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77)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77화(177/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77화
해적질 (3)
슈우우우우우······.
그라디바를 향해 날아가는 우리.
주변을 모조리 깎아낸, ‘소행성’ 버전의 천공섬이었지만, 부엔디아는 오히려 이 돌덩이가 더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운반선들은 그라디바의 궤도를 돌고 있네. 우리도 그 궤도를 타야 할 텐데······ 이런 외양이라면 확실히 눈에 덜 띄겠지.”
다만 이전과 완전히 똑같지만은 않았다.
그의 요청에 따라, 운반선의 윤곽을 추가로 다듬은 참이었으니.
선수가 왼쪽으로 삐죽 튀어나온, 전혀 우주선 답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런 불균형한 형태가 필요했네. 덕분에 궤도가 조금씩 틀어질 게야. 그라디바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운반선들을 모두 차례로 만나게 되겠지.”
운반선들은 그라디바 주변을 인공위성처럼 공전하고 있다.
부엔디아는 수십 개에 달하는 운반선들의 항로를 모조리 꿰고 있었고, 그들을 주기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천공섬의 형태를 불균형하게 다듬은 것이었다.
덕분에······.
달칵!
드르르르르륵!
위이잉- 위이잉!
이용수의 손은 배로 더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매 초마다, 수시로 요동치는 균형을 잡아야 했으니.
“허허허허.”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조작 난이도에, 그는 넋을 잃은 채 멍하니 웃어보일 뿐이었다.
우우우웅! 타앙!
그렇게 우리는 수차례 공간을 도약했다.
목적지에 가까웠을 때는 속도를 줄여, 주변에 굴러다니는 다른 천체들의 움직임을 모방하며 나아갔다.
슈우우우······.
때로는 물에 띄워놓은 듯, 아예 선체를 정지시켰다.
천공섬은 다른 항성이나 행성들의 궤도를 비스듬하게 타고 넘으며, 평범한 소행성을 가장해 ‘그라디바’의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제 머지않아 상공회의소의 첫 번째 운반선과 조우하게 될 터였다.
“얼추 30분 정도 뒤면 근접할 걸세.”
“그럼······ 계획대로 준비해 볼까요?”
천공섬을 궤도에 맡겨둔 채, 우리는 아공간으로 돌아왔다.
엘븐하임에서 죄수들을 데리고 와야 했으니.
이들 모두가 화려한 ‘범죄’ 경력을 가진 스페셜리스트들이었기에, 운반선 탈취에 있어서는 없어선 안 될 전력들이었다.
“아, 이것만큼 재밌는 게 없지.”
“모여들!”
죄수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그러곤 저마다 팀을 꾸리며, 곧 진행될 작전의 밑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준비를 마쳐갈 즈음······.
“왔군.”
멀찍이, 다가오는 마석 운반선이 비쳐 보였다.
.
.
.
우우우웅······.
운반선은 그 이름처럼 선박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조타실이 세워진 널찍한 갑판이 펼쳐져 있고, 그 아래로 선원들의 숙소나 마석이 담긴 적재함이 설치돼 있는 구조.
솔직히, 운반선을 점거하는 것쯤이야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몰래 해야 하는 게 관건이겠네요.”
“그렇네. 한 번이라도 경보가 울린다면······ 이 일대의 운반선들은 모조리 도망가 버릴 테니까. 다른 그라디바 쪽으로 장소를 옮긴다 하더라도 경비가 한층 더 강화돼 있겠지.”
소리소문없이 선원들을 제압해야 했던 탓에, 난이도가 몇 배는 올라갔다.
‘······적어도 몇 대는 털어야 간에 기별이 갈 텐데.’
운반선 한 대가 만선(滿船)으로 실을 수 있는 마석의 양은 최대 150만 개 정도.
하지만 여느 선박이 그렇듯, 매일 같이 그물을 고기로 가득 채울 수는 없는 법이었다.
부엔디아에 따르면, 대략 7, 80만 개 정도가 운반선 한 척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확이었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레벨 업 비용과 ‘쇼퍼홀릭’의 총알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아쉬운 것도 사실.
결과적으로 들키지 않고, 최대한 많은 수의 운반선을 털어먹는 것이 관건이었다.
“가장 확실한 건, 흑마법으로 선원들의 정신을 모조리 세뇌해 버리는 것이네만······ 이건 어떤 방식으로든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네. 그래서 최대한 시전 시간이 짧고, 부작용이 적은 흑마법들을 위주로 사용할 생각이지.”
운반선의 갑판에는 수십 개의 경보 버튼이 설치돼 있었다.
누르는 즉시, 수 분 내로 상공회의소의 호위함이 들이닥치는 시스템.
아무렴 마석을 채운 저금통인데, 아무런 방비가 되어있지 않을 리 없었다.
“방향 감각을 어지럽힐 걸세. 그다음 거울 환각을 부여해 경보 버튼의 위치를 오인하게 할 거고. 물론 어디까지나 예방 차원이니······ 버튼이 눌리는 일은 직접 나서서 막아야 하네.”
그의 흑마법은 일종의 시간 벌이었다.
관건은 우왕좌왕하는 선원들을 조용히 제압하는 것.
그다음에야 안심하고 적재함에 보관된 마석을 챙길 수 있을 터였다.
휘이익!
그렇게 30미터가량을 사이에 두고, 운반선을 비껴 지나갈 즈음······.
“멈춥니다!”
드르르르륵!
이용수의 목소리와 함께, 브레이크가 걸렸다.
천공섬은 더 이상 궤도의 움직임을 따르지 않은 채, 제자리에 가만히 멈추어 섰고,
“출하.”
쐐애애애액!
나는 수십 명의 죄수를 전속력으로 날려 보냈다.
“손님 받아라!”
“휘우!”
쿠웅! 쿠웅!
환호를 지르며 배로 뛰어드는 ‘경제사범’들.
특유의 운동신경을 자랑하며, 그들이 배에 올라섰을 즈음······.
“저, 적습이다!”
화들짝 놀란 선원들이 혼비백산하며 흩어졌다.
철저하게 훈련된, 질서정연한 움직임이었다.
그들 모두가 경보 버튼을 향해 재빠르게 움직였지만······.
탁! 탁!
“뭐, 뭐야? 왜 안 눌려?”
실상은 아무것도 없는 벽면을 두드리며,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들의 눈에 맺힌 상은 부엔디아에 의해 거꾸로 뒤집혀 있었으니.
진짜 버튼은 갑판의 반대 방향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사이······.
휘리릭! 휘릭!
금발 머리의 재소자가 원반 고리를 던져댔다.
이미 수용소에서 한 차례 목격한 바 있는 능력.
날아든 고리가 선원들의 발목에 팽그르르 걸렸고, 이내 갑판과 융화되며 선원들을 자리에 그대로 묶어버렸다.
“히, 히익!”
몇몇 선원들이 기어코 경보 버튼이 있는 선수 쪽으로 내달렸지만······.
“어딜.”
콰득!
운양 검을 던져 그 길을 막아 세웠다.
갑판에 꽂혀 파르르 떨리는 검을 보며, 선원들은 가만히 멈춰 설 따름.
“이 해적 놈들!”
그때, 계단으로부터 조끼를 입은 경비 병력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감옥에서 보았던, 갖은 장비가 주렁주렁 매달린 전투 조끼.
심지어 몇몇은 어깨에 커다란 원통 형태의 작살을 둘러메고 있었다.
“쏴라!”
파아앙!
평범한 소행성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것일까?
놈들이 천공섬을 향해 연달아 작살을 발사했지만······.
“얼마라고?”
띠링!
[합산 결과, 31,615 개입니다.]“몽땅 사들여.”
[알겠습니다.] [남은 마석은 552,554 개 입니다.]후루루루룩!
나는 ‘쇼퍼홀릭’을 이용해 놈들이 발사한 작살은 물론, 차고 있는 장비들까지 모조리 아공간으로 빨아들였다.
마도구가 섞여 있는 탓인지 가격이 제법 나갔지만, 운반선에 실린 마석들에 비할 순 없었으니.
“······??”
경비병들은 온몸을 더듬으며 사라진 장비의 행방을 찾고 있을 따름이었다.
갑판 위를 완전히 장악한 상황.
덕분에 남은 일 또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거, 내려놓으시게.”
조타실에 진입한 부엔디아가 수화기를 든 항해사를 제압했다.
항해사의 손은 통신기 버튼 앞까지 다다라 있었지만, 부엔디아의 흑마법에 걸려 결코 버튼을 누를 수 없었다.
곧이어 금발 머리 죄수가 조타실에 들어왔고,
반원 고리로 항해사의 손을 기둥 파이프에 묶어놓았다.
“······끝났나.”
경보장치도, 통신도 막았다.
이제 남은 일은 최대한 빨리 마석을 빼돌린 뒤, 선원들의 기억을 조작하는 일.
각오했던 것에 비하면, 제법 손쉽게 끝난 참이었다.
“의외로 수월하게 끝났는데요?”
“갑판에 설치된 경보 버튼만 40개가 넘네. 단 한 개도 누를 수 없을 거라곤 놈들도 예상하지 못했겠지. 운반선에 하나하나 호위함을 달아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을 테니······.”
하지만 부엔디아는 그것뿐만이 아니라는 듯, 내게 거듭 강조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네. 이곳에 도둑이 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순간, 다른 그라디바에 배속돼 있던 호위함이 모조리 몰려들 게야. 그렇게 된다면 이 계획도 깔끔히 접을 수밖에 없네. 그나마 다행이지. 자네 쥐구멍으로 숨어버릴 수 있을 테니······ 최소한 목숨을 부지하겠고.”
부엔디아는 그것참 편리한 능력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제압된 선원들을 뒤로하고, 계단을 타고 갑판 아래로 내려갔다.
적재함까지는 여러 차례 보안 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부엔디아가 맨손을 몇 번 휘적거리자 어렵지 않게 잠금을 해제할 수 있었다.
“오래 풀어둘 수는 없네. 10분. 그 이상 풀어두면 자동으로 본부 쪽에 신호가 갈 게야.”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마지막 문 앞에 도달했다.
문에 걸린 계기판에는 ‘914,416’이라는 숫자가 떠올라 있었는데,
미루어 짐작하건대 이곳 적재함에 실려 있는 마석의 총량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었을 땐······.
“······.”
산더미처럼 쌓인 마석을 확인할 수 있었다.
“90만 개라는 게······ 원래 이렇게 많은 거였나?”
잔고에 있을 때는 미처 몰랐다.
계좌에 찍힌 숫자만 보고 지나쳤을 뿐이니.
이렇게 쌓인 모습을 보고 나서야, 그 양을 이제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부엔디아가 내게 덧붙였다.
“여기 있는 마석들은 바로 계좌로 적립하는 게 불가능하네. 도난에 대비해 특수처리를 해놓은 것들이거든.”
“그렇군요.”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이켜 본 나는, 보통의 방법으로는 절대 도난이 불가능했으리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갑판에 설치된 40개의 경보장치를 무마하고, 6개의 잠금 장치까지 차례로 파훼하여 이곳 적재함에 도달했다 한들, 산처럼 쌓인 마석 더미를 10분 내로 옮길 수 있을 리 없었으니까.
다시 말해, 쉬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사기였구나.’
우리의 능력이 지나친 것이었다.
죄수들의 능력과 부엔디아의 흑마법, 거기에 내 아공간까지.
상공회의소의 주머니를 털어먹기에 이보다 더 최적화된 조합이 없었으니까.
가득 쌓여 있는 마석 더미를 보며, 나는 즉시 팍스에게 요청했다.
“빨아들여.”
[알겠습니다.]후르르르르륵!
적재함에 실린 마석들이 산사태처럼 무너져 내렸고,
먼지 폭풍을 일으키며 내 아공간으로 휩쓸려 들어왔다.
그렇게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적재함에는······.
“밥 한 톨도 남기면 안 되지.”
그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
.
.
적재함을 깔끔하게 비워낸 뒤,
우리는 계량기의 숫자를 조작해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부엔디아가 계량기를 만지작거리며 ‘0’까지 내려간 숫자를 ‘914,416’까지 돌려놓았고,
우리는 그렇게 성공적인 도적절(?)을 마무리하며, 다시 갑판 위로 올라왔다.
그렇게 갑판 위에 남은 나머지 흔적들을 지워두려 할 즈음······.
“용수 씨?”
“아, 정겸 씨······!”
이곳 운반선까지 나와 있는 이용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종실에 있기로 했잖아요?”
“저걸 좀 보셔야 할 것 같아서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으셔서······.”
“대체 뭐가······.”
우리는 이용수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저건······?”
녹슨 고물을 이리저리 덧댄,
다 무너져가는 듯한 오래된 선체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 서서 망원경으로 우리를 관찰하고 있었는데······.
-히익!
시선이 마주친 것인지, 이내 비명을 지르며 선체로 들어가 버렸다.
덜덜덜!
놈의 선체가 구동음과 함께 불을 뿜었다.
그대로 줄행랑을 치는 모양이었는데, 이를 본 부엔디아가 경악과 함께 몸을 휘청거렸다.
“왜 그래요?”
“크, 큰일일세! 틈새에 거주하는 난민이 틀림 없어!”
“난민이요? 난민이 왜 여기에······.”
“원래대로라면 그라디바 주변엔 개미 새끼 하나 얼씬거릴 수 없네. 그럼에도 저들이 그라디바의 틈새에 머무를 수 있는 건······.”
숨을 헐떡거리던 그가 애써 다음 말을 이었다.
“······드물게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상공회의소에 보고해주기 때문이야. 당장······! 당장 잡아야 하네! 우리를 밀고하려는 게 틀림없어!”
“젠장······!”
간단히 말해, 목격자가 생겨버렸다는 뜻이었다.
부엔디아는 이미 놈을 향해 두 손을 뻗고 있었다.
하지만 흑마법의 사정거리가 닿지 않는 듯, 땀을 삐질삐질 흘릴 뿐,
난민의 선체는 유유히 멀어져만 갈 뿐이었다.
그랬기에······.
“팍스, 저거 얼마야?”
띠링!
[529개 입니다.]“······비싸기도 해라.”
나는 바로 사들였다.
우리로부터 줄행랑치는, 저 꼬질꼬질한 선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