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84)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84화(184/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84화
공문서 조작 (4)
거대한 폭음이 들려온 직후.
상공회의소의 차원 재판소는 아비규환에 휩싸였다.
-제 1, 2 경비대 집합! 포위망을 형성해라!
-시설관리팀은 화재 진압에 주력해라! 본관으로 옮겨붙지 않게 서둘러!
곳곳에서 고성이 오갔고, 찌를듯한 무전 소리가 검문소 내부를 뚫고 나왔다.
“아······. 뭐, 뭐라고 하셨습니까?”
한편, 검문소 직원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재판소를 강타한 거대한 돌덩이에 눈을 두어야 할지, 눈앞에 있는 고위 법률인들을 응대해야 할지 헷갈리는 상황.
잠시 우두커니 멍을 때리던 직원은 이내 무언가 떠올린 것인지, 우리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 아니지. 죄송하지만 잠시 대기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위급상황이니 매뉴얼대로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뒤에 다시······.”
힐긋.
녀석의 표정에도 어느덧 의심이 서려 있었다.
파우스트의 법률인들은 우리 지구인들처럼 흔한 인족(人族).
법복을 입은 지금이라면 감쪽같았겠지만, 아무래도 얼굴이나 낯설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녀석이 슬금슬금 뒷걸음을 쳤다.
상급자가 오기까지 우리를 붙잡아 둘 요량.
두꺼운 차단봉이 왕복선 앞뒤를 가로막고 있는 탓에, 우리는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 어??”
언제 그랬냐는 듯, 차단봉은 스르륵 거두어졌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부엔디아는 흑마력 회로를 뻗어내고 있었으니까.
철컹!
철컹!
부엔디아는 검문소의 보안 시스템을 완벽히 장악했고,
앞을 가로막고 있던 2차, 3차 차단문까지 한 번에 열어젖혔다.
“다 됐네.”
“그럼, 가겠습니다.”
부우우우웅!
이용수가 세게 액셀을 밟았다.
지면 위로 두둥실 떠 오른 왕복선이 빠르게 앞을 치고 나갔고······.
-침입이다! 경비대!!
길길이 날뛰며, 온갖 경보를 울리는 검문소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경비대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놈들은 지금쯤 재판소 한복판에 꽂힌 돌덩이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을 테니.
화끈한 침입 속, 우리는 재판소 내부로 당당히 잠입해 들어갔다.
.
.
.
“여기서부터는 걸어 들어가야 하네. 밖에서 제법 주의를 끌긴 했지만, 재판소 내부로 침입했으니 곧 경비 병력이 몰려들겠지.”
“그렇군요. 용수 씨 그럼······.”
지이이잉!
왕복선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이용수를 아공간으로 들여보냈다.
더 이상 탈 것이 필요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별다른 전투 능력이 없는 그에게는 위험할 수 있었으니.
부엔디아와 아우렐, 김솔와 다이치, 그리고 나까지 총 다섯 명이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이쪽이다!
바깥으로부터 경비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그렇게 검은색 법복을 휘날리며 쏜살같이 건물 로비를 가로질렀다.
수십 개의 두꺼운 원형 기둥이 로비의 높은 층고를 떠받치고 있었다.
기둥에는 저마다 세로로 길쭉한 마력 회로가 그려져 있었는데, 부엔디아에 따르면 이 모두가 저주 계약에 의거한 보안 시스템의 일종이었다.
키이이이이잉-!
깜빡깜빡깜빡.
아니나 다를까, 기둥을 지나치자마자 회로가 빠르게 점멸했다.
둥- 하고 낮은 소리가 깔리며, 발목 사이로 정체 모를 이질감이 느껴지기 시작했지만······.
“멈추지 말게. 그대로 가지.”
부엔디아가 아우렐과 함께 손을 펼쳐 들었다.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흑마력 수식이 기둥으로 스며들었고, 곧 ‘파직’ 소리와 함께 마른 연기가 피어오르며 발목을 감싸던 이물감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이곳 재판소는 ‘경제사범’이 되었던 부엔디아가 한 차례 끌려왔던 장소.
그는 파우스트가 이곳 로비에 걸어놓은 저주문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기에, 아우렐과 함께 이를 파훼하기 위한 흑마법 수식을 미리 계산해 두고 온 참이었다.
우리는 한층 더 속도를 올려 뛰었고, 제 1 재판실 왼쪽으로 나 있는 기다란 복도에 다다랐다.
“장서관으로 가려면 이곳 좌측 복도를 지나야 하네. 이쪽은 가 본 적이 없어서 직접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어. 최대한 빨리 파악해 보겠네.”
보안 시스템을 분석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추격해 오는 경비대 때문에, 우리는 그대로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100여 미터가량의 널찍한 복도를 눈에 담았다.
‘갈수록 기둥이 촘촘해지는군······.’
앞서 보았듯, 이곳 기둥들은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보안을 위해 건물 내부 공간에 파우스트의 저주를 부과해 놓기 위한 장치.
기둥이 촘촘하다는 것은 그만큼 더 중요한 장소라는 뜻이었다.
-키이이이잉!
깜빡 깜빡 깜빡.
기둥이 빠르게 점멸했다.
조금 전과는 달리, 부엔디아도 손 쓸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봉진(封陣)!”
다이치가 주문을 외며, 사방으로 노란 부적을 날려 보냈다.
부적은 앞뒤로 위치한 기둥, 바닥, 그리고 천장에 가지런히 달라붙었고,
기둥은 여전히 새빨간 불빛을 발했지만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레벨업을 통해 내 아공간 능력이 성장했던 것처럼, 다이치의 봉인 능력 또한 성장했다.
기존의 능력이 생명체를 자기 몸에 가두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부적이 만든 공간 속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봉(封)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파우스트의 저주 또한 그대로 발동을 멈춘 것이었다.
“정겸 님, 오래 못 버팁니다······!”
물론 이마저도 무적은 아니었다.
봉인이 다이치의 각성 능력에서 비롯한 것이라면, 이곳의 저주 또한 마력 회로에 의한 것.
그 거대한 출력과 겨루는 탓에, 부적들은 파삭 소리와 함께 하나씩 구겨지기 시작했다.
놈들의 저항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복도를 지키는 경비 병력이 총을 겨누었고, 밖에서부터 따라붙은 수백 명의 경비대원이 우리를 바싹 따라붙었으니.
놈들이 주머니에서 작은 권총을 꺼내 들었고, 그대로 앞뒤에서 우리를 향해 발사했다.
타아앙! 타앙!
발사된 것은 탄환이 아닌, 작은 바늘이었다.
마치 테이저건처럼 총구에서는 얇은 쇠줄이 딸려 나왔는데, 줄을 따라 발사된 바늘을 향해 마력이 충만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으랴!”
카아아아앙!
김솔이 손을 펼쳤고, 사방에서 방어막이 생겨났다.
지구에서 그새 또 성장했던 것인지, 이제는 수십 개로 늘어난 방어막.
자잘한 크기의 방어막이 우리 다섯 사람을 촘촘하게 보호해 주고 있었지만······.
“뭐야!?”
김솔이 경악했다.
튕겨 나간 줄 알았던 실 바늘이 다시 움직이며, 기어코 방어막에 바늘을 찔러넣었으니.
주의하라는 듯, 부엔디아가 다급하게 외쳤다.
“조심하게! 공간에 부여된 저주의 효력을 가중하는 물건이야. 봉인이 풀리면 방어막을 타고 저주가 쏟아질 걸세.”
치지지지직······!
아니나 다를까, 바늘은 김솔의 방어막을 서서히 침식해 들어왔다.
다이치가 붙인 부적이 곧 힘을 다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눈치.
사방에 방어막이 둘려 있음에도, 놈들은 쉬지 않고 바늘을 발사했다.
“헉······! 헉······!”
우리는 그 와중에도 달리고 있었다.
어느덧 긴 복도의 절반가량을 지나온 참.
그리고 물론······.
“출하.”
나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쇼퍼 홀릭>으로 수천 개의 마석을 소모해, 놈들의 테이저건을 빨아들였고,
슈화아아악!
좁은 복도 틈새 사이로 강화된 성창, ‘악마 포식자’를 날려 보냈다.
“아악!”
앞뒤로 진을 치고 있던 경비대가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그러는 중에도 피격당한 부위를 감싸 쥘 뿐, 목숨을 잃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는 놈들은 없었다.
무언가 그들을 지켜주고 있는 것처럼.
마침, 부엔디아가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차원 재판소는 매우 독특한 장소일세. 공간 자체에 위계가 부여되어 있거든. 놈들에게는 상승계가, 자격 없이 무단으로 침입한 우리에게는 하락계가 적용되어 있을 테니······.”
간단히 말해 놈들의 위계는 높이고, 우리의 위계는 낮추고 있다는 뜻.
때문에 아무리 무기를 날려도 경비대에게는 이렇다 할 만한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무기도 제한적이었다.
통로에서 운철구 같은 걸로 폭발을 일으켰다간, 자칫 우리가 휘말릴 수 있었으니.
위계가 하락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어떻게든 억지로 제압할 수밖에 없나.’
쐐애애애액!
그래도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전방으로 발사한 성창이 반발력으로나마 놈들을 벽 쪽으로 처박았고,
뒤로 날려 보낸 형강이 길을 막아 경비대의 추격을 더디게 만들어 주었으니까.
타닥!
하지만 복도는 길었다.
고작 50미터가량이 앞으로 남은 상황.
우리는 숨이 터지라 뛰고 있었지만, 다이치의 부적들은 빠르게 효력을 잃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파삭! 파삭!
“끄으으윽!”
부적들이 하나둘 완전히 구겨졌고,
우리에게 ‘파우스트의 저주’가 날아들었다.
왜애애애앵!
깜빡. 깜빡. 깜빡.
회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색 불빛이 눈을 어지럽혔다.
둥. 둥. 둥. 둥.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를, 불길한 북소리에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땐······.
“······?”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우리 다섯 명 모두 마찬가지였다.
완전히 힘이 풀린 것인지, 하나같이 벌벌 다리를 떨고 있었다.
‘아니야, 이건······.’
단순히 다리를 떠는 것이 아니었다.
위계를 하락시킨다던 재판소 건물의 독특한 성질.
그제야 나는 파우스트가 부과한 저주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새끼들이······.”
덜걱!
그것은 권력이었다.
저항할 수 없게 굽혀지는 무릎.
재판소의 지엄한 법 아래, 놈들은 우리에게 굴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었으니.
-됐다!
-에워싸라! 한 번에 포획한다!
무릎이 땅에 닿을 듯 말 듯 휘청거리는 사이, 경비대는 차근차근 우리에게 접근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드디어 찾았군······.”
“예, 부엔디아 님.”
흑마법사들 또한 복도에 부과된 저주 계약의 회로를 파악해 냈다.
아우렐이 흑마력으로 빚은 지면을 펼쳤고, 부엔디아가 그 위로 주문 언어로 된 복잡한 수식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명백한 두 항으로 나누어져 있군. 덕분에······.”
휘릭!
그러곤 수식 중앙에 놓인 부등호를 반대로 뒤집어 버렸다.
“계산이 아주 쉬워졌어.”
쿠웅!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다리를 감싸던 저주의 효과가 눈 깜짝할 사이 사라졌고,
우리에게 다가오던 수백 명의 경비대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부엔디아와 아우렐이 저주의 적용 대상을 반대로 뒤집어 버렸으니까.
“갑시다!”
저주를 털어버린 우리는 몸을 일으켰다.
무릎을 바닥에 박아놓은 채 꼼짝도 하지 못하는 경비대원들을 지나쳤고,
남은 50미터 거리를 단숨에 주파했다.
그 결과······.
“여기가 장서관······.”
“틀림없군.”
자그마치 10미터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문 앞에 도착했다.
위계 신청서의 내용을 조작할 수 있는, 헌법서 원본이 자리한 곳.
과연 부엔디아에게 전해 들었던 대로, 커다란 몸집의 삼두견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크르르르······.
사납게 이빨을 들썩거리는 녀석.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한 기세에, 모두가 긴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다이치!”
“알겠습니다! 이리 와라, 삼돌아!”
계획 했던 대로, 다이치가 봉인술을 시전했다.
슈화아아아악!
그의 손끝에서 먹물로 쓴 한자들이 튀어 나갔다.
그래도 삼두견의 세 목을 목줄처럼 휘감았고, 올가미처럼 삼두견을 다이치에게 끌어당겼다.
하지만······.
타아아앙!
“어······?”
문자로 된 올가미가 일순 밖으로 튕겨 나갔다.
봉인 작업이 갑작스레 중단된 것.
처음 있는 일이라는 듯, 다이치 또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우리 위로······.
“녀석은 이미 계약이 되어 있는 놈이야. 이중계약이라니······. 그건 안 될 말이지.”
염소수염을 한 작은 체구의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놀랍게도 그는 작은 조각구름을 타고 있었는데, 비스듬하게 누운 채 파이프 담배를 뻐끔거리며 여유롭게 우리를 관찰했다.
아는 얼굴인지, 부엔디아가 낮은 목소리로 인사를 전했다.
“······오랜만이군. 장서관장.”
“오, 누군가 했더니 부엔디아인가? 탈출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네. 보아하니, 빼앗긴 위계를 되찾으러 온 것 같은데······.”
계획이 틀어졌다.
놈이 이야기한 ‘이중 계약’ 때문인지, 끝끝내 삼두견을 포획하는 데 실패한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서관장이라는 놈까지 나타난 앞을 가로막았으니.
하지만 녀석은 우리에게 의외의 방법을 제안했다.
“이곳 장서관이 목적이겠군. 좋아, 어디 그럼······.”
“······!”
따악!
놈이 손가락을 튕겼고, 장서관의 문이 활짝 열렸다.
하지만 칠흑에 가려진 것인지 내부의 모습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소원대로, 법률심판을 진행해 보자고.”
슈화아아아악!
장서관장의 손짓과 함께,
시커먼 공간이 순식간에 우리를 빨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