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73)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73화(173/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73화
장독 (2)
“그래서 어디에 숨긴 겁니까?”
도돌이표를 찍은 것만 같았다.
끝없이 돌아오는 마법사들의 되물음.
아드리엘은 그야말로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저희도 모른다니까요. 갑자기 사라져버린 걸 낸들 어떻게 합니까?”
“아··· 그러시군요. 그럼 왜 피렌이 포박하자마자 로베르토 님의 시체가 없어졌을까요?”
“하······”
타이밍이 문제였다.
하필 천사들이 올가미를 사용한 순간, 본 드래곤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으니.
운 나쁘게도 아케인의 마법사들이 그 모두를 목격해버렸기에, 아드리엘로서도 이렇다 할 설명 거리가 부족할 따름이었다.
“시신을 아케인에 안전하게 양도하려 했다··· 는 말은 안 믿으시겠죠?”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아드리엘은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안 그래도 지구에서의 사업 실패로 갖은 문책이 기다리고 있는 마당에, 해결할 수도 없는 로베르토의 시신 문제로 질질 시간이 끌리고 있었다.
복귀하는 천공섬에서는 물론, 이곳 피렌에 도착한 뒤로도 줄곧.
“왜 입을 다물고 계신 건지 알 수가 없네요. 과연 피렌에서는 저 정도 마법사와는 말도 섞어주질 않으시는 모양입니다.”
“아, 아뇨, 그럴 리가요.”
아케인의 마법사, 프랑코의 비아냥에도, 아드리엘은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이 다름 아닌 우주 깡패, 아케인이었으니.
“그럼 제대로 대답을 해주시지요. 마탑에 적색 마법사 파견을 요청하기 전에요.”
청색, 적색, 황색.
그것이 아케인의 마법사들이 부여받는 계급이었다.
셋째 가는 계급이긴 했으나, 다차원의 그 누구도 청색 급 마법사를 우습게 볼 수는 없었다.
일신의 힘으로 하위 차원 하나를 거뜬히 멸망시킬 수 있는 무력.
그것이 저 푸른색 넥타이가 상징하는 의미였으니.
“그러니까 저희 피렌은 로베르토 님의 시체를 찾는 일에 적극 협력을···”
“협력이요? 이게 협력입니까?”
프랑코는 적색으로의 승급을 목전에 둔 엘리트 마법사였고, 아케인의 황색 마법사, 로베르토에 존경을 표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었다.
생전 그는 빙결 마법을 사용하던, 황색 급 마법사였으니까.
“피렌도 알지 않습니까? 이게 얼마나 큰 사건인지를요.”
“······”
더는 대답할 말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게 아드리엘의 입이 바싹 말라가던 즈음···
“프랑코 님!”
그에게 구원이 날아들었다.
로베르토의 신호를 추적하던 마법사가 새 소식을 전해주었으니까.
하지만 그 소재를 듣자마자, 프랑코는 물론 아드리엘마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뜬금없는 장소에 로베르토의 시체가 놓여 있었으니.
“경제 사범 수용소···?”
***
아케인의 마법사들이 나타났다.
새하얀 로브 위로 푸른색 넥타이를 맨 독특한 차림.
녀석들은 경비병들을 물러 세우고는, 땅에 박힌 로베르토의 뼈를 세심히 관찰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로베르토 님의 것이 확실합니다.”
그 정체를 확인했다.
마법사들은 자연스레 시선을 수용소로 돌렸다.
단 한 조각만 남긴 채 사라져버린 로베르토의 시체.
그 나머지가 있을 만한 곳이라곤, 수용소밖에 없었으니까.
금발의 곱슬머리 마법사가 경비병들에게 요구했지만,
“열어주시지요. 내부를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안 됩니다. 보아하니 아케인의 마법사이신 것 같은데··· 귀하신 분인 줄은 알지만, 수용소 안으로는 허가 없이는 누구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경비병들은 단호했다.
이곳 수용소는 흉악한 경제 사범들이 수감된 곳이었으니.
하지만 마법사들은 들을 체도 없이, 굳게 닫힌 정문으로 성큼성큼 걸어갈 뿐이었다.
“물러서시지요, 마법사 님. 이곳 수용소는 상공회의소의 규정에 따라 운영되는 곳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회의소에 정식으로 요청하셔야···”
“규정이라···”
마법사는 경비병의 말을 뇌까리며, 로베르토의 뼈를 향해 손을 뻗었다.
쿠구구···
그러자 땅에 박혀 있던 로베르토의 뼈가 휘청거렸고, 이내 그의 손짓에 따라 두둥실 하늘 높이 떠올랐다.
거대한 사물을 들어 올리는 염동력.
아무래도 그것이 이 청색 마법사의 주특기인 모양이었다.
‘···뭘 하려는 거지?’
대뜸 왜 뼈를 들어 올리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마법사는 그것이 고귀한 귀족의 성체라는 것을 상기시키려는 듯,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뼈를 들어 올릴 뿐이었다.
혹여나 있을지 모르는 충격으로부터 뼈를 보호하려는 듯이.
“그럼 정식으로 입장을 요청하죠, 저는 아케인의 청색 급 마법사, 프랑코입니다.”
“잠시만요, 마법사 님. 허가라는 게 그렇게 간단히···”
경비병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다른 마법사들이 기습적으로 정문 앞으로 쇄도했으니.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경비병들이 마법사들의 앞을 막아 세웠지만···
콰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지금까지의 소란을 단번에 일축해버렸다.
“미, 미친······”
경비병들은 아연실색한 표정이었다.
아케인의 마법사들이 마법을 발사해 그대로 정문을 뚫어버렸으니.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마법사 프랑코는 경비병들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수하들을 이끌고 뻥 뚫린 정문을 유유히 걸어 들어갔다.
우우웅···
그의 염동력은 여전히 발휘되고 있었다.
로베르토의 뼈는 자연스레 함께 이동했고, 덕분에 우리 또한 위성 관측을 통해 수용소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척!
발걸음을 멈춘 프랑코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찾아라.”
“네, 프랑코 님.”
마법사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졌다.
그러곤 수용소 곳곳을 뒤지며 로베르토의 시체를 찾기 시작했다.
상상 이상으로 저돌적인 아케인의 마법사들을 보며, 내가 아우렐에게 물었다.
“저래도 되는 거야···?”
“저래 봬도 나름 선을 봐가며 움직이고 있는 걸 겁니다. 수용소에서 무슨 일이 생긴다 한들··· 자신들 선에서 수습할 자신이 있다는 거겠죠.”
상위 차원다운 똥배짱이었다.
이를 모르지 않는지, 간수들은 난색을 보이면서도 수용소를 해집는 마법사들에게 순순히 몸을 비켜주는 것 같았다.
한편···
“어디 보자···”
우리 또한 관측 모니터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케인이 로베르토의 시체를 수색하는 사이, 부엔디아의 위치를 찾아내야만 했으니.
죄수들이 갇혀 있는 수감동의 위치를 확인했지만···
“뭐 보여야 말이지···”
작은 창문이 하나씩 뚫려 있을 뿐, 그 중 어느 방에 부엔디아가 갇혀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마법사들이 진을 치고 있는 탓에, 포탈 밖으로 빠져나가기도 곤란한 상황.
그렇게 탐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즈음···
“······저건?”
작은 쥐 한 마리를 발견했다.
살아 있는 것이 아닌, 뼈로 이루어진 언데드.
녀석은 공터 구석을 지나 수감동 벽면을 타고 올라갔고, 그중 한 창문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나는 즉시 팍스를 불러냈다.
지부 시스템을 이용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느냐 물었고···
띠링!
[권역 내이므로 가능합니다.]팍스는 긍정적으로 대답을 돌려주었다.
나는 곧장 아우렐과 상의에 들어갔다.
이 메시지를 이용해 부엔디아를 탈출시켜야만 했으니.
“뭐라고 보내면 좋을까?”
“마르케스의 격언을 사용해도 좋을 것 같군요, 혹여나 애먼 사람에게 전달되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우렐의 말대로였다.
지금으로서는 저 감방에 갇혀있는 것이 부엔디아인지, 다른 재소자인지, 심지어는 뼈를 찾아다니고 있는 아케인의 마법사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만약 부엔디아가 아니라면···”
메시지를 받은 것이 간수, 또는 아케인의 마법사라면?
부엔디아를 구출하려는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었다.
결국 아우렐이 내게 권해준 것은···
띠링!
[Web발신] [삶은 짧지만, 역사는 길다]마르케스에 전해져 내려오는 격언 한 줄이었다.
그 뜻을 아는 부엔디아라면 어떻게든 우리에게 반응해 줄 터.
그의 위치를 확인하는 대로, 아공간 능력을 활용해 부엔디아를 구해낼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때···
[자네는 누군가?]“······??”
어이없게도, 메시지 창을 통해 대답이 전해져왔다.
부엔디아에게는 우리처럼 메시지를 송출할 수단이 주어져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치 그는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사람처럼, 우리에게 연이어 메시지를 날려 보내기 시작했다.
[메시지를 역추적했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 [마르케스의 격언을 적어 보낸 걸 봐선, 내 반응을 보려던 것 같네만···] [그건 그렇고, 그 뼈다귀에 대체 어떻게 숨어있는 건가?]“이 아저씨 뭐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부엔디아는 자력으로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뼈다귀에 설치된 포탈에 몸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까지 단번에 간파했으니까.
이야기가 한결 빨라졌다.
나는 마르케스의 흑마법사, 아우렐과 함께 움직이고 있으며, 부엔디아 당신을 빼내기 위해 이곳 수용소에 잠입했노라 말해주었다.
그러곤 이 수용소 한복판에서 그를 구출할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띠링!
[Web발신] [창살을 부술 겁니다. 창문에서 최대한 멀어지세요.] [그다음에는 기다란 물건 하나를 추가로 던질 겁니다. 기다렸다가 그걸 잡으세요]방법은 간단했다.
공간을 뚫은 뒤, 방 안으로 무건을 사출하는 것.
그러곤 그 물건을 쥔 부엔디아를 <상품 회수>로 재빨리 빨아들이는 것이었다.
[나를···?]자신을 구하러 왔다는 말에 부엔디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군.] [미안하지만 내가 별 도움이 안 될 걸세. 왜냐하면···]그를 가두고 있는 것은 비단 쇠창살뿐만이 아니었다.
부엔디아는 자신에게 마도구에 의한 각인이 족쇄처럼 새겨져 있으며, 이를 파괴하기 전에는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노라 설명했다.
또한 언제든 추적이 가능하기에, 탈출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까지.
“당장은 어떻게 되긴 하더라도···”
무용한 일이었다.
각성 시스템을 고치는 것도, 그에게 자유를 돌려주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으니.
그렇게 곤란함을 느끼고 있을 즈음···
[발효와 흑마법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지.] [오랜 시간 가둬두면··· 결국 쾅 하고 터져버리거든.]부엔디아의 말이 꾸준히 이어졌다.
[이곳 수감동에 숨겨진 방이 하나 있네.] [마도구가 설치된 곳인데··· 우리 재소자들의 능력을 억제하느라 완전히 과부하가 걸려 있어. 어느 정도냐면···] [달칵, 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펑’하고 터져버릴 만큼.]마도구는 이곳 죄수들을 통제하는 핵심이었다.
가장 중요한 곳이니만큼, 지난 수십 년간 단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는 장소.
[문을 열기만 하면 되네.] [단지 그것만으로··· 해묵은 모든 것들이 한 번에 터져나가겠지.] [그리고 이곳 수용소에는 나 이상으로 재밌는 놈들이 많아.] [다들 발효되다 못해, 아주 썩어 문드러져 있거든.]부엔디아의 요청은 간단했다.
비밀의 방을 열어, 과부하 된 마도구를 완전히 터뜨려버리는 것.
그렇게 된다면 부엔디아는 물론, 수감동의 죄수들 모두가 왕년의 힘을 되찾게 될 것이었다.
[가능하겠나? 위치는 내가 알려주겠네.]“그건···”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었다.
지금 우리는 이곳 뼈다귀에 붙들려 있는 상태였으니까.
다만···
“꼭 우리가 할 필요는 없지.”
이번에도 역시 아케인이었다.
곧 마도구가 있는 방 앞에 로베르토의 또 다른 뼈가 놓여 있을 테니.
마법사들의 시선을 피해, 은근슬쩍 추적배송으로 물건을 배달해 놓을 생각이었다.
나도 주문을 걸었다.
“해줘.”
마치 마법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