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91)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91화(191/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91화
연합군 (2)
휘이이······.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첨탑 위.
그 아래, 주변으로는 연합군 사령부의 막사가 건설되고 있었다.
베레슈티 백작성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는 다섯 명의 이종족.
그러니까, 각각 다섯 개의 상위 차원에서 파견된 지도자들이었다.
-······!
여러 대화가 오갔다.
파우스트의 차원 재판소가 허무하게 뚫렸다느니,
피렌이 지구에서의 사업을 대차게 말아먹었다느니.
혀를 날름날름 놀리고 있는 것은 주로, 올림푸스에서 파견된 제우스 2세였다.
잔뜩 열이 오른 파우스트의 법관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할 줄 아는 거라곤 씨뿌리기밖에 없는 난봉꾼 놈들이······!”
“어허, 부모 욕은 그리 쉬이 하는 게 아니랬습니다. 그건 그렇고······ 아케인이 왔다 갔었다고요?”
약탈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아케인의 마법사들이 증거품 보관소를 찾아왔었다.
물론 아케인의 소송과 관련한 증거품도 있긴 했지만, 성급한 태도에 의아했던 것도 사실.
하지만 파우스트의 법관은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새카만 놈들 속을 어찌 알겠나? 무슨 생각이라도 있었겠지.”
아케인은 이번 전투에 참전하지 않았다.
베레슈티는 베로니카 공작가에 속한 세력이고, 아케인은 바로 그 베로니카 공작가와 동맹관계였으니.
베로니카 공작과의 신의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연합군 참가를 고사한 아케인이었다.
물론 허울뿐인 동맹인 것만은 틀림이 없었다.
연합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베레슈티를 돕겠다고 나선 것도 아니었으니까.
제우스 2세는 베레슈티 백작성을 아련하게 바라보았다.
“동맹이라······ 그것참 아이러니하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곤 옆에 있던 뱀파이어를 툭 쳤다.
곱슬거리는 머리에 창백한 피부를 가진, 작은 키의 여인.
흡혈 귀족들의 연합, ‘혈맹’을 대표해 나온 브로이어 자작이었다.
“시끄러워. 흡혈귀라고 다 같은 흡혈귀인 줄 알아?”
브로이어가 제우스 2세의 팔을 걷어냈다.
그러곤 경멸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적어도 저 새끼들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지. 피를 추구할 용기도 없는 겁쟁이들이니까.”
혈맹의 귀족들이 다른 종족들의 피를 섭취했다면, 베로니카 공작가의 흡혈귀들은 피 대신 ‘에센스’라는 이름의 영액을 섭취했다.
이곳 베레슈티는 그런 베로니카 공작가의 ‘에센스’ 생산지.
상공회의소와 혈맹을 비롯한 연합군 또한 베레슈티의 에센스 공장을 파괴하기 위해 이번 전쟁을 계획한 것이었다.
“하하, 격하게 동감합니다. 피보다 진한 건 세상에 없는 법이지요.”
“닥쳐, 니들 피만큼 역겨운 건 없으니까.”
“에이 튕기시기는.”
제우스가 술잔을 기울이며 능청을 떨었다.
그 사이, 부하로부터 보고를 전해 들은 피렌의 대천사가 브로이어에게 다가왔다.
“미끼는 준비해 뒀다. 신경 써서 고른 미끼니까 쓸 만할 거야.”
“오케이, 어디 있는데?”
“토템 때문에 눈에는 안 보인다. 정문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너희가 제때 신호만 주면 문제 될 건 없겠지.”
브로이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모두 잠시 말을 멈춘 채 전장을 내다보았고,
로돌포 차원에서 파견된, 양철 도마뱀만이 설치된 망원경의 나사를 조이고 있었다.
끼릭.
끼릭.
쇠 조이는 소리가 시계 소리처럼 시간을 세었을 즈음······.
뿌우우우우우!
전투를 알리는 뿔피리 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전진하는 병력들.
그들 대부분이 중위, 하위 차원에서 모집한 용병들이었다.
잘 살아남는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대가를 쥐여줄 터.
하지만 대부분이 고기방패로 개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걸 상위차원이 지배자들은 알고 있었다.
지이이이이이잉!
베르슈티의 수성무기, 전자기포가 서슬 퍼런 전격을 뿜어냈다.
새카맣게 그을린 땅 위로는 숱 검댕이 된 채 말라비틀어진 사체들이 즐비하게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압도적인 물량에 힘입어, 전장은 차츰 외성벽 인근까지 빠르게 좁혀지고 있었다.
그리고,
“간다!”
펄럭!
브로이어가 날개를 펼치며 첨탑을 내려갔다.
그러곤 자신의 혈맹 부대를 지휘하며, 빠르게 백작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제······.”
대천사는 불끈 주먹을 쥐었다.
슬슬 미끼를 활용할 차례였으니까.
지구인들이 베레슈티의 시선을 끌어주는 동안, 혈맹의 뱀파이어들이 성벽에 설치된 전자기포를 파괴해 줄 것이었다.
뻔하디뻔한 다음 장면을 기대하며, 피렌의 대천사는 여유롭게 전장을 내다보았다.
하지만······.
“······어?”
파지지지지직!
브로이어가 전자기포에 실컷 지져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혈맹의 다른 흡혈귀들 또한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다.
미끼로 삼았던 지구인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목표를 포착한 전자기포가 흡혈귀들을 실시간으로 구워버리고 있었으니.
“대, 대체 어딜 간 거야?!”
그는 뒤늦게나마 허둥지둥, 사라진 지구인들의 행방을 찾았다.
하지만 그새 또 다른 변수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아아아악!
-히, 히이이익!
함께 성벽으로 전진하던 하위 차원의 미끼들.
혈맹의 뱀파이어들이 그들을 물어뜯고 있었으니까.
전자기포에서 받은 피해를 상쇄하기 위해, 긴급하게나마 피를 빨아들이는 것이었다.
“젠장, 저러면 안 된다고 누누히 말을 했는데······!”
피렌의 대천사는 질끈 눈을 감았다.
미끼로 삼은 건 작전의 일환으로 볼 수 있었지만, 지금 흡혈귀들의 행동은 이도 저도 아닌 ‘팀킬’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흡혈귀들은 생존에 급급해 닥치는 대로 아군을 물어뜯고 있었고······.
파지지지직!
전자기포는 여전히 건재하게 전격을 뿜어낼 뿐이었다.
***
-까아아아악!
파지지지지직!
흡혈귀들이 튀겨지는 소리가 실시간으로 들려온다.
우리가 시선을 끌어줄 거라 단단히 믿고 있었던 모양이다.
저렇게 불나방처럼 레일건으로 달려드는 걸 보면.
하지만 그다음 상황이 문제였다.
“······뭐 하는 거야?”
수십 마리의 흡혈귀들이 튀겨지다 말고 전장 곳곳으로 흩어졌다.
그러곤 성채로 진격하던 다른 연합군 세력들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놈들의 손톱에 찢기며 사방으로 비산하는 피와 살점들.
눈 뜨고도 볼 수 없는 끔찍한 풍경이었다.
한편 우리는 작게 구획된, 민가에 도달해 있었다.
위장 장막을 숨은 채, 성벽의 왼쪽 길을 따라 쭉 걸어온 것이었는데,
집들이 텅 비어있는 것이, 주민들을 미리 성 안쪽으로 대피시킨 모양이었다.
다행히 흡혈귀들로부터는 제법 거리가 있었음에도······.
“젠장.”
흡혈귀 한 마리가 우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것도 개중에 가장 세 보이던, 키 작은 곱슬머리 흡혈귀가.
파각!
서둘러 파우스트의 토템을 파괴했다.
정신 저주가 사라졌고, 각성자들은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아아아아악!
곡성이 새어 나오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흡혈귀는 눈으로 좇을 수도 없을 만큼 빨리 우리에게 당도했고,
갈고리 같은 손톱으로 각성자들의 무장을 뜯어내며, 솜씨 좋게 피를 빨아들였으니.
지구에서 보았던, 베르톨루스 남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강자였다.
위계 제한이 부여돼 있던 지구와는 달리, 이곳 베레슈티에는 그 어떤 고위계의 괴물이라 할지라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다.
촤아아악!
촤아악!
놈은 차츰 강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를 포션처럼 활용하려는 모양.
부엔디아와 함께 차츰 가까워지는 놈에게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 즈음······.
카아아아앙!
“끄윽!”
갑작스레, 새카만 날개가 하늘에서 날아들었다.
그 쏜살같은 공격에 키 작은 흡혈귀는 휘청이며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
그녀를 공격한 것은 베레슈티 성에서 날아온, 세 명의 남성 뱀파이어들이었다.
“······.”
그렇게,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른 끝에.
키 작은 여자 뱀파이어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용케도 나왔구나. 집구석만 지킬 줄 알았더니······ 그래서 결국 너희뿐이냐? 베로니카 공녀께서는 아직 이별의 아픔을 삼키고 계신 모양이야?”
“무엄하게 아직도 그딴 유언비어를 지껄이는구나. 브로이어 자작······ 걱정 마라, 너희쯤은 우리 베레슈티의 병력만으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으니!”
쿠우웅!
베레슈티의 흡혈귀들이 땅을 박찼다.
날개를 젖혀 올린 채, 그 사이로 파공음을 내며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번갯불이 튀어 오르며 맞붙는 주먹과 주먹.
세 명의 흡혈귀가 쉬지 않고 연격을 휘둘렀다.
타아앙!
타아아앙!
겉보기엔 여느 쪽이나 똑같은 뱀파이어였다.
하지만 공격이 부딪힐 때마다, 지대한 차이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브로이어라 불린 여성 흡혈귀의 주먹에 붉은색 핏방울이 싸여 있었다면, 베레슈티의 흡혈귀들의 주먹에는 주황빛 액체가 맴돌고 있었으니까.
촤하아아악!
브로이어가 둥글게 핏방울을 뿌렸다.
채찍처럼 휘두른 물결은 반원 모양으로 흩어졌고, 이내 바늘처럼 쏟아졌다.
투캉! 타아앙!
베레슈티의 흡혈귀들이 주먹을 내리쳤고, 솟아오르던 핏줄기를 다시금 지상으로 박아 넣었다.
그러는 사이, 공중에는 붉은색과 주황색이 어지럽게 수 놓이고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의 합을 추가로 주고받았을 즈음······.
“······귀찮은 놈들 같으니.”
펄럭!
브로이어는 갑자기 날개를 펼치며, 연합군 본진으로 날아가 버렸다.
아무래도 전격을 얻어맞은 충격이 아직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지구인들을 포션으로 삼으려 했지만, 그것마저 여의치 않게 된 상황.
이제 남은 것은 우리 지구인들, 그리고 베레슈티의 뱀파이어들이었다.
“이게 대체······.”
지구인들은 하나같이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연합군 소속으로 베레슈티와 싸우기 위해 왔던 터.
하지만 정작 자신들을 공격한 것은 연합군의 뱀파이어였으니.
오히려 베레슈티가 자신들을 보호해 줬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물론······.
“당장 꺼져라. 죽여버리기 전에.”
그건 착각에 불과했지만.
흡혈귀들은 날카롭게 각을 세우며 다가섰고,
겁에 질린 지구인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다만 의문스럽기는 했다.
연합군 소속인 우리는 명백한 그들의 적.
하지만 베레슈티의 흡혈귀들은 우리를 죽이기는커녕, 그저 내쫓기에 급급할 뿐이었다.
사람이라곤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이 텅 빈 민가에서.
그 이유를 알아차린 것은······.
“마을 골짜기 아래로 마력천이 흐르는 것 같군. 이것 때문에 그러는 건가?”
“······!”
“그렇군······. 에센스의 근원이 마력이었을 줄이야.”
다름 아닌 부엔디아였다.
목소리는 흑마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 그리고 흡혈귀들에게만 은밀히 목소리를 전해왔고, 정곡을 찔렸는지 흡혈귀들은 놀란 표정으로 우리를 노려볼 뿐이었다.
내가 소곤소곤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소립니까?”
“이곳 뱀파이어들이 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었지. 에센스라는 영액을 섭취한다고. 베레슈티는 베로니카 공작가의 휘하에 있는 가문이네. 공작가 세력 전체를 위한 에센스 생산을 담당하고 있거든. 그리고 베로니카 공작가는······.”
“공작가는요?”
“바로 그 <추적 거울> 이야기 속, 공녀가 있는 곳이라네.”
조금 얼떨떨한 느낌이었다.
증거품 보관소에서 우연히 꺼내왔던 거울.
그 이야기를 여기서 듣게 될 줄은 미처 몰랐으니까.
“마력천의 물은 까다로운 물질이야. 재료로 사용하려면 아케인 수준의 고위 마법사의 정제가 필요하지. 어쩌면 아케인과의 실리적인 상황이 연애 사건처럼 잘못 비화된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는군. 그러니 어쩌면······.”
흡혈귀들이 서서히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부엔디아의 말을 듣고 어쩐지 안절부절못하는 느낌.
그런 그들을 마주하며, 부엔디아가 내게 덧붙였다.
“거울에 담겨 있는 건······ 마법사 백작의 사생활 같은 게 아닐지도 모르겠군. 정황상 아케인이 베로니카를 배반한 것도 확실해 보이고······.”
거울에 뭔가 담겨 있기는 했었다.
하지만 별도의 권한이 필요한 것인지, 나로서는 그 영상을 재생할 수 없었다.
거울을 찾고 있는 공녀라면 영상을 열고 그 진의를 확인할 수 있을 터.
“뭐가 됐든······ 그 공녀인지 뭔지 하는 뱀파이어가 거울을 찾고 있다는 거죠?”
“그렇지. 그것도 아주 애타게.”
모든 내막을 다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서로의 이해관계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공녀에게 거울이 필요하다면, 지금 내게는 연합군과 싸워줄 지원군이 필요한 입장이었으니까.
스윽!
제법 가깝게 다가온 흡혈귀들에게 슬쩍 코트 안쪽을 보여주었다.
거울을 발견하자마자, 튀어나올 듯 커지는 흡혈귀들의 동공.
“안내해라.”
나는 그렇게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