녕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으니.
아니나 다를까, 아케인의 귀족 로베르토의 시체마저 눈앞에서 사라진 상황이었다.
“아드리엘 님, 이제 어떻게 해야···?”
어쩔 줄 모르는 것은 다른 천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드리엘이 직접, 곧 아케인의 마법사들이 시체를 찾으러 올 것이라 당부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본 드래곤은 물론이요, 그가 쥐고 있던 바르나울의 폭탄마저 감쪽같이 사라진 상황이었다.
“······”
아드리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실망과 허탈함이 너무나도 큰 나머지,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다.
휘이이···
실패한 군수 공장 계획.
연락이 닿질 않은 바르나울.
거기에 사라진 천공섬과 본 드래곤까지.
결국,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에 불과했으니.
“······돌아가자.”
“아드리엘 님···?”
지구에서의 총책임을 맡고 있던 아드리엘.
본 차원은 물론, 상공회의소를 통해 그에게 어마어마한 문책이 쏟아질 터였다.
상상만 해도 입 안에 모래가 씹히는 것만 같은, 끔찍하기 짝이 없는 기분.
하지만 아직, 그 보다 최악의 경우가 남아 있었다.
“곧 있으면 아케인의 마법사들이 도착할 거다. 반드시 그 전에 빠져야 해.”
로브레토의 시체를 인계할 수 없게 된 이상.
피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조금이라도 빨리 자리를 뜨는 것뿐이었다.
아케인이 피렌에 시체의 행방을 묻는다 한들, 본 드래곤이 도착하기 전 후퇴했었노라 잡아떼면 그만이었으니까.
“그것 보다는··· 아무렴 그것보다는 나을 거다···”
어떤 문책이라도 감수할 수 있었다.
아케인, 딱 아케인만 빠져준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 정신병자들만 아니라면···”
그리고 마침,
위이이이잉···
먼 하늘로부터 다가오는, 피렌의 새로운 천공섬이 눈에 들어왔다.
본 드래곤을 붙잡기 전에 본 차원으로부터 구호 요청을 보냈던 터.
피렌에서는 차원 본부가 사라졌다는 말에 목덜미를 부여잡으면서도, 순순히 본 차원으로의 복귀 수단을 보내준 참이었다.
“빨리 움직여라! 꾸물 거리지 마!”
“예, 예!”
퍼드드득!
아드리엘의 호통에, 천사들은 다급히 날개를 폈다.
그러곤 상공에 부유하는 천공섬에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출발! 출발···!”
진입할 때는 상공회의소의 포탈을 이용했었다.
그때만 해도 피렌은 지구의 관리자였고, 천공섬은 상공회의소의 차원 본부였으니.
하지만 모든 역할을 실패한 지금, 천공섬은 지긋하게 연료를 태워 가며 본 차원으로 날아가야만 했다.
위이이이이잉!
키이이잉!
천공섬의 곳곳이 불을 뿜었다.
연료 사출구로 거대한 출력이 쏟아지며, 빠르게 지구의 성층권을 벗어났다.
돌벽으로 만들어진 천공섬 내부 공간에 널브러진 천사들.
아드리엘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돼··· 됐어. 일단은···”
당장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케인에 대한 것은 물론, 지구에서 벌어졌던 일까지.
그 모두가 아드리엘에게 있어서는 악몽의 연속이었으니까.
하지만···
“······처음 뵙겠습니다. 피렌의 천사장님.”
“······예?”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스르륵 문이 열리며, 실로 정중한 목소리가 날아들었으니.
순백의 하얀 로브, 손목, 허리, 발목에 매여있는 가지런한 매듭.
거기에 길게 내려오는 청색 넥타이까지.
“아··· 아으······ 아···”
아드리엘의 턱은 다물어질 줄은 몰랐다.
아케인의 ‘청색’ 급 마법사 두 명이 그의 눈앞에 있었으니까.
금발 곱슬머리를 단정하게 쓸어 넘기며, 아케인의 청색 마법사가 그에게 예를 표했다.
“본 차원으로까지 초대를 해주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마침 피렌에 물어보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 그게···”
“오면서 슬쩍 봤는데··· 피렌 쪽에서 로베르토 님의 시체를 가지고 계신 거지요? 꺼내놓으셨다가 다시 숨기신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혹시 오랜 시간 동안 숨기고 계셨다던지···”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혹시 지구의 차원 본부를 자처하신 이유도 그것 때문일까요? 여기서 뭔가 사업을 벌인다는 소문이 있기는 했는데··· 혹시라도 로베르토 님의 시체로 무슨 장사를 하려고 하셨던 거라면 앞으로 참 곤란해지실 텐데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희 피렌이 그런 일을 할 리가···”
“이상하네요. 그런 게 아니라면 시체를 숨기실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궁.
아득해지는 기분에, 아드리엘은 머리털이 모조리 벗겨질 것만 같았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좀 앉겠습니다. 아드리엘 천사장님? 도착까지 같이 수다나 떨면서 가시면 어떨까요?”
그에게 주어진 것이라곤 대화, 끝없는 대화뿐이었다.
***
본 드래곤이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천공섬이 모습을 드러냈고,
멍하니 서 있던 천사들을 태운 채 쏜살같이 사라져 버렸다.
“···잘도 내빼네.”
이제야 집으로 돌아간 수단이 생긴 모양.
무슨 목적으로 본 드래곤의 움직임을 묶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피렌이 사라졌다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도 나쁜 일이 아니었다.
상위 차원답게, 천사들의 전투력은 우리를 크게 상회하고 있었으니까.
“당분간은 맘 편히 다니겠구나.”
토턴의 주인이 나라는 사실을 알아챈 상공회의소.
피렌은 그런 나를 잡아들이기 위한, 일종의 경찰 역할이었다.
그런 놈들이 알아서 지구에서 발을 빼주었으니 나로서는 고마울 수밖에.
바르나울과 함께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들려던 계획은 괘씸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두둑한 전리품을 챙긴 참이었다.
바르나울이 날려 보낸 거대한 본 드래곤.
지구를 위협하던 그 괴물이 이제는 내 아공간에 들어와 있었으니.
-그어어어어어어어···
아공간 섹터에 담긴 녀석을 보며, 아우렐이 내게 말했다.
“혼은 휘발되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아무렴 바르나울이라 한들 드래곤의 혼을 다루기는 쉽지 않았겠죠. 대신 막대한 흑마력을 쏟아부어 일으킨 것 같습니다.”
나로서는 희소식이었다.
혼이 없는 덕에, 아공간의 복제 능력을 이용해 찍어낼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하늘을 누비던 언데드 가고일 부리는 무려 언데드 드래곤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회.
상상만 해도 장엄하기 그지없는 광경이었지만···
띠링!
[개체의 크기가 출하 가능한 최대 크기를 초과하였습니다.] [더 작은 개체로 시도해주십시오.]“···역시 안 되나.”
천공섬을 출하하고자 했을 때와 마찬가지였다.
아공간 포탈을 통해 꺼낼 수 있는 크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본 드래곤은 그 이상의 까마득하게 큰 몸집을 자랑했으니.
나는 섹터에 담아둔 녀석을 가만히 바라보며, 고민에 잠겨 있었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그러다 문득, 아우렐의 설명이 떠올랐다.
혼이 사라진 채, 흑마력의 회로로 연결되어 있다던 드래곤의 뼈.
그 중추는 다름 아닌 녀석의 두개골에 있었으니까.
“그러면 말야, 혹시···”
즉시 아우렐과 내 생각을 공유했고,
“좋은 생각이군요. 그런 식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좋았어. 그러면···”
아우렐 또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내 아이디어는 본 드래곤을 조각조각 출하하는 것.
일반적인 생명체와는 달리, 녀석은 뼈마디가 군집한 언데드였으니까.
그중 가장 큰 부위는 역시나 두개골이었고, 아공간 포탈로도 충분히 출하할 수 있는 크기였다.
나는 곧장 새 섹터 공간을 만든 다음, 본 드래곤의 머리를 꺼내놓았다.
그다음, 녀석의 척추 뼈 한 조각을 추가로 출하했다.
그 결과···
“오···!”
찰싹!
척추 뼈 한 토막이 두개골에 자석처럼 달라붙었다.
흑마력 회로가 연결된 덕인지, 뱀처럼 꾸물꾸물 움직이기까지.
다른 뼈 부위를 하나하나 추가로 꺼내놓았고, 척척 하나하나 완성되어가는 녀석을 보며 쾌재를 불렀다.
“···아예 조립될 줄이야.”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다.
중간중간 연결이 안 되는 뼈들이 있었던 탓에, 가능한 것들로만 연결해 드래곤을 완성해야만 했으니.
우리는 본 드래곤의 머리에서 출발해, 맞는 조각들을 찾아가며 한 땀 한 땀 본 드래곤을 새롭게 조립했다.
그렇게 완성된 것은···
-끼에에에엑!
“역시 귀엽다니까.”
본 드래곤의 ‘미니’ 버전이었다.
상당수의 뼈를 버려가며 만들어야 했던 탓에, 녀석 크기는 한참이나 줄어 있었으니.
아무래도 원본 사이즈로 만들기 위해서는 더 큰 덩어리 단위로 뼈를 꺼내야 할 것 같았다.
거대한 드래곤을 통째로 꺼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당장은 이걸로도 나쁘지 않지.”
그마저도 덤프 트럭 크기의,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는 크기였다.
큼지막한 머리를 휘저어가며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본 드래곤.
녀석을 되살려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차올랐지만···
-끼에에에에에에엑!
“아, 깜짝이야.”
마지막 문제가 남아 있었다.
드래곤은 나에 대한 적대심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지구를 노리고 들어온 탓에, 모든 지구인에게 공격성을 보이고 있었다.
-카아아아악!
녀석이 우리에게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었기에···
달그라라라락!
즉시 <상품 회수>로 녀석의 머리를 빼앗았다.
힘을 잃은 채, 바닥으로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본 드래곤.
쓰러진 본 뼈 마디마디를 살피며, 아우렐이 내게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지구를 공격해라··· 분명 흑마력 회로에 그런 사념을 각인해둔 거겠죠. 머리에 각인된 사념을 없애기 전에는 다루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간단히 말해, 바르나울의 명령이 각인 되어 있다는 소리.
그 결과 녀석은 도둑을 발견한 사냥개처럼, 우리를 물어뜯으려 할 뿐이었다.
아우렐이 나름의 차선책을 제안했지만···
“저희가 회로를 수정해보겠습니다. 다만··· 힘이 약화되긴 할 겁니다. 녀석이 품고 있는 흑마력 자체를 대부분 걷어내야 해서요.”
“아냐. 그러지 말고···”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한 차례 사이즈가 줄어든 상황.
더 이상의 전력 손실은 용납하고 싶지 않았으니.
다행히···
“어디 한번 잘 교육해보자고.”
내 아공간에는 특별한 교화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미 한 차례 그 효과를 입증한, 특제 시시포스가.
.
.
.
위이이이이잉!
거세게 돌아가는 대관람차.
그 위에 설치된 포탈이 용의 두개골을 떨궈 넣었다.
쏘옥!
동전처럼 시시포스로 들어간 본 드래곤의 머리.
사념으로 가득 찬 머리는 포탈을 옮겨 다니며, 시시포스가 부여해주는 갖은 환상을 맞닥뜨렸다.
“매번 드는 생각입니다만··· 흑마법사보다도 더 흑마법사다우십니다.”
“에이, 띄워주기는.”
아우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시포스에는 그가 흑마력으로 ‘조작’해준 기억들이 곳곳에 담겨 있었으니.
“좋은 게 좋은 거야.”
녀석은 지금 시시포스를 통해 나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목줄을 차고 겨울 눈밭을 뛰놀았던 것.
멀리 던진 쟁반을 물어온 다음 간식을 받아먹었던 것.
내 다리 밑에 웅크리고 누워 곤히 잠이 들었던 것까지.
시시포스를 통해 꾸준히 밀려드는 아련한 기억에, 녀석이 품고 있던 살벌한 사념은 서서히, 그러나 꾸준히 깎여나갔다.
“···기억나지, 백구야?”
이제야 기억났다.
그것이 녀석의 이름이었다.
대출 190년 전쯤, 펑펑 흰 눈이 내리던 어느 날, 녀석의 흰 두개골을 만지작거리며 틀림없이 그런 이름을 지어줬더랬다.
위이이이잉!
나와의 추억을 떠올린 것일까?
시시포스 또한 파르르 진동하며 심금을 울렸다.
그렇게, 빠져나온 녀석에게 남은 뼈마디를 차근차근 붙여준 결과···
-왕!
“우쭈쭈.”
본 드래곤, 백구가 꼬리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