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93)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193화(193/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193화
연합군 (4)
베레슈티 백작과 이야기를 마친 뒤.
나는 성벽 한 쪽에 쌓인 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쇼퍼홀릭.”
딱 한 발이면 됐다.
뾰족한 쐐기 모양의 탄환 하나가 모습을 감췄고,
팍스가 아공간에 수용된 새 무기의 정보를 띄워주었다.
띠링!
—
[전자기 쐐기탄]등급: [에픽]
설명: [전자기포(電磁氣砲)에 사용되는 쐐기탄입니다. 마전격(魔電擊)을 일으키는 작약이 담겨있으며, 전자기 포신의 마력 코일에 반응해 작동합니다. 작약은 강한 외부 충격에도 반응하나 위력은 약화됩니다.]
※ 연사시 피해가 중첩됩니다.
—
[남은 마석은 406,691개입니다.]일단은 쐐기탄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다른 성벽 쪽으로 가면 멀쩡한 전자기포를 손에 넣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내 잔고로는 가격이 200만 개나 되는 물건을 수용할 수 없었다.
쐐기탄의 가격이 개당 20만 개에 불과한 게 감지덕지 할 따름.
무기를 손에 넣은 나는, 적들이 바글대는 성벽 아래를 향해 포탈을 겨냥했다.
“출하.”
쐐애애액!
타아아아앙!
파지지지지-지지직!
사방으로 번져나가는 푸른빛의 전격.
마력에 뒤섞인 전격이 순식간에 적들을 구워삶았다.
연쇄 사격을 통해 다발의 위력을 한층 더 끌어올린 공격.
베레슈티 백작의 말대로, 잘만 맞춘다면 4위계에게도 충분히 피해를 줄 수 있는 화력이었다.
“전자기포······? 어떻게?”
한편, 백작은 놀라운 표정이었다.
이들에게는 내 능력에 대해 아직 설명해준 적이 없었으니.
등을 맞대로 있는 만큼, 설명보다는 눈으로 보는 게 빠를 터였다.
그리고······.
“보고만 계시면 안 됩니다. 아직 한참 모자라요.”
쿠어어어어어!
적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최소 십수 종류 이상의 이종족이 뒤섞인 다차원 연합군.
종족대통합에 다름없는 장엄한 모습이었지만, 그들을 한데 묶는 것은 평등이 아닌 살의였다.
지이이잉!
엉거주춤하는 백작과는 달리, 부엔디아는 빠르게 움직였다.
내가 즉시 포탈을 열어주었고, 넘어들어간 부엔디아는 10초만에 울퉁불퉁한 지팡이를 든 채 다시 모습을 나타났다.
증거품 보관소에서 탈환한, 이제는 금제가 풀린 지팡이였다.
“일단 저것부터 해결해야겠군.”
부엔디아가 회색 눈썹을 찡그렸다.
그의 시선이 닿은 것은 높게 세워놓은 깃발 하나.
파우스트의 계약 주문이 담긴 토템이었다.
“······.”
부엔디아는 중얼중얼 주문을 외웠고, 토템을 바라보며 두꺼운 주먹을 움켜쥐었다.
파앗!
붉은 갈색으로 이루어진 깃발은 빳빳하게 굳어버리더니, 이내 푸르스름한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부엔디아의 흑마력이 파우스트의 토템의 회로를 장악한 것이었다.
쿠우우우웅!
토템의 버프가 뒤집어지자, 쇄도하던 적들의 움직임이 확연히 둔해졌다.
엘리트 오크, 오우거, 문신을 두른 큰 키의 야만 고블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멈춰섰다.
부엔디아가 그들에게 외쳤다.
“버프를 디버프로 바꿔놓았지만, 동시에 너희에게 걸린 ‘세뇌 저주’도 함께 풀어 놓았다. 묻겠다. 너희는 너희의 의지로 이곳에 왔느냐, 아니면 그저 원하지 않는 싸움에 휘말린 것이냐?”
상위차원이 주도한 전쟁이었다.
우리가 고기방패 취급을 받았던 것처럼, 어쩌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휘말린 이들도 있을 수 있을 테니까.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얼굴 곳곳에 흉터가 가득한 엘리트 오크가 대답했다.
“사, 살려주십시오! 저희도 협박을······!”
퍼엉!
오크의 머리가 일순에 터져나갔다.
그 광경을 본 부엔디아가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이런, 거짓말 탐지는 걸어두지 말걸 그랬나.”
“젠장! 밀어붙여!”
동네 할아버지 같은 부드러운 인상의 부엔디아였지만, 이름 날린 흑마법사이니만큼 침략자들에게는 손속이 없었다.
이곳 서문에 몰려든 병력들은 하나같이 베레슈티를 짓밟기 위해 자원한 침입자들.
뒤로 물러설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이 득달같이 백작성의 내성문을 향해 쇄도했다.
후와아악!
공간 한쪽이 일그러지며, 흑마력 파장이 퍼져나갔다.
근처에 있던 적들이 정체모를 보랏빛 불길에 휩싸이며 고통을 호소했다.
아군이 픽픽 쓰러져가는 중에도, 백인장쯤 되는 이종족 하나가 교활하게 소리쳤다.
“그래봤자 5위계 수준의 공격이다! 고위계 탱커들이 앞장 서! 단숨에 돌파한다!”
“오, 안목이 제법이군.”
부엔디아는 흥미롭다는 듯 턱을 쓸었다.
지팡이를 동원한 그가 사용할 수 있는 공격 마법이 딱 5위계 수준이었으니까.
그는 백인장의 안목을 치하하며 웃음과 함께 주문을 덧붙였다.
“하지만 발상이 부족해.”
후와아아아악!
흑마력 파장이 끝없이 펼쳐졌다.
그러곤 지름 50미터 가량의 공간이 불길을 토해냈다.
고작 5위계 수준에 불과했지만, 그건 상당한 규모의 범위 공격이었다.
파지지지지직!
후와아아악!
부엔디아가 밀려드는 물량을 처리하는 동안, 나는 쐐기탄을 발사해 백인장 이상의 지휘관들을 노렸다.
파도처럼 밀려들던 연합군의 병력은 주춤하다 못해 뒤로 밀려나고 있었고, 부엔디아가 깔아놓은 뜨끈한 흑마력 장판을 앞에 두고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서문 외성채는 연합군의 시체로 뒤덮였다.
놈들을 제압했으니, 이제 무너진 성문을 복구할 차례였다.
그제야 할일이 생겼다는 듯 베레슈티 백작이 참혹한 전장을 향해 팔을 휘저었다.
촤아아아아악!
사방에서 핏방울이 솟아올랐다.
베로니카의 수하답게 피 대신 에센스를 마시는 백작이었지만, 그것이 그가 피를 다룰 수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사방에서 분출된 피가 텅 빈 문지방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곤 서로 뭉치며, 무너진 성문 위에 새빨갛게 굳은 새 성문을 만들어냈다.
부엔디아가 껄껄 웃으며 논평했다.
“자네 여전히 손재주가 구리군!”
“아무렴요. 용도에만 맞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멋쩍게 미소 짓는 베레슈티 백작.
적들의 피가 흥건해진 뒤에야 제힘을 발휘하게 된 그였다.
함락된 서문 외성을 되찾았다.
문까지 도로 막아놓았으니 1차적인 목표는 달성한 참이었지만, 아쉽게도 연합군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파사사사삭!
거대한 굉음과 함께, 백작이 세워놓은 혈문(血門)이 단숨에 박살 났다.
굳은 핏덩이들이 유리 알갱이처럼 비산했고, 차마 굳지 못한 피가 분수처럼 터져나갔다.
반쯤 허물어진 혈문을 걷어내며, 거대한 살덩어리가 꾸역꾸역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저건······?”
난생처음 보는 유기적인 형태.
놈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자니, 베레슈티 백작이 침음하며 덧붙였다.
“혈맹의 브로이어 자작이로군요. 놈의 하수인인 것 같습니다만······.”
“아, 혈맹의?”
부엔디아 또한 들어본 적이 있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살덩어리는 여러 갈래로 퍼져나가며 바닥에 쌓인 시체들을 뒤덮었다.
녹색, 파란색, 살색, 검은색 등등 갖가지 피부색이 놈의 거대한 몸에 편입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네 주인에게 전해라, 백작. 피를 겁내는 흡혈귀는 혈귀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뒤로부터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덩어리의 주인, 브로이어 자작의 목소리였다.
쿠과과과과과!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살색 덩어리.
베레슈티 백작이 시체들의 피를 뭉쳐 자원으로 삼았다면, 브로이어에게는 그들의 싱싱한 살갗이 그 자원이었다.
자신과 대등한, 어쩌면 더 강력할지도 모를 능력을 보며, 베레슈티 백작이 다급히 덧붙였다.
“브로이어의 위계는 4위계 수준일 겁니다. 저 괴물도 5위계 내지 6위계 정도에 불과하고요. 문제는 재생력입니다.”
“재생력?”
“예, 갖가지 생명 기관이 뒤섞인 형태이다 보니······. 목숨을 끊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우선은 제가 발을 묶겠습니다.”
촤아아아악!
주변에 떨어져 있던 핏방울이 또다시 응집했다.
이번에는 두꺼운 문의 형태가 아닌, 촘촘한 그물 모양.
백작이 피로 엮은 그물이 브로이어의 하수인을 덮쳤다.
-구어어어어······.
답답하다는 듯, 온몸을 비트는 살 덩어리.
그 사이로, 부엔디아는 흑마법을, 나는 쐐기탄을 끊임 없이 찔러넣었다.
후와아아악!
파지지지지지직!
하수인의 장기가 뒤엉키다 터져나가고, 깊게 찔린 피부 전체가 새카맣게 타들어갔지만, 그래봤자 잠깐 뿐이었다.
베이고 터진 상처 위로 언제 그랬냐는 듯 새살이 차올랐고, 겹겹이 쌓인 비계가 죽은 피부를 퉤하고 뱉어냈다.
때리고 잘라내고 터뜨려도, 놈은 무한에 가까운 재생력을 앞세워 외성을 가로질렀다.
내가 백작에게 말했다.
“백작님, 혹시 전력으로라면 얼마나 붙들어 놓을 수 있습니까?”
“30초, 아니, 50초 정도라면······.”
“1분. 딱 1분만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펄럭!
고개를 끄덕인 백작이 날아올랐다.
그러곤 나를 감싸안고는, 연합군이 노리는 내성 문 앞에 착륙했다.
사방으로 흩어진 모든 핏방울을 끌어모아, 쇄도하는 살 덩어리를 향해 또 다시 그물을 던졌다.
꽈드드득!
백작의 그물이 놈을 감싸쥐는 것에 맞춰, 나 또한 시동어를 외쳤다.
평소에는 여간해서는 잘 하지 않는, 지금처럼 출혈이 어마어마할 때나 하는 행사였다.
“창고대방출.”
타다다-다다다닥!
피칠갑이 된 회색 돌벽 앞으로, 매끈한 철제 프레임이 들이찼다.
쾅! 쾅!
기둥을 이루는 쇠파이프가 사방에서 날아와 꽂혔고, 그 위로 넓적한 선반이 도미노처럼 쌓였다.
수갑처럼 생긴 경첩이 끼어들어 11자와 X자가 교차된 비계(飛階)를 형성했으며, 둥근 원기둥 모양의 쐐기들이 빠르게 진열됐다.
모두 조금 전 수용해 두었던 전자기 쐐기탄이었다.
“······뭐지? 뭐야?”
브로이어 자작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 덩어리는 그저 이 상황이 불편하다는 듯, 정체모를 괴성만 내지르고 있을 뿐이었다.
악에 받힌 듯, 놈이 피 그물 속에서 허우적거렸지만······.
이곳은 더이상 그들의 전장이 아니었다.
이곳은 그저 물류창고.
볕들 날을 기다리며, 먼지만 쌓아온 사물들의 세계였다.
‘창고대방출’에 사용되는 공간은 실제 내 물류센터의 1/4정도 되는 크기였다.
아공간 전체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작은 크기고, 시전 시간도 고작 1분에 불과했으며,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창고의 크기와 시전 시간이 늘어나는 구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내성 입구 주변을 넓게 덮을 만한 크기고, 선반에 쌓인 쐐기탄도 816발이나 되니까.
놈을 가루로 만들고도 남을, 지독한 악성 재고였다.
“방출.”
타다다다다다닥!
물건 꺼내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뾰족한 쐐기탄이 선반을 스치며, 묵직한 선반을 현처럼 튕겨댔다.
물류창고 전체가 부르르 떨었고, 계산대의 철컥 소리가 흥분에 싸여 박자를 세었다.
콰득!
콰드득!
쐐기탄이 사방에서 살점을 찔렀다.
푹신한 비계가 충격을 흡수했지만, 찌르고 또 찔러진 쐐기탄이 연쇄작용을 일으켰다.
파지지지지지직!
부르르르르르!
거대한 살덩어리가 주책없이 몸을 떨었다.
혈자리를 찔린 병자처럼, 벼락같은 충격이 온몸을 휘감았다.
파지지지······. 타앙!
타아아앙!
곳곳에서 교류한 마전격이 충돌을 일으켰고, 물처럼 흐르던 전류가 불꽃과 폭발을 토해냈다.
“아······. 아아······!”
기세등등하던 브로이어마저 아연이 실색했다.
그녀는 허둥지둥 손을 휘저으며, 흩어진 시체와 살점을 애써 끌어모았다.
그러곤 자신의 손가락을 물어뜯어 피를 내고는, 살덩어리의 위계를 서서히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은은한 피장막이 살덩어리의 표면을 감싸기 시작했지만······.
“그 정도론 안 돼.”
창고 중앙에는 두꺼운 나무 말뚝이 박혀 있었다.
차원재판소의 장서관장으로부터 빼앗았던 위계 말뚝.
말뚝에서 퍼져나오는 강력한 저주가 브로이어와 그녀의 하수인의 위계를 끌어내렸다.
꽈드드드드드득!
파지지-지지지익!
백작의 피 그물이 하수인을 조여들었다.
사방에서 꽂히는 쐐기탄이 연약한 살갗에 전류를 쌓아나갔다.
그렇게 짧디짧은 1분의 시간이 마무리 되어갈 때쯤······.
퍼어어어엉!
결국 버티지 못한 살덩어리가 통째로 폭발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슬라임처럼 녹은 피부 세포들이 침처럼 흩어졌고, 물류창고의 선반이 사라진 성벽 곳곳에 껌처럼 달라붙었다.
“아직 안 끝났다······! 아직!”
하수인을 잃은 브로이어가 길길이 날뛰었다.
연이은 공격으로 인해 잘게 쪼개져버린 살덩어리.
힘은 현저히 약해졌지만, 그 수가 현저히 늘어난 것이었다.
하지만······.
펄럭.
브로이어 자작의 얼굴 위로, 흡혈귀들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그늘이 드리웠다.
하늘을 채운 수십 마리의 흡혈귀들.
주먹에 주황빛 에센스를 두른, 베로니카 공작령의 지원군이 이제 막 도착한 참이었으니까.
“아아······.”
브로이어가 황망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뾰족한 날개 그늘 사이로 원망스런 태양이 그녀를 내리쬐었다.
콰득!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침입자들을 처리하고, 그들의 피로 두꺼운 성문을 빚는 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