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a Logistics Cent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01)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201화(201/240)
아포칼립스에 물류센터를 숨김 201화
두 개의 성 (2)
슈우우웅!
하늘을 수놓는 반마력탄.
하지만 그 공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음······.”
콰아아아앙!
곧바로 반격이 날아들었다.
적은 다름 아닌 수백 명의 마법사들이었고,
태생이 원딜러인 그들에게 성벽에 아슬하게 걸친 투석기는 보기 좋은 먹잇감일 뿐이었으니까.
파삭!
세워둔 투석기들이 모조리 박살 났다.
그마저도 여섯 차례나 반복되자, 이제는 성벽이 붕괴될 지경에 이르렀다.
“어쩔 수 없네요. 일단 뒤로 물러나죠.”
나는 부엔디아, 그리고 베레슈티 백작과 함께 빠르게 후퇴했다.
물러선 위치는 베레슈티 백작성의 내성 뒤편 광장.
전장에 앞서, 영지민들을 대피시킨 장소였다.
그 사이······.
타아아앙!
휘이잉-! 휘이잉!
각양각색의 마법이 날아들었다.
성벽 틈새에 성에가 끼었고, 그 위로 불길이 쏟아졌다.
이윽고 날아든 전격이 사슬처럼 이어지며, 굳건하던 성벽에 균열을 만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뻐어어어어엉!
-열렸다! 싹 다 진입해!
마침내 베레슈티의 정문이 뚫렸다.
.
.
.
연합군이 성을 비집고 들어오는 사이.
우리는 내성의 뒤편, 베레슈티 광장에 도착해 있었다.
“출하.”
덜컹! 덜컹!
나는 곧장 백여 대 이상의 투석기를 깔았다.
그러곤 베레슈티 백작에게 부탁해, 함께 후퇴한 흡혈귀들을 동원했다.
철썩!
쉬이이이익!
다시금 가동한 투석기.
타깃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저 하늘의 비행접시였다.
들이닥친 지상군도 문제였지만, 당장은 저 중앙본부의 접근을 막아내는 것이 급선무였으니까.
‘······마법사만 수백 명이라고 했지.’
지상군에 포함된 마법사들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이다.
마법사들을 태운 비행 벙커까지 합세한다면, 이곳 광장은 아수라장이 될 터.
영지민들은 물론이요, 무엇보다 설치된 투석기를 지켜야 했다.
곧 완성될 중앙본부를 손에 넣으려면, 쉬지 않고 반마력탄을 먹여줘야 했으니까.
철썩!
쐐애애액!
그렇게, 흡혈귀들이 중앙본부를 견제해 주는 사이.
나는 출하 스킬로 근거리로 접근해 오는 연합군 병력을 상대했다.
반마력탄은 마법을 캐스팅하는 마법사들에게도 효과가 있었기에, 나는 쐐기탄과 반마력탄을 규칙적으로 섞어가며 효율적으로 적들의 진입을 저지했다.
하지만······.
“꾸준히 밀리고 있습니다. 공장 지대는 내어준 지 오래고요. 내성에 이어진 벽을 이용하면 방어선을 좁힐 수 있으니, 시간은 조금 벌 수 있겠습니다만······.”
베레슈티 백작이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시간 벌이에 불과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연합군을 나 홀로 막아 세우는 것도 불가능 한 일이었고, 하늘에 뜬 중앙본부 또한 반마력탄 세례를 버텨가며 꿋꿋이 전진해 오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때쯤······.
펄럭!
“공녀님!”
베로니카 공녀가 베레슈티에 도착했다.
그녀의 날개는 유독 길고, 또 넓었다.
얼굴 위로 검게 드리웠던 그늘은 곧 차곡차곡 접혔고, 베로니카 공녀의 얇은 등을 망토처럼 둘렀다.
하지만 정작 그녀의 얼굴은 수심에 잠겨 있었다.
이곳으로 날아오는 동안, 베레슈티가 함락됐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한 모양.
아직 이곳 광장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공장지대를 비롯한 주요 구역은 이미 연합군의 손에 넘어간 상태였다.
“생산 시설이······.”
공녀가 고개를 떨구었다.
에센스 생산 시설만큼은 필사적으로 지키려던 그녀.
어쩌면 베레슈티 영지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그 에센스였으니.
“······.”
공녀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한참이나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러곤 생각이 정리되었다는 듯, 백작에게 말했다.
“······병력을 거둬들이세요. 공작령까지 후퇴하죠.”
“공녀님······.”
공녀는 곧장 내 쪽으로 다가오고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을 이었다.
“정겸님은 포탈로 영지민들의 대피를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결과는 이렇게 됐지만······ 공작령에 돌아가는 대로 꼭 사례할 테니까요.”
그녀는 이번 전쟁의 결과를 받아들이려는 것 같았다.
이미 생산 시설을 잃은 이상, 더 이상의 싸움은 불필요한 희생만 일으킬 뿐이니까.
베레슈티를 내어주고 성혈을 찾는 일에 집중하자는 것이 그녀의 판단이었지만······.
“아직 안 됩니다.”
“네?”
아직 연합군의 중앙본부가 남아 있었다.
이제 와 투석기를 조작하고 있는 흡혈귀들이 빠진다면 안 될 일.
무엇보다 공장지대를 포기한 것에는 나름의 계산이 깔려 있었다.
베레슈티의 생산시설은 이제 사실상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지잉!
벙쪄 있는 공녀를 향해, 나는 포탈을 열었다.
그로부터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 또 한 명의 뱀파이어.
그는······.
“에센스, 생산합니다.”
프랑코 백작으로부터 에센스를 건네받았던, 혈겸이었다.
.
.
.
혈겸에게 진혈을 수혈한 것은 베레슈티 백작이었다.
진혈이 기존에 흐르고 있던 인간의 피를 잠식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으니.
새로운 피를 섞는 것도 이토록 어려울진대, 이미 섞여 있는 에센스를 추출하는 것은 기술을 넘어선 기예에 가까웠다.
그랬기 때문에······.
“그래서 절 기다렸다고요?”
“예, 백작이 공녀님이면 가능할 거라 하더군요.”
베레슈티 백작의 실력으로는 무리였다.
하지만 공작가에서 전수되는 혈주술이라면 가능하다는 판단.
원래는 피에 섞인 불순물을 걷어내는 데 사용되는 능력이었다.
“한 방울. 딱 한 방울이면 됩니다.”
그거면 충분했다.
내게는 생산시설 같은 건 없었지만, 대신 무한의 물류창고가 있었으니까.
완성된 제품을 한 번이라도 선반에 올려놓는다면, 무한히 복제해 에센스로 된 호수를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다행히 혈겸을 빼내 오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고.’
프랑코 백작에게는 혈겸을 감시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혈겸을 중앙 본부에 넣어둔 채, 한창 연합군을 휘어잡는 데 집중하고 있을 터.
덕분에 혈겸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상품회수>로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었다.
“시작하시죠.”
혈겸이 공녀를 향해 팔뚝을 내밀었다.
예상치 못한 전략에 그녀는 당황한 눈치였지만, 잠자코 있을 시간이 없었다.
지금 지상에서나 공중에서나, 연합군과 마법사들이 몰려들고 있었으니까.
상황을 인지한 것인지, 그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따끔해요.”
어딘가 익숙한 멘트.
공녀가 검지손가락을 세우자, 손톱이 바늘처럼 뾰족하게 솟아났다.
그녀는 혈겸의 팔을 잡아 피를 몰아넣은 뒤, 두껍게 솟은 핏줄에 깊게 찔러넣었다.
꿀렁.
꿀렁.
팔에서 새빨간 피가 솟구쳤다.
에센스가 섞여 조금은 주황빛을 뜨는 혈액.
공녀는 혈주술을 발동해, 솟아오른 핏줄기를 끌어모아 다시금 핏줄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몇 번을 줄곧 피를 순환시킨 끝에······.
“딱 한 방울인데······. 정말 이 정도로 괜찮겠어요?”
“그럼요.”
공녀의 손톱 끝에 맑은 주황빛이 물방울이 맺혔다.
앞서 보았던 것보다 한결 더 맑고, 선명한 색상의 액채.
프랑코 백작이 혈겸에게 내어주었던, 바로 그 완성 버전의 에센스였다.
“팍스, 구매해.”
띠링!
[알겠습니다.]바로 <쇼퍼홀릭>을 사용해 에센스를 수용했다.
전투로 인해 마석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딱 한 방울에 불과하니까.’
에센스 한 방울쯤은 아슬아슬하게 살 수 있었다.
.
.
.
콰아아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매연 사이로, 연합군 병력이 들이닥쳤다.
하물며 그뿐만이 아니었다.
-피, 피해!
퍼어어엉!
아케인의 마법사들이 다시금 투석기를 노리기 시작했으니까.
우리가 집요하게 중앙본부를 노린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곳곳에서 병장기를 앞세운 연합군과 공격 마법을 캐스팅하는 마법사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하지만······.
“출하.”
촤아아아아악!
여덟 개의 포탈이 물줄기를 쏟아냈다.
하늘 위로 흩날리는 영롱한 주황빛과 그 위로 펼쳐지는 무지개.
이미 베레슈티의 뱀파이어들에게 에센스를 배불리 먹인 뒤였지만, 이렇게 뿌려주는 것으로도 탁월한 버프 효과를 부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제 못 참겠어!”
“히······ 힘이 폭발한다!”
투쾅!
이전보다 몇 배는 강력해진 근력과 체력.
베레슈티의 흡혈귀들이 혈관을 꿀렁이며 연합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단순한 신체 강화뿐만이 아니었다.
사방에 흩뿌린 에센스는 피 대신으로도 활용할 수 있었으니까.
베레슈티 백작을 비롯한 고위 흡혈귀들이 주변의 에센스를 끌어모았고, 그렇게 모인 에센스는 때로는 공격수단으로, 때로는 방어 수단으로 기능했다.
-마, 마법이 안 통합니다!
-다시! 다시 해!
불, 물, 전기 등등.
마법사들이 온갖 속성마법을 쏟아부었지만, 에센스에는 통하지 않았다.
복잡한 캐스팅을 거친 고위 마법이 겨우겨우 효과를 발휘할 뿐.
하지만 그마저도 강화된 베레슈티의 흡혈귀들을 무찌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그러던 중에도······.
철썩!
철썩!
쐐애애애액!
백여 대의 투석기는 쉬지 않고 돌아갔다.
다가오던 중에도 꾸준히 반마력탄을 얻어맞은 중앙본부였지만, 여덟 개 중 마지막 한 칸이 짧게 점멸하고 있는 것이, 완성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거리도 충분히 가까워졌으니, 칸이 모두 채워지는 대로 곧장 아공간에 수용해버리면 될 터.
투석기와 흡혈귀들이 열 일을 해주고 있는 만큼,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
“어?”
휘익.
쿠구구구구구구!
비행접시가 낮게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그러곤 급가속을 하며, 하늘 위로 급속도로 치고 올라갔다.
땅에 그대로 처박힐 수도 있었던, 위험천만한 움직임이었지만, 그 덕에 날아들던 포격을 모두 피한 채 그대로 하늘로 솟구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젠장.’
완성되는 대로 ‘선제타격’ 시스템이 가동된다는 뜻.
하지만 이미 중앙본부는 지상의 투석기로는 타격할 수 없을 만큼 충분한 고도까지 날아오른 뒤였다.
그렇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찰나,
“타세요!”
“네?”
촤아아악!
베로니카 공녀가 날개를 펼쳤다.
그러곤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나를 붙든 채 하늘로 날아올랐다.
쐐애애애애액!
세찬 바람이 피부를 찢을 듯 날아들었다.
그 사이로 중앙본부의 마법사들이 쏘아낸 자잘한 공격 마법들이 날아들었다.
휘리릭!
휘릭!
공녀가 날개를 휘둘러가며 놈들의 요격을 흘려보내는 사이, 나 또한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직접 하는 수밖에.’
완성에 가까워져, 점점 더 빠르게 점멸하는 여덟 번째 칸.
남은 방법은 투석기의 힘을 빌리지 않은 채, 내가 직접 반마력탄을 쏟아붓는 것뿐이었다.
날아드는 마법사들의 공격을 피해, 충분히 접근해서.
쐐애애애액!
다행히, 공녀의 비행은 중앙본부보다 몇 배는 빨랐다.
위험천만한 10분간의 비행 끝에, 우리는 놈들보다 높은 위치를 점할 수 있었다.
“후우······. 후······.”
공기는 희박했고, 숨이 가빠왔다.
나는 아예 호흡을 멈춘 채, 공녀에게 착지할 위치를 가리켰다.
곧 중앙본부의 내부공사가 완료되면 선제타격을 비롯한 방어시스템이 가동될 터.
선수를 치기 위해서는 모든 위치를 골고루 때려줄 필요가 있었다.
펄럭!
공녀가 날개를 접었다.
비행접시 위로 활강해 내려가는 것.
이번에도 역시 갖은 요격마법이 날아들었지만, 이번에는 나도 반마력탄을 발사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까아아앙!
“크흑!”
공녀가 이를 깨물었다.
힘들여 착지한 그녀의 두 다리가, 쇠로 된 바닥을 찌그러뜨렸다.
미친 듯이 점멸하는 여덟 번째 불빛.
나는 곧바로 스킬을 전개했다.
“창고 대방출.”
중앙본부의 둥근 몸체 중앙에 뾰족한 기둥이 돋아났다.
쇠 파이프가 교차하고, 경첩이 둘리고, 그 위로 넓적한 선반이 장착됐다.
타르르르르르륵!
타다다다다닥!
품목은 당연하게도 반마력탄.
영롱한 푸른 빛의 탄환이 금세 선반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방출.”
피잉!
피이잉!
쐐애애애애애액!
반마력탄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둥글게, 그리고 주기적으로 파동처럼 퍼져나갔다.
삐잉!
그와 동시에 중앙본부의 모든 불이 들어왔다.
마침내 가동된 ‘선제 타격 시스템’.
놈들이 가장 먼저 파고든 것은, 내가 설치한 물류창고 그 자체였다.
우드득!
우득!
선반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중심을 잡고 있던 중앙 기둥이 어긋났고,
물류창고는 차례차례 일그러지며 종이 접히듯 말려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다 팔렸어.”
내가 더 빨랐다.
물류창고는 이미 모든 재고를 떨어버린 지 오래였으니까.
단번에 쏟아낸 반마력탄이 둥근 중앙 본부 위에 찰나 간 머물렀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앙!
한 번에 낙하하며, 중앙본부를 단번에 무력화시켰다.
완성을 알리는 여덟 개의 불빛을 모조리 꺼뜨릴 정도로.
그다음은, 정해진 수순대로였다.
“팍스야, 넣어.”
띠링!
[알겠습니다.]중앙본부가 하늘에서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사, 살려줘······!
안에 타고 있던 연합군 병력, 그리고 아케인의 마법사들은 비명을 질렀다.
한순간에 하늘 위에 내던져진 꼴이 되었으니까.
금세 날개를 펼친 공녀가 나를 잡아주었지만······.
-아아아아아아악!
사방에서는 비명과 함께 자유낙하가 시작됐다.