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74)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74화(174/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74화
장독 (3)
한참 동안이나 수색이 이어지고 있었다.
결코 작지 않은 크기를 자랑하는 경제 사범 수용소.
건물과 복도는 물론, 방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뒤지기 위해, 아케인의 마법사들은 쉴 새 없이 탐색 마법을 시전했다.
죄수들은 줄곧 감방에 갇혀 있었다.
로브 자락을 펄럭거리며 바쁘게 감방 곳곳을 누비는 마법사들.
시간이 지나도 진전이 없자, 이제는 죄수들마저 답답할 따름이었다.
“이보쇼, 밥 안 줍니까?”
“아, 보물찾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닥쳐라! 범죄자 새끼들이 감히···.”
수감자들의 야유에, 프랑코는 버럭 성을 냈다.
로브레토의 시체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 하에, 억지를 부려 수용소에 들어온 참.
하지만 시체를 찾기는커녕, 천하의 아케인이 범죄자들의 조롱이나 듣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너무 넘겨짚었나? 하지만··· 분명 이곳밖에는······.”
신호는 흩어지지도, 멀어지지도 않았다.
이곳 수용소 앞에서 뚝하고 끊어져버렸으니.
안으로 옮겨졌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이성적으로 내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추론.
그런 추론마저 의심해야 할까 싶었지만···.
“프랑코 님!”
그는 이내 웃음 지을 수 있었다.
추가적인 단서가 선물처럼 날아들었으니.
프랑코는 옷자락을 휘날리며 다급히 자리를 옮겼고, 수감동 3층 내부로 이어지는 숨겨진 통로를 발견했다.
“여긴?”
“저희가 모르는 공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미세한 신호가 탐지된 덕에···.”
프랑코의 등장에 마법사들이 스르륵 물러섰다.
그리고 그 자리엔, 작디작은 뼈 한 조각이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이건······.”
감히 만질 수도 없다는 듯, 프랑코는 부르르 손을 떨었다.
이번에도 염동력을 발휘해 뼈 조각을 자신의 눈 앞으로 떠올렸다.
손가락만한 크기의 작디작은 뼈를 천천히 돌려보던 그는···.
“이··· 이런 미친······!”
갑작스런 분노에 휩싸였다.
로베르토의 작은 뼈는 날카로운 단면으로 잘려 있었으니.
그건 틀림없이 누군가 아케인 귀족의 시체를, 그것도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훼손했다는 뜻이었다.
이제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쉬이 놓칠 법한, 작디작은 뼈 한 조각.
아무리 봐도 이송 중에 잘못 떨어뜨린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그 종착지는······.
“···이 안쪽인가.”
통로 끝에 위치한, 숨겨진 방일 수밖에 없었다.
뼈가 발견된 위치였음은 물론, 마법사들이 아직 수색하지 못한 단 하나뿐인 공간이었으니까.
그렇게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프, 프랑코 님! 왜 이러십니까!”
누군가 헐레벌떡 뛰어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다름아닌 이곳 경제 사범 수용소의 소장.
수용소 곳곳을 헤집는 동안 평정을 유지했던 그였으나, 프랑코가 숨겨진 방으로 향하자 혼비백산하여 달려온 것이었다.
“꽤나 당황한 것 같군, 수용소장.”
“프랑코 님!”
프랑코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당황한 수용소장의 표정이 그에게 정답을 말해주는 것 같았으니.
이 작은 방 안에, 로베르토의 뼈를 둘러싼 그간의 비밀이 고스란히 숨겨져 있을 것이었다.
물론······.
“이 안에는 죄수들의 힘을 억제하는 마도구가 들어있습니다. 프랑코 님께 이 사실을 말씀드리는 것조차 징계감일 정도로 중대한 기밀이고요. 혹여나 마도구에 손상이라도 간다면···”
누구에게나 이야기는 있는 법이었다.
진실을 가려 감추기 위한 허황된 스토리가.
모든 사실을 직시한 프랑코로서는, 뒤늦게 말을 꾸며대는 수용소장의 말이 가소롭게 들릴 뿐이었다.
“그런 중요한 게 들어있는 줄은 몰랐군. 개미 새끼 하나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겠어?”
“맞습니다. 저조차 들어가는 게 금지된 장소입니다. 그러니···.”
“그런 만큼 로베르토 님의 시체를 숨기기에도 제격이었겠지.”
“프, 프랑코 님!”
수용소장이 프랑코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하지만 프랑코는 그런 수용소장을 거칠게 떼어내며 발걸음을 이어 나갔다.
“그 마도구인지 뭔지만 조심하면 될 것 아닌가? 어디 보자고, 안에 있는 게 자네가 말한 마도구인지 뭔지, 아니면 로베르토님의 시체인지 말이야···.”
프랑코는 문고리를 붙잡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그대로 굳어 있던 탓인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별의별 꼼수는 다 부린다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러곤 염동력을 발휘해, 문고리를 강제로 끌어내렸다.
끼릭!
소름 끼치는 경첩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응?”
거대한 폭발이 휘몰아쳤다.
***
뻐어어어어엉!
부엔디아의 말처럼, 모든 것은 한순간이었다.
프랑코가 의기양양하게 문을 열어젖힌 직후, 마도구가 폭발해 버렸으니.
“······??”
희뿌연 연기에 휘말린 마법사와 간수들.
커다란 소리가 무색하게, 별다른 타격 없이 뿌연 연기만 들이마셨을 따름이었지만······.
“포, 폭동입니다!”
진정한 폭발은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
죄수들의 문신이 지워지며, 각성 능력을 옥죄던 제약이 스르륵 풀려나갔고,
이를 눈치챈 죄수들이 날뛰며 간수들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끼리리리리리릭···.
부엔디아의 방 또한 변화를 맞았다.
쇠창살에는 살을 강화하기 위한 마법 회로가 흐르고 있었고, 부엔디아는 회로를 역류시켜 창살을 ‘亞’자 모양으로 구부러뜨렸다.
“자, 잡아!”
간수들이 그를 잡기 위해 마력봉을 들고 바쁘게 달려왔지만···
“거기 계시게.”
“으읍!?”
런닝머신을 타는 듯, 갑자기 제자리를 달리며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부엔디아가 그들의 의식을 즉석에서 조작한 결과였다.
물론 모든 일이 쉽게 풀릴 수는 없었다.
수감동 내의 간수들은 이렇다 할 전투력이 없는, 보조 전력.
진짜 힘 있는 자들은 수용소 바깥 경비병력에 속해 있었으니.
“싹 다 잡아들여라!”
그들은 온몸에 푸른색이 감도는 전투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상위 차원의 기술이 접목된 마도구들.
조끼에는 투척 그물망과 유인 덫을 비롯한 십수 개의 포획 장비가 구비되어 있었고, 경비병들은 전기가 흐르는 제압봉이나 특수 마탄이 장전된 리볼버를 겨누며 대대적인 포위 작전에 돌입했다.
다다닥!
경비병들의 군홧발 소리가 수용소의 혼란을 쓸어 담았다.
푸시식 최루탄이 터져 나왔고, 쿵쿵 울리는 마력 진동판이 죄수들의 고막을 괴롭혔다.
대규모 비상사태에 따른 강제 진압.
전례 없는 상황에, 수용소 측도 인정사정없이 모든 무기를 꺼내든 셈이었지만······.
“어휴, 오랜만에 하려니까 힘 조절이 안 되네.”
“내가 왕년에 중개소 건물이 혼자 잠입해서···.”
“그러니까 이게 무의식의 극의일세, 다음은 자의식의 극의로 넘어가는데···.”
죄수들은 하나같이 다차원에 이름이 깨나 날렸던 악당이었다.
반쯤 허풍이라고는 하지만, 소문의 절반은 사실이기도 했으니.
“흐아아아악!”
발을 울리며 쇄도하던 경비병들은 고스란히 뒤집혀 천장에 매달렸다.
포획망은 정령사 죄수가 소환한 묘목에 걸려 해먹처럼 흔들렸고, 몸을 부풀린 괴력의 죄수는 부지런히 경비병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들고 있는 마력 봉을 일일이 ‘ㄱ’자로 꺾어주었다.
힘을 되찾은 죄수들의 압도적인 무력.
원한다면 간수들은 물론, 경비병들까지 어렵지 않게 몰살할 수 있었지만, 죄수들은 그러지 않았다.
“나쁜 감정은 없습니다, 간수 양반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자유일 뿐, 살육이 아니었으니까.
다차원의 악당이라는 미명 또한 상공회의소가 덧씌운 것이었다.
이들 모두가 실은 상공회의소의 횡포에 맞서다 수감된, 그저 ‘경제 사범’이었을 따름이니.
“그동안 고마웠고요.”
슈웅! 슈웅!
부엔디아에게 공놀이를 제안했던 금발 머리의 재소자가 두툼한 원반 고리를 던졌다.
각성 능력으로 빚어낸 에너지의 집약체.
슈화아아아악!
원반 고리가 수감동 곳곳으로 날아들었고, 순식간에 경비병들의 손목과 발목을 낚아챘다.
이후 벽면에 스르륵 부착되며, 수갑이나 족쇄처럼 그들을 단단히 붙들었다.
죄수와 간수의 입장이 정 반대가 된, 수감동의 모습이었지만······.
“쓰레기들이··· 감히···!”
아직 아케인의 마법사들이 남아 있었다.
대부분 흰 로브를 입은 견습 마법사들이었지만, 프랑코를 비롯한 청색 마법사가 셋이나 있었으니.
쿠구구구···.
프랑코는 호통과 함께 염동을 발휘했다.
물결치는 진동에 따라 주변 사물들이 두둥실 하늘로 떠올랐고, 입구에서 폭발을 일으켰던 나머지 두 명의 청색 마법사가 흰색 초크를 허공에 찍어대며 새 마법을 준비했다.
“···좀 위험한가?”
크게 한 방 터뜨리려는 심산이었다.
견습마법사들이 뒤로 빠져 겹겹의 배리어를 만들고 있었으니.
감히 청색 마법사들의 마법을 거들 재량이 없어, 몸을 사리려는 듯했다.
휘우우우우웅······.
프랑코가 들어 올린 것은 경비병들이 두르고 있던 마도구였다.
이따금 전투 조끼를 입은 그들이 통째로 올려지기도 했으나, 프랑코는 귀찮다는 듯 그들을 털어버리곤 조끼에 든 마도구만을 골라 허공으로 띄웠다.
그렇게 모인 갖가지 사물은···.
까득! 까드드득!
그대로 형체를 잃어버리며, 허공에 둥글게 뭉쳐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저게 프랑코가 사용하는 염동 마법의 활용법인 모양.
그 충격을 보조하려는 것인지, 다른 두 명의 마법사들 또한 초크로 추가적인 폭발 마법을 열심히 그려 넣고 있었다.
하지만···.
“염동력으로 고작 한다는 게 똥 뭉치기라니··· 애송이 티가 팍팍 나는구만.”
그런 프랑코의 앞으로, 부엔디아가 유유히 걸어 나왔다.
헤진 죄수목을 펄럭이고, 긴 수염을 늘어뜨린 채.
그 모습이 너무나도 여유로웠던 탓일까, 프랑코가 얼빠진 목소리를 냈다.
“너는···?”
“부엔디아를 모르는 마법사라니··· 내가 오래 갇혀 있기는 한 모양이야.”
온갖 마도구를 들어올린 프랑코.
그리고 흰색 초크를 든 두 명의 청색 마법사까지.
하지만 부엔디아는 눈 앞으로 텅 빈 손을 휘적거릴 뿐이었다.
“세상의 모든 관계는 쌍방이라네. 내가 남에게 하려는 것은 언제든 내게 똑같이 돌아올 수 있는 법이지. 자네에게 이 말을 곱씹을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네만···”
“뭐···?”
마법사들과 주문을 쌓아 올리던 프랑코.
그가 부엔디아의 아리송한 말에 물음표를 띄웠을 즈음···.
“잘 가게.”
픽!
뻐어어어어어어엉!
층층이 쌓아 올린 마법이 마침내 위력을 뱉어냈다.
죄수들이 아닌, 마법사들 자신을 향해.
부엔디아가 수정한 것은 방향, 단 하나뿐이었으니까.
아케인의 마법사들은 통째로 담벼락까지 휩쓸렸으며, 바닥과 벽면에는 폭발로 인한 새카만 흔적이 마치 핏자국처럼 길게 퍼져 있을 따름이었다.
어마어마한 폭발이었지만, 죄수들과 간수들에는 닿지 않았다.
부엔디아가 폭발의 경로를 철저히 조정한 덕분.
“휘우!”
“흑마법 할아범~!”
그의 활약에, 재소자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하늘 높이 던져진 원반 고리가 폭죽처럼 터져나갔고, 하나같이 껄껄 웃음을 띠며 선물처럼 찾아온 자유를 만끽했다.
그러던 중···.
“부엔디아···!”
죄수들 틈에서 누군가 헐레벌떡 달려 나왔다.
다름아닌 이곳, 경제 사범 수용소의 소장.
그는 마지막까지 재소자들을 설득하러 나선 것이었다.
“제발 그만하게···. 저 담벼락을 넘는다 한들 자네들이 대체 어디로 갈 수 있단 말인가? 자네도 알다시피 여긴 상공회의소가 만든 인공 행성이야. 주위엔 아무것도 없고, 나간다 한들 금방 추적이 따라붙을 걸세···! 지금이라도 투항한다면 내가 윗선에 선처를 부탁해서···.”
“······.”
부엔디아는 한참이고 말이 없었다.
평생 상공회의소와 싸워온 그였지만, 수용소장에게 개인적인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소장, 사람이 진심으로 삶을 살아가다 보면 말입니다. 그래도 그 끝에서는··· 누군가 마중을 와주는 모양입니다.”
“부엔디아···?”
지이이이잉!
그들의 얼굴에 푸른 빛이 맺혔다.
눈 앞에는 커다란 아공간 포탈이 열려 있었으니.
재소자들을 억누르던 각인이 제거된 지금, 이제 남은 것은 그들을 아공간 포탈로 탈출시키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부엔디아는···.
“잘 지내다 가오.”
삶의 다음 국면을 반갑게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