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92)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92화(192/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92화
연합군 (3)
드드득.
드드드득.
“끄으······.”
상공회의소의 연합군이 몰려든 지도 어느덧 반나절이 지난 시점.
외성벽에 설치된 포가 쉼 없이 불을 뿜는 동안, 베레슈티 백작의 침음하고 있었다.
베로니카 공작령의 지원군이 도착하기까지 최소 한나절은 버텨내야만 하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거기에 집중하기도 힘들었다.
마력천을 보호하기 위해 내려보냈던 기사들이 뜻밖의 소식을 전해주었으니.
백작은 곧장 그 소식을 공작가에 전달한 참이었다.
“찾았다고? 정말?”
“예, 공녀님. 틀림없다고 합니다.”
백작은 커다란 전신 거울을 마주하고 있었다.
거울은 멀리 떨어진 베로니카 공작령의 알현실 한쪽을 원격으로 비추었고, 그 자리에는 긴 백발을 늘어뜨린, 창백한 피부의 베로니카 공녀가 앉아 있었다.
오래전 죽은 베로니카 공작의 유일한 후계인.
“흠······.”
거울을 애타게 찾고 있었음에도, 공녀는 사뭇 신중한 표정이었다.
증거품 보관소에 도둑이 들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그녀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있었으니.
그 자체가 거울을 더 안전한 장소로 옮기려는 아케인의 자작극이 아니겠냐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지만, 누군가 아예 거울을 들고 나타날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왜 이제 와 거울을 들이미는 거지? 아케인 놈들이 날 꾀어내려는 건가?”
“곧 확인해 볼 수 있을 겁니다. 기사들이 그들을 데리고 오고 있으니까요. 수성에도 정신이 없는 상황입니다만······.”
긴박한 상황임에도 경중을 가릴 수 없었다.
베레슈티의 수성에 비견될 만큼 공녀의 거울은 중요한 물건이었으니까.
똑똑.
문고리가 울렸다.
베레슈티 백작은 공녀가 비치는 거울 위로 얇은 면사포를 덮어두었다.
더 이상 공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공녀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
끼이이이······.
오래지 않아 두꺼운 문이 열렸고, 두 명의 남자가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 모두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공녀의 의심은 한층 더 증폭됐다.
하지만 그들은 가볍게 가면을 벗어던졌고······.
“······부엔디아?”
베레슈티 백작이 경악하듯 외쳤다.
공녀 또한 그 얼굴을 모르지 않았다.
***
“인사하시게. 베로니카 공녀님일세.”
“반갑습니다. 공녀님.”
백작이 거울에 덮인 면사포를 들쳤다.
부엔디아가 부드럽게 인사했고, 나도 적당히 목례했다.
딱히 상하가 없는 관계였기에 서로 편안히 주고받은 인사였다.
공교롭게도 백작과 공녀는 부엔디아를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부엔디아가 슬쩍 내게 그 이유를 귀띔해주었다.
“마르케스에서 한창 활동할 때쯤, 베로니카 공작가에 제휴를 제안한 적이 있었네. 뭐 결국 거절당하기는 했지만······.”
그 당시 협상가로 나온 이가 베레슈티 백작이었다는 모양.
실제 동맹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당시 부엔디아가 협력을 제안했다는 것만으로도 베로니카 공작가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옛일이 어쨌든, 내가 원하는 건 간단했다.
머지않아 연합군 진영에 완공될 상공회의소의 중앙 본부를 손에 넣는 것.
베레슈티가 선전을 넘어 연합군의 전력을 약화시켜줄 수 있다면, 중앙 본부에 접근하는 일 또한 한층 더 수월해질 것이었다.
거울을 넘겨주며, 수십년 간 미뤄져 온 협력을 다시 제안하면 될 일이었지만······.
“그 전에 좀 묻고 싶습니다.”
그에 앞서, 먼저 궁금증을 해결하기로 했다.
상위 차원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공격을 쏟아붓고 있는 지금.
이 전쟁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알고 싶었으니까.
내 질문에, 베로니카 공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저희가 다른 종족들의 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건 알고 계시겠죠?”
“들었습니다. 에센스라는 걸로 대신하고 계시다고.”
에센스.
앞서 두 눈으로 확인했던 물질이었다.
베레슈티의 흡혈귀들이 두르고 있던 주황색 액체가 그 정체였다.
“지금 사용되는 에센스는 사실 그리 안정적인 물질이 아닙니다. 구조적인 성분상의 문제로······.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거든요.”
기면증, 탈수증, 근력 약화, 야맹증, 치아불균형 등등.
그녀가 거론하는 부작용은 셀 수 없이 많았다.
흡혈귀들의 생존 자체를 위태롭게 할 만큼.
하지만 공녀의 아버지, 선대 공작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마침내 마력수 추출에 복잡한 정제 과정을 추가하는 것으로 해결 방법을 되찾았다고 했다.
“그 생산 설비가 이곳 베레슈티에 갖춰져 있어요. 그리고 새로 개발된 에센스 생산을 시작하는 대로······. 우리 베로니카 공작가는 협력 흡혈가문을 제외한 타 차원과의 수교를 전면 중단할 계획이었죠.”
전면적인 수교 중단, 그리고 독립.
그것은 다차원에 펼쳐진 약육강식의 세계로부터 발을 빼겠다는 선언이었고, 그와 동시에 상공회의소가 상위차원들을 모아 이들을 침공한 이유였다.
물론 여기까지는 베로니카 공작가도 예상했던 바였다.
에센스의 부작용만 해결된다면 베로니카의 흡혈귀들은 진정한 힘을 되찾고, 그들로부터 독립할 만한 힘을 되찾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더 중요한 재료가 사라졌어요.”
그 말을 끝으로 공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하지만 이내 어쩔 수 없겠다는 듯,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부엔디아가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이제는 이것저것 가릴 만한 사정이 아닌 듯했다.
“아버님께서 품고 계시던 시조의 성혈. 그걸 도둑맞았어요. 그리고······ 그 거울에 성혈이 숨겨진 위치가 담겨 있을 겁니다.”
그것이 베로니카의 공녀가 애타게 거울을 찾아다닌 진짜 이유였다.
***
“······.”
공녀의 이야기는 한참이고 이어졌다.
그만큼 이들에게는 복잡하면서도 중요한 문제였다.
콰아앙!
꽈아아앙!
“······마저 이야기 나누시죠.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전투는 계속되고 있었다.
먼 공작령에 있는 공녀는 어쩔 수 없었지만, 베레슈티 백작은 전투를 지원하기 위해 먼저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다급히 걸어 나가는 백작을 바라보며, 나는 지난 수십 년간 베로니카 공작령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부엔디아와 다시 정리해 보았다.
“그러니까, 마력수 정제시설을 만들기 위해 아케인의 힘을 빌렸고, 그 아케인의 프랑코 백작이라는 놈이 공작의 그 성혈인지 뭔지를 가지고 내뺐다는 거죠?”
“그런 것 같군. 마력수를 정제하려면 고도의 마법 술식이 필요했을 테니. 다행히 그 전에 추적 거울로 놈의 얼굴을 비췄다는 거고······.”
공교롭게도 수용소에서 마주쳤던 아케인 마법사와 이름이 같았다.
동일인은 아니었지만, 같은 가문에 속한 마법사인 모양.
에센스를 만드는 방법은 정제된 마력수에 성혈을 동화시키는 것이었고, 그 최종 과정에서 프랑코 백작이 베로니카 공작을 살해한 뒤 성혈을 가로챘다는 것이었다.
공녀가 착잡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버지는 프랑코 백작을 절대적으로 신뢰했어요. 하나뿐인 후계자를 시집보내려 할 만큼 절박하기도 했죠. 아케인의 정제 술식이 꼭 필요해서, 동맹을 공고히 하려고······ 놈은 아케인의 유력자 중 하나였으니까요.”
하나뿐인 후계자란 공녀 자신을 말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공작의 사후, 작위 계승을 미루겠다고 공표했다.
추모를 구실로 삼은 발표였지만, 실은 예식에 필요한 성혈을 잃어버렸기 때문.
베레슈티를 도우러 오지 못한 채, 공작령에 남아 있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공작의 성혈이 없는 상태에서 전투에 나서봤자, 상위차원들에게 성혈을 잃어버렸다는 사실만 알려주게 될 테니까.
성혈만 있다면 3위계, 혹은 그 이상의 힘을 계승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지금 공녀의 힘은 5위계 수준에 불과했다.
공녀가 천천히 우리를 향해 고개 숙였다.
“그 거울을 제게 비춰 주세요. 성혈을 되찾아 선대의 힘을 계승하게 된다면······ 베로니카 공작가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당신들을 지원하겠습니다.”
죽은 베로니카 공작과는 달리, 공녀는 애시당초 아케인을 신뢰한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오히려 기술자들을 불러 거울에 영상 전송 장치를 설치하고, 거울에 비친 상대의 행적을 녹화할 수 있는 아티팩트까지 만들었던 것.
우리가 손에 넣은 <추적 거울>이 바로 그 물건이었고, 성혈을 훔친 프랑코 백작의 행적이 담겨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때······.
콰과과과광!
우르르르르르!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큰 괴성이 실내로 밀려들었다.
그리고 직후, 날개가 반쯤 잘린 흡혈귀 하나가 헐레벌떡 알현실로 들어왔다.
아까 우리를 데려와 준 녀석이었는데, 대뜸 우리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백작님께서 부탁하셨습니다. 면목이 없지만······ 잠시라도 전투를 지원해주실 수 없겠습니까?”
“많이 심각한가?”
“서문 외성이 함락 직전입니다. 아니, 저 소리로 보아선······. 이미 문이 뜷린 것 같군요.”
전황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될만큼 이들의 상황은 심각했다.
부엔디아의 명성을 기억하고 있는 백작이니만큼, 조금이나마 도움을 부탁한 모양.
성혈을 되찾은 공녀라면 더 큰 도움이 되겠지만, 거울 속 영상을 보여주고 숨겨진 성혈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일단 나가보죠.”
콰아앙!
후드득 먼지가 떨어지는 알현실.
우리는 공녀가 비치는 거울을 뒤로한 채, 서둘러 성벽으로 향했다.
***
-와아아아아아!
찌르듯 들려오는 적들의 함성.
전해 들은 것처럼, 적들은 서쪽에 붙은 외성을 이미 함락한 상태였다.
본 성으로 이어지는 2차 관문을 뚫기 위해 이어서 몰아치고 있는 상황.
펄럭!
베레슈티 백작이 빠르게 우리 앞으로 날아들었다.
치열한 전투를 증언하듯, 새카맣게 불에 그을린 날개.
그가 숨을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
“오, 오셨군요······!”
“상황을 이야기해주게. 뭘 도와주면 되겠나?”
백작은 성벽 위에 설치돼 있던 수성 무기를 가리켰다.
강력한 전격을 내뿜던 무기들은 지금은 하나같이 부서진 벽 아래로 위태롭게 기울어져 있었다.
“이곳 서문에 설치돼 있던 전자기포(電磁氣砲) 3문이 모조리 파괴됐습니다. 그나마 모양이 온전한 것이 하나 있는데··· 혹시 회로를 손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연합군이 시도하던 작전이 맞아들어간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지구인들이 아닌, 다른 이들을 미끼로 사용했던 모양.
지상을 겨냥하는 사이, 재빨리 날아든 연합군의 공중전략이 베레슈티의 전자기포를 파괴한 것이었다.
마력 회로에 일가견이 있는 부엔디아의 도움을 빌리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부엔디아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네만······ 수리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네. 드워프들이 와도 최소 하루 이틀은 걸리겠지. 공작가에서 보냈다던 지원군은 도착까지 얼마나 걸리겠는가?”
“······아직 한나절은 더 있어야 할 겁니다.”
베레슈티 백작의 얼굴은 절망으로 물들었다.
한나절이라면 적들이 내성을 점거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으니까.
전전긍긍해 하는 그에게, 나는 성벽 한구석을 가리키며 물었다.
“전자기포 없이, 저 탄만 떨어뜨리면 어떻게 됩니까?”
거기에는 전자기포가 사용하는, 뾰족한 쐐기처럼 생긴 탄이 쌓여 있었다.
보기에는 전격 같은 것이 휘몰아치는 것처럼 보였는데, 의외로 소진되는 포탄이 있는 모양.
백작은 여전히 희망이 없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포신으로 발사한 게 아니라면 위력이 현저히 약화될 겁니다. 물론 낙하한 탄을 연달아 얻어맞는다면 4위계에게까지는 그럭저럭 피해를 줄 수 있겠습니다만, 그것 몇 번이나 가만히 맞아줄 리도 없으니······.”
연합군의 전력은 낮게는 7위계부터 높게는 3위계까지 고루 분포해 있었다.
최고 지휘관들이 3위계라는 걸 감안한다면, 실제로 전장에서 가장 힘을 쓰고 있는 것은 대부분 4~5위계 수준.
단순히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는 유효한 피해를 주기 어려울 터였다.
그저 떨어뜨리기만 한다면.
“잠시 기다리시죠.”
나는 <쇼퍼홀릭>을 발동하기 위해 포탄이 쌓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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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작은 부엔디아의 양팔을 붙잡으며 무너져 내렸다.
“그때······ 마르케스의 손을 잡았어야 했습니다. 아케인이 아닌 마르케스의······.”
에센스 생산을 위해, 베로니카 공작가는 고도의 마력 정제 술법을 필요로 했다.
부엔디아 역시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결국 베로니카는 아케인의 손을 잡았다.
마르케스가 다차원 세계의 주적이었다면, 아케인은 제일의 유력 차원이었으니까.
그것이 몇 배는 더 쉬운 길이었다.
“그때와는 다를 걸세.”
부엔디아는 백작을 일으켜주었다.
그러곤 포탄을 회수하러 간 정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파지지지직!
무너진 3문의 전자기포 위로, 또다시 전격이 튀어 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