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76)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76화(176/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76화
해적질 (2)
“기어이··· 사고를 쳤군.”
천사 아드리엘이 끌끌 혀를 찼다.
방금 아케인의 천사들이 경제 사범 수용소를 무단으로 침입했으며,
죄수들의 폭동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참이었으니까.
“일이 엄청나게 커졌어. 전멸이라니···.”
그 또한 놀라운 일이었다.
상위 차원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전력을 자랑하는 아케인의 마법사들.
그런 그들이 죄수들의 폭동에 휘말려 한 명도 빠짐없이 쓸려 나갔으니.
마도구의 구속을 벗어던졌다고는 하나, 수용소에 그만한 전력들이 숨어 있었을 줄은, 아드리엘도 미처 몰랐던 터였다.
세 명의 청색 급 마법사와, 수십 명의 견습 마법사.
하루아침에 그들을 잃게 된 아케인으로서는 실로 뼈 아픈 일이겠으나···.
“그럴 여유도 없겠지.”
아픔을 다스리기 전,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할 터였다.
수용소 무단 침입부터 마도구 손상까지, 이번 사태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케인의 무모한 수색에 따른 결과였으니.
로베르토의 시체를 찾기 위해, 피렌에도 갖은 추궁을 일삼던 프랑코.
사라진 시체가 수용소에서 발견되었던 만큼, 이제는 조금 잠잠해질 것이었다.
아드리엘 또한 프랑코의 끈질긴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 터.
하지만···.
“아케인이나, 나나······.”
그렇다고 한들, 딱히 아드리엘의 사정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지금 취조실에 들어와 있었다.
감사 임무를 맡은 검은 옷의 천사들이 그에게 들이닥쳤고,
저항도 못 한 채 끌려와 이곳의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었던 것이 어느덧 십수 시간 전이었다.
로베르토의 시체에 대한 건은 어찌 해결되었다 치더라도, 지구에서의 사업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으니.
상공회의소와 바르나울이 엮인 군수공장 프로젝트.
대규모 사업 실패에 따른 문책이 그에게 가해지고 있었다.
“하······.”
실상은 그저 괴롭힘에 가까웠다.
흰 종이 한 장을 놓아주고는, 하릴없이 그를 앉혀만 두었으니.
아드리엘은 내용을 썼다가 지우고, 썼다가 지우며 지구에서의 사건들을 복기해야만 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 악몽들을.
“개새끼들···.”
피렌의 고위 천사들은 요구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그것을 ‘너의 잘못’으로 설명해 보라고.
사업의 실패가 자신들의 계획이 아닌, 그 계획을 수행하는 아드리엘의 실수와 능력 부족에서 나왔음을 자인하라고.
아드리엘은 뿌득뿌득 이를 갈아가며, 굴욕적으로 펜대를 굴리고 있었다.
“······이게 완성되면 나는···.”
아직 처분이 결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드리엘은 자신에게 다가올 미래를 어렵지 않게 떠올려 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천사장 직위가 박탈될 것이다.
보급되었던 무기와 아이템이 몰수될 것이고, 갖은 종류의 징계를 훈장처럼 몰아받아 가며, 조롱과 멸시를 받으며 본직에서 자연스레 퇴출될 것이다.
암울한 미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주어진 것이라곤 한 자루의 펜과, 망할 백지뿐이었다.
그가 그렇게 원망과 후회를 집어삼키고 있을 즈음···.
끼이이이이······.
“······?”
스르륵 문이 열렸다.
아드리엘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취조실로 들어온 것은 감사부 천사가 아닌, 죽은 줄로만 알았던 프랑코였으니.
느린 걸음으로 들어온 프랑코는 흐느적 몸을 움직이며, 털썩 맞은편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러곤 다소 힘 빠진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귀신이라도 보는 표정이군요.”
“어떻게··· 된 겁니까?”
“살아남았습니다. 그 빌어 처먹을 흑마법사 놈만 아니었어도···.”
전말은 그랬다.
부엔디아가 마법사들의 공격을 역전시켰을 때, 프랑코는 틀림없는 죽음을 예감했다.
하지만 그의 동물적인 본능이 유일한 생로(生路)를 찾아냈고, 그는 즉시 뒤에서 방어 장막을 펼치고 있던 견습 마법사들을 끌어올렸다.
자신의 방패로 활용하기 위해.
“···그렇게 살아남은 겁니까?”
“어차피 그놈들은 다 죽은 목숨이었습니다. 내가 겹겹이 들어 올렸으니 방패 역할이라도 됐던 거지요.”
그만큼 부엔디아가 쏘아낸 공격은 치명적이었다.
아니, 애초에 세 명의 청색 마법사가 합작한 공격이었으니.
타인의 생명을 희생해 살아남았음에도, 프랑코는 조금의 자책도 가지고 있지 않은 듯했다.
“그렇게 정신을 잃었습니다. 깨어 보니 마탑에 돌아와 있더군요. 지금 아케인은 대외적으로 내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비밀에 부쳐두고 있습니다. 수용소에 들어갔던 마법사들이 모조리 몰살당했다는 이야기로··· 그나마 동정표라도 팔아볼 작정인 거지요.”
아케인은 엄청난 비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들의 실수로 다차원에 흉악한 범죄자들이 풀려나 버렸으니.
유망한 젊은 마법사들이 살해당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풀며, 은근히 물을 타보려는 속셈이었다.
“나는 이제 끝났습니다.”
목숨을 잃은, 존재하지 않는 마법사.
그것이 지금 프랑코가 떠안은 이름이었다.
지구에서의 사업 실패를 책임지고 있는 아드리엘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원래라면 나는 다음 주, 적색 급 마법사로 승급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게 물거품이 됐죠. 이제 아케인은 날 버렸으니까요.”
또한 그랬기 때문에···.
“마탑을 무단으로 탈출했습니다. 지금 이곳에서도 밖을 지키는 천사들에게 수면 마법을 걸며 들어왔죠. 당신을 만나기 위해섭니다.”
“···뭐라고요?”
프랑코는 마지막 발버둥을 내딛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그의 마법사로서의 길은 끝을 맞이할 테니까.
“전에는 의심해서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확실히 알았습니다. 로베르토 님의 시체는 그 범죄자 새끼들이 놓은 미끼였다는 걸. 탈출을 위해 감히 아케인과 나, 프랑코를 이용해 먹은 거지요. 마탑에 있는 동안 그 부엔디아라는 놈에 대해 조사해 봤습니다. 수십 년간 감옥에 갇힌 천재 흑마법사··· 아무리 생각해도 모든 것이 그놈의 계획이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분명, 로베르토 님의 시체도 놈이 가지고 있을 테니···.”
“···나한테 뭘 원하는 겁니까?”
“상황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그놈들을 다시 잡아들이는 것뿐입니다. 피렌의 주박술은 강고하기로 유명하죠. 상대의 능력을 봉쇄하는 광휘 사슬··· 아직 천사장인 직위를 달고 있는 당신이라면 사용할 수 있을 텐데요.”
그것이 프랑코가 아드리엘을 찾아온 이유였다.
이 사태를 만회하기 위해, 함께 수용소를 탈출한 범죄자들을 잡아들이자는 것.
염동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프랑코였지만,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아드리엘의 주박술이 필요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왜 그래야 하죠? 죄수들의 탈옥은 당신 때문이지, 내 책임이 아니잖습니까?”
그로서는 동조할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프랑코가 제안하는 것은 무단으로 피렌을 빠져나가자는 것.
취조실에 붙들려 있는 아드리엘로서는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였으니.
하지만, 프랑코도 빈손으로 온 것이 아니었다.
“바르나울과 재밌는 사업을 하려고 하셨다더군요. 들리기로는 바르나울이 지금 궤멸 상태라는 소문이 있던데···.”
“······!”
바르나울과 함께 지구에 군수공장을 세우려던 피렌의 계획.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된 계획이었음에도, 프랑코는 그 전모를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당신이 지금 이 모양 이 꼴인 이유도 그 사업이 실패했기 때문이겠죠. 내가 죄수들을 잡아들이는 것으로 문제를 되돌릴 수 있는 것처럼··· 당신에게도 아직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천사장.”
“···기회가 남아 있다고요?”
“바르나울의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존재는 부엔디아··· 그 녀석뿐이니까요. 죄수들을 잡는 데 협력해 준다면, 아케인의 세뇌 마법을 총동원해 녀석을 피렌의 꼭두각시로 만들어 주겠습니다. 그러면 놈을 이용해 지구에서 하려던 사업을 다시 이어가면 되겠죠.”
“부엔디아······.”
아드리엘 또한 익히 들어본 바가 있었다.
상공회의소에 의해 유폐되었던 천재 흑마법사.
그 아성은 감히 아케인에 비견될 수 있을 만큼 대단했으니.
‘······.’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아드리엘의 주박술로 부엔디아의 힘을 제약한다면,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바르나울이 없어진 상황에서, 그만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흑마법사는 부엔디아밖에 없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뒤집힌다.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이지.’
바르나울이 빠진 상황이다.
피렌이 상공회의소와 손잡고, 지구에서의 사업을 독차지할 수 있을 테니.
그만한 공을 세울 수 있다면, 아드리엘로서도 지난 사업 실패에서의 책임을 말끔히 지워낼 수 있었다.
진지한 고민에 빠져 있는 그를, 프랑코가 채근했고···.
“서둘러 결정하셔야 할 겁니다. 곧 다른 천사들이 몰려들 테니.”
“부엔디아를 내어주겠다는 약속··· 꼭 지켜야 할 겁니다.”
아드리엘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프랑코와 함께 서둘러 취조실을 벗어났고,
위이이잉······.
뒤늦게 터진 경보음이 사라진 그들의 그림자를 밟았다.
***
상공회의소의 마석을 탈취하기로 결정한 직후.
부엔디아는 그들이 만들고 있다던 그라디바의 특징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의 예민한 탐지 능력으로 그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위치를 감지해 찾아가면 텅 빈 우주가 놓여 있을 뿐이네. 그런 식으로는 그라디바에 접근할 수 없거든. 그래서 운반선들도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그라디바에 마석을 전달하는데···.”
우회적인 방식으로나마, 그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다차원 곳곳에 놓여 있는 상공회의소의 그라디바.
그 텅 빈 자리를 중심으로, 수십 개의 마석 운반선이 일정한 속도로 공전하고 있었으니.
놀랍게도 그것이 그라디바에 ‘마석을 전달하는 방법’이었다.
“그라디바의 궤도를 따라 움직이다 보면··· 놀랍게도 운반선에 실려 있는 마석이 서서히 줄어들게 되지. 서서히 흡수해 들어가는 거야. 따라서 적재함에 실린 마석이 모두 다 떨어지기 전까지, 운반선의 항해사들은 똑같은 궤도를 끝없이 항해하게 되네.”
깜깜한 그라디바를 중심으로 정주하는 수십 개의 마석 운반선.
이를 두고, 부엔디아가 생각하는 계획의 핵심은 다음과 같았다.
‘지속 가능’할 것.
다시 말해···.
“털린 줄도 모르게 하자, 그거죠?”
“정확하네. 한번 경보가 울리게 되면 운반선들의 궤도가 전면적으로 수정돼. 그리고 운반선마다 호위함이 따라붙게 되지. 싸우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마석을 얻는 건 거의 불가능할 걸세.”
운반선에는 다양한 장비들이 설치돼 있었다.
남은 마석의 양을 표시해 주는 계량기, 운반선끼리 경고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 장비, 호위함을 요청할 수 있는 경보 장치, 거기에 불상사에 대비해 마석을 사출해 빼돌릴 수 있는 탈출 장치까지.
이 부분에서만큼은 수용소에서 데려온 재소자들이 힘 써주기로 했다.
“그 친구들이 통신 장비와 경보 장치를 무력화해 줄 게야. 마석을 빼돌린 뒤 나는 운반선 선원들의 기억을 조작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꾸밀 테고··· 계량기를 조작해 마석이 여전히 잔뜩 실려 있는 것처럼 표시해 놓을 걸세.”
그러면 우리의 약탈은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운반선들 또한 텅 빈 적재함을 지고 하릴없이 궤도를 맴돌게 될 터.
이 과정은 그라디바를 둘러싼 수십 개의 운반선 모두를 털어먹을 때까지 반복될 것이었다.
하지만···.
“물론, 이건 운반선을 성공적으로 점거하고 난 뒤의 이야기일세.”
선행되어야 할 일이 있었다.
은밀하게 운반선에 접근하는 것.
당연하지만, 내 아공간 포탈만큼 유용한 수단이 없었다.
“타이밍 맞게 확 하고 열어드리죠.”
운반선에 스쳐 지나갈 때쯤, 기습적으로 포탈을 열어주는 것.
그 즉시, 수용소의 능력자들이 뛰어들어 쥐도 새도 모르게 운반선을 장악할 계획이었다.
“탈 것도 정해졌고···.”
바르나울로 향할 때 사용했던, 천공섬의 ‘소행성’ 버전을 사용하기로 했다.
궤도를 맴돌다 보면, 그저 그런 평범한 위성 중 하나로 보일 테니.
우리는 천공섬에 몸을 실었고···.
“가시죠.”
화르륵!
곧장, 연료 사출구가 불을 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