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0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00화(200/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200화
두 개의 성 (1)
터벅터벅.
프랑코 백작은 천천히 걸었다.
이따금 시체를 피해 걸을 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는 조금 전 자신이 살해한, 조카 루도비코의 표정을 떠올렸다.
의구심이 가득 찬, 황망한 표정.
녀석의 마지막 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가주님? 대체 왜······.
프랑코 가문의 후계자, 루도비코 프랑코는 끝까지 몰랐다.
왜, 그것도 하필 자신의 숙부인 프랑코 백작에 의해 죽어야 하는지.
백작은 콧바람과 함께, 떫게 말을 뱉었다.
“실력도 없이 제 아버지 핏줄만 타고난 놈이 뭘 알겠나.”
그러곤 곧, ‘핏줄, 핏줄이라······.’ 되뇌며 피식 웃었다.
인재개발원에서 데려온 혈겸이 떠올랐기 때문.
하지만 백작은 빠르게 상념을 지워버린 채, 걸음을 이어 나갔다.
우우우웅······.
그의 등 뒤로 그림자가 걸쳤다.
염동력으로 두둥실 떠올린, 조카의 시체가 그를 따라오고 있었다.
***
피렌의 대천사 하미엘은 긴장에 싸여 있었다.
투석기를 앞세워 베레슈티의 간을 보았던 것이 수차례.
마침내 작전을 결행한 참이었으니까.
“······잘했기를 바라마, 아드리엘.”
일반적인 작전은 아니었다.
피렌의 천사들이 무차별하게 돌격하는 사이 후방 지원을 끊어버리는,
결과적으로 그들을 이끄는 청색 마법사를 죽게 만들기 위한 작전이었으니까.
조금 전 대대 하나가 전멸했다는 소식을 참.
하미엘은 남몰래 그다음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대······ 대천사님.”
“아드리엘!”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아드리엘이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날개는 반쯤 그을려 있었고, 다리를 절었다.
그만큼 상황이 치열했다는 뜻.
하지만 하미엘은 마음이 급했다.
“루도비코 프랑코······. 그 청색 마법사 놈은 어떻게 됐느냐?”
“······죽었습니다.”
하미엘이 미소를 띠었지만 잠깐뿐이었다.
아드리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으니.
“좋은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무슨 말이냐?”
“녀석을 죽인 것은 베레슈티가 아닙니다. 프랑코 가문의 주인······. 백작이 놈을 죽였습니다.”
“······!”
“백작은 목격자를 남겨둘 생각이 없었습니다. 저는 죽은 척 누워있다가 겨우 자리를 피했고요.”
예상치 못한 소식에, 하미엘을 이마를 부여잡았다.
불길한 예감이 섬찟 머리를 휘감았다.
‘백작이 여기엔 왜······?’
아케인을 끌어들이는 것은 좋다.
그것은 애당초 하미엘 자신의 계획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자신의 노림수에 의한 것이어야만 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프랑코 백작이 아니라.
펄럭!
그때, 병사 하나가 급하게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털썩 하미엘을 향해 부복했고······.
“대천사님, 비상 회의가 소집됐습니다.”
상황은 그의 예상보다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
.
.
탁! 탁!
펄럭!
로브 자락을 휘날리는 규칙적인 걸음걸이.
연합군 진영으로, 아케인의 마법사들이 들이닥쳤다.
프랑코 가문이 긴급 승인한 병력이 베레슈티로 파병된 것.
슈우우······.
그 위로 순백의 관이 떠올랐다.
관에는 프랑코 가문의 문양이 새겨진, 실크로 된 흰 천이 덮여 있었다.
앞장선 이는 다름 아닌 프랑코 백작이었고, 직접 조카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고 있었다.
“루도비코 에센 프랑코는 불의에 맞섰노라! 그러나 그 불의는 비겁하게, 그리고 악랄하게 젊은 영웅의 숨을 빼앗았다. 나 프랑코 백작의 이름을 걸고 말하니······ 베레슈티와 부엔디아에게 그 죄를, 베로니카 공작가에 그 책임을 묻겠노라!”
“와아아아-!”
아케인의 마법사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다른 연합군의 병사들은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들의 비장함에 감화된 채 아케인의 구호를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비상 회의로 향하는 하미엘은 확신했다.
프랑코 백작에게 연합군의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는걸.
‘제기랄······.’
조카 프랑코의 죽음을 확인하는 것은 하미엘 자신의 역할이어야 했다.
연합군의 웅대한 싸움을 내세우고, 그중 약간의 명분을 아케인에 떼어주려 했던 것.
하지만 아케인은 순식간에, 그것도 예상보다 몇 배 이상의 병력을 끌어오며 연합군의 최고 전력으로 우뚝 올라섰다.
마치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미치겠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일단 한 가지는 분명했다.
당초 연합군의 목적은 베레슈티의 에센스 생산 시설을 파괴하는 것.
하지만 그와는 달리, 백작은 묘한 주장을 하고 있었으니까.
자신이 이끄는 마법사 부대와 함성을 주고받으면서.
“베레슈티는 삿된 욕심으로 다차원을 위기에 빠뜨렸다! 목숨으로 감히 그 죄를 갚을 수 있는가?”
“아니다! 아니다!”
“전리품! 베레슈티는 그들의 땅과 재산을 내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특히 그 생산 시설은 한때 아케인이 그들과의 화친을 약속하여 선사한 것인바! 진정한 주인인 아케인에게 돌아오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와아아아!”
간단히 말해 베레슈티를 점령하되, 파괴하지는 말자는 것.
특히 에센스 생산 시설만큼은 아케인이 차지하겠다는 것.
‘에센스······. 그게 목적이었나, 백작?’
하미엘은 질끈 입술을 씹었다.
하나뿐인 가문의 후계자를 죽인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았지만,
그로서는 프랑코 백작의 어두운 속내를 읽을 수 없었다.
***
콰과과과!
콰아아아앙!
사방에서 공격이 쏟아졌다.
바닥이 흔들리고, 천장에서 후두둑 모래가 떨어졌다.
연합군에 아케인의 마법사들이 합류했고, 이윽고 몇 배는 강해진 전력이 베레슈티의 성문 곳곳을 타격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그 청색 마법사 놈이 죽었을 때 예감했다.
저놈보다 더한 것들이 떼거리로 몰려오리라는 걸.
베레슈티 백작이 확인한 바로는, 견습을 빼더라도 600명이 넘어가는 수준.
아케인에게 있어서는 지난 100년을 통틀어 최대 규모의 파병이라는 듯했다.
물론, 그들의 전력만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아케인의 전력이 이곳 베레슈티에 쏠린 만큼, 베로니카 공작령은 비교적 안전해졌으니까.
-저도 가겠습니다! 조금만 버텨주세요!
베로니카 공녀의 말이었다.
머지않아 이곳 베레슈티에 병력을 이끌고 도착할 터.
그전까지 어떻게든 놈들의 공세를 막아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었다.
공녀가 도착한다 해서 저 마법사들을 이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슈화아아악!
타아아앙!
내 포탈은 쉼 없이 물건을 날랐다.
아공간에 적재된 쐐기탄이 그 물건이었고, 몰아치는 연합군이 그 목적지였다.
나는 가능한 만큼 포탈을 <자동 출하>로 박아둔 뒤, 놈들의 본진을 살폈다.
바로 건설 중이던 중앙본부가 있던 자리에.
우우웅······.
비행접시처럼 생긴, 거대한 중앙본부가 두둥실 떠올랐다.
칸칸이 나누어진 테두리 부분에서 각각 불빛이 쏟아졌다.
다만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닌지, 여덟 개 중 절반 밖에 켜져 있지 않았다.
옆에서 함께 전장을 바라보고 있던 부엔디아가 말했다.
“외골격이 완성된 것 같군. 내부 기능은 아직 공사 중이겠지만······. 저 정도만 되어도 전투에 써먹기엔 충분하다 이거겠지.”
상공회의소의 시설들은 막강한 방어력을 자랑했다.
심지어 저 중앙본부는 공중 비행까지 가능한 시설.
다시 말해······.
‘······날아다니는 벙커나 마찬가지.’
안에 있는 병력들 또한 상당했다.
아케인의 마법사들 상당수가 저 안에 들어갔으니까.
하늘을 나는 단단한 플라잉 벙커.
거기에 숨은 마법사들이 형형색색의 마법을 발사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 골이 아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부공사까지 완료된다면 대규모 광역 버프는 물론, 각성 능력마저 탐지하는 사기급의 ‘선제 타격’까지 갖추게 될 테니.
물론 ‘공짜 티켓’을 이용해 곧장 아공간에 넣어버리는 수도 있지만······.
‘······아직은 아니야.’
내가 원하는 것은 완성된 중앙본부였다.
외골격만 완성된, 저 반쪽짜리 비행접시가 아니라.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남은 전투를 바쁘고 치열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상기시키듯······.
-비상! 비상! 정문 외성이 뚫렸다! 전자기포 뒤로 물려!
-하지만 포들이 전부······!
베레슈티의 흡혈귀 병사들이 소리쳤다.
정문을 두르고 있는 외성이 단숨에 함락된 것.
나는 한창 전투를 지휘하고 있는, 베레슈티 백작에게 물었다.
“왜 갑자기 이렇게 뚫리는 겁니까?”
“아케인 때문입니다······! 애초에 전자기포는 우리 베레슈티의 발명품이 아니에요. 프랑코 백작이 베로니카 공작님을 회유할 때 화친의 선물로 넘겨준 물건입니다. 놈들이 설계한 물건이니만큼······ 그 파훼법도 알고 있을 수밖에요.”
아케인의 마법사들이 실드를 두르고 나섰다.
그들이 끌고 온 것은 푹푹 증기를 일으키는, 또 다른 모양의 대포.
하지만 뾰족한 전자기포와는 달리, 그 끝이 나팔 모양으로 퍼져 있었다.
놈들을 향해, 전자기포가 푸른 전격을 뿜어냈지만······.
파지지-지직!
우웅- 우웅- 웅.
푸른 번개가 전자기포와 나팔 모양의 기계를 연결했다.
기계는 아무렇지 않게 전격을 흡수했고······.
까득! 퍼어엉!
되레 터져나간 것은 전자기포였다.
<쇼퍼홀릭>으로 ‘나팔 기계’ 몇 대를 빼앗기는 했지만 허사였다.
애당초 투석기를 빨아들이느라 잔고가 거의 바닥 난 상태였으니까.
-와아아아아!
연합군의 함성이 쏟아졌다.
설치돼 있던 6문의 전자기포가 그대로 박살 났고, 방어성에 난입한 병력이 내성 정문을 쿵쿵 두드렸다.
‘생각해보자······.’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지금이라도 미완성인 중앙본부를 빼앗을지,
아니면 지금 당장 베레슈티 성을 내어주는 한이 있더라도, 완성된 중앙본부를 얻을 것인지.
결국 내 결정은······.
‘······여차하면 성을 내어준다.’
살을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제대로 뼈를 취하는 것이었다.
공녀와 백작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베레슈티를 포기하더라도 완성된 중앙본부를 얻는 게 나은 선택이었다.
그들로서는 어떻게든 베레슈티의 에센스 공장을 지키고 싶겠지만, 그건 대체할 방법을 구해놓은 상태였으니까.
‘어차피 바뀌는 게 없기도 하고.’
당장 저 비행접시를 빼앗는다고 해도, 성을 지킬 수는 없었다.
중앙본부는 지금 그저 두둥실 떠오른 채, 천천히 접근해 오고 있을 따름.
베레슈티의 방어선은 이미 아케인의 ‘나팔 기계’만으로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연합군이 성문을 두드렸다.
덜컹!
덜컹!
쩌적! 쩍!
힘을 버티지 못하고 서서히 갈라지는 성문.
이제 저 문이 뚫리면 연합군은 성내로 진입할 것이다.
모든 방어 수단이 외성벽에 몰려있는 만큼, 에센스 공장까지도 아무런 제지 없이 접근할 수 있을 터.
물론 그게 끝은 아니었다.
놈들이 베레슈티 점령에 몰두하는 동안, 나는 숨은 또 다른 ‘공성전’에 돌입했으니까.
슈와아아악!
쐐기탄을 뿜어대던 포탈을 모조리 회수했다.
그러곤 성벽 위에 연합군에게서 빼앗았던, 로돌포제 투석기를 출하했다.
끼이이이익!
타아아앙!
출하된 투석기는 별다른 준비 없이도, 곧장 물건을 던졌다.
미리 탄환이 장전된, 발사 직전의 상태를 저장해 둔 것이었다.
투석기에서 발사된 반마력탄이 하늘을 날았고······.
타아아앙!
천천히 우리를 향해 날아오던 비행접시를 강타했다.
비행접시의 출력은 다름 아닌 마력.
한쪽 출력이 꺼진 중앙본부는 잠시 휘청거리더니, 이내 힘을 되찾고 다시 움직임을 이어 나갔다.
연달아 반마력탄을 얻어맞는데도, 꿋꿋이 전진을 계속했지만······.
‘깡통이 되겠지.’
중앙본부의 내부공사는 계속되고 있었다.
어느덧 여덟 개의 칸 중, 다섯 개에 불이 들어온 상황.
나머지 세 개가 다 채워진다면 중앙본부가 완성되고, 무시무시한 ‘선제타격’이 시작될 터였다.
내 목적은 미리 녀석을 깡통으로 만들어 두는 것이었다.
아공간으로 먹어 치울 수 있을 만한, 부드러운 한 입 거리로.
“맛있어져라.”
타아앙!
타앙!
나는 계속해서 반마력탄을 쏟아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